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68화 (168/268)

< 168화 - 개막전 장소는 어디? >

윈터미팅의 첫 날

F-Rod는 에이전트와 함께 윈터미팅이 열리는 워싱턴을 방문했다.

“내가 꼭 여기 와야돼?”

“말했잖아 F. 당장에 어디 간다는게 정해진게 아니라서 모습을 드러내주는게 좋아. 특히나 여기 오면 구단들끼리 싸움 붙이기도 좋다고.”

“그냥 디백스 제안 왔을 때 바로 받겠다니까.”

“그건 지나가는 제안이었을 뿐이라고 했잖아. 디백스도 우리가 관심있는것처럼 보이자마자 바로 한 발 빠져서 3000만 달러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했잖아.”

에이전트의 말에 F-Rod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때 그 계집이 한 말? 뭐라했더라? ‘다시 생각해보니 3000만 달러 이상은 무리인 것 같아요.’랬나? 디백스가 그래서 안되는거야. 나 같은 선수를 3500만 달러에 쓸 수 있다는데 그게 얼마나 헐값인지를 몰라! 레전드 중의 레전드인 내가 들어가서 딱 중심도 잡아주고, 필리스랑 사이도 안 좋아서 명전 모자도 디백스 걸로 쓰고 들어갔을텐데!”

“보는 눈이 없는거지.”

“이래서 여자들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안되는거야. 쯧쯧!”

혀를 찬 F-Rod가 욕심으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에이전트를 바라봤다.

“3300만 달러는 넘겨야하는거 알지?”

역대 1루수 최고연봉은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였다. 살을 빼고, 절치부심하며 기다렸던 보람이 있었던걸까? 3루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한 그는 브레이브스와 이번 시즌이 끝나자마자 13년 3억 8500만 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해마다 연봉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최 전성기 시기에 받기로 한 연봉이 3300만 달러. F-Rod는 적어도 그것보다는 더 많은 연봉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그 수준은 당연히 가능하지. 네가 누구야? 바로 F-Rod잖아!”

“빌어먹을 필리스 놈들. 그 놈들이 거짓말만 안했어도······.”

필리스는 지난 번 연장계약을 할 때, 다음에는 F-Rod측에서 원하는 조건대로 연장계약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가. 성적이 안나오면 모가지가 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중간에 가족과 팬과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돈만 제대로 준다면 그 정도는 참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약속을 했던 단장은 이미 잘린지 오래고, 새로운 단장은 그 약속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필리스와 갈라서게 된 것이었다.

“내가 팀 성적을 올려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모르면서.”

“그 놈들이 뭘 알겠어? 그러니 새 팀을 가서 후회하게 만들어주자고.”

“그래야지. 이왕이면 괜찮은 친구들이 많은 팀이면 좋겠네. 흐흐!”

“우리 제품을 살 정도로 괜찮은 친구들?”

“그야 당연하지. 흐흐흐!”

“흐흐흐흐!”

두 사람이 웃는 사이에 윈터미팅이 열리는 호텔에 차가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람들이 뭐 이리 많지?”

“그러게?”

사람들이 차가 들어오는 곳에 몰려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맞이하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걸 보니 기자들 같은데?”

“뭔 일 터졌나?”

순간 스치는 불안한 느낌에 에이전트는 주머니에 고이 자고 있던 폰을 꺼냈다.

“어?”

부재중 전화가 86통이나 와있었다. 읽지 않은 메시지는 그것의 배는 되는 것 같다.

“뭐해?”

F-Rod가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는 자신 앞에서 폰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말이다. 에이전트는 곧바로 폰을 집어넣었다.

“하하 미안. 혹시 구단에서 연락온게 있나싶어서 말이야. 들어가면 구단들과 밀고 당겨야하는거 너도 알잖아. 그래서 미리 타겟을 정해두려고 한거지.”

“그런건 방에 가서 하라고. 지금은 당당하게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할거아냐. 안그래?”

“네 말이 맞다.”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 그가 발렛요원들이 있는 곳에다가 차를 세웠다. 그들이 열어주는 문을 열고 곧바로 나간 그는 뒷좌석 문 옆에서 F-Rod가 나오길 기다렸다.

F-Rod의 커다란 몸이 뒷문을 열고 나오는 그 순간.

“저기다!”

“저기 F-Rod가 왔어!”

“뭐야? 어디! 어딘데!”

“비켜봐! 좀 같이 가자!”

모여있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 또 FA 최대어 왔다고 이렇게 관심을 주다니.”

그렇게 중얼거린 F-Rod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하! 아무리 제가 반갑다지면 그렇게 뛰시면 다쳐요. 저 어디 안가니까 천천히들 오세요!”

평소와 같은 보여주기식의 미소와 젠틀한 목소리로 무장한 F-Rod의 가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약물을 선수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네?”

***

다운은 로비 안쪽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는 F-Rod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F-Rod는 끝난거겠죠?”

프레슬리의 질문에 다운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대로는 안끝날거야. 너도 알잖아 댄.”

“약물을 복용했을지도 모르고, 주변의 선수들에게 약물을 권유하고 팔았는데도 안끝난다고요?”

야구계에 오래 일했던 사람이 아니라, 팬에서 곧바로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와서 그런지 프레슬리의 인식은 프런트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저런 선수는 곧바로 쳐내야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아마 F-Rod는 약물 1회 적발에 해당하는 반 시즌짜리 징계를 받을거고. 그 뒤에는 그를 원하는 팀에 들어가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겠지. 아마도 1년이나 2년짜리 계약으로 복귀를 한 다음에 다시 한 번 대형 계약을 노릴 가능성이 커. 물론 그 사이에 두 번째 적발을 당하지는 않아야겠지만.”

“메이저리그는 약물 검사는 빡세게 하면서 왜 처벌에는 관대할까요?”

“뭐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다운의 말에 프레슬리가 귀를 톡톡 쳤다.

“저 듣고 있어요.”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은 다운이 말을 이었다.

“일단은 저 정도의 선수가 없다는 점이 크지. 약물의 힘을 빌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만큼의 활약을 한다는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 너나 나한테 약을 준다고해서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겠어?”

“못하겠죠.”

“애초에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야. 다만 약으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깨고, 전성기를 더 빠르게 불러온 것일 뿐이지. 그러니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거야.”

“하지만 팜에 수많은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들이 저 정도의 활약을 해줄 수 있다는 장담은 할 수 없잖아. 하지만 약을 해서 징계를 받고 돌아온 선수는 어때? 다시 약을 할 수도 있지만, 안하더라도 평균정도의 활약은 해줄 수 있을거잖아. 게다가 그 징계로 인해서 연봉은 예전에 비해서 바닥이나 다름없을테고. 딱 한두시즌 정도. 예전의 70%정도의 활약만 해줘도 구단이 남는 장사야.”

“그러다가 또 도핑에 걸리면요?”

“걸린 기간 동안의 연봉은 구단에서 보장해줄 필요가 없지. 그리고 생각이 있는 단장이라면 애초에 새로운 계약을 할때, 도핑에 다시 한 번 걸릴 시 잔여연봉을 지급하지 않고 즉시 방출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둘거야. 그래서 저놈들은 구단에서 쉽게 놓을 수 없는거고.”

“단물만 먹고 버린다는 느낌이네요.”

“너 같은면 한 입 안하겠어?”

“······안하겠다고 말하고는 싶은데.”

“안하면 나만 손해보는 기분이 들지?”

“네.”

“그래서 저런 바퀴벌레들이 사라지질 않는거야. 쟤들도 알고있거든. 구단들이 자신들을 쉽게 버릴 수 없다는걸 말야. 그래서 첫 번째 도핑에 걸릴때까지는 적당히 눈치보면서 약빠는거지.”

“이번 단장 회의에서 퇴출시키자고 하면 안됩니까?”

“말은 해볼거야. 하지만 안될 확률이 높아. 우리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선수협에서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거든.”

“선수협도 반대한다는겁니까?”

“당연하지. 익명의 투표에서도 나왔지만 현직 메이저리거의 25%가 약물을 해본 전적이 있는 선수들이야. 말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합치면 최대 40%는 될거라는 것이 중론이지. 그런 선수들이 한 번 적발되자마자 바로 퇴출되는 조항을 받아들일 것 같아?”

“하지만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 조항을 넣는게······.”

“이미지도 경기를 뛰면서 돈을 벌 수 있을때나 생각할 수 있는거지. 당장에 퇴출된다고 하면 이미지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놈들이 대다수일거다.”

“여러모로 복잡하게 얽혀있네요.”

“심하게 복잡하게 얽혀있지. 쯧!”

다운은 웅성거리는 바깥에서 시선을 다시 돌렸다.

“내가 말했던 자료는?”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픈된 곳에서 봐도 되는겁니까?”

“뭐 어차피 다들 어느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잖아.”

다운이 요청한 자료는 세계 각지에 대한 정보였다. 프레슬리가 보냈다는 메일을 열자

- 2024 MLB 글로벌 개막전 예상 지역

이라는 제목이 다운을 반겨주었다.

“대체 어떤 놈이 발의한건지······.”

축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아예 인기가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잠을 줄여가며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MLB.tv가 증명해주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

“전 세계 야구 팬들을 위해서 한 경기만이라도 다른 나라에서 경기하는게 어떨까?”

대체 사무국의 어떤 또라이가 발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이는 사무국 내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구단은 싫어했지만.

그래서 23시즌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개막 시리즈가 영국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총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이 야구장으로 변한 모습을 본 관중은 총 9만 5천 명(야구장으로 바뀌면서 임시 좌석이 5천 석 늘어났다). 3일 내내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들을 본 사무국은 올 시즌 개막 시리즈 전 경기를 해외 곳곳에서 펼치겠다는 웅장한 계획을 내세웠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하는건 무리 아니에요?”

“뭐 손해볼 건 없으니까. 지난 시즌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세 번의 시리즈 동안 얻은 금액이 얼만줄 알아?”

“얼만데요?”

이런 자료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프레슬리가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입장료만 3300만 달러.”

“미친······. 3일 동안에요?”

“어. 그 중에서 경기장 임대료 33%를 웸블리에서 떼가기로 했거든. 그걸 제외한 순 수익으로만 2200만 달러를 번거지.”

“그래서 구단에서는 거절할 수가 없는거군요.”

“원정가는 비행기 값도 사무국에서 지원해줘. 호텔비도 사무국에서 지원해줘. 임대료는 어차피 33%라서 따로 지불할 필요 없고. 추가적으로 수익은 얻을 수 있지. 도저히 거절할 명분이 없지. 거기다 이번에는 원정 다녀오면 전체적으로 3일간 휴식일을 준다고 했으니까 더더욱 괜찮고.”

“거기다 입장료는 전부 모아서 30개 구단에 동등하게 나눠준다고 했으니······.”

“오히려 입장수익이 적은 구단들에게는 원정 개막전이 훨씬 나은거지.”

“그럼 어딜 걸려도 상관없겠네요?”

이번 개막 시리즈로 선정된 후보지는 총 30개.

그 중에서

영국(런던 - 웸블리)

일본(도쿄 - 도쿄돔)

한국(서울 - 잠실야구장)

호주(시드니 - 블랙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

멕시코(멕시코시티 -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아르프 엘루)

다섯 곳은 무조건 확정이다. 그리고 남은 10 곳은 오늘 있을 회의에서 뽑기로 선정될 예정이다. 그렇게 15곳의 장소가 정해지면 제비뽑기로 개막 시리즈를 치를 곳이 정해지는 것이었다.

“단장님은 어디가 좋으세요?”

“나?”

다운은 총 30곳의 도시들을 훑었다.

“나는······.”

< 168화 - 개막전 장소는 어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