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41화 (141/268)

< 141화 - 이 친구 한 번 써보시죠 >

- 아웃! 아웃입니다! 파인트의 완봉승! 오리올스에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습니다!

록하트의 마지막 경기에서 레이스는 그가 시작한 선취점 이후 일찌감치 8점을 더 따내며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오리올스의 타선?

선발이 파인트다.

올스타전에서 단 한 이닝만 던지고 내려온 파인트는 쌩쌩해진 모습을 보이며 오리올스 타선에게 단 3피안타만을 내주는 짠물피칭을 선보였다.

멜튼! 멜튼! 멜튼!

록하트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들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리고 경기장을 한 바퀴 쭈욱 돌며 호응을 해주기 시작했다.

“조금 과한 행사 아니냐?”

글라이드의 말에 다운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요. 절대 과하지 않아요.”

“이건 레전드에게 해주는 대우나 다름없잖아.”

“어스틴. 우리 레이스의 문제가 뭔지 알아요?”

“한두개가 아니지.”

“맞아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역사가 짧다는거에요. 역사는 드럽게 짧은데 돈이 없어서 그런지 팀에서 오래 뛴 레전드조차 없죠. 그 이유가 뭐겠어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돈이 없어서 그런거 아냐?”

“시초는 그거죠. 그런데 같은 해 추가됐던 디백스를 봐요. 걔네는 레전드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없지.”

웨이드 보그스가 말년에 3000안타 달성을 레이스에서 했다는 이유만으로 영구결번이 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재키 로빈슨의 42번이다. 66번도 영구결번이기는 하지만, 이는 레이스에서 11년간 기술고문으로 활동한 돈 짐머를 기리기 위한 영구결번이었다.

레이스에서 시작한, 혹은 레이스에서 선수 인생이 확 달라진 선수는 없었다. 그나마 브래넌이 레이스에 와서 좌익수와 지명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케빈 마이어 역시 레이스에서 오랜 시간 뛰며 원 클럽 맨으로 활동중인 공로를 인정받아서 영구결번이 될 확률이 높았다.

“배리와 케빈 빼고 영구결번 될 선수가 없죠.”

“네이트와 샘이 있잖아?”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기떄문에 우리는 투자를 해놔야하는거에요. 이들이 다른 팀에 있다가도 나중에 돌아오고 싶은 팀이 되도록 말이죠. 지금까지는 그게 힘들었어요. 돈도 없고, 노장에게 투자할 의지도 없는 팀이었으니까요. 이해는 가요. 한때 레이스에 있었던 베테랑이 와봤자 팬들이 찾아오지는 않죠. 그러니 굳이 그들을 데려오는 것 보다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계약할 수 밖에 없었을거에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해요.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

레전드가 아닌 선수에게도 이런 추억을 선사해줬는데, 이 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가 된다면? 아니면 이 팀의 레전드가 된다면 과연 어떤 대우를 나에게 해줄까?

굳이 다른 팀에 있는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팀에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남아있는 이들은 구단에 최선을 다해줄테니까.

“그리고 팬들의 추억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들어놔야해요. 오늘 저기 왔던 저 어린 친구들 보이죠?”

다운이 어떻게든 만들어 놨던 어린이 석이다.

“저 어린애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그 때 록하트가 레이스로 돌아온다면? 쟤들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기억할거다. 그리고 록하트가 다시 구단에 돌아온다면 그를 반겨줄 수 있는, 혹여 떠났었더라도 ‘아! 그때 내가 보내줬던 선수!’라며 기억을 되짚으며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하나하나가 다 레이스만의 힘이 될겁니다.”

“너무 오래 걸리는게 아닐까?”

“오래 걸릴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늦어질거에요.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내년부터 뉴 레이스를. 팬들이, 선수들이 사랑하는 레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레이스만의 저변을 만들어놔야지 다시는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단.’, ‘팬이 들어오지 않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Rome was not built in a day.”

로마는 하루아침에 지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정도 될 것이다.

“레이스 제국을 위해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보자고요.”

***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 레이스는 다음 두 경기를 내리 내줬다. 록하트가 가면서 3루도 강화되고 타선의 중심까지 잡혔다.

순식간에 전력이 강화된 오리올스의 타선을 부상에 신음하는 불펜진이 막아내질 못한 것이다.

“단장님!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주셔야합니다!”

캐시가 울먹이며 다운의 팔을 잡고 앵겼다.

“알겠어요. 우리도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 모인거잖아요. 그러니 그만 좀 들러붙어봐요!”

캐시를 떼어낸 다운이 그를 달랬다.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어요.”

오리올스와의 3연전, 그리고 이어진 레인저스와의 3연전까지. 캐시는 록하트와 드링크워터의 빈자리를 대강 채운 채로 로스터를 운영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른 구단에서 온 즉전감 선수들일지라고 하더라도, 정말로 쓸만한지, 지금 몸상태는 어떤지, 쓸만하더라도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는건 아닌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스카우트들이 확인한 것과 실제 상태가 많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운은 받아온 선수들에게 있는 마이너 옵션을 소모하면서까지 일주일동안 그들을 체크했다.

“정말 필요한 포지션이 어디어디에요?”

다운의 말에 캐시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투수. 제발 투수 좀 채워주세요!”

베이커와 에르난데스로 오프너를 돌리느라 불펜은 매 주 한 번씩 동이 난다. 그런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줄줄이 부상을 당해버렸으니······.

“일단 이번에 들어온 라일리 그레거슨 올려드릴게요.”

한 경기는 선발, 그리고 두 경기는 불펜으로 뛰게 했다.

“괜히 브레이브스 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게 아니러다고요. 포심이랑 슬라이더는 꽤 쓸만한 수준이고, 체인지업은 약간 모자란 정도? 너클커브도 쓸 수 있는데 이건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럼 선발로는 힘들겠군요.”

“아마 힘들겁니다. 불펜으로 쓰면서 조나나 리키에게 좀 많이 배우게 해야할 것 같아요.”

다운의 말에 캐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장 선발 하나가 있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다운이 캐시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박고 쓸 수 있는 선발 하나만 있으면 오프너로 쓰고 있는 미치와 자비어를 불펜으로 돌릴 수 있겠죠.”

오프너란 3이닝, 적 타선 한 바퀴 정도는 막을 수 있는 계산이 서는 투수여야만 맡을 수 있는 있는 직책이었다. 그것도 좌타자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원포인트 릴리프를 더는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적어도 그 날 한 번 만큼은 상대 타선을 막아낼 수 있는 투수가 바로 오프너.

선발로 쓸 수 있는 선수 하나만 딱 생기면, 순식간에 필승조로 쓸 불펜 두 명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캐시가 저렇게 선발을 외쳐대는 것이고.

“그레거슨을 그냥 선발로 키우는건 어떻습니까?”

“그건 안돼요. 선발경험도 중요하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최대한 많이, 자주 상대해보는 것도 중요해요.”

선수의 성장은 절대로 급하면 안된다가 레이스의 철학이었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키워야 선수들이 무리를 하지 않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2주 정도만 더 버텨봐요. 곧 비니가 돌아오니까요.”

비니 맥그리프는 올 시즌 초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부터 본격적인 피칭을 시작하고 있었다.

“비니는 어느정도 준비됐대요?”

이런 일은 팜 디렉터인 거스가 잘 알고 있다.

“싱글 A에서 리햅 경기가 이번 주 수요일로 잡혀있습니다”

“저번 주에도 한 번 던졌다면서요?”

“그 경기에서의 내용이 별로 좋지 못했거든요. 제구가 많이 잡히질 않아서 본인이 한 경기 더 등판을 요청했습니다. 그 뒤로는 더블 A에서 한 번 던지게 하고 트리플 A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정확히 2주 정도 뒤에 쓸 수 있는 일정이다.

“끄응······. 어쩔 수 없이 2주는 버텨야겠군요.”

캐시는 조급하게 복귀시켰다가 다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캐시는 더 이상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지금 상황을 납득해야만 했다.

“그 외의 다른 선수는요?”

“일단 한 명은 1루가 가능한 우타 내야수가 있어야 합니다.”

주전 1루수인 흘로첵은 올 시즌 우완투수 상대 성적이 굉장히 뛰어났다.

0.273의 타율에 19홈런, ops 0.983.

누가봐도 최상급의 성적이었다. 그에 비해 좌완 상대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0.237에 2홈런, ops 0.578

타율은 그렇다 쳐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장타율과 출루율이다. 좌완만 상대하면 존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되도 않는 공에 스윙을 해댄다.

“지난 시즌 말에 좌완이 던지는 몸 쪽 패스트볼을 못친다는걸 들킨게 큽니다.”

메이저리그는 정글같은 곳이다.

뭔가 약점이 될만한 것이라고 생각되는게 있으면 일단 찔러본다. 그리고 그게 통한다?

그때부터는 모든 구단이 그 약점을 써먹으면서 째고 벌리고 파고들고 해체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2년차 징크스.

그리고 흘로첵은 2년차 징크스를 거세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을 주면 극복할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러기에는 여유가 없죠.”

양키스는 강력하고, 오리올스는 그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레이스는 레드삭스를 물리치고 오리올스를 따라붙어야하는 포지션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해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년을 위해서라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 경험치를 한 경기라도 먹이고 싶은게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마음이었다.

“추천할만한 친구 있어요?”

다운의 말에 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튼 레이몬드로 하시죠.”

레이몬드는 지난 시즌 콜업될 뻔 했었던 선수로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다.

“타율은 2할 중반 정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구안이 좋아 출루율이 높고, 발이 꽤 빨라 장타를 노려볼 수 있는 선수입니다. 전형적인 ops형 타자라고 볼 수 있죠. 거기다 스위치 히터라서 케빈이 활용할 여지 역시 높다고 봅니다.”

“거스의 추천이라면 믿어볼만하죠. 이 친구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외야도 하나 보강하긴 한데······.”

이번 시즌 레이스의 외야진은

좌익수 - 패트릭 비어스

중견수 - 케빈 마이어

우익수 - 코디 드링크워터

여기에 브래넌과 페리시치, 앤더슨이 번갈아가며 휴식으로 비는 포지션에 출장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드링크워터가 이제 빠지게 되었으니 비어스는 원래 포지션인 우익수자리로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남는 자리는 원래 페리시치가 차지하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5경기 동안 좌익수 자리는 앤더슨 혹은 브래넌의 몫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 141화 - 이 친구 한 번 써보시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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