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16화 (216/268)

< 216화 - 문제라도 있어요? >

“다녀오겠습니다!”

다운의 특명을 받은 크로포드는 9회 초가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튀어나갔다.

“단장님도 저 남자를 보고 생각하신겁니까?”

심슨도 다운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그 남자를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처음에는 미적지근하던 사람이 마지막에 가서는 미쳐날뛰더라고요.”

“아무 생각없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소리지르는 것. 그러다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게 되죠. 그게 바로 응원전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부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다운의 말에 심슨은 미소를 띄우며 밖을 가리켰다.

“저기있는 25000명의 팬들을 보시죠. 빈 자리가 보이십니까?”

그의 말에 다운의 눈이 빠르게 자리를 훑었다.

“몇몇 자리가 비어있네요.”

“화장실이나 매점을 간 사람들이겠죠.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는걸 아시잖습니까?”

다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자 심슨은 말을 이었다.

“9회초에 접어든 지금 시간은 9시 57분. 평소라면 이미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도 남았죠. 하지만 저 많은 팬들이 아직까지 남아줬습니다. 이유야 다양하겠죠. 탬파시와 협의한결과 이버시티를 지르는 버스노선 마감시간의 연장. 그리고 저희 구단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의 운행, 더 많은 주차공간확보로 인한 편의성 증가 등. 하지만 그것들은 앞선 홈 경기에서도 있었던 일입니다. 당장 어제 경기에서의 9회가 생각나십니까?”

생각난다. 어제도 단장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8회가 넘어가도 팀이 역전당할 것 같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떴죠. 심지어 어제 경기는 9시 45분 쯤에 끝날정도로 짧은경기였는데 말이죠.”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는 어떻죠? 아무리 이벤트 매치라고는 하지만 그냥 집에 가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혹시나 ‘한정판 피규어 추첨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추첨은 6회 말 이후 클리닝 타임때 끝났다. 그 말인 즉, 이 자리에 남아있는 팬들은 정말로 지금 이 경기장에 있는게 너무 즐거워서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이 새로운 응원문화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갈겁니다.”

“그럼 우리 영상은 아주 큰 화제가 되겠네요?”

다운의 말에 심슨이 씨익 웃었다.

“아마 앤디는 다음 홈 경기까지 응원도구를 더 만들어야할겁니다.”

***

[레이스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카를입니다. 인터뷰 괜찮을까요?]

카를은 레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인사였다. 그래서인지 지목을 받은 사람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만나서 반가워요 카를! 꼭 한 번 실물로 보고싶었거든요! 항상 영상 즐겁게 잘 보고 있어요!]

[하하! 고마워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본인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탬파에 사는 17살 짐이에요.]

[짐! 그럼 저희 채널 영상을 항상 즐겁게 본다고 하셨는데, 어떤 영상이 제일 재미있었나요?]

[최근 영상중에서는 페퍼 여사님이 나왔던 영상이 재밌었다고 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짐도 같은 의견인가요?]

[아뇨. 물론 그것도 감동적이고, 레이스가 올드 팬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알 수 있었던 좋은 영상이긴 하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투데이 라커룸 시리즈가 제일 재밌어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선수들의 생활을 엿볼수 있게 해주는거잖아요.]

[와우 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상도 투데이 라커룸이에요! 제가 처음에 그 기획을 들고가서 허락받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왜? 아, 인터뷰 한 명만 하고 말거냐고? 아니지. 빨리할게.]

다시 정신을 차린 크로포드가 짐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늘 최소 10명의 인터뷰를 따야해서 빠르게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짐.]

[전 준비되어 있어요.]

[좋아요 짐. 가장 최근에 직관하러 온 것이 언제죠?]

[이번 홈 개막 시리즈 세 번째 날이요.]

[리키의 등판일이었군요! 그때와 비교해서 오늘 경기는 어땠어요?]

[음······. 뭐랄까? 좀 더 에너제틱 했던 것 같아요. 알잖아요 그 응원들 때문에 말이죠.]

[그렇죠. 개막 시리즈때는 조금 더 차분했었죠.]

[맞아요.]

[하지만 오늘 경기는 대대적으로 구단 차원에서 응원을 권장하고, 찬 역시 큰 목소리로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었죠. 그래서 팬 여러분 또한 잘 따라주셨구요. 직접 겪어본 응원은 어땠나요?]

[음······. 솔직히 처음에는 안좋게 생각했어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제 친구들 사이에서 야구는 정적이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즐기는 따분한 스포츠라는 이미지에요. 10대들은 조금 더 박진감 넘치고, 몸을 부대끼며 자신의 야성미를 발현할 수 있는 미식축구나 농구, 혹은 축구를 더 쳐주죠.]

[그러나 본인은 아니란거죠?]

[하하! 아니에요. 저도 저런 스포츠 좋아해요. 미식축구도 하고있는걸요.]

[그럼 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되나요?]

장난이 섞인 크로포드의 질문에 짐 역시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요? 하하! 그래도 저는 야구광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덕에 야구를 좋아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직관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1쿼터면 1쿼터, 하프타임이면 하프타임. 딱 맞춰진 시간 동안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서 야구는 텀이 길어서 너무 지루했거든요. 솔직히 개막 시리즈때도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보러오지 않았을거에요. 지루하고, 앉아있으면서 뭔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조용히 기다려야하는 그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너무 싫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일로 오시게된건가요?]

[이번 예매 전쟁에서 어쩌다보니 승리하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양도가 안됐죠.]

E-티켓이다보니 양도는 물론이고 본인이 아니라면 구장에 들어올 수도 없었다.

[취소를 하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티켓이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무조건 가서 굿즈들을 받아오도록 해! 갔다오면 네가 갖고싶어했던 이 할애비의 올드 머스탱을 주마!’라며 딜을 거시더라고요?]

[머스탱에 넘어가신거군요.]

[원래는 그랬죠. 하지만 만약 야구장의 분위기가 오늘과도 같으면 계속해서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만큼은 미쳐날뛰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요즘 폼이 안좋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었는데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에요.]

이어진 인터뷰들도 짐의 의견과 비슷했다.

[오늘 여기 온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직장에서 오늘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 스트레스를 다 풀고가는 느낌입니다! 응원하다가 중간에 상사 욕을 했는데도 아무도 몰라요! 하하하!]

[그······. 혹시 그 상사분이 이 영상을 볼 수도 있는데요?]

[아앗! 카를 혹시 그 모자이크 가능합니까?]

[음성변조까지 해드릴 수 있어요. 혹시 모르니까 의상 색도 뭉개드릴까요?]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제발요······!]

[음······. 솔직히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야구하면 원래 퇴근하고 소파에 몸을 던지고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보는 그런 스포츠잖아요.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 보다는 TV로 보는게 훨씬 플레이가 잘 보이기도 하고요. 구장에 오는거? 내가 좋아하는 팀을 서포팅한다는 의미밖에 더 있었겠어요? 가끔 와서 선수 사인도 받고 하는 그 정도가 다였죠. 근데 오늘 새로운 의미를 찾은 것 같네요. 집에만 있었다면 결코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순 없었을테니까요. 그리고 오늘은 뭔가 제가 진정한 의미에서 레이스와 한 팀이 된 것 같이 느껴졌어요. 특히나 그 ‘마!’응원을 할때는 정말······.]

[재밌었어요! 짝짝짝짝짝! 비어~ 만 히트! 아빠 다음에 또 와요!]

[아빠 나도!]

[하하 그래그래!]

물론 좋은 평가만 있는건 아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팬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였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었어. 만약 계속 이런 응원이 이어지면 난 더 이상 여기 올 수가 없을 것 같아.]

[내가 미식축구 구장에 있는건지 야구장에 있는건지를 모르겠네.]

편집된 영상을 모두 검토한 다운은 곧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바로 올려.”

“부정적인 평가는 안잘라도 될까요?”

크로포드의 말에 다운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원하는건 긍정적인 평가들이지.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있어야 개선방향이 나오는거야. 브래드.”

“네.”

“앱으로 지난 경기에 오셨던 25000분에게 설문조사를 돌리세요. 그리고 그 결과를 탬파권역 언론사들에게 뿌리고요.”

“질문사항은요?”

“적당히 넣으세요. 어차피 그 설문에서 중요한건 두 개 뿐이니까요.”

“긍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의 연령대, 그리고 ‘다시 이 구장에서 이런 대형 응원을 하고 싶은가?’겠군요.”

“맞아요. 아무리 시끄러운 응원이 싫은 사람이라도 죽어가는 메이저리그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젊은 이들을 끌어들여야한다는 건 알고있겠죠.”

영상만 봐도 젊은 층은 이런 응원전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 점을 인지시키면 고개를 들던 불만도 조금씩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케빈 선수단 반응은 어때요?”

캐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고지. 자신을 욕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팀을 응원하는 소리잖아.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팬들의 규모나 응원은 곧 든든한 백이나 다름없는거야. 그러니까 저기 저 양키스나 다저스 선수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거고. 다른 팀이랑 붙을 때 뒤에 엄청난 팬들이 든든히 받혀주고 있다는걸 아니까 그럴 수 있는거지.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그런 기분을 어디 느껴나 봤겠어? 다들 다음 홈 경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좋아요. 그럼 카를. 어제 경기에 대한 선수들의 인터뷰도 찍어서 올려. 방향은 알지?”

“다음 경기에서도 팬들의 도움이, 함성이, 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면 될까요?”

“퍼펙트.”

“알겠습니다! 케빈 지금 선수들 그라운드에 있죠?”

“어? 어.”

“내일 원정 떠나기 전에 빨리 찍어야겠네요! 단장님 바로 가봐도 될까요?”

“출동해.”

다운의 허락을 받은 크로포드가 헐레벌떡 자리를 떴다.

“브래드. 그 설문에 어떤 응원도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도 넣어줘. 다음 홈경기까지 고작 10일밖에 없다고.”

재정을 더 채울 수 있는 새로운 구석이 나타났다는 것에 러셀이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빛나는 눈빛은 얼마가지 않았다.

“아 참! 그리고 설문에 참가하신 분들에게는 레이스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달러짜리 쿠폰 한 장씩 드리세요.”

“단장님! 한 명당 10달러면 총 25만 달러라고요! 땅 파면 25만 달러가 나오는게 아닌······.”

“길게보자고요 앤디. 어차피 그 사람들이 10달러짜리 쿠폰을 쓰려면 구장에 와야해요. 구장에 오면 10달러만 쓰겠어요?”

“물론 압니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설문에 참가하게 만들고, 그들이 다시 구장에 올 수 있다는것도 아는데······.”

아는데 아까운거다. 하지만 다운은 그런 그를 진정시킬 한 마디를 남겨뒀다.

“구단주님이 특별히 10만 달러는 지원해주신다고 했어요.”

순식간에 러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곧바로 진행하도록 하죠! 가자고 브래드!”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하는 러셀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머금었다.

“앤디 저 친구는 참 안바뀐다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원정 잘 다녀오십쇼.”

“알겠어요. 브래드만 믿을게요.”

이제 방에 남은건 다운과 캐시 뿐이다. 평소라면 이미 심슨과 함께 자리를 떴을 캐시. 그가 자리에 남아있다는건 다운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선수단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 216화 - 문제라도 있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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