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스페어 부품을 찾아라 >
[시즌 결산 및 다음 시즌 키 플레이어 - 레이스]
최종 성적
89승 73패(AL 동부지구 3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레이스의 올 시즌은 화려했다.
89승 73패라는 엄청난 성적은 다른 지구였다면 충분히 2위라는 성적과 함께 와일드카드 티켓을 따냈을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동부지구에는 레이스보다 훨씬 화려하고 엄청난 시즌을 보낸 오리올스가 존재했다. 덕분에 레이스는 89승을 거두고도 3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중부지구 2위 로열스 90승 72패
서부지구 2위 매리너스 89승 73패
매리너스와 동률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싶기도 했지만, 올 시즌 상대전적(2승 4패)에서 밀리는 바람에 결국 가을야구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시즌이 실패한 것이 아닌 희망을 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고 말하겠다.
우선 레이스 선수단을 보기 전에 올 시즌 레이스의 평균 관중을 보자.
지난 시즌 레이스의 홈 경기 평균 관중수는 2만 명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랐다.
23시즌 홈 평균관중 - 22,153명
2만 2천명의 평균 관중은 트로피카나 필드의 엿같은 위치를 생각한다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숫자다.(트로피카나 필드는 정말 관중으로 야구를 즐기기에 최악의 구장이다. 그 작은 전광판을 봐라!)
물론 여기에는 시즌패스라던가 트로피카나 필드와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 등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상 단 한 번도 넘은 적 없었던 마의 2만 명의 벽을 깼다는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다음 시즌부터 시작될 글라이드 파크 시대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선수단이다.
레이스는 매 년 선수를 팔아치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다른 구단에서 온, 혹은 팜에서 올라온 새로운 선수들이 군청색 유니폼을 입고 트로피카나 필드에 나타나곤 한다.
23시즌 레이스 투수 베스트 라인업
SP
1 - 조나 파인트
2 - 리키 더지
3 - 에디슨 포레스트
4 - 에릭 슈어홀츠
5 - 라일리 제이콥스
RP
짐 토머슨
토마스 애커슬리
오마르 캐스틴
빈스 제닝스
미치 베이커
자비어 에르난데스
리처드 로버트슨
그 중에서도 가장 유의미한 성적을 낸 것은 다음 시즌 투수진의 키플레이어인 라일리 제이콥스(aka 너클즈)다.(가장 충격적인 성적을 냈던 선수는 드링크워터지만, 지금은 브레이브즈 선수이니 논외로 치자.)
레이스는 올 시즌에도 제대로 된 5선발이 없어서 꽤나 고생했다. 올 시즌 패배 횟수를 보면 특히나 이 점이 두드러진다.
패배 횟수
1선발 - 10패
2선발 - 11패
3선발 - 15패
4선발 - 15패
5선발 - 22패(2패는 너클즈가 기록한 패배)
선발이 되기에는 부족하고, 불펜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선수들을 활용해서 전력투구로 3이닝 정도를 먹어주고, 그 다음은 강력한 불펜으로 막는다. 강력한 투수들이 많은 레이스와 같은 팀이 써먹기에는 적격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전략이 ‘강력한 불펜’을 전제로 만들어진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시즌 중반 강력한 불펜 중에서 4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악재가 레이스를 덮쳤다. 그리고 레이스의 강력한 불펜은 이날부터 3개월간 가동되지 못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레이스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레이스는 5선발이 등판하는 16경기 중에서 10번을 패했다.
심지어 이렇게 무너지는 경기를 다잡기 위해 불펜을 소모한 것 때문에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패배를 한 경기가 있다는 것이었다.(파인트의 승리를 불펜이 날려먹은 경기 7번 중 6번이 이 기간에 나왔다)
이는 강력한 불펜이 수반되지 않은 오프너 전략이 팀 전체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미터가 넘는 좌완 너클볼러의 등장은 레이스의 이 고민을 해결해줄 마스터키로 등장했다.
너클즈는 시즌 후반 등장해서 7경기 3승 2패를 기록해줬다. 평균 자책점은 4.12로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7경기에서 평균적으로 7.1이닝을 먹어줬다는 건 레이스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심지어 탈탈 털렸던 두 경기에서도 6이닝을 먹고 내려갔다.)
아직도 건재한 조나 파인트, 다른 팀이었다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을 리키 더지. 이제 제 자리를 잡은 에디슨 포레스트와 에릭 슈어홀츠에 너클즈까지 더해진다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다음 시즌에도 너클즈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해야겠지만)
23시즌 레이스 타자 베스트 라인업
1 - 네이선 드레이크 - SS
2 - 브라이언 앤더슨 - LF
3 - 배리 브래넌 - DH
4 - 알버트 서머스 - 3B
5 - 패트릭 비어스 - RF
6 - 덕 흘로첵 - 1B
7 - 사무엘 비어만 - C
8 - 세드릭 우드먼 - 2B
9 - 케빈 마이어 - CF
드레이크는 여전히 잘 치고, 잘 잡고, 잘 뛴다. 올 시즌에도 0.942를 찍은 OPS로 보았을 때 그보다 더 뛰어날 수 있는 1번 타자는 메이저리그에 흔하지 않다.
2번에 있는 앤더슨은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게다가 작전수행능력까지 좋으니 그에게 타율은 그다지 중요한 지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서머스는 건강한 자신이 어떤 성적을 내줄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비어스 역시 33홈런을 때리면서 유망주시절부터 받아왔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흘로첵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줬던 충격적인 타격은 보여주지 못하고 험난한 소포모어 시즌을 보내야했다. 그럼에도 28홈런을 때려내면서 재능이 있다는걸 알려줬다.
비어만은 지난 시즌 ROY에 이어서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 만약 윌슨이 없었다면 분명 그는 이번 시즌 MVP 레이스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다행히 비어만은 윌슨 덕분에 자신이 점점 완성형 포수가 되어가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는 인터뷰를 했다.)
우드먼은 유망주 시절 받았던 평가만큼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수비에서 괄목할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작전수행능력만큼은 앤더슨과 마이어에 이어 팀에서 세 번째에 랭크되어 있다.
마이어는 올 시즌 커리어 최악의 수비력을 보였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최상급의 수비를 선보였다.(23시즌 제외 평균 DRS +39, 23시즌 DRS +28)
여기까지만보면 내년에도 레이스의 타선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던 유일한 한 명. 바로 배리 브래넌의 부재다.
배리 브래넌은 이번 시즌 41홈런을 기록하며 600홈런이라는 대기록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통산 584홈런)
통산 홈런 랭킹
7위 켄 그리피 주니어 - 630개
8위 짐 토미 - 612개
9위 새미 소사 - 609개
10위 프랭크 로빈슨 - 586개
*11위 배리 브래넌 - 584개
12위 마크 맥과이어 - 583개
이 페이스라면 레이스와 남아있는 3년의 계약기간 동안 600홈런은 물론이고, 10위권을 넘어 7위까지 노려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6위에 랭크된 윌리 메이스의 660 홈런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악재가 들이닥쳤다.
브래넌은 지난 9월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현장에서의 완벽한 초동대처 덕분에 곧 의식을 차리고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심장충격기를 부착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레이스는 팀의 최고 타자이자 레전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선수,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리더를 최소 6개월간 잃게 되었다.(최악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필자는 그가 건강히 복귀하는 순간을 누구보다 바라며, 그럴거라 믿는다.)
정말 빠르면 6개월 뒤 스프링 트레이닝 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스에서는 그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브래넌을 괴롭히던 무릎건강부터 허리까지 한번에 손본다고 했던만큼 그의 복귀는 5월 이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꼽는 레이스 야수진의 키플레이어는 알렉스 스프라우트다.
드링크워터의 대가로 브레이브스에서 건너온 알렉스 스프라우트는 트레이드 전만 하더라도 죽을 쑤고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된 이후부터 마이너리그를 폭격하더니 콜업된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물론이고 앤소폴로스의 배까지 후두려팼다.
레이스 트레이드 이전
- 42경기 0.237/0.329/0.443, 14홈런
레이스 트레이드 이후
- 21경기 0.417/0.462/0.684, 14홈런
만약 스프라우트가 다음 시즌에도 이번 시즌 후반기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레이스는 브래넌의 빈자리는 물론이고, 그가 복귀한 이후에도 출장시간을 관리하며 체력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마이어의 뒤를 이어 글라이드 파크의 외야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얻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레이스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해야하는 일이······.
똑똑!
한창 레이스 분석 칼럼을 보고 있던 다운은 노크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
리타가 문을 살짝 열어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구단주님 오셨습니다.”
“그래?”
글라이드가 왔다는 말에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다운이 자신의 테이블 옆으로 벗어나기도 전에 글라이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모마일 한 잔 부탁하네 리타.”
리타에게 마실걸 주문한 글라이드는 단장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알겠습니다. 단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은걸로 해줘.”
리타가 편하게 같은걸 주문한 다운은 글라이드의 맞은편에 앉았다.
“구단주실로 가려고 했는데 왜 오셨어요?”
“거기가 무슨 구단주실이야. 이제는 빈 방이지.”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자마자 레이스는 대 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트로피카나 필드에 남아있는 직원이라곤 다운과 이사를 총괄하는 운영팀, 클러비들과 보안팀 밖에는 없었다.
“뭐 보고 있었어?”
“그냥 칼럼 좀 보고 있었죠.”
“칼럼? 혹시 찰리 데이먼 칼럼?”
“오? 아시네요?”
“찰리 데이먼 칼럼을 모르면 메이저리그 팬이 아니지. 거기서 우리 팀 이야기를 했어?”
“네. 한 시간 전에 우리 팀 리뷰 올렸더라고요.”
“뭐라디? 대강만 요약해봐.”
“너클즈가 미치는 효과라던가, 스프라우트가 잘해줘야한다는 말을 써놨죠. 읽다가 끊어서 저도 그 이후는 잘 몰라요.”
“옳은말만 써놨네. 잠깐 칼럼 좀 읽어도 될까?”
“저야 좋죠. 다 못읽었다고 했잖아요.”
잠시 후 칼럼을 모두 읽은 글라이드가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래서 단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글라이드의 말에 다운이 슬며시 웃었다.
“어떡하긴요. 칼럼 마지막 내용 못봤어요?”
- 모든 것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기만 한다면 레이스는 다음 시즌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가 될 것이다.
데이먼이 칼럼에서 말했듯이 레이스는 대부분의 재료가 갖춰진 상황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충분히 월드시리즈를 노려볼 수 있는 전력.
다운이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이번 시즌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스페어 부품을 든든하게 구비해야죠.”
< 157화 - 스페어 부품을 찾아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