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51화 (151/268)

< 151화 - 막판 스퍼트 >

“리타.”

다운의 호출에 리타가 곧바로 응답했다.

“네.”

“케빈 감독님 출근했는지 확인해보고, 출근하셨으면 나 좀 보러와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9월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달이다. 이와 동시에 수많은 선수들이 추가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달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40인 로스터에 올라와있는 선수라면 누구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변경된 룰에 따라서 이제 최대 28인까지만 등록이 가능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너무 많은 선수가 나오게 되면서 경기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경기 도중 교체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시간이 끌리기는 할테니까.

하지만 다운이 생각하기에 이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예전처럼 핀포인트 투수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핀포인트 투수의 투입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대타가 나오면 투수 교체, 또 그 교체에 맞춰서 다른 대타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순위권 다툼을 하는 팀들이 40인 로스터 내에 있는 투수란 투수는 몽땅 끌어올린 팀들이 경기당 투수를 10명 이상을 올려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경기는 늘어지고, 시즌 막판의 치열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관중들의 흥미는 더 떨어지는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제 투수는 한 번 등판하면 최소한 세 타자를 상대하거나, 혹은 이닝이 끝나고 난 뒤 교체할 수 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이닝 중간에 대타가 막 엄청나게 나오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최대 콜업할 수 있는 투수의 수를 정확하게 설정해놓는다면 콜업할 수 있는 선수의 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부터는 쓸 수 있으니까······.”

지난 겨울 있었던 CBA에서 30인까지 확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는 선수협과 사무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선수협 측은

“어차피 40인 로스터를 꽉 채우는 것도 아니고, 9월에 투수 하나 타자 하나에게만 기회를 줘도 충분하다!”

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마이너리거들이 올라오면, 출장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면 누적 스탯이나 기록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추후에 구단과 연봉협상을 진행하거나,FA 협상을 할 때 불리해진다. 결론적으로 마이너리거들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것은 메이저리거들에게 좋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수협은 ‘메이저리거’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이너리거들의 기회 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무국에서 주장하는 이유는 예전과 비슷했다.

“예전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교체되면 경기가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로스터를 늘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구단주들의 의견은 달랐다.

“시즌 후반이 되면 선수들이 지친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팀이라면 그 전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고, 루키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터의 확장은 조금 더 필요하다.”

표면적인 이유야 이렇지만 여기도 역시 검은 속내는 존재했다.

‘최근에 점점 루키들이 잘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미리 팬들에게 유명하고 가능성 있는 루키들을 데뷔시키면 후반기에 자연스레 떨어진 관중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트리거가 될거다.’

결국은 돈이다.

그래서 이 세 단체는 합의를 봤다.

“일단 포스트시즌에서 30인 로스터를 먼저 적용시켜보자. 그리고 나머지는 이후 시즌에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게해서 올 포스트시즌에는 30인 로스터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9월까지는 28인 로스터가 한계였다.

정규 시즌의 로스터가 26인 로스터이기에 확장된 자리는 두 자리. 그리고 로스터에 최대로 포함시킬 수 있는 투수의 숫자가 13명에서 14명으로 증가하게된다.

“이 중에서 투수는 이미 차있고······.”

데뷔 경기에서 8이닝 2실점 승리를 따낸 너클즈는 그 다음 등판에서도 7이닝 4실점, 8이닝 5실점을 하는 등 이닝만큼은 확실히 먹어주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너클즈에게 경험치를 더 먹여야 해.”

너클즈의 실점장면 대부분을 분석해봤을 때, 대부분의 실점이 첫 실점 이후에 연달아 나왔다. 특히나 큰 것 한 방을 맞은 뒤에는 더더욱 그런 경향이 짙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첫 실점 이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회전이 없어야하는 너클볼이 회전이 들어가게되고, 배팅볼로 전락한 너클볼이 공략당하는 사이클이 이어졌던 것이었다.

“그래도 멘탈만큼은 인정할만하네.”

그렇게 실점을 하고 난 뒤에도 너클즈는 꿋꿋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는데 성공했다. 불펜진에게 휴식이 필요한 레이스에게는 꿀맛과도 같은 휴식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다보니 계륵이 되어버린 선수가 하나 있었다.

“비니가 문젠데······.”

비니 맥그리프.

지난 시즌 확장로스터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수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필이면 조금 더 아프지 않고, 공을 잘 던지기 위해서 받았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풀타임 시즌을 하기 전에 받으려고 시즌 초 수술을 받았고. 또 하필이면 그가 복귀하기 얼마 전에 올라온 너클즈가 인상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너클즈가 없었다면 올 시즌 5선발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였는데 말이다.

원래라면 불펜으로라도 로스터에 들어왔을거다. 하지만 오프너로 쓰던 베이커와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들어갔고, 부상을 당했던 필승조들이 다시 로스터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14명의 투수 로스터가 다 채워져버렸다.

결국 다운은 마이너 옵션을 하나 소모하면서 맥그리프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30인이라던가 임대제도만 있었어도 비니에게 조금 더 좋은 경험을 시켜줄 수 있었을텐데······.”

더지의 거취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더지가 나가게 된다면 그의 빈자리를 받쳐줄 유력한 후보가 맥그리프였다. 그렇기에 다운은 최대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분명 캐시나 그의 소식을 가져온 리타일 것이다.

“들어와.”

리타와 함께 캐시가 피곤한 얼굴로 단장실에 들어왔다.

“마실거 드릴까요?”

“단장님이 맨날 마시는 그 차 뭐더라?”

“TWG 차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여러개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 아무거나. 아니, 피로 푸는데 제일 좋은걸로다가.”

“알겠습니다. 단장님은요?”

리타의 질문에 다운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자신의 찻잔을 들어올렸다. 리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방을 나갔다.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세요?”

다운의 말에 캐시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진심이야? 지금 내가 왜 피곤해보이냐고?”

“정말 너무 피곤해 보여서 물어본거죠.”

“그야 당연히 우리 팀 순위 때문이지!”

여기서 잠깐 AL 동부지구 순위를 짚고 넘어가자.

1위 - 뉴욕 양키스(90-53)

2위 - 볼티모어 오리올스(86-56)

3위 - 탬파베이 레이스(81-62)

4위 - 보스턴 레드삭스(77-65)

5위 - 토론토 블루제이스(61-82)

양키스는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1위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그 아래로 이번 시즌 갑자기 터져버린 오리올스와, 레드삭스를 누르고 올라온 레이스가 있었다.

“레드삭스 누르고 3위에 잘 들어와 있잖아요.”

“하지만 오리올스는 못잡고 있죠.”

록하트의 가세로 미친듯이 올라가던 오리올스의 기세는 최근 살짝 꺾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레이스의 기세도 후반기를 시작했을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꺾여있었다.

“와일드카드에 확실히 발을 들이려면 조금 더 잘해야합니다. 지금 다른 팀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요.”

이번 포스트시즌은 총 14개의 팀이 참가한다.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각 지구 우승 팀 세 팀과 와일드카드 네 팀이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레이스는 지금 이 와일드카드 팀들 중에서 가장 뒤쳐지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에서는 12년도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로열스와 서서히 성적을 올리고 있는 매리너스가 호시탐탐 와일드카드 티켓을 노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리라고 다들 한 번에 슬럼프를 탈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으니까요.”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타선의 침체였다.

레이스 타선의 강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니뭐니해도 1번 드레이크부터 2번 서머스, 3번 브래넌, 4번 흘로첵 5번 비어만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순이었다. 그렇다고 나머지가 잘 못치는건 아니었지만, 이 다섯이 타선의 핵심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에서 현재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브래넌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10경기 성적

드레이크 - 4안타, 1볼넷

서머스 - 3안타, 1장타, 1볼넷

브래넌 - 13안타, 5장타, 3홈런, 5볼넷

흘로첵 - 5안타, 1장타, 1홈런, 3볼넷

비어만 - 3안타, 1장타, 2볼넷

여기서 그나마 비어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데뷔전에서 햄스트링 경직부상을 당하고 2주만에 돌아온 톰슨이라던가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윌슨과 선발마스크를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시즌 성적이 0.276에 이미 24홈런을 때려냈기도 하고, 그와 번갈아가며 나오는 윌슨의 최근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계산이기는 했지만.

하지만 앞선 세 사람은 달랐다. 드레이크, 서머스, 흘로첵은 거의 풀타임으로 출장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흘로첵은 플래툰으로 출장하는 레이몬드가 있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이번 시즌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된 초짜다. 1루수에게 기대하는 파워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드레이크와 서머스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슬럼프를 겪는다?

그렇게 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브래넌에게 집중견제가 가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브래넌의 성적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이렇게 이들의 성적이 떨어져버린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애들 많이 지쳐보이죠?”

“내색은 안하지만 엄청 지쳤습니다. 예전에는 쫓아가던 타구를 지금은 못 쫓아가고 있는게 눈에 보여요.”

바로 피로 때문이었다.

시즌 내내 천천히 누적된 피로가 그들이 예전과 같은 플레이를 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브라이언이 외야수로만 출장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앤더슨은 좌익수라는 포지션에 고정되자, 수비력이 매 경기 더 나아지는 기이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타격이 나아진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머스와 드레이크에서 휴식을 주면서 로테이션을 돌려줄 수 있었을 것이다.

“알렉스가 1루 수비가 가능했다면 또 모르죠.”

1루와 좌익수를 연습하던 윌슨은 ‘이런 준비는 추후에 다시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포수훈련을 제외한 외야와 1루 연습을 그만두었다.

“그나마 28인으로 늘어난 뒤에 블랜튼이 들어와서 숨통이 조금 트이긴 했습니다.”

포수부터 내외야까지 ‘수비만큼은’되는 유틸리티인 조 블랜튼이 합류한 뒤부터 저들도 휴식을 어느정도 취할수는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저를 부르신건, 지금에서 또 변경을 주겠다는 의미같은데······.”

타자들의 슬럼프를 조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해야 단장이다.

“너클즈랑 알렉스 관계는 좀 어때요?”

< 151화 - 막판 스퍼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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