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49화 (149/268)

< 149화 - 배려는 배려일뿐(2) >

야구장에 찾아오는 관중들은 돈을 얼마나 지불할까?

올 시즌 트로피카나 필드의 평균적인 티켓 가격은 70달러 정도 한다.

이번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 44분.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경기 시작 30분 정도 전부터와서 적어도 세 시간 정도는 경기장에 머물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이 시간 동안 매점에서 파는 맥주 두 잔, 핫도그 한 개 정도는 먹을 것이다. 레이스 매점 기준 개 당 5달러이니 합이 15달러다.

여기에 애들이라도 데리고 온 부모라면 지출은 더 커질 것이다. 아이들은 뭔가를 끊임없이 먹어보려 하고, 오피셜 스토어에서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존재니까. 그러면서도 충성스러운 팬이 될 수 있는 여건까지 모든걸 갖췄다. 이래서 구단들이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이야기가 샜지만 요는 이거다.

구장에 오는 관중은 적어도 하룻 밤에 100달러 정도는 지불하고 간다. 만약 2만 명의 관중이 들어오게 된다면 구단은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연간 벌어지는 경기가 최소 81경기. 여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1억 6200만 달러가 나온다. 물론 여기서 인건비랑 세금 등등 뗄 거 다 떼고 나면 순수익은 꽤나 줄어들거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들이 구장에 와서 소비하는 지출이 구단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관중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레이스의 전전임 단장은 2007년부터 매점의 다각화를 꾀했다. 최대한 많은 관중들이 많은 것들을 먹으면서 소비하도록 만들기 위해 구단이 운영하는 매점뿐만 아니라 외부 업체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외부 매장은 총 네 곳.

글렌의 음식창고

메리의 식탁

스타디움푸드

쉐프 로랑

새로이 들어온 외부업체들이 맛좋은 음식들을 내놓자, 레이스가 운영하는 매점에서도 상황에 안주할 수 없이 신메뉴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레이스 팬들에게서는 ‘시설은 드럽게 낡고 삐걱대지만, 그래도 와보면 꽤 먹을 것들이 다양하고 맛있다!’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었다. 한창 레이스가 바닥을 기면서 못할때도, 먹을게 맛있어서 온다는 팬들도 있을 정도였다.

구단 역시 덕분에 늘어난 음식소비로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좋았으니 이때까지만해도 윈윈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의 구단에 들어와서 많은 도움이 됐던 매점들입니다. 데려가시는게 어떨까요?”

러셀의 제안에 다운이 흔쾌히 수락한 것 역시 지난 16년간 이들이 경쟁하면서 올려준 매출이 구단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달랐다. 다운과의 첫 만남에서였다.

“다음 시즌부터 새 구장에서 치뤄질거라는건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다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지금까지 저희 레이스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기회를 말하시는거죠?”

“여러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트로피카나 필드에 남는 것.”

트로피카나 필드는 레이스가 나간 뒤에도 유지될거다. 그리고 대학 미식축구 팀인 USF 불스가 미식축구 전용 구장으로 정비한 뒤 이곳을 이어받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하나는 저희를 따라서 글라이드 파크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다운의 말에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글렌의 음식창고를 운영하는 글렌입니다.”

“아, 알고 있어요! C-12번 게이트 옆에 있는 핫도그가 맛있는 가게죠.”

다운이 아는척을 하자 그의 얼굴이 조금 더 좋아졌다.

“만약 저희가 간다면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가실겁니다.”

현재 레이스는 그들에게 자릿세 개념으로 매출의 30%를 받고 있었다. 구단이 100%를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얼마 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인건비도 내지 않고, 재료비와 운영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신 메뉴를 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워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30% 정도는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저들 입장에서도 이 30%에 수도전기세가 모두 포함되어있으니 그리 큰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 매장은 조금 더 넓고 깨끗하겠죠. 그리고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장소 역시 늘었습니다. 음식 매장이 들어설 곳은 1층에 4개, 2층에 10개입니다. 이 중에서 저희 직영 매장이 들어설 1층을 제외하고는 원하시는 곳을 고르실 수 있도록 해드리죠.”

글렌이 첫 시작을 끊어준 덕에 질문이 물밀듯 몰려왔다.

“인테리어는 마음대로 해도 되나요?”

“나가실 때 원상복귀만 해주신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 없습니다.”

“수도 전기세는 지금과 같이 포함인가요?”

“네. 지금처럼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매장 스팟이 총 14개로 늘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레이스가 직접 운영하는건 몇 개죠?”

“4개 매장은 저희가 직접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럼 1층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을 써도 된다는 이야기인가요?”

“맞습니다. 지도 잠깐 보실까요?”

다운은 구장 2층의 약도를 띄웠다.

“저희 구상은 이렇습니다. 여기를 보면 몰과 영화관이 이어진 곳이 있죠? 여기서 쭉 따라서 오다보면 동그란 광장 같은 곳이 있습니다.”

다운이 짚은 곳, 포수 홈플레이트가 있는 곳 뒤에는 반달 모양의 꽤 큰 광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희는 이 곳을 푸드코트로 만들 예정입니다.”

2층 푸드 매장의 푸드코트화. 이 계획은 러셀의 적극 추천으로 추진된 것이었다.

“단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1년 365일 중에서 81일만 매장을 가동하는건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죠?”

“상시로 바꾸시죠. 여기 보면 몰과 영화관 2층이 글라이드 파크와 연결되어 있잖습니까? 이 부분에 푸드코트를 만드는거죠!”

“원래 그 쪽에는 팬서비스할 장소를 만들자고 했잖아요.”

반달형의 꽤 큰 저 장소는 팬들과 선수들이 만나서 팬서비스를 하거나, 구단에서 시행하는 이벤트에서 쓰려고 만들어놓은 광장이었다. 1층이 아니라 2층에 만들어 놓은 이유도, 몰에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갈 수 있어서 그런 것이었고.

“그럴 일 있으면 그냥 1층 밖에서 하는걸로 하고 푸드코트로 바꿉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구장의 출입구가······.”

러셀이 짚은 곳에서, 관중석으로 출입하는 곳만 총 세 곳. 그리고 돌아가는 복도가 양 옆에 있었고, 계단으로 연결된 곳이 한 곳 있었다. 만약 이곳을 상시 오픈으로 바꾼다면 이 모든 곳에다가 최신형 출입구를 설치해야했다.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경기가 없는 시간에만 오픈할거니까요.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양 옆 복도와 계단, 그리고 출입구를 막으면 됩니다.”

“경기 시간때는?”

“당연히 가드 출동시켜서 샅샅히 수색한 뒤 다 내보낸 뒤 열어야죠. 아니지. 라스트 오더를 3시 정도로 정해놓고, 4시에는 모두 나가게 만들면 됩니다. 푸드코트는 그 시간에 쉬는거죠. 딱 좋네요! 경기 전에 브레이크 타임!”

“그러기에는 너무 인력 낭비가 심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십쇼 단장님. 그 잠깐 수색인력 쓰는걸로 284일 동안 매출의 35%를 더 먹을 수 있는겁니다! 당연히 해야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야에 있는 사람들은······.”

“외야에는 버거킹과 파파존스가 들어오기로 했잖습니까? 맥주야 어차피 비어보이나 비어걸들이 돌아다니면서 팔아치울테고요. 그래도 영 그러시다면 외야 양 측에도 조그맣게 매점 하나씩 더 놓으시는걸로 하죠.”

러셀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결국 반달형의 그 광장에는 푸드코트가 들어서는 걸로 결정되었고, 이버시티 몰에는 레스토랑을 제외한 푸드코트는 들어서지 않게 되었다.

“그럼 여섯 곳에는 새로운 외부 매장이 들어오는건가요?”

“만약 여기 계시는 네 분이 모두 들어오신다면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들어가는 조그마한 혜택도 있을겁니다. 새로운 매장들에게는 매출액의 35%의 받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지금과 조건이 같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다른 매장들 보다는 더 좋은 조건이라는거죠.”

“그럼 저희에게 오는 혜택은 새로운 매장에서 지금과는 다르게 365일 동안 장사를 하면서 후발주자들보다는 5% 싼 임대료를 내면서 장사할 수 있다는거죠?”

쉐프 로랑을 운영하는 로랑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딱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얼마든지.”

“말씀하신 곳을 보면 저 반달 형 공간을 둘러서 10개의 매장이 들어설 것이고, 그리고 가운데는 고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들어설 것 같은데 맞나요?”

“맞아. 통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가운데 복도를 형성할 사거리는 비워두고 남은 부분에 테이블들이 들어가겠지.”

“그 테이블을 제가 골라도 될까요? 저희 매장 앞쪽에 들어가는 테이블 몇 개만이라도요”

다운은 구단 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안면이 있다. 로랑과도 안면이 있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역시 있었다. 그리고 다운은 그 대화에서 로랑의 꿈을 들었다.

“지금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이 매장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 레스토랑을 갖고 싶어요.”

아까부터 매장이 들어설 위치의 크기와 구성을 꼼꼼하게 살피더니, 저 어린 쉐프는 테이블까지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로 가져오고 싶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구매할 다른 테이블들과 크게 부피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상관 없을 것 같아.”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요. 비슷한 류의 식당은 당연히 못들어오는거겠죠?”

쉐프 로랑은 이탈리안 푸드를 파는 식당이다. 야구장에서 간단한 파스타와 화덕피자까지 즐길 수 있다는 건 색다른 메리트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장사가 잘 되었다. 하지만 만약 똑같은 이태리 레스토랑이 들어온다면 그 효과를 누리기 힘들 터.

“당연히 네가 들어오면 같은 이태리 식당은 들어오지 못할거야.”

푸드코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식이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럼 저는 하겠습니다. 계약서 주세요.”

호기로운 그의 말에 다운이 문 밖에 있는 러셀을 가리켰다.

“저기 가서 앤디랑 이야기하고 계약서 작성하면 돼. 앞으로도 잘해보자 로랑.”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로랑은 아주 시원시원하게 계약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저는 힘들 것 같네요. 지금처럼 파트타임 비슷하게 하는게 좋거든요.”

메리의 식탁을 운영하는 메리는 저녁에만 와서 잠깐 식당을 운영하는 파트타임을 선호했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트로피카나 필드에 남는걸 택했다.

“지금 이대로 남을 수도 있는거죠?”

“네. 트로피카나 필드에 남길 원하시면 같은 조건으로 남으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문제는 남은 두 사람이었다. 글렌의 음식창고, 그리고 스타디움 푸드.

글렌이 파는 핫도그는 마약핫도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잘팔리는 메뉴였고, 스타디움 푸드에서 파는 치즈폭탄버거는 트로피카나 필드가 가진 또 다른 명물이기도 했다. 한창 인기가 없을때, 이 두 메뉴를 먹으러 트로피카나 필드를 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정도로 트로피카나 필드를 들린 관중들은 꼭 저 메뉴들을 먹고가곤 했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이 요구하는건 앞선 두 사람과는 달랐다.

“매출액에서 가져가는 비율을 조금 더 낮춰주십쇼. 풀타임으로 운영하게 되면 저희가 벌어들이는 것도 그만큼 많아지는데 당연히 적게 내야하는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트로피카나 필드에 공헌한게 얼만데 조금 더 조건을 좋게 해주시죠.”

< 149화 - 배려는 배려일뿐(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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