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60화 (160/268)

< 160화 - 리빙 레전드 쟁탈전(2) >

[브레이브스! 브레이브스가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합니다!]

[유망주들의 성장과, 시기적절한 영입! 이 모든것들이 맞물려 결국에는 이런 환상적인 결과를 이루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2023시즌 월드시리즈는 브레이브스와 에인절스의 맞대결이었다. 토켈슨이 커리어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라왔다는 사실 때문에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는 언제나 따라붙는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선발진이 약하다는 것.

1선발인 호시노 쇼헤이와 2선발인 지미 크롤린까지는 다른 어떤 팀에도 꿀리지 않는 프런트라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뒤가 없다.

디비전 시리즈나 챔피언십 시리즈처럼 두 선수가 2승을 올린 상태에서 3, 4선발이 1승을 올려준다거나, 두 선수가 나오는 4매치(7경기 기준)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야만 우승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호시노가 1차전을 져버렸다. 4선발과 다시 돌아온 로테이션에서 호시노가 1차전을 만회하는 승을 따내며 7차전까지 경기를 끌고가는데 성공하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롤린이 3이닝 4자책점을 기록하며 털려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브레이브스의 우승이었다.

그리고 우승자가 확정된 바로 그 순간부터 스토브에 불이 붙었다. 그와 동시에 다운의 전화가 조용히 있는 시간도 사라졌다.

“하하 오랜만이네요 팻! 잘 지냈죠?”

[물론이죠.]

“이렇게 연락을 준게 뭐 별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건 아닐꺼고, 이번에 팻 고객중에서 누가 FA더라······. 혹시 잭이 레이스로 오고싶다고 하던가요?”

[저희 잭이 레이스에 가고 싶어하냐고요? 하하! 그럴리가요!]

“그럴리가 없다고 하신거라면, 오기 싫다는건가요?”

[하하하! 제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걸 알텐데요? 어디 가고싶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희 잭이 FA자격을 얻었고, 레이스라는 떠오르는 강팀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선수라는걸 알려드리고 싶었던거죠.]

이렇게 연락와서 ‘우리 선수 한 번 봐줘라!’라는 이야기를 하는 에이전트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알겠어요 팻. 우리 팀이 나아갈 방향을 체크해보면서 그 방향에 잭이 맞는다면 영입하는걸 한 번 고려해보도록 하죠. 네 네 잘 지내세요.”

전화를 끊은 다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마음에 안드는 전화가 왔나봐요?”

리타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전화오는 놈들이 그렇지 뭐.”

이렇게 먼저 연락이 오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쭉정이들뿐이다. A급 이상의 선수들은 다들 느긋하게 다른 구단들의 연락이 먼저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들이 내거는 조건들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을 쏙쏙 골라 뽑아먹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A급 선수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착했대?”

다운의 물음에 리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접실에 모셔두고 방금 마실 것 넣어드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늦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탄탄하고 근육이 옷 밖으로 터져나올듯한 체구의 히스패닉 남자와 호리호리한 히스패닉 남자,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다운이 들어가자 근육질 남자가 새하얀 건치를 뽐내며 일어났다.

“다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그에게 다운이 마주웃었다.

“팀!”

호쾌하게 끌어안은 두 사람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게 얼마만이야!”

근육이 터질듯한 저 남자의 정체는 바로 다운과 함께 대학 야구팀부터 에이전시 인턴까지 함께했던 10년지기 티모시 브랜드. 매 년 겨울마다 보드를 타러가는 멤버이기도 했다.

“얼마만이기는 작년 겨울에 봤으면서.”

“그럼 1년 만이네! 오랜만 맞지!”

“네 근육이 더 커진걸 보니 오랜만인것 같기는 하다 야.”

예전에는 종아리 사이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팔이 허벅지 사이즈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브랜드는 씨익 웃으며 팔 근육을 말아올렸다.

“내 베이비가 좀 더 커지긴 했지. 흐흐!”

“베이비라니 징그럽거든? 됐고 이 친구나 소개해줘.”

“하하! 그럴까?”

두 사람이 웃으며 인사하는 동안 어정쩡하게 일어나 있던 선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제수스 로드리곱니다.”

뭔가 골골대는 듯한 그의 말과 행동에 브랜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헤이 제수스!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자신감 있게 딱 하란 말이야! 넌 성공한 메이저리거잖아!”

“하지만······.”

솥뚜껑 같은 브랜드의 손이 로드리고의 등을 팡팡 때렸다.

“내가 말했지! 넌 자신감이 너무 부족해서 문제야!”

“그만해 팀. 근육도 잘 안붙는 몸을 가진 선수 옆에 너같은 놈이 붙어있으니까 그런거아냐. 내가 생각해도 너 같은 에이전트가 옆에 붙어있으면 자신감 떨어지겠다.”

“그게 다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니까? 내가 이 근육 키울때 너도 봤잖아? 나도 근육이 잘 안붙는 체질이긴 했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이런 근육을······.”

“피나는 노력이 아니라 너도 처음에는 강요였잖아.”

인턴시절 브랜드가 처음 맡았던 선수가 하필이면 헬창으로 유명한 제리 펠드먼이었다. 첫 선수와의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든 좋은 평가를 받고싶었던 브랜드는 펠드먼에게 끌려다니면서 근육을 키웠다. 워낙에 열심히 근육을 키운 덕에 브랜드는 에이전트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펠드먼과는 지금까지도 짐 메이트로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선수한테 운동하라고 하는 에이전트는 네가 유일할거다 정말.”

“내가 그 정도 해줬으니까 제수스가 지금 정도로 파워가 붙은거지.”

로드리고도 그건 부인할 수 없는지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 그렇긴 하죠.”

브랜드가 로드리고를 맡기 전까지 그는 전형적인 똑딱이 2루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그를 맡아 체계적으로 운동시키고 관리하기 시작한 뒤로 근육이 붙고, 파워가 늘었다. 그 덕에 마이너를 폭격할 수 있었고, 다른 2루수 경쟁자들과는 다르게 파워까지 갖춘 그가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로드리고에게는 브랜드가 은사나 다름없었다.

“반가워요 제수스.”

“반갑습니다.”

로드리고와 악수한 다운은 밖을 향해 턱짓했다.

“가볼까?”

“그러지. 가자 제수스.”

오늘 다운이 이들과 미팅을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왕이면 로드리고도 잡아보자.’

레이스의 최우선 영입대상은 F-Rod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운은 스토브리그가 시작하자마자 에이전트에게 미팅제안을 잡아놨다. 물론 F-Rod 측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보니

[지금은 시즌이 끝나서 휴가를 떠난 상황이라. F-Rod가 오면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라는 답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와의 협상이 늘어지는건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를 영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레이스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로드리고와의 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새 구장에 데리고 온 외부 선수는 너희가 처음이야.”

다운은 두 사람을 데리고 관중석과 연결된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와우! 저 전광판 크기 봐!”

“라인업이 나오는 부분을 제외한 가운데 부분을 TV와 같은 비율로 제작해서, TV에서 나오는 중계화면이라던가, 카메라가 보여주는 비디오 판독 장면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지.”

“이번에는 불펜이 외야에 있네?”

“그래서 타자에게 조금 더 유리할 수 있어.”

“잔디는 인조에요?”

“아뇨. 개폐식 구장으로 한 가장 큰 이유가 천연잔디를 쓰기 위해서였거든요. 선수들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 비용이 조금 더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천연잔디를 선택했습니다.”

“그건 좋네. 체이스 필드 같은 경우는 인조잔디로 바꿨잖아.”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든다해도, 선수들이 부상당했을 때 들어가는 손해보다는 적으니까. 우리 구단은 선수들을 위한 일에 돈을 아끼는 그런 짓은 하지 않거든.”

“선수들을 위한 일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라······.”

다운의 말을 들은 브랜드가 피식 웃으며 옆에 있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럼 우리에게도 돈을 아끼지 않겠네? 제수스는 너희 팀에 딱 필요한 선수잖아. 안그래?”

브랜드가 포문을 열자 다운이 입술을 뒤틀며 자리에 앉았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8년 2억 달러는 들어주기 힘들어.”

“마르쿠스 힐리 이야기 할 생각은 아니지? 그러면 내가 여기 온 게 정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설마. 힐리랑 로드리고는 너무 조건이 달라. 결코 동일선상에서 다룰 수 없는 선수들이지. 하지만 너희가 마지막 시즌을 망친건 사실이잖아?”

“그래서 하락세라는 말이야?”

“우리로는 알 수 없다는 말이지. 그래서 8년 2억 달러라는 큰 금액을 제안할 수는 없어. 아마 이는 다른 구단들도 다르지 않았을걸? 내가 봤을 때는 10년 이상에 2억 달러, 혹은 8년 1억 6000만 달러 정도의 제안이 들어왔을꺼야.”

다운이 한 말은 정확했다.

비록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기록한 성적이라는 것에 불안한 점은 있다. 하지만 장타력에 수비력을 갖춘 좌타 2루수는 시장에 흔치 않은 매물이다. 그러다보니 시작부터 상당히 많은 제안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8년 2억 달러를 들어주는 팀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간이 맞으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고, 단물만 뽑아먹겠다는 마인드가 눈에 보이는 4~6년짜리 짧은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

“그놈들이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보나마나 지난 시즌의 부진과 부상을 꼽았을거고. 포지션 변경을 요구했던 구단도 분명히 있었을걸?”

1루 수비도 가능하고, 어깨 부상으로 송구가 약해지긴 했어도 정확도는 여전했다. 그냥 ‘수비’만 하는 것이라면 유격수와 3루수도 커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188cm의 거구 로드리고에게 1루수나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히 금액은 깎았을것이고.

“우리는 그런 요구 하나도 안할거야.”

“대신 그만한 돈과 기간은 보장해주지 않겠지.”

“그건 힘들지. 대신 비슷한 조건은 걸어줄 수 있지.”

다운은 손가락 8개를 펼쳤다.

“8년 계약을 줄게.”

“대신 2억 달러는 힘들고?”

“그건 힘들지. 하지만 실수령액은 다른 구단에게 2억 달러를 받을때와 같은 금액을 보장해줄 수 있어. 너희가 원하는게 2억 달러를 넘겼다는 그런 명예같은건 아니잖아 안그래?”

다운이 알기로 로드리고는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가난으로 인해 어려움과 불행한 어린날들을 보냈던 선수가 돈 대신 명예를 원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정도라면······.”

“8년 1억 5000만 달러 정도 되겠지.”

“네가 나랑 친하지만 않았다면 분명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거야.”

연 평균으로 따지자면 2000만 달러가 조금 안되는 수준이다.

‘이걸로는 만족못할거다.’

다운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야 다음 제안이 더 구미가 당길테니까.

“그럼 다른 제안을 할게. 똑같은 8년 제안이야. 대신 첫 시즌은 1000만 달러야.”

“그럼 남은 시즌에는?”

“1억 7000만 달러를 맞춰주지.”

총 8년 1억 8000만 달러. 힐리가 받은 2루수 역대 최고액에 500만 달러가 많은 금액이다.

레이스에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돈도 돈대로 챙길 수 있고, 2루수 역대 최고액이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금액이다.

“조건은?”

다운이 브랜드를 잘 아는만큼 브랜드도 다운을 잘 알았다.

“네가 고작 그 조건 하나로 끝낼 놈이 아니잖아. 다른 조건은 뭐야?”

브랜드의 말에 다운이 씨익 웃었다.

“우리 조건은······.”

< 160화 - 리빙 레전드 쟁탈전(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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