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33화 (233/268)

< 233화 - 구단주 단장 회의 >

오전에 있는 회의에는 단장을 포함해서 구단구들까지 모두 참석하는 회의였다.

큰 주제는 약물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 국제 드래프트 도입에 대한 논의, 애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 논의 마지막으로 새로운 구단의 창단에 대한 논의로 총 네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선수협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되기에 수박 겉 핥기 수준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세 번째인 연고지 이전 건부터 흥미롭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애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 승인을 요청합니다.”

들고나온 이유들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오클랜드 시는 저희와 뭔가를 제대로 해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레이스를 보시죠.”

레이스가 새로운 구장을 짓는 모습을 보고 가장 부러워했을 팀이 바로 애슬레틱스였다.

“레이스는 탬파 만의 세 도시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도심지에 새로운 구장을 만드는데까지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글라이드 구단주님의 지원, 관중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다운 단장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저희도 그런 점들을 도입해서 팬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다운이 도입한 것들을 가장 먼저 가져갔던 구단이 애슬레틱스였다. 그들은 시즌패스나 E-티켓 등의 사업이 성공할때마다 다운에게 연락을 해와서 ‘이걸 애슬레틱스에게 도입해도 되겠냐?’, ‘혹시 어떤 업체들을 이용했나?’, ‘비용은 어느정도 들었나?’, ‘그로 인해 절감된 비용은 어느정도인가?’등을 물어보곤 했었다.

발빠르게 도입을 한 부분을 팬들은 꽤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팬들도 어느정도 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말이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애슬레틱스도 ‘이것 봐! 우리도 구장만 옮긴다면 팬들 모을 수 있다니까? 새 구장 허가 내줘!’라며 어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오클랜드 시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오클랜드 시는 저희 요구를 묵살하고 새로운 구장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결국에는 팬들도 발걸음을 다시 끊기도 했고요. 심지어는 얼마 전에 경기 중에 외설적인 행동을 하던 커플 잡힌거 보셨습니까? 그 커플이 뭐라고 했는지 다들 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인터뷰여서 다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새로운 구장 건립을 불허하는 오클랜드 시도 엿(fuck)같고, 연고지 이전을 생각하는 애슬레틱스도 엿(fuck)같고, 경기는 지고있어서 엿(fuck)같아서 여자친구랑 즐겼다(fuck). 문제라도?”

두당 500달러로 총 1000달러의 벌금형이 구형되었는데 애슬레틱스 팬들이 ‘속시원한 인터뷰에 얹힌것이 내려갔다’며 모금해서 벌금을 내주기까지 했었던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애슬레틱스는 더 이상 오클랜드에서 버티기가 힘듭니다. 그렇기에 연고지 이전을 요청합니다. 이게 기각된다면 저희는 파산을 신청하겠습니다.”

존 피셔 구단주의 폭탄발언에 장내가 술렁였다.

여기서 구단을 매각하면 되지 않냐는 멍청한 말을 하는 놈은 없었다. 이번 시즌 최저관중 1895명을 찍은 애슬레틱스를 큰 돈 들여 살 멍청이는 없을거라는걸 알기 때문이었다.

“연고지 이전을 원하시는 곳은 있습니까?”

피셔는 자이언츠의 구단주와 단장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산 호세는 안될 것을 알죠. 자이언츠가 격렬히 반대하니까요.”

산 호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아 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층이 사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자이언츠의 권역이다. 자이언츠는 자신들의 권역을, 그것도 가장 부유한 계층이 사는 곳을 애슬레틱스에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애슬레틱스의 산 호세 이전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곳이 바로 자이언츠였다.

“그러니 베가스를 원합니다.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는 메이저리그 팀이 없죠. 게다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있는 골든나이츠와 레이더스의 상승세는 라스베가스를 도박에서 조금은 벗어난, 스포츠의 도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이야기가 나온 직후부터 계속해서 저희 애슬레틱스를 원하는 팬들이 거기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팬들은 저희를 원치 않습니다. 원했다면 이 지경이 될 정도로 구단에 안오지는 않았겠죠.”

다운도 저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솔직히 다운이 보기에도 애슬레틱스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게다가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팬들이 구장을 찾아오지 않았고, 구단은 선수들을 잡을 여력을 잃었다. 응원하던 선수가 떠나니 팬들은 다시 등을 돌리고, 팬이 적어지니 구장 입장 수익은 감소하고, 그러다보니 중계권료 계약에서 을의 위치에 서게된다. 결국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오클랜드를 떠나야했다. 만약 다운이 저곳의 단장, 혹은 구단주였어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에 비해서 라스베가스의 팬들은 계속해서 저희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애슬레틱스는 당장에 다음 시즌부터라도 저희를 원하는 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피셔의 발언에 맨프레드 역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베가스에는 구장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입니까? 내년 시즌부터 당장 떠날 수 있는건 아닐텐데요.”

피셔는 이미 준비를 끝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라스베가스 에이비에이터에서 구장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에이비에이터는 새 구장이 완공될때까지 연습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저희가 원정을 떠나 있을때까지 경기장을 함께 쓰는 식으로 사용하기로 말이죠.”

“선수단은 동의했습니까?”

예전에는 상관없었겠지만, 선수협의 힘이 강해진 지금은 선수들의 동의 역시 중요했다. 이미 그들의 삶의 터전은 오클랜드에 박혀있을테니말이다. 게다가 라스베가스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이들에게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역시 한 몫할 터.

“전원 동의했습니다. 이 부분은 오프 더 레코드입니다만, 선수단 역시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저한테 팬들이 많은 구단으로 트레이드 시켜달라고 요청한 선수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럼 새로운 구장은 어디에 건설할 예정입니까?”

맨프레드의 말에 피셔가 종이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라스베가스 시의회에서 에이비에이터의 구장이 있는 바로 옆의 부지에 새 구장을 건설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허가서입니다.”

“건설에 들어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글라이드 파크의 건설한 곳에 문의를 해보니 조감도와 설계도만 있다면 2년 안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조감도와 설계도는요?”

“이미 다섯 개를 뽑아뒀습니다. 만약 이전을 하게 된다면 라스베가스 시민들에게 공개 투표를 열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외형의 구장으로 선택할 예정입니다. 시민들도 자신이 투표한 디자인을 한 구장에 오고싶어할테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운이 옆에 있던 글라이드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쇼네요.”

“그렇지.”

딱 봐도 준비해온게 너무 많다.

“네 번째를 이야기하기 전에 애슬레틱스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하니 미리 판을 까는 것 같은데요?”

이미 있는 구단에서 파산이니 뭐니 하고 있는데, 새로운 구단 창단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대한 오클랜드 시와 협의를 잘 이끌어 내라고하던 맨프레드의 스탠스가 변했다. 물론 오클랜드 시에서 너무 협의를 안해줘서 그런것일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그 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그나저나 저것도 괜찮겠네요.”

“뭐가?”

“지금 이야기하는거 보면 에이비에이터의 구장 바로 옆에 애슬레틱스의 신 구장이 들어선다는거잖아요? 저렇게되면 트리플 A 경기를 보고 곧바로 애슬레틱스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말이에요.”

보통 마이너리그 경기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시간보다 조금 앞서서 진행된다.

“에이비에이터가 속해있는 리그와 협의를 거쳐서 애슬레틱스의 홈 경기와 에이비에이터의 홈 경기가 겹치는 날의 경기 시간을 3시 정도로 앞당긴다면 앞선 경기에서는 애슬레틱스가 자랑하는 유망주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고, 곧바로 메이저리그 팀의 경기를 보러갈 수도 있는거죠. 저였으면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서 팔 것 같네요.”

“하여간 이런데에는 머리가 잘돌아간다니까. 어디놔둬도 굶어죽지는 않겠어.”

결국 이어진 회의결과 사무국에서는 애슬레틱스의 라스베가스 이전을 전격승인했다. 더 이상은 리그의 발전을 막는 오클랜드 시의 결정과 죽어가는 애슬레틱스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지겠구만.”

“애슬레틱스 선수단은 홈에서도 욕먹겠는데요?”

“노력을 안한게 아니잖아. 그런데도 팬들이 따라와주지 않은거니까 제대로 된 팬이라면 미안해해야지. 난 우리 팬들이 우리가 노력하는만큼 따라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그래서 계속해서 이벤트를 하는거지. 만약에 애슬레틱스처럼 팬들의 반응이 없었어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팬들에게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속에서 솟아올랐다.

가장 활발하게 토론된 것은 역시나 새로운 구단의 참전에 관한 논의였다.

“우리에게는 여섯 개의 후보가 있습니다.”

1. 포틀랜드, 오레건

2. 내쉬빌, 테네시

3. 샬럿, 노스 캐롤라이나

4. 샌 안토니오, 텍사스

5. 멕시코시티, 멕시코

6. 몬테레이, 멕시코

여섯 개라고 하면 꽤 많은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원래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후보들이 있었다. 생각나는것만해도 뉴 올리언스, 올랜도, 인디아나폴리스, 앨버커키, 밴쿠버, 몬트리올까지. 적어도 20개의 후보가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이 되어버렸다. 그렇게해서 남은 후보는 총 여섯 개.

“저 중에서 맨프레드가 밀고있는건 멕시코시티지?”

“그리고 몬테레이요.”

맨프레드와 사무국이 가장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5번, 멕시코시티다. 이번 월드와이드 개막전에서 멕시코시티는 25000여 석으로 확장해서 관중들을 맞이한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아르프 엘루를 연일 매진시켰다. 메이저리그, NPB, KBO 다음으로 야구 열기가 강한 곳다웠다.

게다가 그에따른 용품들도 3일간 불티나게 팔렸다. 그 결과 3일간 두 팀이 멕시코시티에서 나온 매출은 애슬레틱스의 1년 홈 경기 관중 매출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러니 사무국에서 멕시코시티를 버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몬테레이는 아마 걸러지겠지.”

“아마도요?”

몬테레이는 멕시코 북부에 있는 최대 도시 중 하나로 멕시코 제 3의 도시다. 지리만 보면 남부에 있는 멕시코시티보다도 가깝다. 게다가 미국과 가까운 탓에 야구에 대한 인기도 높은 편이었다. 매출 예상 역시 멕시코시티보다도 높은 편. 하지만 멕시코 카르텔이 주로 활동하는 북부지대에 위치해있어서 치안이 상당히 좋지않은 편이었다. 고연봉자들인 메이저리거들이 거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홈 선수들 뿐만아니라 원정 선수들의 안전 역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몬테레이는 걸러질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멕시코시티는 꽤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확실한 투자자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아, 구단주 모임에서 이름이 나왔었지. 엔리케 도스 산토스였나?”

< 233화 - 구단주 단장 회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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