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어디로 바꾸면 되죠? >
23년 다운이 그토록 원했던 픽. 하지만 오리올스가 앞서 채가는 바람에 얻을 수 없었던 선수. 그리고 록하트를 판매하면서 다시 데려올 수 있었던 선수.
그게 바로 메이슨 스탠하우스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프로세계에 발을 내딛은 루키에 불과했다.
“스탠하우스가 몇 살인지는 알고 계신거죠?”
“이제 한 달 뒤면 18세가 되겠군요.”
“그런 선수를 빅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시키자고요?”
“기준은 충족하잖습니까?”
스프링 트레이닝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다른 구단에서는 또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을테지만, 레이스에서는 여기에도 엄격한 기준이 있었다.
-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적어도 더블 A에서 한 경기 이상을 뛰어야한다.
그리고 스탠하우스는 이 기준을 오리올스에서 충족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말이다.
“지난 시즌 오리올스에서 올린 성적입니다.”
루키리그 - 3경기 17타석 14타수 3안타 1홈런 3볼넷
싱글 A - 34경기 121타석 108타수 32안타 8홈런 22볼넷 1삼진
더블 A - 15경기 53타석 40타수 17안타 3홈런 8볼넷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네요.”
“그게 내가 스탠하우스를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로스터에서 보고싶은 이유지.”
플래너건 부녀의 대화에 로벨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프로에 점점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거야! 심지어 레벨을 올라갈때마다 이전 단계에서 겪었던 문제점들을 고쳤더라고.”
“그래서 성적이 계속해서 좋아졌던건가?”
“내 생각엔 그래. 그리고 고무적인건 세 단계 모두를 통틀어 삼진이 하나밖에 없어.”
삼진이 없다는건 두 가지를 의미한다. 선구안이 무척 좋다는 것이거나, 아니면 공격적으로 타구를 노린다는 것이거나. 스탠하우스는 양 측의 기질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볼넷이 꽤 있는걸로 봐서 선구안도 좋은데, 타석에서의 마인드 자체는 공격적이다?”
“맞아. 배드볼 히터 기질이 조금 보이긴 해. 스트라이크 존 낮은 곳으로 들어가는 공에 배트가 자주 나오거든. 근데 신기하게 그 공들을 모두 때려낸단 말이지. 메이슨이 때려낸 홈런들 중에서 절반 가량이 존 아래로 떨어지는 공에서 나왔어.”
“낮은 코스에 자신감이 엄청난가보네. 그럼 필연적으로 높은 코스에 약점이 있을텐데?”
“낮은 코스보다는 타율이 떨어져. 특히나 홈런성 타구는 더더욱 안나오고. 하지만 여기에 약하다고 하기에는 힘든게, 높은 코스의 공을 때려 인플레이 타구로 만든 것 중에서 대부분이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갔어. 문제는 그 코스로 덤비는 투수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거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잘 맞았을 때 나오는 타구다. 그 말은 곧 스탠하우스가 높은 공도 잘 때려낼 수 있는 스윙을 갖추고는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는 더 많은 표본이 나와봐야 알 수 있기는 했다. 애초에 싱글 A까지의 투수들은 하이패스트볼을 잘 구사하지 않는다. 프로의 초기단계에 있는 투수들에게는
1. 낮게 제구하라.
2. 그게 아니라면 자신감 있게 공을 존으로 욱여넣어라.
두 가지의 조언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애초에 하이 패스트볼은 변화구라던가 낮은 코스로의 제구가 뒷받침되어있어야지 힘을 받는 공이다. 그러다보니 낮은 단계의 마이너리그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는 없었을거다.
“게다가 명분도 충분합니다. 우리 레이스 소속으로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했던 선수이기에 조금 더 가까이서 테스트 해보고싶다는 명분요.”
거스의 말에 캐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의 성적을 올린 루키라면 옆에서 보고싶긴 하네. 그리고 단장님 개인적으로는 다른 이유로도 한 번 올리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유죠?”
“지금까지의 성적을 봤을 때, 스탠하우스는 프로에 와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여기 성격란에 아주 겸손하고 향상심이 엄청난 친구라고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아마추어일 적의 성격이잖습니까?”
“그러니까 케빈의 말은 한 번쯤 눌러줄 필요가 있다는거죠?”
다운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자 캐시는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저희가 단계별 콜업이라는걸 만든 이유가 뭡니까? 어린 선수들이 이른 성공을 겪고 지나치게 방탕하거나 오만해지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잖습니까. 스탠하우스는 지금 정확히 그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프로에 와서 아예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요. 진짜 메이저리거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경험하게 만들면 추후 성장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겁니다.”
팜 디렉터인 거스에 팀을 맡아 운영하는 캐시까지 스탠하우스를 원한다. 그리고 솔직히 다운도 저런 성적을 올린 스탠하우스가 과연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긍하기도 했다.
주요 결정권자 세 명의 의견이 합일되었으니 결론은 금방 나왔다.
“한 번 올려보도록 하죠. 그리고 피트는 미키하고 협의해서 각 에이전시들에게서 온 초청선수 명단을 검토해보세요.”
다른 구단과의 계약이 끝났지만,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이 보통은 초청선수 명단안에 들어간다. ‘팀을 구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에 당장에는 데려올 수 없다. 남은 기간동안 그들이 팀을 구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미리 정리를 해놔야지 필요할 때 초청장을 보낼 수 있다.
“자리는 몇 자리로 할까요?”
“외야 셋, 내야 둘을 맥시멈으로 잡으세요.”
“그렇게 알고 명단 정리하겠습니다.”
로스터에 관한 내용을 일단락지은 다운은 심슨과 크로포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국에서 오는 팬들 맞을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숙소부터 투어 코스까지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중간에는 자율행동하는 시간도 넣어서 구진환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놨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었죠?”
“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체크한 다음에 리타에게 일정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크로포드에게 용건은 없지만, 아직 심슨에게는 용건이 남았다.
“브래드.”
심슨은 다운이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단장님이 지시하신대로 연말에 코스트코, 아마존닷컴, 디즈니에 모두 저희가 시호크스의 구장 네이밍 라이트를 얻었다는 정보를 흘렸습니다. 그리고 세 곳 중에서 두 곳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어디어디에서 왔죠?”
“코스트코와 아마존닷컴입니다. 디즈니 쪽에서는 관심이 없지는 않은데, 마블 시네마틱 랜드와 한 시간은 넘게 떨어져있는 사직야구장의 네이밍 라이트를 굳이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지은 것 같더군요. 그에 비해서 남은 두 곳은 꽤나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제안왔나요?”
“두 곳 다 제안이 왔습니다.”
“얼마를 준다던가요?”
“우선 아마존에서는 5년간 연 850만 달러를 불렀습니다.”
레이스가 매 년 네이밍 라이트에 지불하기로 한 금액이 150만 달러다. 그걸 제하고서도 레이스는 무려 700만 달러를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대신, 온라인 티켓이라던가, 시호크스의 유니폼을 판매하는 경우는 무조건 아마존닷컴이 인수한 21번가를 이용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아마존이라면 850만 달러는 껌값이나 다름없을거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마존에게 850만 달러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당연히 저런 조건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저 부분은 시호크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네요.”
시호크스의 티켓 판매 방식은 다운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물론 신민국 단장이라면 그 어떤 제안이라도 다운이 요구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말이다.
“만약 저 조건이 빠지면 어떻게 되나요?”
“연 600만 달러를 지불하겠답니다.”
조건 하나에 250만 달러나 차이난다.
“코스트코는 어떤가요?”
“5년간 연 700만 달러를 제안했습니다.”
“조건이 있겠죠?”
“네. 하지만 아마존보다는 훨씬 가벼운 조건들입니다. 외야에 광고자리를 준다던가, 추가적으로 광고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게 끝이거든요.”
“흐음······.”
누구의 손을 잡던지 레이스에게는 이득인 제안들이다.
‘편하게 가자면 코스트코의 손을 잡는게 낫고······.’
그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는 시호크스와 협의를 본 뒤 아마존의 손을 잡는 것이 나았다.
그리고 단장은 언제나 구단의 최대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하는 존재다.
“일단 잠시 쉬고 다시 만나죠.”
다운은 휴식을 선언한 뒤 곧바로 신민국에게 전화가 가능한지를 묻는 메시지를 넣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깨운건 아니죠?”
탬파와 한국은 13시간의 시차가 있다. 지금 탬파가 정오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한국은 밤 11시라는 말이다. 오프시즌이니만큼 지금쯤 자고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하! 아닙니다. 저희 직업이 원래 밤 늦게까지 깨어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신민국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금방 잠에서 깬 목소리는 아니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아, 다름이 아니라 시호크스에서는 티켓을 어떤 식으로 팔고있죠? 현장에서 파나요, 아니면 온라인 예매로 파나요?”
[아 저희는 오직 온라인으로만 예매를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레이스에서 하고 있는 E-티켓의 선두주자가 바로 한국이었다.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는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서 다운이 100% E-티켓으로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것이고.
그런데 아마존에서 이걸 모르고 조건으로 걸었을 리는 없었다.
“혹시 예매는 어딜 이용하시죠?”
[저희 한국에는 예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트가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맡기고 있습니다.]
어쩐지.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저런 틈도 없는데 비집고 들어갔을리는 없었따.
“만약 저희가 예매하는 사이트를 다른 곳으로 바꾸길 추천드린다면 힘들까요?”
[흐음······.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그 사이트를 이용해서 예매해오던 사람들은 또 다른 사이트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예매를 해야할테니까요.]
이렇게 나온다면 또 방법이 있다.
“만약 저희가 연간 네이밍 라이트로 지원하는 금액을 50만 달러 더 늘려준다면요?”
다운이 당근을 내밀자 신민국은 곧바로 미끼를 낚아챘다.
[어디로 바꾸면 되죠? 아직 시즌 시작 전까지 세 달 정도가 남았으니까 지금부터 팬들에게 홍보를 시작하면 아무 문제 없을겁니다.]
“빠르시네요······.”
[시민구단 단장 한 번 해보시면 아마 저처럼 되실겁니다. 돈 들어올 구석이 생기면 바로 낚아채야하는겁니다.]
마치 레이스에 왔을 초창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고 협상을 해본 뒤에 결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넵 알겠습니다! 부디 그 협상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시호크스의 허락도 얻었겠다. 이제 남은건 아마존닷컴과 테이블을 차리는 것 뿐이다.
< 183화 - 어디로 바꾸면 되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