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이 아니야 >
다운은 곧바로 앙헬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같은 장소에 있는거 아니었나?]
다운의 시선이 닿는 저 멀리서 앙헬로스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렇긴하죠. 하지만 옆에 숙녀분을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갈 수가 없어서 말이죠.”
[그렇다면 내가 이해해야지. 하지만 좋은 소식이 아닐 경우에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소식 가져왔으니까요.”
[넘기기로 마음먹은건가?]
“네. 하지만 한 가지는 수정해야할 것 같아요.”
[잠깐. 내가 이것도 파이어세일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파이어세일은 맞죠.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질 않거든요.”
자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는지 앙헬로스가 이를 가는 소리가 전화 너머로도 들렸다.
[내가 이 전화를 끊지 않아야할 이유를 5분 내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인가?]
“30초로도 충분하죠.”
[해봐.]
“앤소폴로스도 멜튼을 원하거든요.”
[잠깐. 브레이브스가 왜?]
아직까지 그 정보까지는 없는 모양이다.
“아직 모르셨나본데, 알렉스 말로는 이제 곧 오피셜 기사가······ 아! 떴네요. 애틀란타 인사이드 기산데, 지금 바로 링크 보내드릴게요.”
다운은 ‘[오피셜] 디에고 카브레라 교통사고. 부상정도는 아직 몰라.’라는 제목을 달고있는 기사의 링크를 보냈다.
앙헬로스는 멍청하지 않다. 그 말은 시장에 나와있는 3루수 트레이드 매물 중에서 록하트만큼의 가치를 가진 선수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콜린 파체 정도가 차선일거야.’
파체는 지난 시즌 카디널스의 3루를 책임졌던 선수.
지난 시즌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주전을 차지하나 싶었다. 하지만 코너 내야수로는 너무나 부족한 3홈런을 때려낸 파워는 그를 전형적인 갭플레이어의 운명으로 이끌었다.
결국 그는 이번 시즌은 카디널스 팜에서 나타난 대형 신인 3루수인 놀란 샌즈에게 자리를 내주고는 벤치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내야 전 포지션에서 서브로 출전하며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록하트와 비교하자면 너무나 부족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런 선수가 현 트레이드 시장에서 2위 매물이다.
문제는 그런 록하트를 강력하게 원할만한 팀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컨텐딩 팀의 3루수들은 올 시즌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시즌 중에 주전 3루수를 바꿔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애매한 성적을 거둬주고 있었다.
그나마 3루수가 굉장히 필요한 팀은 오리올스와 에인절스, 그리고 메츠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여기서 영입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도 월드시리즈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서도 월드시리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브레이브스가?
최대한 투자해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려보고 있는 앙헬로스와 오리올스 입장에서는 결코 반길 수 없는 뉴스였다.
[······ 뭘 바꾸고 싶은거지?]
앙헬로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다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40인 로스터 밖에서 하나, 안에서 하나 뽑을 수 있게 해줘요. 그거면 돼요.”
[설마 주전 급 이상을 요구하는건 아니겠지?]
“제가 그런 양아치로 보이세요?”
[이미 그 이상의 양아치 같은데? 누굴 원하는데?]
“니콜라 터너요.”
터너는 트리플 A에 속해있는 유격수 유망주로 좋은 공격력과 함께 나쁘지 않은 수비, 강력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유망주다. 원래는 오리올스에서 코어 3루수로 기르려고 했던 유망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지는 않는 법.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터너는 3루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터너는 너무 못했고, 더니든이 너무 잘했다.
터너가 타석에서 무너지고, 수비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강력한 어깨로 악송구를 날려대는 동안 더니든은 좋은 타격과 함께 안정적인 수비로 자리를 잡았다.
약점인 약한어깨? 악송구를 관중석에 꽂아버리는 터너보다는 약한 어깨가 훨씬 나았다. 그러다보니 터너는 설 자리를 잃고 다시 트리플 A에 박히게 된 것이다.
[터너를 달라고? 흐음······.]
터너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앙헬로스 입장에서 터너를 주기에는 아주, 매우 아깝긴 할 것이다.
터너가 그런 모습을 보인건 한 달 가량이다. 연습에서는 그런 실수도 하지 않았고, 트리플 A에 내려가서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고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꼭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거라고 벼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터너는 우리 스카우트 망에 있던 놈이었으니까.’
록하트가 트레이드로 빠지고 서머스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스카우트 팀은 항상 괜찮은 3루자원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 망에 걸린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터너였다.
오리올스가 달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터너라는 매물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리올스에서 록하트를 영입하고, 더니든이 저렇게 잘하고 있는 이상, 터너는 오리올스에게 더는 필요없는 선수가 되어버린다.
왜냐?
“멜튼이랑 연장계약을 하게되면 터너는 필요없잖아요. 안그래요?”
트레이드해서 곧바로 연장계약을 체결해버리는 것. 저게 바로 요즘 트렌드다.
트레이드를 하면서 전력도 보강하고, 기존의 팀에서 주지 못할 엄청난 연봉을 제안하면서 팀의 코어로 눌러앉히는 것이다.
특히나 오리올스처럼 사치세 상한이 남아도는 팀이라면, 멜튼 록하트라는 어리고 이제 막 전성기에 올라온 선수를 눌러앉히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야 모를 일이지. 선수와 우리 니즈가 맞아야하는 거니까.]
“하지만 자신감은 있으신거잖아요.”
분명 어떻게든 꼬실거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3루수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오리올스에서 이렇게 파이어세일 하면서까지 데려갈 이유가 없었다.
“대신 터너말고 데려가는 선수는 제가 좀 낮춰드리죠. 한······. 10위권 밖의 유망주로 고르면 되겠죠?”
[20위.]
“15위로 하시죠.”
역시 합의는 가운데서 이루어지는게 국룰이다.
[좋아.]
“대신 조건 하나만 더 들어주세요.”
[뭔데?]
다운이 말한 조건을 모두 들은 앙헬로스가 고민하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쓰읍······.]
하지만 못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고마워요. 직원들에게 말해서 트레이드 요청 보내놓을게요.”
[오케이. 우리도 바로 처리하도록 하지. 메디컬 기록들은 조금 늦을거야. 애들 다 휴가라.]
“저희도 다를건 없어요. 그럼 저는 브레이브스한테 가봐야해서 먼저 가볼게요.”
[알렉스 그 자식 분해하는 표정이 선하구만.]
전화를 끊은 다운은 곧바로 앤소폴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이렇게 빨리 정한거야?]
“네.”
정확히는 거절해야하는거지만.
“아쉽게도 오리올스의 제안이 너무 좋아서 멜튼은 그쪽으로 넘어갔어요.”
[그러면 거절의 전화인거군.]
“록하트 건은 거절이에요. 하지만 새로운 제안이 있어요.”
[어떤 제안?]
“드링크워터. 데려가는거 어때요?”
[코디 드링크워터를? 너무 자네 입장에서 팔려고 하는거 아닌가?]
“그게 아니에요 알렉스. 코디 정도의 타자가 합류하면 브레이브스 타선이 더 강해질거에요.”
[강해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우리 팀에는 코디가 뛸 자리가 없잖아.]
코디 드링크워터가 살아났다는건 누구나 알고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올스타에 선정될 수 없었을테니까. 하지만 그는 1루와 외야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자원. 그의 타격이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현재 3루가 비어버린 브레이브스가 필요한 자원은 아니다.
그런데 다운이 그걸 모를 리는 없었다.
[무슨 생각이야?]
“코디를 1루로 써야죠. 브레이브스 외야에 코디가 뛸 곳이 어디있어요?”
[1루도 뛸 곳 없잖아.]
“아니죠. 앙헬 주니어를 3루로 보내면 되죠.”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는 데뷔 2년차까지는 3루수였다. 하지만 좁은 수비와 뚱뚱한 몸으로 인해서 1루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하지만 매 년 포기하지 않고 구단에 3루수 복귀를 언급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도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 되면서
“이번 시즌에는 3루수 복귀를 위해서 더 확실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새 구단에는 디에고가 있으니 제 자리가 당장에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3루 복귀를 포기하는겁니까?”
“아뇨. 당장에는 팀의 필요해 의해 1루를 맡고 있지만, 저는 3루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스스로는 언제나 3루수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구단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언제든 3루를 맡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크흠······. 아무리 그래도 주니어를 3루에 보내는건······.]
“이제 한 번 기회를 줄 때도 됐잖아요. 살 뺀거봐요.”
1년차 초반에 130kg이 넘어가던 몸무게는 해가 갈때마다 줄어서 이제 그는 프로필상 90kg초반의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에 3루 연습하는거 보니까 예전의 그 어리버리하고 수비범위도 좁던 모습은 완전히 없어졌던데요?”
[하지만 그걸 빅리그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는 노릇 아닌가?]
“카브레라가 있을때는 도박을 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기회를 줘볼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앙헬 주니어랑 연장계약도 생각하고 있는거 아니에요? 그러려면 결국에는 3루 기회를 줘야할텐데요.”
3루에 대한 집착이 있는만큼 앙헬 주니어는 이후에 연장계약이나 FA계약을 맺을 때 무조건적으로 고려할 것이 있다고 했다.
“제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적어도 30대 초반까지는 3루수로 뛸 수 있는 팀과 계약할겁니다.”
이런 조건에 따르면, 브레이브스는 무조건 앙헬 주니어에게 3루 기회를 줘야한다.
[우리가 계약연장을 안할수도 있잖아.]
“그러기에는 블루제이스에게 지불한 대가가 너무 크죠. 앙헬 주니어를 잡은 뒤 아지 시몬스와 도널드 캐스퍼 주니어까지 잡아버리면 계속해서 컨텐딩을 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팀을 만들 수 있을겁니다. 아마 알렉스도 그럴 예정이었을거라 생각하고요. 어차피 카브레라는 다음 시즌쯤부터 1루와 지명타자로 돌릴 예정이었겠죠. 그러니 이번 기회에 기회를 주는겁니다. 앙헬 주니어에게 한 번 생색내기도 좋고, 1루는 드링크워터로 딱 채우면 서로 좋잖아요. 거기다가 지난 번 챔피언십 시리즈 기억 안나요?”
내셔널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브레이브스는 다저스와 맞붙었다. 그리고 세 경기를 미리 따내고도 내리 세 경기를 져서 7차전까지 가버렸다. 만약 7차전 9회 말에 캐스퍼 주니어가 끝내기 역전 쓰리런 홈런을 날리지 않았다면, 월드시리즈에 올라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드링크워터의 올 시즌 반등의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바로 다저스에 대한 복수에요. 그거 하나만 보고 저렇게 되살아난거라고요. 브레이브스 선수들에게 그런 위닝 멘탈리티와 의욕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드링크워터죠. 만약 드링크워터를 데려간다면 앙헬 주니어에게 신뢰를 줄 수도 있고, 1루도 완벽하게 채울 수 있죠.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브레이브스의 좌타라인을 채워줄 수도 있고, 위닝멘탈리티까지 챙길 수 있을겁니다.”
하나같이 들어맞는 다운의 말에 앤소폴로스도 마음이 움직인듯 했다.
[하지만 도박이 실패로 돌아갔을때 대안이 없지 않나.]
록하트를 채우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록하트의 부재 시 앙헬 주니어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링크워터를 데려온 상황에서 만약 앙헬 주니어가 3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대안으로 출격할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가 준비했죠. 오리올스의 니콜라 터너까지 넣어드리죠.”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이 아니랍니다!
< 136화 -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이 아니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