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구단주 단장 회의(2) >
멕시코계 이민자 2세 출신의 사업가로 텍사스 쪽에서 통조림사업을 해서 대박을 낸 인물이라고 했다. 추정 자산은 약 32억 달러. 그리고 그는 멕시코 내부 어디든 메이저리그 팀을 승인만 해준다면 자신이 무조건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사무국 입장에서는 도장만 쾅 찍어준다면 아무런 무리 없이 새로운 참가구단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건은 안전이다.
한 번 구단을 창단하고나면 구단을 이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연고지 이전을 했던 수많은 팀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의 애슬레틱스를 봐라. 메이저리그 구단이 워낙 지역의 경제에 크게 연관이 되어있다보니 아무리 관중이 없더라도 떠나보내질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관중이 있든 없든 결국 애슬레틱스는 오클랜드 시민들을 주로 고용해야할테니까.
멕시코시티 역시 마찬가지일거다. 한 번 구단이 창단되고나면 놓아주려하지 않겠지. 그렇기 때문에 들어가기 전부터 확실하게 하고 가야하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안전에 관한 문제가 붉어져나왔다.
“저 중에서 멕시코는 빼면 안됩니까?”
다저스의 프리드먼에 이어 대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의 세계화라는 목적에는 찬성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안전을 거기에 저당잡힐 이유는 없는것 같습니다.”
구단주들은 따로 새로운 구단의 투자 어필이라던가 창단 설명회 등을 수차례 들어왔다.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구단의 성패에 관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었다. 새 구단이 남은 구단들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그들의 깐깐한 시선을 다 통과한 도시들이 저 도시들이었다.
그러다보니 구단주들은 조용히 있는 편이었고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단장들 위주로 발언했다.
“완성된 조감도를 보시면, 구단이 소유한 구장 사이드를 따라 호텔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모든 원정 팀은 그곳에서 묵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홈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및 가족들 역시 그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랍니다.”
맨프레드가 조감도를 보여주며 설득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 말은 곧 구장 밖을 나가는 그 순간부터 위협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거군요.”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버리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하지만 정부가 있는 멕시코시티는 그렇게까지 위험한 정도는 아닙니다.”
“물론 그렇겠죠.”
멕시코시티는 멕시코 내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치안이 좋은 편이다. 카르텔들 역시 대통령과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멕시코시티를 건드리는 것 보다는 북부지역을 장악하는게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르텔들이 없다는 것이 멕시코의 치안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이야 우범지대를 피해가도 되고, 경찰이나 공권력에 대한 신뢰라는게 있다. 캐나다 역시 그리 위험한 지역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오히려 군이나 경찰도 카르텔과 한패일 것 같다는 인식도 있으니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멕시코 당국에서도 만약 구단이 들어온다면 선수들과 스탭들에 대한 안전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은 말뿐일 수도 있죠.”
“게다가 직접 가야하는 선수들은 더할겁니다. 솔직히 돈이 아니라면 누가 거길 가고싶어하겠습니까?”
“라틴계 선수들이라면······.”
“롭. 라틴계 선수들이 더 기피할겁니다.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요. 그들은 재능과 노력으로 그곳을 탈출한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그들을 그저 돈으로만 본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런 놈들이 가장 위험하다는걸 알아요. 특히나 라틴계는 더더욱요.”
자신의 선수에게 퀴라소에서 당한 일을 세세히 들은 브레이브스의 구단주가 단호히 말했다.
“저는 멕시코 참가에 절대 반대합니다.”
다운도 슬며시 입을 열어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멕시코시티는 멀지는 않지만, 이동거리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리너스가 가장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리너스는 다음 원정까지의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새발의 피였다. 만약 홈에서 멕시코시티 원정을 갔다가 또 다시 매리너스나 북동부에있는 오리올스로 원정을 간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해도 토나온다.
새로운 팀이 생길거면 이왕이면 미국 내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출범한지 3년밖에 안된 멕시코리그를 지원하는 식으로 하고, 레인저스와 애스트로스의 시리즈 두 번 정도를 멕시코에서 하는걸로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다운의 제안에 애스트로스와 레인저스에서 눈을 빛냈다.
“그거 괜찮은데요? 저희는 찬성입니다.”
“레인저스도 찬성합니다.”
정규 시즌에서의 경기 수익은 오롯이 경기를 치르는 팀의 것이다. 그들도 이번 개막전의 수익을 봤을 것이다. 홈 어웨이 상관없이 경기별로 50%만 나눠가져도 그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수익이 될 것이다. 게다가 멕시코시티는 텍사스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돈을 생각하면 1년의 6일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했다.
대부분의 구단주와 단장들이 반대하고, 대체할 수 있는 의견도 나오자 결국 맨프레드는 멕시코 쪽을 더이상 밀어붙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포틀랜드, 내쉬빌, 샬럿, 샌 안토니오. 네 곳이다.
“저 중에서 샌 안토니오는 떨어지겠군.”
“무조건 떨어지죠.”
텍사스는 이미 두 개의 팀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텍사스는 크기가 웬만한 주의 1.5배에서 두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레인저스가 있는 댈러스는 북동부, 휴스턴은 남동부에 있는 도시다. 그러다보니 남서부에 있는 샌 안토니오에 있는 야구 팬들도 자신만들의 팀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다. 게다가 샌 안토니오 권역은 무려 255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있는 미국 내 24위에 랭크된 대도시권이다.(레인저스가 있는 오스틴은 228만 추산)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미 텍사스에는 두 개의 팀이 있었다. 저들은 이미 텍사스를 양분하고 있다고 생각할 터. 자이언츠가 그렇듯이 자신의 권역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을 나눠주고싶어하는 팀은 없었다. 권역을 나눠주는건 팬을 나눠먹는 것과 다름없었고, 그건 곧 수익의 감소로 이어질테니까.
아니나다를까 멕시코 시리즈 개최에는 찬성하고 들었던 두 구단은 샌 안토니오에 대해에서는 곧바로 반대를 표하고 나섰다.
“새 팀을 굳이 샌 안토니오에 들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1, 2, 3번 안에 있는 주들이 모두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는 주 아닙니까? 야구 저변의 확대를 위해서라면 구단이 없는 주에 들어가야죠.”
텍사스가 근처에 새로운 이웃이 들어오는걸 원하지 않았던것 과는 반대로 이웃이 어서 들어오기를 바라는 구단도 있었다.
“매리너스는 포틀랜드에 구단 창단을 추천합니다. 이미 다이아몬드 프로젝트로 구단 창단에 대한 의지도 충만하고 투자자들도 모두 모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승인만 떨어지면 곧바로 구장을 지을 수 있도록 시와 협의도 완료되었고, 시공사 선정까지도 모두 끝난상황입니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지않습니까?”
매리너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에서 가장 이동거리가 많은 팀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이웃구단이 들어온다? 그것도 비행기로 한 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에? 원정이 있을때마다 최소 두 시간은 비행기를 타야만했던 매리너스, 오죽하면 선수들이 원정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좋아한다는 소문까지 돌고있는 그들에게 포틀랜드의 새 팀은 가뭄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일 것이다. 게다가 255만에 이르는 광역 도시권 인구가 추산되는 미국 내 25위의 대도시이기도 했다.
“포틀랜드에 새 구단 창단에 찬성하시는 분들은 거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레건 주는 그 누구의 권역도 아니어서 갈라먹기 할 이유도 없었고, 매리너스가 저렇게 찬성을 주장하는데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매리너스 원정이 없을때도 저곳으로 원정을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함정은 존재한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이 들어오면 지구가 개편됨은 물론이고, 일정 역시 개편될 것이다. 북서부까지 원정을 갈 일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은 구단은 하나, 그리고 남은 도시는 두 곳.
“어디가 나은 것 같아요?”
“흐음······. 난 내쉬빌 쪽이 더 나아보이더구나.”
“샬럿이 더 인구는 많잖아요?”
샬럿 광역권은 240만 정도, 내쉬빌은 190만 정도의 인구가 모여있는 광역권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야구 팬의 비율은 늘어난다. 그리고 많은 인구는 곧 돈이 된다.
“그쪽은 내쉬빌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아. 샬럿 나이츠가 있기는 한데, 거긴 워낙에 농구가 강세인 지역이잖아?”
샬럿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와 듀크 대학교의 농구 라이벌리가 엄청나게 강하다. 그래서 대학 농구에 미쳐있는 지역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게다가 바로 ‘그 마이클 조던’이 NBA 팀인 호네츠의 구단주로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스포츠들의 팬층은 생각보다 떨어졌다.
“투자자는 샬럿 나이츠의 구단주야. 그래서 야구에 대한 애정도 있고, 투자생각도 높은 편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팬들이 많이 모일것 같지는 않아. 시의 지원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고. 지금 나이츠랑 불스로도 만족하는 팬들이 꽤 많거든.”
“내쉬빌은요?”
“사무국 승인만 떨어진다면 시에서 우선 대로를 끼고있는 노른자 땅 하나를 내주기로 했어. 이버시티처럼 내쉬빌 시내 한가운데에 구장이 생기는거지. 글라이드 파크처럼 몰과 연계해서 지을 생각인가보더라. 다만 주차장은 제한이 있을거야. 해봤자 직원용이나 선수용 정도만 나올걸?”
“그러면 트로피카나 필드 꼴 나는거 아니에요?”
“그렇진 않을거야. 바로 옆에도 큰 공터가 하나 더 있는데, 거기를 시 소유 주차장으로 만들 예정인 것 같더라고.”
“아하!”
그렇다면 내쉬빌의 홈 경기가 있어서 주차장이 모자랄때마다 시는 주차장으로 돈벌이를 해먹을 수 있을 것이다. 홈 경기가 아니더라도 몰을 찾을 수많은 시민들이나, 시내를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결국 내쉬빌 시도 꾸준히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캐쉬카우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 집단의 의욕이 엄청나. 거긴 이미 단장까지 있는걸.”
“아, 들었어요. 앨런 사이즈모어가 가있죠?”
사이즈모어는 파이어리츠, 파드레스, 레드삭스, 컵스의 단장을 지낸 적 있었던 사람으로 야구계에 뼈가 굵은 사람이다. 현재 72세의 나이로 단장직에서 은퇴한지 6년정도가 되어가는 그는 고향인 내쉬빌에 새로운 구단을 유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서 무급으로 단장 겸 조언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쉬빌에 생길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구단의 첫 단장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일하는 중이었다. 확실히 업계에서 일한 사람이 있다보니 내쉬빌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뭔지를 알고 정확히 필요한 것들을 딱딱 처리해서 깔끔하게 창단신청을 마친 상황이었다.
“모자란 부분이 없어. 이미 수익구조라던가, 예상되는 관중 수, 예상되는 경제효과 같은거 다 분석해왔더라. 아마 다른 구단주들도 내쉬빌로 마음이 기울었을거야.”
글라이드가 예상했던대로 샬럿과 내쉬빌의 대결은 싱겁게도 만장일치로 내쉬빌의 승리로 결정나버렸다.
땅땅땅!
“그럼 새로 창단될 구단은 포틀랜드와 내쉬빌로 우선 결정되었고, 나머지는 예비로 넣어두겠습니다. 이번 윈터미팅에서는 새로운 구단들을 위한 확장 드래프트가 있을 예정이니 각 구단에서는 미리미리 준비해두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새롭게 구단을 창단하면 원래 있는 선수들을 뽑아갈 수 있는 확장드래프트가 열린다.
“라운드는 3라운드. 각 구단별로 보호할 수 있는 선수풀은 15명이고 라운드가 늘어날때마다 3명의 보호선수가 추가됩니다. 신생팀이 지명할 수 있는 대상은 보호선수 이외의 19세 이상의 모든 선수입니다. 이 중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선수는 계약 기준 19세 이상, 서비스 타임 3년 이내의 선수. 그리고 계약 기준 18세 이하 서비스타임 2년 이내의 선수입니다.”
원래 4년이내, 3년이내인데 서비스타임이 5년으로 개정되면서 저 일수도 줄어든 모양이다.
“시발?”
유망주들을 쥐고있을때가 아니다.
일단 기회가 있을때 털어야한다.
< 234화 - 구단주 단장 회의(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