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54화 (154/268)

< 154화 - 심장 멎는줄 알았네(2) >

잠시 후 클라인과 케이지가 단장실로 들어왔다.

“영상은요?”

“메일로 보내놨습니다.”

다운은 메일함을 열어 영상을 재생했다.

“흐음······.”

라커룸 영상에서는 다행이 별다른 일이 없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다.’

다운이 알기로 브래넌에게는 다른 기저질환들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 포수생활과 선수생활로 인한 무릎통증은 가지고 있었다. 진단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통증이 올라올 정도는 아니라고는 했다. 하지만 브래넌이 어디 일상생활만 하는 사람인가?

타격을 하면서 몸과 무릎을 회전시키고, 저 거구를 지탱해서 베이스를 돌아야한다. 선수생활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통증이란 어쩔 수 없는 동반자라는 말이다.

그래서 다운은 의심했다.

혹시나 마약과 함께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몇 년 전 에인절스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과 같은 결과는 아니지만, 약물의 오남용은 언제나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경기를 들어가기 전까지 브래넌은 라커룸 위주로 머물며 약 같은건 입에도 대지 않았다.

“약으로 인한 건 아니네요.”

“진통제 말입니까?”

“네.”

“배리가 어디 약 먹을 놈입니까? 약을 먹을 바에는 술을 한 잔 걸치고 타석에 들어설 놈이죠.”

“하긴······.”

가장 우려되는 점이 사라졌으니, 조금은 편하게 더그아웃의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영상속의 브래넌은 울타리에 팔을 걸치고 아주 열정적으로 팀 타격을 응원하고 있었다.

[때려! 때려!]

해바라기 씨를 씹어대며 소리를 질러대던 브래넌은 어느순간 갑자기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아!”

쓰러지는 그를 옆에 걸터있었던 흘로첵이 순간적으로 지탱해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벤치 모서리 쪽에 머리를 받을뻔했다. 흘로첵이 자동반사적으로 그를 안으며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2차적으로 머리나 뇌에 피해가 왔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다행이네요.”

“덕에게 정말 잘했다고 해야겠어요.”

“만약 그대로 받았다면 어찌됐을런지······.”

세 사람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단 이 부분까지 전담의에게 보내줘요.”

“알겠습니다.”

클라인이 메일을 보내는동안 다운은 케이지와 함께 뒤에 부분을 이어봤다.

“초기대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가 쓰러지자마자 흘로첵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트레이너를 불렀다. 브래넌을 보자마자 유니폼을 자르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와중에 블루제이스 선수들과 레이스 선수들이 수건으로 장막을 쳤다.

“이건 구단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해야겠네요.”

다시봐도 블루제이스 선수들의 반응은 재빨랐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기도 전에 1루수로 나와있었던 빅터 누네즈가 흘끗 보더니 재빨리 블루제이스 선수단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앰뷸런스와 함께 구급차가 더그아웃 앞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그걸 본 다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왜 빠르게 이송을 못했나 했더니······.”

심폐소생술은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혹은 의식이 돌아올때까지는 끊이지않고 이어져야한다. 멈춰도 되는 최대 한계는 10초. 이건 브래넌을 싣고, 앰뷸런스까지 옮기는 동안에도 지켜져야만 하는 룰이었다.

심폐소생술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깔짝깔짝해서 되는게 아니다. 정말 온 힘을 실어서, 늑골을 부숴도 좋다는 마음으로 힘을 가해야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저 들것을 봐라. 밑에 받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 그 말인 즉, 들것을 땅에 대고 질질 끌고가지 않는 이상은, 브래넌을 들것에 실어 앰뷸런스로 옮기는 순간까지 효과적으로 심장압박을 시켜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레이스의 더그아웃은 그라운드보다 4계단 아래에 있었다. 심지어 단도 꽤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러다보니 질질 끌고 갈 수도 없었다.

“저런거 말고, 밑에 바퀴가 올라오는 들것도 있지 않나요?”

“있긴한데······.”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의식을 잃고 심폐소생술까지 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부상은 골절, 혹은 타박상. 높이 조절이 가능한 들것이 전혀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비싸고 무거운 가변형 들것보다는 싸고 가벼운 플라스틱 들것만 구비해놨을거다.

만약 브래넌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면, 그에게 제대로 된 처치를 해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그를 더그아웃에서 잃어야 했을수도 있다.

“새 구장에도 플라스틱 들것만 구비하는걸로 했겠죠?”

“아마 그럴겁니다.”

“비싸고 무겁더라도 선수를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처치가 끊기지 않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들것을 앰뷸런스에······.”

아니다.

앰뷸런스에서 들것이 나왔다가 들어가는건 너무 늦다.

“각 더그아웃에 구비시키도록 하세요.”

각 더그아웃에 저런 가변형 들것이 놓이게 된다면, 혹여나 브래넌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더 빠르고 안전하게 앰뷸런스로 환자를 옮길 수 있었다.

“인조잔디라지만 그 위를 지나야할 수도 있으니까 바퀴는 큰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그아웃 출입구 중 하나는 경사로로 만들죠? 지금처럼 계단형식으로 만들어져있으면 들것이 드나들기가 어렵습니다.”

둘 다 좋은 의견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고요. 그리고 아까 보니까 브래넌이 넘어지면서 2차적인 피해를 입을 뻔 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는 하려고 했습니다. 더그아웃 내부에 있는 모든 가구들을 모서리가 없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데미지를 입지 않도록 푹신하게 만드는게 어떻겠습니까?”

“백 번 찬성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런 일을 겪은 선수들에 대한 치료와 교육도 강화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정신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약하다. 특히나 오늘과 같은 충격적인 일을 옆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더더욱 말이다. 생김새로 사람을 판단하는건 좋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수만명 앞에서 경기를 하고, 매 순간 자신을 뛰어넘어야하는 멘탈이 강한 메이저리거들도 브래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어쩔줄 몰라하며 울고있었다.

당장이야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이 상황은 선수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었다. 특히나 바로 옆에서 브래넌이 쓰러지는걸 지켜봤던 흘로첵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별것도 아닌 악송구 한 번이 트라우마가 되어 강한 어깨를 가지고도 소녀송구를 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쓰러지는걸 본 트라우마라?

만약 누군가가 1루로 달려오다가 넘어지면? 그때도 정상적으로 수비를 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게 더 심해진다면? 선수생활은 커녕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치료를 병행해야했다.

“앞으로 훈련 한 시간 당기죠. 그리고 단체로 정신과 진료와 치료를 병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직원들도 예외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직원들은 오전에, 그리고 선수는 오후 훈련 전에 받는걸로 하죠.”

“그렇게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교육도 마찬가지. 트레이너들과 구급요원, 다운을 제외하고는 자신있게 심폐소생술을 하겠다고 나선 놈이 없었다.

이유야 뻔했다.

당연히 이런 일이 살면서 얼마나 나오겠냐고 넘겼으니까. 교육때 제대로 듣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니까. 의무적으로 듣는 교육에서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다를거다.

눈 앞에서 그 강인하던 브래넌이 쓰러지는걸 다들 목격했다.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교육도 최대한 많은 인원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요. 직원들부터 시작해서 모두 교육을 받도록 하세요.”

“준비하겠습니다.”

우웅~

폰이 울렸다.

수신인 : 리타

검사 모두 끝났습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이 정도까지만 하죠.”

“구단주님께 보고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이따가 하겠습니다. 일단 병원에 좀 갔다와야할 것 같네요.”

지금 빨리 병원에 갔다와야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브래넌의 상태를 알려줄 수 있다.

“그럼 갔다올게요.”

리타의 차를 끌고 탬파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길. 다행히 퇴근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경기 시작 전만큼은 막히지 않았다. 브래넌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병원까지 갔을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다운은 곧바로 리타가 알려준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다운!”

“릴리.”

다운은 울먹이고 있는 브래넌의 아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많이 놀랬죠? 배리는요?”

“추가적으로 검사받을게 있다고해서 갔어요.”

“수술은 필요없대요?”

“아마 해야할 것 같다고는 하더라고요. 무슨 제세동기 같은걸 심장 옆에 넣는다던데,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나네요.”

“괜찮아요. 검사가 끝나면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다시 설명해줄거에요. 그때 저랑 같이 들으면 되죠. 잠시 쉬고 계세요. 저는 잠시 리타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다운은 리타와 함께 병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의사선생님이 하는 이야기 들었지?”

“네.”

“심각해?”

“초동대처가 워낙에 빠르고 좋아서, 다행히 후유증 같은건 크게 남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후우······.”

일단 정말 다행이다.

선수생활은 지금 중요한게 아니다. 무려 심장이 멈췄다! 일상생활에서 후유증이 남는지 아닌지가 브래넌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수술은 필요할 것 같다고 했어요. 심장충격기를 따로 달아야할 것 같다고······.”

“그럼 선수생활은 힘들 수도 있겠네.”

“아무래도······.”

심장충격기를 달아야 할 정도라면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잠시 후, 브래넌과 함께 병실로 돌아온 의사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무조건 심장충격기는 달아야합니다.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늘이야 초동대처가 좋아서 이렇게 끝났다고는 하지만, 만약 구단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혹은 혼자서 운전중이셨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지 못했을겁니다.”

“수술 후에 선수생활 복귀는 가능한거죠?”

브래넌의 질문에 의사가 입을 앙 물고 고개를 흔들었다.

“선수생활을 연장하는데 성공하신 분도 있긴합니다. 다른 종목을 보면 그런 사람이 없는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건 정말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에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해요. 그런데 몸과 심장에 무리가 가는 프로스포츠라······. 제가 아무리 레이스의 팬이고, 배리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결코 추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냉정하지만 객관적인 의사의 말에 브래넌의 표정이 눈에띄게 어두워졌다. 다운은 브래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배리. 당장은 그런거 신경쓰지 말자. 네가 건강만 하다면 우리 레이스는 언제든 널 기다려줄 준비가 되어있어. 그러니 일단은 수술 잘 받고, 회복하는것만 생각하자. 알겠지?”

< 154화 - 심장 멎는줄 알았네(2)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