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다들 먹고 봅시다 >
브래넌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일상생활까지의 복귀는 대략 3~4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다. 그리고 선수생활 복귀는 몸을 만들는 기간까지 더 걸리게 될 것이었다.
복귀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브래넌은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을 버리지 않았다.
“너희 와일드카드 밀리고도 잠이 와? 하, 내가 너희 때문에 은퇴를 못하겠다 은퇴를! 어? 내가 빠진다고 해서 바로 와일드카드에서 밀린다는게 말이 돼?”
브래넌의 저 도발은 ‘난 진짜 괜찮아. 곧 건강해져서 돌아갈테니 잘 해라 엉?’이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선수들 역시 그의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내가 진짜 배리한테 한 소리 안듣기 위해서라도 이기고만다!”
“은퇴시켜 배리!”
“몸도 안좋은데 선수생활 그만 할 생각하시죠!”
큰소리를 쳐놓긴 했지만, 선수들도 그가 없는 라커룸이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했다.
브래넌의 이탈은 단지 한 명의 타자의 이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레이스의 클럽하우스 리더였으며, 타선의 리더이기도 했고, 분위기메이커이기도 했다. 그의 자리는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한 사람이 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도 보여줘 너클즈!”
“나한테만 보내! 내가 다 막아줄테니까!”
“뭔 소리야! 알버트보다는 나한테 보내야지!”
드레이크와 서머스가 분위기를 띄웠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해보는건 어떨까?”
“투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넌 너무 몸쪽 공 대응이 약해.”
“그래요? 저는 제가 몸쪽 공 대응이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내가 알려줄게. 시즌 초에는 문제가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엄청 체력이 떨어진 시즌 극후반이잖아? 그래서 너도 모르게 스윙스피드가 느려진거지.”
“아, 그러다보니 몸 쪽 공 대응이 제대로 되질 않았던거군요!”
“상대 팀도 그걸 알고있다보니까 계속해서 몸 쪽으로 승부를 했던거지.”
마이어와 파인트, 그리고 윌슨이 베테랑이 해야할 일들과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나눠했다.
브래넌이 빠지고 난 뒤에도 레이스는 5연승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되니까 블루제이스 시리즈가 아쉬워지네요.”
선수들이 아무리 마음을 다잡았다고 하더라도, 브래넌이 쓰러졌던 그 날부터 수술이 마칠때까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딱 그 세 경기에서 패했던 것 덕분에 와일드카드 마지막 자리에서 밀려있었다.
“어쩔 수 없죠.”
솔직히 며칠만에 멘탈을 다잡고 연승을 이어나가는것만해도 이미 선수단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로열스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려야죠.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할 일을 합시다.”
그 당시 브래넌이 쓰러진 것도, 선수단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은건 그저 열심히 남은 경기를 치르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도 우리가 할 일을 합시다.”
그 날 해결했어야 할 일들이 브래넌의 수술로 인해 5일이나 미뤄졌다. 이제 더 이상은 뒤로 미룰 수 없었다.
“브래드. 그때 말했던 매장이 뭐였죠? 코리안 푸드?”
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영국에서 코리안 푸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더군요. 특히나 토스트와 한국식 치킨이 엄청나게 인기였습니다.”
“치킨이요?”
다운은 코리안 푸드에 익숙한 편이다. 토스트와 삼겹살은 자주 먹었지만, 치킨은 정말로 익숙하지 않았다. 닭백숙이나 삼계탕은 꽤 익숙했지만, 집에서 치킨을 튀겨먹는 일은 없었으니 익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인이 정말 많은 저기 LA 같은 곳에는 한국식 치킨매장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플로리다, 적어도 탬파 지역에서는 그런 매장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치킨이 어떤 맛일지는 모르겠지만, 코리안 바베큐만큼 맛있을까요?”
두 달 정도 전의 포커 모임에서 글라이드와 다운이 대접했던 삼겹살이 떠올랐는지, 클라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심슨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먹었던 코리안 바베큐는 정말 끝내줬죠. 그래서 올랜도 시내에 있는 코리안 바베큐 레스토랑과 컨택을 이미 해놨습니다.”
역시 심슨이다.
“올랜도에 있는 코리안 바베큐 레스토랑이라면······ 돼지 한 돈?”
다른 코리안 바베큐 레스토랑도 많지만, 여기만큼 좋은 고기와 좋은 맛을 가진 곳은 없었다.
“도애지 핸 돈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든요.”
올랜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있어왔던만큼 커넥션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 사장님이 확장을 정말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건상 할 수가 없었죠.”
“여건이라면······.”
“숙련된 직원들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아······.”
고깃집에서 숙련된 직원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무조건 숙력된 직원이 필요했다.
왜?
고객들이 직접 불판에다가 고기를 굽게 놔뒀다가 누군가 화상이라도 입으면? 그 과실은 레스토랑이라던가 불판을 만든 회사에게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돼지 한 돈에서는 숙련된 직원이 불판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듣기로는 사장님이 원하시는 수준의 굽기를 평균적으로 맞추는데까지 교육받는 시간이 3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면 파트타임으로는 힘들겠네요.”
“그게 바로 정직원만 쓰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이유 때문에 새로운 매장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하.지.만.”
심슨이 푸드코트를 탁탁 쳤다.
“저희 푸드코트라면 다를 수 있죠. 푸드코트에서는 정해진 양을 구워서 손님들에게 제공을 할 수 있거든요.”
“아하!”
“물론 저희가 주로 먹는 한 돈 삼겹살 같은 메뉴는 힘들겠죠.”
“그럴 수 밖에 없죠.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돼지 한 돈의 시그니쳐 메뉴인 두툼벌집 삼겹살은 굽는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푸드코트에는 상관없지만, 회전률이 빨라야하는 야구장 내의 매점의 메뉴로는 실격이다.
“맞습니다. 그래서 만약 여기에 매장을 내게 된다면 조금 고기를 얇게 해서 양념과 소금구이로 나눌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 조건은 다 들어준다고 했나요?”
“네. 매출 퍼센트는 물론이고, 메뉴 개발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말했던대로, 여기에서도 최대한 환기가 잘되는 매장을 잡아서 숯불을 쓸 예정이고요. 두툼벌집 삼겹살도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슨이 자신의 코를 톡톡 쳤다.
“돼지 한 돈은 코를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잖습니까.”
숯불에 고기를 굽는 그 냄새. 그 냄새는 돼지고기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식욕을 미친듯이 자극한다. 삼겹살 굽는 냄새로 인해 자극된 위는 굳이 돼지 한 돈의 음식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푸드코트의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오케이. 그러면 한 자리는 돼지 한 돈으로 하죠.”
돼지 한 돈을 시작으로 남은 8개의 자리도 하나하나 채워지기 시작했다.
“푸드코튼데 일식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라멘 하나 넣죠.”
“국물이 있는건 보면서 먹기 힘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뭔가 따뜻한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일단 입점시키고 매출이 딸리면 나가지 않겠습니까? 시험적으로 넣어보시죠.”
“스시도 하나 넣는게 어떻겠습니까? 스시류도 야구보면서 먹기 좋잖습니까? 한 잔 하기도 좋고요.”
“크~ 딱이구만.”
“큐브 스테이크는 있어야죠!”
“밥으로도 좋고, 안주로도 좋으니까 넣죠.”
“스낵이 없는건 말이 안됩니다!”
“하지만 우리 매점과 겹칠텐데요?”
“있는 곳이 다르니까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글렌이 햄버거를 못했을 때를 대비해서 길거리 음식도 하나 더 넣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같은 핫도그를 넣는건 조금 아닌 것 같고, 햄버거도 별로지 않을까요?”
“그럼 햄버거랑 비슷한 토스트는 어떻습니까?”
“토스트로 가죠.”
“든든하게 파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야구장에서 파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야구장에서는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푸드코트잖습니까? 그런 것도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글렌의 음식창고 - 핫도그, 햄버거
쉐프 로랑 - 파스타
돼지 한 돈 - 삼겹소금구이, 삼겹양념구이
스테이크큐브 - 큐브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미즈 라멘 - 일식 라멘, 돈까스
테이크 어 바이트 - 나초, 스낵, 팝콘, 아이스크림 등
토스트마니아 - 각종 토스트
스시야 - 초밥, 롤
맘스파이 - 파이 류
9개의 매장들이 순차적으로 정해졌다.
“이제는 마지막만 남았네요.”
다운의 말에 심슨이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시장하지 않습니까?”
“그러고보니······.”
벌써 레이스 공식 점심시간인 12시 반이다. 그걸 인지하고 나니까 배가 더 고파지는 느낌이다.
“하나 마지막으로 결정하고 식사하러 가시죠?”
“저도 그럴까 했는데말이죠. 준비해놓은 점심세팅이 있어서 말이죠.”
심슨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까딱했다.
“제가 아까 시작할 때 코리안 치킨에 대해 말했었죠?”
“그랬죠?”
“알아보니까 KFC랑은 다르게 엄청나게 다양한 브랜드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맛들이 있더라고요. 한국치킨은 저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도저히 이게 돈이 될지안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다 초대했습니다.”
심슨이 뭘했는지를 알 것 같다.
“식당으로 다 불렀나보네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가 말을 이었다.
“이왕 맛 볼거, 저희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먹으면 좋으니까요.”
“선수들은 못먹게 했죠?”
혹시나 선수들이 먹으면 안되는 것들이 재료로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당연하죠. 영양사보고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말해놨습니다.”
“잘했네요. 그럼 어디어디에서 온거죠?”
“저희 푸드코트에 입점 연락을 한 후라이드 치킨 브랜드가 총 6개가 있었습니다. KFC,파파이스, 처치스 치킨까지 총 세 개의 미국 치킨 브랜드가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치킨 브랜드가 또 세 개 왔습니다.”
“이왕 그렇게 된거 직원들 투표로 정해보는건 어때요?”
다운의 말에 심슨이 다시 한 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줄 알고 이미 투표까지 준비해뒀습니다.”
“내가 이래서 브래드를 안좋아할수가 없다니까요.”
“어디 한 번 싫어해보시던가요 하하!”
식당으로 향하자 각종 치킨들이 뷔페와 같이 쫙 늘어서 있었다.
“이거 미국 치킨은 밀리겠는데요?”
맛은 아직 모르겠지만, 미국 브랜드들은 기본적으로 후라이드 하나에 두어개의 메뉴가 전부였다.
그런데 한국 브랜드들은 기본적으로 4개 이상의 치킨들을 가지고 왔다.
“이건 후라이드, 이건 양념. 간장소스에 허니?”
“나는 허니부터 먹어봐야겠어.”
“피트 너무 많이 먹지마. 이게 같은 양념이라도 다 맛이 다르다고 하더라고.”
심슨의 말에 클라인이 배를 통통 때렸다.
“하하! 내 배에는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걱정하지 마!”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은 다운이 치킨들이 널려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 그럼 다들 먹고 봅시다.”
< 155화 - 다들 먹고 봅시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