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05화 (205/268)

< 205화 - 그의 야망(2) >

마르코 루이스의 합류 효과에 따른 레이스 타선의 강화

오늘은 레이스 타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한다.

단 세 경기에 불과하지만 루이스는 레이스 팬들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필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조금은 앞섰다. 이유는 개막 후 그의 성적때문이었다.

내셔널스 소속 개막 직후 세 경기

14타석 12타수 2안타 1볼넷 0홈런 3타점 5삼진

데뷔 후 계속해서 있었던 내셔널스를 떠난다는 것과, 해외에서 치르는 시리즈라는 점 때문에 그의 완벽한 컨디션을 추측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12타수에서 고작 2안타, 그리고 14타석을 소화하면서 삼진을 다섯 번이나 당하고 볼넷은 고작 한 개 밖에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걸렸다.

하지만 루이스는 이적 후에 이 모든 우려가 헛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레이스 이적 후 두 경기

10타석 6타수 5안타 3볼넷 2홈런 8타점 1삼진

내셔널스에 있을 당시에는 집중견제를 받아왔다. 올 시즌도 그건 마찬가지. 수도 없는 견제를 혼자서 헤쳐나가려다보니 마음은 급해지고, 볼은 골라낼수도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레이스에서는 다르다.

1번 타자 - 네이선 드레이크 - SS

2번 타자 - 알렉스 스프라우트 - CF

3번 타자 - 마르코 루이스 - RF

4번 타자 - 배리 브래넌 - DH

5번 타자 - 알버트 서머스 - 3B

6번 타자 - 패트릭 비어스 - LF

7번 타자 - 사무엘 비어만 - C

8번 타자 - 덕 흘로첵 - 1B

9번 타자 - 제수스 로드리고 - 2B

올 시즌의 레이스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가 꽉 들어차 있다.

드레이크와 스프라우트는 시즌 초반부터 타격 리더보드 상단을 싹쓸이하고 있고, 브래넌은 은퇴시즌인 올해에도 2할 후반에 홈런 다섯 개를 때려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서머스는 건강하기만하면 2할 후반에 20홈런 이상은 언제든지 해줄 수 있는 솔리드한 3루수고, 비어스 역시 타격에 있어서는 나무랄데가 없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풀타임을 뛴다면 MVP경쟁도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비어만은 물론이고, 그나마 가장 약한 타자라고 할 수 있는 흘로첵조차 한 방이 있는 타자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영입한 로드리고는 산 아래에서도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내셔널스 시절과는 다르게 모든 타선이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루이스를 피해가더라도 다음 타자가 브래넌, 그 다음은 서머스이다보니 어려운 승부를 걸 수가 없는 것이다.

한결 마음이 편한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다보니 루이스는······.

“단장님 파트장들 모두 모였습니다.”

리타의 말에 다운은 칼럼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번 회의실?”

“네. 마실건 뭘로 하시겠습니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리타에게 주문을 한 다운은 곧장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때 그 놈이 딱 공을 후리는데! 크······.”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야.”

“내 말이. 조니 그 놈이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선수 보는 눈은 진짜 정확하다니까?”

“허 거참! 아직도 사위가 마음에 안들어?”

“내가 혼자서 어렵게 키운 딸내미를 데려갔는데 마음에 들 수가 있나! 그래도 업무적으로는 인정하니까······.”

“네가 혼자 키우기는 무슨! 선수 본다고 뻔질나게 돌아다니는 네놈 때문에 맨날 우리 집 와서 밥먹고, 공부도 맨날 혼자하고. 미키는 혼자 컸지.”

“그것도 내가 벌어준 돈······.”

“미키는 아빠가 필요했을걸요? 요즘 우리 애들을 보면 애들에게는 돈 벌어오는 아빠도 좋지만, 집에서 놀아주는 아빠도 필요하다는 걸 매일 느끼거든요.”

“젠장······. 맞는 말이라 뭐라 할 수가 없구만.”

“이제는 카를에게도 한 방 먹는건가? 하하!”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팀이 개막 이후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보니 회의실의 분위기는 밝았다.

“다들 무슨 이야기 중이셨어요?”

“하하 별 이야기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거 알죠?”

다운의 말에 거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스탠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조니 이야기가 나왔고, 미키가 혼자 잘 컸다는 이야기로 흘러갔죠.”

“젠장······.”

“스탠하우스가 왜요?”

“잘하고 있답니다. 조니와 단장님의 선수 보는 눈은 정말 알아줘야한다고 하더군요.”

“거스가 인정해줬다니까 기분이 좋은데요?”

“허어. 단장님이 무슨 제가 인정해야지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위치도 아닌데, 무슨 그런 말씀을.”

“물론 그런 위치는 아니지만, 거스의 인정이라면 가치가 있죠. 안그래요?”

“하하! 맞습니다! 거스 아닙니까 거스!”

“이제 단장님도 누르는거에요 거스?”

주변의 반응에 거스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본 다운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하하! 거스 주름이 더 깊어지면 안되니까 다들 그만합시다. 그나저나 어떻게 잘하고 있어요?”

“타석에서의 접근법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매 타석마다 공격적으로 달려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을 겪은 다음부터는 조금 여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여유라······.”

루키와는 정말 안어울리는 단어다.

“이번 시즌은 상대 투수를 공격하겠다는 스탠스가 아니라, 해부하고 공략하겠다는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탠하우스의 장점이 선구안과 컨택능력 아니겠습니까?”

“투수에게는 최악의 적이 등장했네요.”

“골라낼 공은 골라내고, 치기 힘든 공은 커트하고, 좋은 공만 골라서 때려내다보니 장타도 잘 나오는 모양이더군요.”

“한층 더 발전했네요.”

“그런 셈이죠. 발전가능성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친굽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다.

“고마워 리타.”

리타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받은 다운이 스타트를 끊었다.

“마르코에 대한 평가는 어때요?”

오늘 막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캐시 감독도 집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좋아. 본인도 즐기고 있는 모양이고. 내가 생각했을때는 내츠에 있을 때의 상황과는 다르게, 본인이 모든 것을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한 것 같더라고.]

내셔널스에 있을때는 23살의 어린 자신에게 모든 기대감과 관심, 거기에 상대팀의 엄청난 견제까지. 이 모든 것들이 쏠렸다.

“아무리 스타라고는 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이 쏠리긴 했죠.”

“맞습니다.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속은 애니까요.”

하지만 여기 레이스에서는 자신을 뛰어넘는 명성을 가진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으며(파인트, 브래넌), 자신보다 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어린 선수들도 있다(비어만, 드레이크). 그리고 비슷한 나잇대의 선수들도 많았고, 조언을 해줄 베테랑들도 포진해 있었다. 팬들의 기대도 그 혼자서 지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수단과의 관계는 좋습니까?”

[밝고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를 싫어하는 선수들은 우리 선수단에는 없어.]

“케빈이 평가하기에 실력은요?”

[두말할 필요가 있나? 성적이 모든걸 말해주고 있잖아. 훈련에서도 좋아. 내 생각보다 훨씬 수비도 좋고, 선구안은 두말할 것 없는 수준이고.]

“훈련태도는요?”

[애초에 태도가 좋지 않았으면 3번으로 넣지도 않았겠지. 자네가 그런걸로 나한테 눈치주는 타입은 아니잖아?]

“흠······. 그렇단 말이죠?”

선수단과의 사이도 좋고, 실력도 있다. 돈 문제만 아니라면 잡지 않을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고마워요 케빈. 이제 막 돌아와서 힘들텐데 쉬지도 못하게 했네요. 어서 쉬세요.”

[별말씀을]

캐시가 연결되어 있던 화면이 꺼졌다.

“우리 팀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는 아니라는게 증명되었네요.”

이렇게 되면 그가 계약을 거절했던 이유들이 중요해진다.

“혹시 중요한 정보를 얻어온 사람?”

그렇게 말했지만 다운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보라스가 그렇게 정보관리에 소홀한 사람도 아니고,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뭔가를 파헤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운의 생각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피트.”

운영파트장 클라인이었다.

“제 오랜 지인이 이번에 내츠에서 은퇴했습니다. 그에게서 유효할 수 있는 정보를 좀 들었죠.”

다운을 비롯한 파트장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2년 전만 하더라도 루이스는 내츠와 연장계약을 할 생각이 있었답니다. 그 당시에 내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았죠.”

팀의 선발진을 지탱하던 에이스, 칼스버그는 끝을 알 수 없는 부상의 수렁에서 헤메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원투펀치를 맡아줄 것으로 예상했던 제퍼슨은 지난 시즌 최다패 투수의 멍에를 둘러썼다.

투자는 실패하고, 올라오는 유망주들은 없는 상황. 마치 서부지구의 어떤 팀을 보는 것 같았다.

“에인절스같군.”

하는 장기계약마다 실패한 덕분에 토켈슨과 호시노의 전성기는 매 년 낭비되고 있었다.

“구단주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겁니다. 그래서 구단을 유지하는 대신 매각을 결심했죠.”

“매각? 진심으로?”

다운은 클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구단주 모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말은 들었어요. 하지만 유예기간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아직까지 러너 가문이 경영을 맡고는 있으니까요. 제가 듣기로는 2030년까지는 어떻게든 구단을 정상화시켜볼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바지 단장을 앉힌거고요.”

거기까지 말한 다운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루이스는 만약 그 정상화가 실패하더라도 구단에 묶여있어야만 하는거군요.”

“맞습니다. 루이스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구단이 정상화를 실패했을 때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예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잖습니까.”

마이크 토켈슨. 19살의 어린나이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13년간 평균적으로 8.7War를 기록한 미친 커리어를 지닌 선수. 하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에 세 번 밖에 나가지 못했다. 심지어 그 세 번 중 두 번은 와일드카드 전 패배와 탈락. 한 번은 디비전 시리즈 탈락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데뷔시즌에 경험했던 루이스로서는 무능해보이는 프런트 아래에서 토켈슨과 같은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계약을 한 것이 팬들이나 자신에게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러너가문이 구단을 비싼 값에 팔 명분으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죠.”

“자신은 여기에 묶어두고, 러너가문은 돈을 벌어서 탈출하는 꼴은 보고싶지 않았나보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진행할 당시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기 전에 구단 매각 시 옵트아웃 가능’이라는 조항을 넣으려고 했답니다.”

그 조항이 있었다면 러너가문은 어쩔 수 없이 내츠를 쥐고 어떻게든 투자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제 값을 받고 구단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킬 정도의 투자는 해야하니까. 하지만 이미 칼스버그와 제퍼슨이라는 먹튀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한 러너가문은 그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돈으로 어떻게든 회유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루이스는 그에 넘어오지 않았고, 결국에는 레이스로 트레이드되기에 이른 것이다.

“덕분에 대강 머리가 정리됐네요. 고마워요 피트.”

이제는 보라스와 어느정도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 205화 - 그의 야망(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