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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 MLB 단장-150화 (150/268)

< 150화 - 배려는 배려일뿐(3) >

81일 만 운영하던걸 365일 운영하게 되면 구단에 들어오는 매출이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30%로 책정된 비율을 줄여달라는건 얼핏보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글렌, 그리고 모건.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거 알잖아요? 81일 동안에만 수도전기세가 나가는걸 365일 나가게 되고, 또 같은 기간에만 가게를 이용하던 것을 365일 동안 이용하게 되는것도 생각하셔야죠.”

세 달 동안 월세 내던걸 1년 내내 이용하게 되니 월세가 그만큼 늘어나는건 당연한 이치다. 그걸 모를 사람들이 아닌데, 이런 요구를 하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완강한 다운의 반응을 확인한 그들은 슬며시 다른 조건을 내밀었다.

“그럼 차라리 비율 말고 월세로 내게 해주십쇼.”

“아니면 저희가 그 자리를 인수하는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365일 열려있는 매장이라면 파는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 물론 브레이크 타임같은 룰은 잘 따르겠습니다.”

매출액의 퍼센트를 떼어가는게 아닌,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월세 계약이나 아예 인수를 하는 계약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저들의 진짜 목적이었다.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다.

두 매장은 옆에 있는 다른 매장들보다 적게는 두 배, 많은 날에는 다섯 배까지도 매출 차이가 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다른 매장보다 훨씬 많은 매출액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한다. 당연히 억울할 수 있다.

“흐음······.”

탁탁탁

다운의 검지가 책상을 두드리는 것을 따라 그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탁!

규칙적으로 책상을 때리던 다운의 손가락이 멈췄다.

“매장 판매는 절대 안됩니다.”

글라이드 파크는 문에 딸려있는 경첩 하나까지도 온전히 레이스의 소유여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글라이드가 시의 투자도 받지 않았었다. 그런데 파크 내에 있는 매장을 판매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월세······. 이 것도 힘들 것 같네요.”

다운의 말에 곧바로 스타디움 푸드의 모건이 반박했다.

“이번 시즌 매출액 드리던 것의 평균치만큼 월세를 책정해서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모건의 말에 다운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월세를 허용하지 않는건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들을 위해서입니다만?”

“그게 무슨······.”

“지금 여러분 계약 갱신이 몇 년에 한 번이죠?”

“1년에 한 번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퍼센트는 안건드렸단 말이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도의상······.”

“도의 좋죠. 그런데 그 도의 때문에 건드리지 않은게 아닙니다. 지난 16년간 물가가 올랐음에도 저희가 퍼센트를 수정하지 않은건, 어차피 매출이 오르는만큼 저희 수익도 오르게 되어있어서였죠. 그런데 월세로 바꾼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들도 바보는 아니다.

“매 년 물가가 오르는 만큼 오르게 되겠죠.”

“맞아요. 그렇게 안하면 레이스는 호구 멍청이거든요. 월세로 전환하면 분명 매 계약갱신마다 월세가 오를겁니다. 그렇게되면 여러분이 나갈 수도 있겠죠? 그러면 저희도 귀찮게 새로 입점할 매장을 받아야할 일이 생겨버리고요. 하지만 퍼센트 계약을 하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는거죠. 구단은 어차피 물가가 많이 오른다고해도 매출 퍼센트에 따라 받으니까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여러분도 퍼센트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퍼센트가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하지 않아?”

뭔가 글렌이 넘어올 기미가 보인다. 그러자 다운은 곧바로 당근을 꺼내서 흔들었다.

“영 불안하시다면 최대 5년 계약까지는 해드리죠. 원래는 이런 장기 계약은 안해주는거 알죠? 그런데 글렌이 우리랑도 오래 일했고, 매장을 접고 나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 해주는거에요.”

“5년······.”

글렌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다운이 한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그리고 저희 구단에 공헌해준게 있으니까, 5년 계약을 하시면 특별히! 새 매장 인테리어 비용은 저희 구단에서 전부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글렌이 그 온열 진열대 낡았다고 막 하소연했잖아요? 그건 제가 개인적으로 계약 기념 선물로 사드릴게요.”

글렌의 음식창고의 주력 상품은 마약 핫도그. 다른 주전부리들도 많지만, 거의 핫도그 원툴인 가게다. 그러다보니 인테리어에 크게 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온열 진열대 최신식으로 사봤자 5000달러 안팎이면 글렌이 원하는 크기로 살 수 있다.

이 정도 금액으로 마약 핫도그라는 레이스의 히트상품 중 하나를 잡을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다행히 다운의 당근은 글렌에게 직빵으로 먹혀들어갔다.

“좋아요! 저는 계약하겠습니다! 5년으로!”

씨익 웃은 다운이 러셀이 귀를 쫑긋하며 기다리고 있는 옆 문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서 앤디하고 세부적인 부분 이야기해보세요.”

자, 이러면 남은건 스타디움 푸드 하나다.

앞서서 혹했단 그와는 다르게 모건이 원하는 바는 확고했다.

“20%. 혹은 올 시즌 매출의 평균을 월세로 하는것. 둘 중 하나의 계약을 원합니다.”

마약 핫도그 하나만 주력상품인 글렌과는 다르게 스타디움 푸드는 치즈폭탄버거와 함께 가오리 모양의 레이스 샌드위치, BLT버거 등등 인기있는 상품이 많은 편이었다. 글렌의 음식창고가 원맨팀이라면, 스타디움 푸드는 스타 한 명이 있지만, 다른 선수들도 잘하는 완성형 팀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가지는 자신감은 다른 주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둘 다 들어주기 힘들다면요?”

“그렇다면 나가야죠.”

모건의 단호한 말에 다운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모건은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마주잡았다.

“어떤 조건으로······.”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운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지 몰랐는지, 모건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잠깐만요. 우리를 안 데려가겠다고요?”

“그건 아니죠 모건. 안 데려가겠다는게 아니라, 안 오신다고 한거잖아요. 저희는 데려가고 싶었어요.”

“그러면 협상을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사실 25%를 생각하고 왔는데······.”

“저희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다운이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었다.

“입지도 지금의 엿같은 트로피카나 필드가 아니라 탬파 중심부 이버시티 몰 바로 옆에 있어, 지금보다 시설도 좋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날이 많아서 벌어가는 돈도 많을 수 있어, 글렌에게 해준걸 모건에게 안해주겠어요? 인테리어도 해줄거고, 계약 선물로 제가 패티굽는 철판이라도 하나 해드렸겠죠. 그런데 안가시겠다면서요? 지금보다 훨씬 좋을 수 있는데 30%가 너무 많다면서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아니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가 있는데······.”

“사람은 말이죠. 배려가 계속되면 배려인줄 몰라요. 그게 당연하고 권리인줄 알죠. 처음에 모건이 여기 왔을때를 생각해봐요. 트로피카나 필드에 팀은 레이스. 관중도 손님도 드럽게 없는 이곳을 고른 이유가 뭐에요? 모건만의 가게를 갖고싶어서 아니었어요?”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임에도 돈 한푼 받지 못한 것에 실망한 모건은 다니던 식당을 나와서 자신의 매장을 갖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장들은 생각보다 비쌌고, 자신이 모은 돈은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푸드트럭. 그런데 푸드트럭 역시 제약이 많았다. 그 좁은 트럭 안에 넣을 수 있는 조리기구와 재료는 한정되어있었다. 그렇다고 남은 재료를 다음 날 쓰는 못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푸드트럭을 찾아주는 선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적자가 쌓이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이대로 가다간 파산이야······.”

파산을 눈앞에 둔 모건의 눈앞에 딱 들어온 것이 바로 레이스의 입점공고였다.

“월세를 바로 낼 필요없이 원말에 매출액 정산의 30%만 내면 되고, 조리기구 지원도 해준다고?”

물론 1년 안에 매장을 접을 시 위약금이 엄청나다는 조항이 달려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한 인지도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야!”

관중이 적다고는 해도 1만명 언저리는 온다. 적어도 파산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여기서 인지도를 얻고, 돈을 모으자!

그래서 모건은 지원자도 별로 없는 레이스의 입점공고 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했고, 그 결과 그토록 원하던 그만의 매장을 안정적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때하고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요. 푸드코트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매장이 얼마나 많은줄 아세요? 몰 쪽이랑 시 의회 쪽 라인으로 부탁들어온 것만해도 10개가 넘어요. 프랜차이즈도 들어온다는걸 막은게 세 곳이나 되고요. 예전처럼 ‘제발 들어와주세요!’라고 빌던 레이스가 아니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는 일단 모든 제안들을 다 막아두고, 우리와 함께하신 네 분께 같이 갈 생각이 있으신지를 물어본거에요. 바로 오랫동안 우리와 연을 쌓아온 여러분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뭐라고요? 20%? 평균값의 월세?”

다운의 고개가 삐딱하게 돌아갔다.

“제 배려는 딱 아까까지였어요. 지금 모건은 그 마지막 선을 넘은거고요.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걸로 합시다.”

“자, 잠깐!”

모건도 자리를 옮기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탬파 중심지에 있는 매장의 입지는, 교통도 지랄맞고, 관중들 빼고 다른 사람들은 들리기 힘든 이곳에 비해서는 몇배나 뛰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매장을 따로 여는 것 보다는 레이스와 함께 이동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월세 조금 더 아껴보려다가 월세는 물론이고 새 매장까지 구해야하게 생겼다.

“28%는? 아니 그냥 30%로······.”

“우리 인연은 딱 올 시즌까지에요 모건. 그럼 이만.”

매정하게 선을 그은 다운은 아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돈 좀 아껴보려다가······.”

망연자실하는 모건의 소리가 들렸지만, 다운은 무심하게 그를 지나쳐 단장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러셀이 단장실 문을 두드렸다.

“단장님. 앤딥니다.”

“들어와요.”

러셀은 들어와서 곧바로 계약서를 내밀었다.

“두 사람 다 계약 완료했습니다. 로랑도 듣고있다가 자기도 5년 계약으로 하고 같은 혜택을 받고싶다고해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메리에게도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매장 리모델링과 필요하다고 했던 새 오븐 하나 들여주기로 했고요.”

“잘했어요.”

결국 모건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것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사람은 배려해줄때 잘 해야한다.

“그나저나 이러면 버거 측에 문제가 생기는데······”

모건이 빠져나간 것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버거’쪽을 맡아주었던 스타디움 푸드가 빠지게 된건 아주 귀찮았다.

“아직도 버거 쪽 입점문의는 안왔어요?”

“네.”

어떻게 된 것이 버거쪽에서 입점을 문의한 곳은 모두 프랜차이즈 버거들이었다. 다운이 원하는 것은 어디서나 갈 수 있는 흔한 버거 집이 아니라 글라이드 파크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들어오는 제안에 심사만 하지말고, 주변에 괜찮은 곳 있으면 먼저 문의 넣어봐요. 분명 탬파베이 지역 외곽에 있는 곳들 중에서 월세가 부담되어서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하는 곳도 있을테니까요.”

“리스트업 해오겠습니다.”

“그리고 글렌보고 햄버거 쪽으로 업종 늘려볼 생각 있는지도 한 번 물어봐요. 핫도그 원툴인 글렌에게 다른무기도 있으면 좋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결과 나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셀이 나가자 다운은 곧바로 밀려있던 업무들을 하나하나 불러왔다.

“이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

시즌 마지막 달이라 안그래도 바쁜데, 이사까지 생각하니까 더 정신이 없는 느낌이다.

다운은 지끈지끈한 머리를 누르며 가장 오래된 메일을 열었다. ‘9월 1주차 팜 리포트.’. 거스가 보낸 메일이다.

“누굴 올리고 내릴지 한 번 볼까나?”

< 150화 - 배려는 배려일뿐(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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