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35화 (235/268)

< 235화 - 카드발동 >

레이스의 1라운드 20번 픽의 주인공은 결국 로벨이 강력추천하던 알렉시 파로가 되었다. 딱히 그가 엄청나게 좋다기보다는 그보다 위로 생각하고 있었던 세스페데스나 에르난데스가 모두 앞선 순번에서 뽑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뽑았다고 하는게 정확했다. 그래도 알렉시 파로는 뽑힌게 기뻤는지 레이스에게 이름이 불리자마자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서 양 손을 치켜올렸다.

“알렉시. 앞으로도 열심히 성장하길 기도한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뽑아주신걸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모를 일이다. 뭐 자신이 1라운드에 뽑힐 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초청을 수락한 드래프티들에게는 모두 올스타 브레이크 내내 숙소와 관람할 수 있는 자리 지원, 올스타 선수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에 혼자 여기까지 온것만해도 그 열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계약할 때 보자.”

“넵!”

꼬맹이의 등을 두드려준 다운은 곧장 레이스의 헤드쿼터로 돌아왔다.

“댄.”

“네!”

“조니.”

[듣고있어.]

“남은 드래프트는 두 사람이 협의 하에 진행해.”

어차피 거지같은 드래프트 풀에 선수들은 거기서 거기다. 프레슬리에게 부단장으로 써먹을만한 자질이 있는지도 확인할 겸 기회를 줘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게다가 로벨은 고집이 엄청나게 세다. 능력있고 고집센 부하직원을 프레슬리가 어떻게 다루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고생했고, 화상미팅은 이걸로 종료하겠습니다. 그리고 피트, 미키랑 거스는 잠깐 남아주세요.”

다운의 말에 세 사람은 화상미팅 프로그램을 끄지 않고 자리에 남았다.

“애슬레틱스가 베가스로 갑니다. 그리고 포틀랜드하고 내쉬빌에 새 구단이 들어서기로 했어요.”

다운의 말에 세 사람이 눈을 빛냈다.

[리그가 더 커질수도 있겠네요.]

[아니지 더 작아질 수도 있는 노릇이야. 그것보다 지구개편이 어떤 식으로 될지가 궁금한데? 아메리칸리그하고 내셔널리그는 그 형태를 유지하려나?]

[유지하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이제는 전부 지명타자 룰이 들어섰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냥 전체 리그를 단일화하고 지구에 따라서 4개로 나누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4개 지구로 8팀씩?]

[서부에 매리너스, 포틀랜드, 자이언츠, 에인절스, 다저스, 파드레스, 애슬레틱스, 디백스가 들어가면 딱일거고. 중부에는 로키스, 트윈스, 텍사스, 애스트로스, 로열스, 내쉬빌, 카디널스, 레즈. 북부에는 브루어스, 컵스, 화이트삭스, 가디언스, 타이거스, 블루제이스, 파이어리츠, 필리스. 동부에는 양키스, 메츠, 레드삭스, 오리올스, 내셔널스, 브레이브스, 레이스, 말린스를 넣는거죠.]

“나는 그렇게 안되면 좋겠는데······?”

만약 미키가 말한대로 된다면 동부는 최악의 지구가 될 것이다. 기존의 아메리칸리그 동부 팀 중에서 블루제이스가 빠지고 요즘 떠오르는 강자인 브레이브스와 메츠가 들어왔다. 말린스와 내셔널스와 같은 약팀이 둘이나 들어오는건 환영할 일이지만, 강팀이 많은 지구에 들어가는건 절대로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앤디는 바로 찬성할걸요?]

“그야 그렇겠지.”

팀의 강함은 팬덤의 크기와 비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저기 들어있는 강팀들은 대부분 팬덤이 엄청난 팀들이다. 경기장 수익의 일부를 원정팀이 받아간다는걸 생각해봤을 때, 레이스의 잠재적인 수익은 당연히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강팀을 상대로 하는 경기에는 또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곤 한다. 그런것까지 생각해봤을 때, 러셀은 저 개편안을 무조건 찬성할거다.

[근데 저렇게 묶이는게 나을걸요? 만약 아메리칸리그 내에서 지구개편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블루제이스는 북부로 갈거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남는건 양키스, 레드삭스, 오리올스, 레이스일걸요? 딱 봐도 박터지게 싸울 것 같지 않아요?]

오리올스도 리빌딩을 끝낸 마당에 깔아주는 팀이 없다. 물론 이 모든 개편안은 신규팀이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는 2026 시즌에 행해지겠지만, 생각만해도 토나오는 지구가 아닐 수 없었다.

“무조건 8팀 4지구 체제에 찬성해야겠어.”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역시 우리 딸이 참 똑똑하단 말이지.]

순식간에 자신의 말에 찬동하는 세 사람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린 미키가 물었다.

[근데 저희를 남으라고 한 이유는 그게 아닐 것 같은데요?]

[확장 드래프트 문제겠지.]

클라인이라던가, 거스는 레이스의 창단때부터 일해온 사람들이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의 위치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구단이 창단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이번에는 어떻답니까?]

“지난번 확장 드래프트랑 같아요. 다만 자동으로 보호되는 선수들의 서비스타임 연차가 1년씩 줄었어요.”

[서비스타임이 5년으로 당겨진 것 때문인가보네요.]

[당장 올 시즌 이후에 한답니까?]

“그런 것 같더라고요. 다음 시즌 창단, 그리고 트리플 A에서 한 시즌 합을 맞추게 한 다음 2026시즌에 올리는 계획이랍니다.”

[그 동안에 구장은요?]

“구 연고지 모두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구장까지 들고왔어요.”

결국 확장 드래프트는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는 말이다.

“15인 명단을 일단 최대한 빠르게 뽑아야해요.”

최대 3명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상황. 최대한 좋은 선수들은 지키고 싶었다.

[일단 다행인 점은 저희 팀에 자동으로 제외되는 선수가 꽤 많다는 점이네요.]

[어디보자······. 너클즈, 알마다, 톰슨, 블랜튼, 앳킨슨, 스탠하우스까지는 제외가 되겠네요.]

“일단 보호명단에 넣을 친구들부터 생각해보자고요.”

저건 어렵지 않았다.

선발 - 파인트, 더지, 진성찬

불펜 - 토머슨, 애커슬리, 베이커, 로버트슨, 윌슨

야수 - 비어만, 서머스, 드레이크, 스프라우트, 루이스, 비어스, 윌슨, 마이어

딱 15명의 보호명단이 만들어졌다.

[윌슨은 넣어야합니까?]

솔직히 톰슨을 지킬거면 윌슨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다운은 톰슨을 팔 생각이었다.

“제시를 보낼거거든요.”

톰슨은 이번 확장드래프트로 인해서 가치가 더 올랐다. 수비도 좋고, 타격도 어느정도 터질 기미가 보이는데다가, 자동으로 확장드래프트 대상에서 제외까지 된다.

[덕은 안지키실 모양인가보군요.]

“빼야죠. 지금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봐야하니까요. 그리고 데이튼도 일단 명단에 올려두자고요. 만약 괜찮을 것 같으면 곧바로 베이커를 빼고 데이튼을 지킬겁니다.”

[드디어 기회를 주시는겁니까?]

[데이튼 1루로 가서 완전 타격이 터졌잖아. 더 이상 미루는 것도 곤란해.]

[그것도 그런데, 제시를 보낸다고 하셨잖아. 그럼 누굴 데려오실 예정이라는거지?]

1루는 레이몬드에게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가 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했다.

“양키스에서 맨브로스키를 데려올 생각이에요.”

[판답니까?]

“조나 로렌을 포함한 유망주 하나. 대신 마감일에 판다는 조건이 붙었어요.”

[그럼 조에다가 적당한 유망주 하나를 붙여주면 되겠군요.]

[생각보다 싸게 데려오는데?]

어차피 맨브로스키는 단년계약이다. 올해가 지나면 그의 계약은 끝나기에 따로 보호할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남은 시즌은 맨브로스키와 데이튼을 필요할때마다 번갈아 쓰는걸로 1루를 채울겁니다. 필요하면 사무엘이나 알렉스가 1루로 가는걸로 하자고요.”

[그럼 제시는 어떤 딜에 쓰실 예정입니까?]

[그것보다 덕은? 덕도 파실 생각입니까?]

톰슨이 가치가 올랐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다운은 한 명의 이름을 떠올렸다.

“디에고 카스티요를 한 번 노려보려고요.”

디에고 카스티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최대어다.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꼴지를 달리고 있는 파이어리츠 소속의 선발투수로 전반기에 5승 7패를 당하고 있었다. 승패만 보면 이런 선수가 왜 최대어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자책점을 보면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ERA 1.26

16경기에서 128.1이닝을 던지며 5승 7패를 당하는 동안 기록하는 지표가 1.26이다. 평균적으로 8이닝을 던지면서도 자책점은 고작 18점밖에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카스티요는 올 시즌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도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카스티요라······. 좋죠. 우완에 최고 100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도 위력적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싱커까지 다 좋습니다. 뭐 제구가 썩 뛰어난 정도는 아니지만, 존 안에 욱여넣을 수 있는 정도의 제구력은 가지고 있고, 그 구위를 생각하면 감안해야할 정도죠. 거기다 1년 반이 남아있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하지만 출혈이 엄청나게 클텐데요?]

“그러니까 최대한 포장해봐야죠.”

***

그날 저녁 다운은 파이어리츠의 단장인 셰링턴과 약속을 잡았다. 그도 단장회의와 드래프트 때문에 이곳에 와있었기에 가능한 만남이었다. 조용한 바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두 사람은 각자 목을 축일 것을 주문했다.

“싱글몰트 하나요.”

“난 이거 온더락으로.”

다운은 셰링턴의 팁까지 같이 바텐더에게 밀어넣었다. 팁을 주머니에 밀어넣은 바텐더가 사라지자 셰링턴이 슬며시 운을 띄웠다.

“디에고?”

“네. 요즘 제안 듣느라 바쁘시죠?”

“바쁘지. 근데 뭐 이렇게 한 잔하는 바쁨이라면 나쁘지 않아.”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그가 슬며시 웃었다.

“술로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실패했다고 알려주고 싶은데? 이래뵈도 내가 엄청 술이 세거든?”

“이 바닥에서 벤이 술고래인거 모르는 사람도 있답니까? 그럴 생각 없어요. 그냥 편한 자리에서 이야기하고싶었을 뿐이죠.”

“좋아. 그럼 편하게 자네 조건 한 번 말해봐. 나도 편하게 들을테니까.”

“제시 톰슨.”

“시작이 좋네.”

좋은 포수를 구하는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그것도 좋으면서 어린 포수를 구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파이어리츠 역시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보니 다운이 제시한 첫 번째 카드가 마음에 쏙 들었다.

“덕 흘로첵.”

파이어리츠의 1루는 애매하긴하다. 하지만 흘로첵보다는 확실히 급이 떨어진다. 적어도 흘로첵은 지난시즌까지만해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던 친구니까. 아직 어리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적어도 빅리그에 올리면 얼어붙으며 실책하던 놈들보다는 나았다.

“베스트는 아니지만 괜찮네. 그리고?”

“그래도 패배 패널티는 피해야하지 않겠어요?”

“누굴 주려고 그러는거야? 레이몬드라도 주려고?”

단장놈들 보는 눈은 진짜 한결같다.

“미안하지만 데이튼은 못줘요. 대신 얘는 어때요? 라일리 제이콥스.”

a.k.a 너클즈.

다운이 준비한 최선의 카드이자 함정카드가 발동됐다.

< 235화 - 카드발동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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