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두 가지 선택지가 있거든요 >
다음 시즌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레이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선발이다.
너클즈까지 합류한 레이스의 선발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꽤 상위권에 들어가는 선발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트리플 A에 있는 비니 맥그리프도 언제든지 빅리그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선발은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스에는 선발이 하나 필요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3선발인 에디슨 포레스트는 은근 유리몸 기질이 있다.
지난 시즌에는 다행히 손가락 물집으로 두 경기를 결장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드래프트 된 이후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뤄본 적이 없는 선수였다. 그 말은 곧 포레스트가 언제 이탈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 번째
앞서 칼럼에도 나왔지만, 너클즈의 뒤를 받쳐줄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포레스트가 부상으로 인해서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적 없는 투수인 반면, 너클즈는 그냥 아예 메이저리그 풀타임 시즌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어린 루키다. 당장에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지만, 언제 퍼질지 모르는 그런 존재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첫 풀타임 시즌은 힘들었으니까.
“문제는 선발을 지금 당장 영입할 수는 없다는건데······.”
올 시즌 괜찮은 선발투수들이 상당히 많이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모두 레이스에게는 맞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레이스에는 이미 선발로 뛸 수 있는 여섯 명의 투수가 있다. 물론 그들 중 하나는 몸에 폭탄을 달고 있고, 두 명은 풀 타임 시즌 경험이 없는 루키들이다. 그래도 FA 선수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투수는 사서 쓰는거 아니라면서요.”
야수는 몰라도 투수만큼은 FA로 잡지 않는다. 이는 평소 다운의 지론 중 하나였다. 물론 그 지론은 글라이드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지론이었다.
파인트를 FA로 잡았잖아요!
물론 잡긴 했다. 하지만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였다. 파인트는 기회가 필요한 아주 싼 값에 영입할 수 있는 선수였고, 그에 대한 확신을 다운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년을 쉬는 바람에 감은 떨어졌어도 어깨만큼은 싱싱할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다운은 파인트를 영입했던 것인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투수들은 이미 아마추어와 마이너를 거쳐서 서비스타임 6년을 치르는 동안 어깨를 아직내고 온다.
야구선수에게 어깨란 소모품. 그 소모품을 적어도 10년 이상 소모시킨 선수를 지금까지의 활약이 좋았다고 비싼 값을 주고 데려오는 것 자체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레이스 팜에서 당장에 끌어 쓸만한 투수가 맥그리프 하나 밖에는 없어서 그렇지, 상위권 투수 유망주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이면 누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일단 투수는 지켜보려고요.”
“그래. 당장 급한건 아니니까.”
“불펜도 딱히 필요는 없고······.”
이번 시즌 레이스 불펜의 한 축을 맡아주었던 오마르 캐스틴의 계약이 올해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오프너로 쓰던 베이커와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합류했다. 게다가 비니 맥그리프도 시즌 초반에는 불펜으로 합류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러다보니 영입하지 않아도 불펜은 이미 빵빵하게 채워져 있었다.
다운은 말끝을 흐리면서 글라이드를 슬쩍 쳐다봤다. 그런 다운을 보며 글라이드가 피식 웃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또 누굴 영입하려고?”
“제가 뭐 누구 영입하는데 목숨걸고 그러는 사람입니까?”
“물론 그건 아니지. 그런데 지금 네 눈빛이 꼭 누구 하나 꼭 낚아채겠다는 눈빛이잖아.”
어차피 선수영입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다운은 선 조치 후 보고가 가능했다.
“지금 들을래요? 아니면 나중에 들을래요?”
“내가 뭘 택할지 알잖아?”
글라이드는 진성 레이스 팬이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며 즐거워하는 걸 택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다운이 이런 질문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여쭤본거에요.”
“두 가지 선택지? 흐음······.”
정말 진지하게 그 선택지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글라이드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좋아. 누군데?”
“페데리코 로드리게스가 좋아요, 아니면 제수스 로드리고가 좋아요?”
***
이번 겨울 FA로 풀린 야수들 중에서 최대어는 누가 뭐라고해도 다저스의 안방을 8년간 책임졌던 스티븐 플라워스였다. 2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매 시즌 2할 후반에 30홈런을 때릴 수 있는 포수. 게다가 브래넌과는 다르게 블로킹도 잘한다!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는 선수였다.
그렇다면 그 아래에 형성되어있는 2위 그룹은 누구일까? 어떤 것에 가치를 더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레이스 내부에서는 세 명 정도가 플라워스 다음으로 가치있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토마스 가이, 제수스 로드리고, 그리고 페데리코 로드리게스.”
토마스 가이는 컵스 소속의 외야수로 매 년 Ops 0.8 이상에 20홈런, 20도루 이상을 기록해줄 수 있는 호타준족의 선수였다. 한때는 제 2의 마이크 토켈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수비도 좋고, 타격도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외야수. 당장 레이스에 필요한 인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레이스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건 아래에 있는 두 선수였다.
제수스 로드리고는 로키스 출신의 2루수로 엄청난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다. 그는 데뷔시즌부터 5년 내내 30홈런 이상을 때렸고, 20-22시즌에는 40개 이상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게다가 어깨 부상 이전까지 로키스 팜 랭킹 1위를 달리던 유격수 출신이니만큼 수비력 역시 출중했다.
“저희 팀에 온다면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드릭을 대신해서 주전 2루수 자리를 맡아줄겁니다. 게다가 타선 역시 엄청나게 강화되겠죠.”
“수비는 두말할 것 없이 좋고, 타격도 좋아. 하지만 영입하기에는 너무 걸리는게 많지 않아?”
“많긴하지.”
거스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었다.
“일단 산 출신이고.”
로키스의 쿠어스 필드가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공기가 희박한 곳에 위치한 구장이라, 다른 구장들과는 다르게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기에 로키스 출신의 타자들은 항상 FA로 나올때 물음표를 달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신음했지.”
로드리고는 지난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차례 라인업에서 빠진 전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 햄스트링이란 곳이 고질적인 부상으로 변하기 쉬운 부위라는 것이다. 188cm라는 센터 내야수치고는 엄청난 장신을 소유한 로드리고이기에 더더욱 그 우려는 컸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 성적을 망쳤어.”
데뷔 후 5년 내내 로드리고는 정상급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바로 지난 시즌, 햄스트링 부상과 함께 슬럼프가 찾아왔다. 햄스트링 부상이 어떤 여파를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로드리고는 그의 커리어 평균에 한참 못미치는 0.238이라는 타율과 함께 19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로드리고를 데려와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있습니다.”
거스의 질문에 답한건 조니 로벨이었다.
“우선 로드리고는 히스패닉 스타 중 한 명이죠. 뭐 저는 잘 모르는 일이다만, 브래드는 그게 상당한 메리트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자신에게 돌아가자 심슨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브래넌이 빠졌어요. 관중몰이를 해줄 수 있는 레이스 최고의 스타가 빠졌단 말이죠.”
“네이트가 있잖아.”
“네이트도 스타긴 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네임벨류를 가지고 관중몰이를 해줄 수 있는 스타가 필요해요. 거기다 히스패닉이면 금상첨화죠.”
다른 지역에 비해 히스패닉 계열 주민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히스패닉 스타의 영입은 숨어있던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을것이라는 것이 심슨의 분석이었다.
“그리고 그 파워와 타격능력만큼은 진짜에요. 쿠어스 필드라는 혜택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3년 연속으로 4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건 타고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만약 우리 구장에 오면 몇 홈런 정도를 기록할거라고 생각하나?”
“아직은 명확한 파크팩터가 나오질 않아서 모르지만······.”
글라이드 파크는 새로운 구장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투수나 타자, 누구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정보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산 아래에서 기록했던 평균적인 홈런들을 기준으로 계산해봤을 때, 우리 구단에 오면 평균적으로 33.7홈런을 기록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그 예상치는 162경기 기준이지?”
“140경기 정도를 기준으로 계산을 했죠. 로테이션으로 돌리면 그 정도는 출장할테니까요.”
“부상을 당하거나 타격 슬럼프를 계속해서 겪는다면?”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 당했던 햄스트링 부상이 왼쪽 다리였잖아요? 왼쪽 다리가 타격할 때 하는 역할이 뭡니까?”
“체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
“맞아요. 그런데 체중을 지탱해주는 바로 그 왼 다리에 계속해서 통증이 오면 어떻게 되죠?”
“힘을 제대로 실을 수가 없지.”
“시즌 내내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도 없던 선수가 무려 19개의 홈런을 때려냈죠. 그 중에서 9개는 쿠어스필드에서 나왔고, 나머지가 원정중에 나왔죠.”
“쿠어스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힘은 있다는거네.”
다운의 말에 로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쿠어스에서 넘겼던 홈런 9개 중에서 3개를 빼고 6개는 다른 구장에 환산하더라도 충분히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가 나왔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어. 오히려 내가 봤을 때 문제는 수비야. 타격적인 지표에 가려져서 크게 화두로 떠오르지는 않았는데, 스타트가 느려졌어. 특히나 오른쪽 타구에 대한 스타트가. 그리고 왼쪽으로 오는 타구에 대해서는 안정성이 줄었고.”
“아무래도 그렇겠지.”
오른쪽으로 오는 타구에 반응하기 위해서 왼 다리가 땅을 박차며 스타트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몸무게를 버티며 땅을 밀어내야하는 왼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으니, 평소보다 스타트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오는 타구를 안정적으로 포구하려면 하체를 더 낮추고 공을 포구해야한다. 하체를 낮추기 위해서는 왼 다리가 구부러지면서 몸을 지탱해야하는데, 그걸 해내지 못하니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수비가 더 중요하다는걸 모르진 않을텐데?”
“그 말 할 줄 알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지난 시즌 로드리고의 실책은 0개야. 그리고 DRS는 +11이었지.”
“다쳐도 평균 이상은 한다?”
“평균 이상이 아니라 우드먼 이상인거지.”
지난 시즌 우드먼의 DRS가 +8이었다. 그런데 다치고 나서도 그 이상의 수비는 해주는 선수. 그리고 파워는 더 뛰어난 선수.
“페데리코 로드리게스도 한 번 보자고.”
< 158화 - 두 가지 선택지가 있거든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