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90화 (190/268)

< 190화 - MVP급 외야수는 어디로? >

“우리 구단 앞으로 트레이드 제안이 정말 많이 들어와있어요. 두 사람을 노리고 말이죠.”

다운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었다.

“하나는 에릭이고, 다른 하나는 세드릭이에요.”

둘 다 레이스에는 이미 들어차 있는 포지션이다. 그러다보니 그 포지션에서 보강을 원하는 구단들이 일단 연락해서 찔러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강을 해야할만한 곳은 외야말고는 없잖아.”

선발은 넘치고 있고, 불펜은 메이저리그에서도 1위를 다투는 강력함을 자랑한다.

포수는 MVP 컨텐더가 된 비어만이 버티는데다가 1루에는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흘로첵, 그리고 언제든지 백업으로 나설 수 있는 윌슨까지 있다.

2루에는 새로 영입한 로드리고가 자신의 성적이 쿠어스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절치부신하고 있는 중이다.

3루의 서머스와 드레이크가 맡고 있는 유격수자리 역시 든든하다.

현 시점 레이스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외야 백업이 부실하다는 것 말고는 짚을 수 없었다.

“최근에 마르코 루이스 계약 틀어진거 아시죠?”

마르코 루이스

내셔널스의 사정상 18세에 데뷔한 이후로 멈추지 않는 성장을 거듭하며 에인절스의 토켈슨과 필리스의 대처가 세운 최연소 기록들을 대부분 갈아치운 야구계의 신동!

내셔널스가 자랑하는 슈퍼스타 중 한 명으로 근 3년간 내셔널리그 MVP 싸움에서 항상 3위 안에 이름이 올라있었던 슈퍼스타인 바로 그 선수다.

루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선구안이다. 아웃 존 스윙율이 13.2%로 메이저리그에서 1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존에 들어오는 공은 때리고, 그게 아닌 공은 걸러내는데 특화되어있다보니 삼진이 100개 이상이었던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다가 2할 중후반은 최소한으로 때려줄 수 있는 정확도와 30개 전후의 공을 담장으로 넘길 수 있는 파워까지 얹었으니, 타격에 있어서는 루이스를 따라갈 수 있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수비에서는 약점이 조금 있긴 했다. 기본적으로 외야 전반을 소화할 수는 있지만, 우익수 자리를 제외하고는 수비력이 마뜩치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레이스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존에 우익수를 맡고 있는 스프라우트는 원래 중견수를 보던 선수고, 마이어 역시 외야 어떤 포지션에나 최상급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종합해봤을 때, 루이스는 현 시점에서 외야수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선수라는 것이다.

그런 선수의 소식을 캐시가 모를리가 없었다.

“알지. 에이전트가 보라스잖아. 듣기에는 17년 5억 달러를 요구했다던데.”

루이스의 나이가 올해 23살. FA 첫 시즌에 25세가 된다는건 정말 말도안되는 엄청난 강점이었다. 그래서 보라스가 17년 5억 달러라는 미친 금액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매물로 올라왔어?”

“네.”

루이스와의 협상이 틀어지는 순간 그가 트레이드 매물로 올라올거라는건 야구팬들의 99%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마크 러너가 있는 러너 패밀리의 추정자산은 약 68억 달러(한화 약 8조 8270억 원)로 메릴랜드 주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루이스에게 5억 달러라는 거금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처음에는 계속해서 돌았다.

마크 러너도 보라스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고, 루이스 역시 돈만 준다면 내셔널스에서 계속 있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었으니까. 그래서 둘 사이에서는 꾸준히 협상 테이블이 있어왔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자 상황이 변했다.

마크 러너 구단주는 2019년 우승을 차지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구단의 체질을 개선하고 싶어했다. 지난 겨울 구단주 단장 파티에서는 적자를 개선하면서 리빌딩에도 능하다는 다운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했었다. 물론 글라이드가 버럭하면서 쫓겨나긴 했지만.(다운도 우승만 하면 단장이 아니라 차기 구단주가 되는 상황이라 이직할 생각은 없었다.)

“마크 러너는 적자가 계속되는 구단에 5억 달러나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요. 거기다가 최근에는 보라스 사단에게 당하기도 했잖아요.”

보라스의 고객 중 하나이자 대처의 바로 전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1순위로 뽑혔던 스티븐 칼스버그는 장기계약을 맺고는 바로 뻗어버렸다. 계약 시작 직후 2년을 날린 그는, 복귀하자마자 다섯 경기만에 또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물론 내츠 입장에서는 칼스버그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어요.”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우승직후였던데다가 팬들이 사랑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냈다가는 내츠 팬들에게 아마 수없이 후두려맞지 않았을까?

뭐 다운이 있던 시절 양키스처럼 후두려맞으면서 리빌딩 하는 방법도 있긴했다. 하지만 내셔널스가 양키스만큼 팬층이 탄탄한 구단은 아니라서, 그런 선택을 하는건 불가능했을거다.

여하튼 러너는 또 한 번 그런 악성 계약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 협상이 틀어지게 되면서 이제 내츠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어요.”

그 선택지는 캐시 역시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대가를 받고 파는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아있는 기간은 줄어들거고, 트레이드 대가는 떨어질거다. 물론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에 패닉바이를 하는 구단에 비싸게 팔아먹는 방법도 있다.

“마감시한까지 쥐고있는거 아닐까?”

“아뇨. 내츠는 절대 그렇게 못할거에요.”

지난 겨울부턴 레이스 단장을 맡기 시작한 빌 예이츠는 트레이드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초짜 단장이다. 심지어 이전에 야구계에서 일하던 사람도 아니다.

“단장들 사이에서 러너 앤터프라이즈 내부에서 욕받이로 한 명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러너 앤터프라이즈는 마크 러너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의 이름이다.

“무능할거라는 이야기군.”

“적어도 유능할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뭐 어찌됐건 그 옆에 붙어 있거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만큼은 진짜니까, 아예 트레이드를 망치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다 되어서 긴박한 상황에서의 트레이드는 절대로 하지 않을거에요.”

단장이 모든 정보를 머리에서 정리하고, 최종결정까지 내릴 수 있어야지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라는 그 쫄깃한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향해 나갈 수 있다.

프런트를 포함한 주변의 서포트 없이는 혼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하는 예이츠에게는 지금 이 시기가 루이스를 팔 수 있는 최고의 적기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비행기 타기 전에 제안은 던져놨어요.”

“에릭이랑 세드릭은 넣었을거고······. 에스코바를 넣었으려나?”

“아뇨. 비니를 넣었어요.”

다운의 말에 캐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비니를 넣었다고?”

비니 맥그리프는 이제 2년차 서비스타임을 보내고 있는 유망한 선발자원이다. 지금이야 선발진에 자리가 없어서 불펜으로 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어도 3, 4선발까지는 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이기도 했다. 다운도 나름 꽤 아낀다고 알려진 선수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쩔 수 없죠. 에릭은 4년차를 보내는 롤러코스터 기질이 있는 선수고, 세드릭 역시 탑으로 평가받는 유망주는 아니니까요. 레이스 팜 내 5위 안에 들었던 선수 하나 정도는 내줘야 저쪽에서도 혹할거에요.”

하긴. 자신이 내셔널스 단장이라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루이스를 주는데 즉전 두 명 정도는 물론이고 최상위 유망주는 적어도 하나 정도는 받아야 성이 찼을 것 같다.

“셋만 제안했어?”

“아뇨. 나머지 한 자리에도 블랜튼을 넣었어요.”

블랜튼은 포수부터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슈퍼 유틸리티로 타격은 떨어지지만 최근 선구안이 개선되면서 출루율 자체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망주였다.

“즉전 투수, 야수, 유망한 투수와 야수까지. 완전 풀 세트구만.”

“그래도 거절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일단은 지켜봐야죠. 최대 에스코바까지는 투자할 생각이거든요.”

“평소에 하던 트레이드 스타일이 아닌데?”

“그만큼 이번 시즌 레이스 우승에 진심인거죠. 여튼 비니가 빠질 수도 있다는걸 알려드리려고요.”

“그러면 그 자리는 알마다가 메우겠구만.”

“좌완을 원하신다면 윌슨도 있어요.”

“예전이었다면 좌완이 나았을수도 있지. 근데 지금은 잘 하는 친구가 좋아.”

예전처럼 핀포인트 교체가 가능한게 아니라, 불펜도 올라오면 최소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내려올 수 있었다. 그래서 좌우타자를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이다.

“알렉스한테 이야기하는거 잊지 말고.”

“지금 바로 이야기하죠.”

“흠흠! 그러면 라우트를 중견으로 쓰고, 루이스를 우익수로······.”

행복한 상상을 하는 캐시를 두고 자리로 돌아온 다운은 옆 자리에 있는 프레슬리를 호출했다.

“알버트 좀 데려와.”

“넵!”

곧 프레슬리가 서머스와 함께 돌아왔다.

“알버트. 이번 개막전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며.”

개막전 이야기가 나오자 서머스의 눈에 불이 붙었다.

“케빈 트로이 그 자식 이번에는 이길 수 있어요! 단장님 저 못 믿어요?”

“단장 자리는 객관적인 성적과 지표를 바탕으로 해야하는거지 믿음으로 하는게 아니야. 구단 말아먹을 일 있어?”

“하지만······.”

역시나 서머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런 표정이 나오는것이겠지.

“하지만 케빈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더라고. 너한테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더 줘야한다고 하더라.”

“보스가······.”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라인업 선발에 있어서만큼은 감독의 권한이 더 높아. 그래서 넌 이번 개막전에 선발로 뛰게될거야.”

“예쓰!”

서머스가 만세를 불렀다. 다운은 그런 그에게 일부러 굳은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알아둬. 만약 이번에 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케빈이 반대하더라도 어떻게든 다른 선수를 보낼거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래. 가봐.”

서머스와의 대화를 마무리한 다운이 다시 프레슬리를 불렀다.

“댄. 알렉스 좀 데려와.”

“윌슨요?”

“그럼 라우트겠어?”

“둘 다 이름은 알렉스잖아요.”

어깨를 으쓱한 프레슬리가 곧 윌슨을 데리고 돌아왔다. 윌슨은 또 다시 굳은 표정으로 다운의 앞에 앉았다.

“트레이듭니까?”

다운은 굳어있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오 제발 알렉스. 내가 말했잖아. 우리는 절대 널 트레이드하지 않을거라니까? 그건 너와 나의 약속이야. 물론 1000만 달러를 주면서 보낼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거든. 그러니 이제 그 고민은 좀 접어두는게 어떨까?”

“후우······. 단장님이 부르면 그 생각밖에 안드는걸 어떡합니까?”

“내가 그런 이미지야?”

“적어도 저한테는요.”

“앞으로 이미지에도 신경을 좀 써야겠구만. 여튼 부른건 그 이유가 아니라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기 위해서야.”

“제가 원하면 다시 포수로 돌려주십니까?”

윌슨은 성실하다. 그리고 정말로 군소리를 하지 않는 선수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런 선수이기에 조금 더 해보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바로 포수로 갈 수 있냐는 말이 나오는걸 보니 마음고생이 심하긴 했던 모양이다.

“네가 원한다면. 대신 출장시간은 보장해줄 수 없어.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른 포지션으로 출장할 수도 있어.”

“그래도 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야구가 안돼요.”

“좋아. 그럼 한국에 도착하면 곧바로 바꿔줄게.”

해외에서 치뤄지는 개막전인데다가 경기 이틀 전에 개막 장소에 미리 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 구단별로 예비 스쿼드 다섯 명이 동행하게 되었다. 혹여나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다운과 이야기한 윌슨은 한결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떠났다.

그리고 8시간 뒤

레이스 선수단이 한국 땅을 밟았다.

< 190화 - MVP급 외야수는 어디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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