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73화 (173/268)

< 173화 - 윈터미팅의 밤은 깊어만 가고(2) >

세 시간 뒤 파트장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기본적인 정보부터 보고 시작하시죠.”

이름 : 진성찬

나이 : 27세

신체조건 : 187cm, 88kg

타입 : 우완 언더

구종 : 포심(최고 98마일, 평균 93마일), 투심(91마일), 슬라이더(90마일), 커브(77마일), 체인지업(84마일)

구종평가 : 슬라이더 ++, 나머지 +급

주요경력 : 골드글러브 투수(21, 22, 23), 다승 1위(22, 23), 탈삼진 1위(21, 22, 23), 평균 자책점 1위(23), KBO MVP(21, 22, 23), 한국시리즈 MVP(23), 정규시즌 우승(23), 한국시리즈 우승(23)

가족사항 : 배우자(24세), 아들(2세)

건장한 체격에 최근 물이 오른듯한 커리어까지.

“KBO 소속만 아니었으면 몸값이 1500만 달러는 훌쩍 넘었겠는데요?”

클라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4년 전에 왔던 윤?”

“윤경찬.”

“아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그 친구만 아니었다면 분명 1000만 달러는 쉽게 받았을거야.”

윤경찬은 4년 전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KBO출신 투수다. 진성찬의 커리어는 윤경찬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최고 95마일의 공을 뿌리는 쓰리쿼터 타입의 좌완투수인 윤경찬은 특유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데뷔시즌부터 엄청난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8년간 윤경찬이 이룬 커리어는 경이로웠다.

2012시즌 - 신인왕, MVP, 다승 1위, 탈삼진 1위, 정규시즌 1위

2013시즌 -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2위, 정규시즌 1위

2014시즌 - MVP,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2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15시즌 - MVP,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4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역대 최연소 100승 달성, 역대 최연소 1000 탈삼진 달성

2016시즌 - 다승 2위, 탈삼진 1위, 자책점 5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17시즌 - MVP,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2위, 정규시즌 1위

2018시즌 -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3위,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우승, 역대 최연소 2000 탈삼진 달성

2019시즌 - MVP, 다승 1위, 탈삼진 1위, 자책점 1위, 정규시즌 1위, 역대 최연소 200승 달성

8년간 그가 한국에서 거둔 성적을 평균적으로 계산하자면

35경기, 22승 5패, 2.83, 315 탈삼진, 203.1이닝

한국야구가 아무리 더블 A 급으로 평가받는다고 하지만, 이는 경이로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두해도 아니고 무려 8시즌동안 꾸준히 저런 성적을 기록해온 것이니까.

한국에서 더 이룰 것이 없었던 그는 FA 이후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저는 메이저리그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이런 투수가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하겠습니다!”

한국에서 8년을 뛰며 이룬 경이로운 성적 덕분에 윤경찬을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은 역대급이었다. 게다가 에이전트도 보라스가 아닌 옥타곤 에이전시.

결국 그는 다저스와 29세부터 35세 시즌까지를 커버하는 7년 1억 6100만 달러(연 평균 23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나도 그 당시에 윤경찬 엄청 추천했었잖아. 만약 우리 단장이 미쳐가지고 질렀으면 그대로 잘릴뻔했어.”

그 당시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클라인은 소름이 돋는지 팔을 연신 부볐다.

“그때까지만해도 누구도 이 계약이 다저스에게 재앙으로 다가올거라고 상상못했잖아.”

윤경찬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폭망 그 자체였다.

1년차 - 11승 11패 3.48, 174.1이닝, 233탈삼진

이때까지는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괜찮은 성적이다.’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연봉이 아깝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는 루키라는 것을 감안한데다가, 같은 해 FA로 연 29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던 콜 허드슨이 7승 13패에 4점을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과 대비대어서 꽤나 관대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윤경찬의 몰락은 그 다음시즌부터였다.

2년차 - 7승 12패 3.88, 182.0이닝, 182탈삼진

3년차 - 10승 13패 4.22, 179.1이닝, 179탈삼진

탈삼진은 줄고, 자책점은 늘었다. 다저스라는 올타임 컨텐딩 팀이 아니었다면 윤경찬의 커리어는 더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4년차인 지난 시즌 당했던 팔꿈치 부상과 토미존은 필연적으로 찾아왔겠지만.

“프로 데뷔 이후 계속해서 연 평균 200이닝 이상을 던진데다가 4일 휴식 이후 등판하는 스케줄이 몸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죠.”

144경기에다가 월요일에 고정적으로 휴무일이 있는 KBO와는 다르게 메이저리그는 휴식일이 비정기적으로 있었다. 그러다보니 등판간격이 한국에 있을때와는 다르게 촘촘하게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팔에 가는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거기다가 성격도 문제였지.”

“멘탈도 너무 약했어.”

한국에서는 거의 신처럼 추앙받던 사나이다. 단 한 번도 야구를 못해본 적이 없던 선수. 그게 바로 윤경찬이었다.그러다보니 자존심이 하늘을 뚫을 듯이 높았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봤다. 그런데다가 날이 갈수록 한국에서 당해본 적 없었던 날카로운 분석을 당하고, 해가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다.

단 한 번도 야구를 못해본 적이 없었던 윤경찬은 다시는 활로를 찾지 못했다.

“아직 그래도 남은 계약기간은 있으니까 수술 이후에 반등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단장님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계시잖습니까.”

“절대 높게 보지는 않죠.”

보통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선수들은 세 가지의 선택지를 가진다.

1. 자신이 가장 잘하던 때의 모습을 보고 분석한다.

2. 지금 방식에서 약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간다.

3. 아예 가본 적 없는 길을 개척한다.

다운이 본 윤경찬은 4년차 시즌 초반에 3번을 택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투구폼에 고통받던 그의 팔꿈치는 그대로 아작이 났고.

투수는 섬세한 시계와 같다. 밸런스가 아주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혹여나 돌아오더라도 예전처럼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을거다.

“똑같이 찬으로 끝나서 뭔가 불안한데요?”

크로포드의 농담에 다들 피식 웃었다.

“이 친구 팔 상태는 어떻대요?”

“자세한건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건강하다고 예측됩니다. 지난 시즌의 영상을 돌려봤는데요, 시즌 막판, 경기 막판이 되더라도 팔의 각도가 일정해요.”

“무리하는 느낌은 안든다는거네.”

“네. 자기 자신이 어떤 유형의 투수인지를 100% 이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강속구를 던질수는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 구속을 줄이고 변화각을 더 크게 만드는 등의 일을 서슴지 않아요.”

“언더핸드 투수의 강점이 어떤건지를 이해하고 있다는거구만.”

“덕분에 팔꿈치에도 크게 무리는 안가는 것 같고요.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메이저리그에 와서 어떤 식으로 적응을 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할 것 같아요.”

미키의 설명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멘탈은?”

딱!

미키는 바로 그거라는듯 손가락을 튕겼다.

“이 부분이 바로 진성찬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장님은 부산 시호크스에 대해 모르시죠?”

“전혀 모르지.”

“82년부터 시작된 KBO리그에서 딱 두 번 우승경험이 있는 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단 한 번도 우승경험이 없는 팀. 그리고 지난 시즌 전까지는 정규시즌 우승이 단 한 번도 없는 팀.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이 많은팀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만 들어도 문제점이 눈에 선하다.

“열성적인 팬들은 많은데 우승은 오래 못했고, 혹시 포스트시즌은 자주 나가나?”

거스의 질문에 미키가 고개를 흔들었다.

“최근 2000년 이후로 두 번 나갔답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구단 프런트가 얼마나 계획성있게 움직이냐에 따라 달린건데, 13년에 두 번이라고? 거기 프런트는 뇌를 빼고 일하나?”

“심지어 그 두 번이 22년과 23년이잖아?”

“한국은 메이저리그와 시스템이 상당히 달라서 계획성있게 움직이기 힘들거든요.”

뭐 그건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다.

“어찌됐건 구단이 그 모양이면 팬들은 속이 터져나갔겠네.”

“참고로 시호크스 팬들은 필리건은 저리가라일 정도로 극성 팬이 많답니다.”

“그런 놈들 사이에서 야구를 하느라 멘탈이 단련된거구만.”

“그런데다가 스타성도 있어요.”

미키는 진성찬이 인터뷰한 영상을 재생했다.

- 멘탈이 정말 강한 것으로 유명하죠! 특히나 이번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한 말이 유명하죠! ‘앞으로 경기 끝날때까지 내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을게. 그러니까 어떻게든 점수를 짜내줘.’ 그리고 3회 구원등판으로 올라온 이후부터 9회초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면서 시호크스의 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 하하! 그렇게 들으니까 뭔가 오글거리네요.

- 그러면 앞으로 저런 말은 하지 않으실건가요?

- 아뇨. 덕분에 저희 타자들은 힘을 내서 점수를 내줬잖아요.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저 정도 말은 몇 번이고 할 수 있죠.

- 1차전과 4차전 이미 등판을 한 상황이라 본인도 엄청 힘드셨을텐데요.

-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정규시즌 우승을 원했던 우리 팬들의 소망도 이루어드렸는데 여기에 창단 세 번째 우승까지 안겨드리고 싶었거든요. 비록 안들어본 욕이 없을 정도로 까여도 보고, 최근 3년간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응원도 받아보면서 야구했는데, 메이저리그 가기 전에 그 정도 선물은 안겨드려야 할거아니에요.

그렇게 진심을 전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 얼마 전에 저희 아파트 앞에 ‘우승 못시키면 너도 메이저리그 못갈줄 알아라!’라는 대자보가 붙어서는 절대 아닙니다 하하!

짧은 인터뷰지만 딱봐도 멘탈이 좋아보인다. 게다가 팬들이 좋아할만한 말이 뭔지를 알고 있는 선수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스카우트 팀에서 분석해본 결과 윤경찬처럼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바입니다. 팔꿈치 상태는 지켜봐야할 것 같지만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일한 위험요소는 가족입니다.”

“아직 애가 어리네. 아내는 직장을 다니나?”

“아뇨. 애를 낳은 뒤부터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답니다.”

“그럼 미국으로 같이 오겠네.”

“그 부분이 아직 미정이라고 합니다. 부인은 같이 오고싶어하는데, 진성찬이 만류한다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반대의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 부인이 오는 것을 말린다?

“혹시 진성찬 여성 편력 있어?”

다운의 추리에 미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런건 아니고 두 달 전에 크게 났던 뉴스 있잖아요. LA 코리안타운 총기난사 사건.”

“아······.”

웬 미친놈이 총을 들고와서 길에서 갈겨버린 사건. 사상자가 무려 23명이나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총기 규제가 허용된 주에 가게 된다면 가족을 데리고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플로리다는 총기가 허용된 주다. 그렇다는건 그의 가족이 따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기댈 선수나 사람이 없는 새로운 장소에서 가족이 없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선수의 퍼포먼스에 타격을 입힌다.

“그럼에도 저희 스카우트 팀에서는 진성찬을 데려와야한다고 봅니다.”

미키의 말에 다운은 로벨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찬성. 우리 팀에는 없는 유형의 투수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 한 78%정도? 그게 아니더라도 750만 달러에 3년짜리면 해볼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해. 그 정도의 가치는 해줄테니까.”

다른 파트장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흐음······. 개인적으로 아직도 윤의 경우가 생각나서 믿음이 안가기는 하는데, 한 번 해볼만한 도박이라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영입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희 개막전이 사직아닙니까? 시호크스의 홈 구장! 잘 하면 부산을 저희가 먹고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서 진성찬 유니폼만 팔아도 흐흐흐흐!”

“저도 동의합니다. 당장 FA 시장에서 우리가 이 정도의 투수를 이 정도의 가격으로 데려오는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한국시리즈라는 결승 무대에서 1, 4, 7차전을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는건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우리 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뭔가 이상한 이유가 끼어있긴 했다만 반대는 단 한 표도 없었다.

“좋아요. 그럼 미팅을 한 번 잡도록 하죠.”

< 173화 - 윈터미팅의 밤은 깊어만 가고(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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