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거절할 수 없는 제안(2) >
앙헬로스가 자리를 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패닝턴이 자리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잘 끝났어요?”
말하는 걸 보니 앙헬로스와 다운이 이야기하는 걸 보고는 알아서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어느정도는?”
“오리올스라······. 레이스에서 데려갈 선수가 있는 모양이네요?”
패닝턴은 더 캐묻는 대신에 팻말을 내밀었다.
“이야기하시는 것 때문에 제대로 못드시는 것 같길래, 한 차례 뒤로 미뤘어요. 아마 곧 올거에요.”
“고마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는지 패닝턴은 조용히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다운도 조용히 남아있는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다운의 뇌는 스테이크의 맛을 음미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 한담······.’
록하트는 다운이 원하던대로 올 시즌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그의 가격은 하늘을 찌를듯이 높아져 있었다.
‘메인으로 스탠하우스가 살짝 딸리긴 하지만 일단은 괜찮고. 카스트로도 괜찮아.’
약점이 많기는 하지만, 우타 1루수 자원이 없는 레이스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카드다. 게다가 내야 전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캐시가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은 자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파워는 정말 매력적이다.
‘게다가 40인 제외에서 두 명을 아무나 데려가도 된다고 하는거면······.’
오리올스는 리빌딩은 하고 있는 중이다. 그 말은 곧 팜에 좋은 자원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좋은 자원들은 40인 안에 넣으면서 보호해놨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안에는 쓸만한 자원들이 넘쳐날거다.
그런 오리올스의 팜에서 40인을 제외한 두 명이라면, 앙헬로스도 엄청난 지출을 각오한 것이었다.
‘이 조건만으로도 스탠하우스에서 아쉬운 점이 대부분 채워져.’
그럼에도 다운의 수락을 막는 것은 오리올스가 같은 지구에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지구만 아니면 바로 하는건데.’
내년이 문제다. 내년이.
‘이렇게되면 빠르게 움직여야겠는걸?’
사실상 마음은 이미 넘어갔다. 하지만 록하트를 원하는 구단은 오리올스 한 군데가 아니다. 만약 그를 넘겨야 할 일이 값을 높이긴 해야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한다.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일단 식사는 마치고 나서 말이다.
***
“그럼 이따가 보자고.”
“좋은 딜 많이 받길 바랄께요.”
패닝턴과 헤어진 다운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붙잡혀있는 대런에게 달려갔다.
“대런.”
다운을 본 대런은 잘 됐다는 듯 얼굴을 활짝폈다.
“다운! 때마침 잘 왔어요! 여기 이 친구가 다운을 소개해달라고 조르던 중이었거든요.”
“조르다뇨! 그냥 이야기 할 수 있게 물꼬 좀 터달라고 했던거죠!”
“그게 그거지 뭐.”
대런의 말에 발끈한 여자는 이내 다운을 향해 몸을 돌려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스테이시 로저스라고해요.”
글라이드의 파일에 있던 사람 중 하나로, 블루제이스를 소유한 로저스 가문의 한 사람이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스 내에서도 꽤 높은 위치에 있다고 했던 것 같다.
다운의 취향을 저격하는 볼살과 함께 귀염상을 하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 말은 곧 그녀는 대런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운은 그녀의 손을 맞잡고 웃어주었다.
“이제 난 가도 되는거지?”
그대로 내빼려는 대런을 다운이 억센 손으로 잡았다.
“대런? 우리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잠깐만요 스테이시. 업무적인 일로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얼마든지요.”
양해를 구한 다운은 대런의 귀를 끌어당겼다.
“아 왜요. 여자 앞에 두고 저랑 이야기하고 싶어요? 거기다가 제가 다운을 아는데 정확히 다운의 취향인······.”
“록하트 딜이 들어왔어.”
장난스럽던 대런의 표정이 싹 변했다.
다운이 이렇게 찾아와서 말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을거다. 그리고 그 이유를 유추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같은 지구의 팀에게서 제안이 왔기 때문일테니까.
“어디죠? 레드삭스? 오리올스?”
오리올스는 2위, 레이스와 동률인 레드삭스는 여전히 그 위를 노리고 있다.
“그건 알려줄 수 없어.”
“오리올스는 더니든을 1루로 돌리면서 쓸테고, 레드삭스는 3루가 워낙에 약하니까 곧바로 3루에 집어넣어서 쓰려고 할 수 있겠네요.”
록하트가 두 팀 중 어느곳으로 향하든 양키스의 지구우승에는 위협적일 수 있었다. 록하트는 기세를 탄 어느 팀이든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강력한 패였으니까.
“원하는게 뭐에요? 우리가 록하트를 데려올 수는 있는거에요? 우리 팀에서는 더이상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없다면서요?”
맞다.
양키스 팜에서는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없다. 하지만 즉전감이라면 말이 다르다.
“존 벡, 셸비 존스. 내년에 얻을 샌드위치 픽까지. 어때? 깔끔하지?”
존 벡은 1년 반짜리 3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는 불펜. 셸비 존스는 올 시즌 불펜진에서 적응을 시작하고 있는 투수다.
“흐음······.”
벡은 이번시즌에는 밀렸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양키스의 필승조로 활약하던 투수. 존스는 미래의 필승조로 키우려고 생각중인 투수였다. 거기다가 팀의 2선발을 맡고있는 조프리는 보라스와 손을 잡으면 내년에 FA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을 이미 한 상황이다. 그로인해 얻을 수 있는 샌드위치픽까지.
록하트의 현재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나쁠게 없는 제안이었다.
시즌 초반이었다면 말이다.
‘애매하게 살아나는 바람에······.’
이번 시즌 주전 3루수를 맡고 있는 테일러 존스는 시즌 초에 죽을 쒔지만, 지금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믿어주면 터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고 있는데, 여기서 록하트가 정말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대런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미안하지만 우리는 포기해야할 것 같아요.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다운은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술자리에서의 말 때문인지, 자신에게 먼저 정보를 줬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해야 마땅했다. 그래서 대런은 한 가지 정보를 주기로 했따.
“브레이브스에서 3루수를 새로 구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있어요.”
“브레이브스가? 거긴 디에고 카브레라 있잖아?”
브레이브스의 3루는 디에고 카브레라. 34살의 노장으로 브레이브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 시즌에도 3할이 넘는 타율에 22홈런을 때려냈고, 이번 시즌에도 타율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11홈런을 때리며 2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물론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수비력이 예전만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13년간 메이저리거 생활을 해오면서 쌓인 경험으로 그는 매번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곤 했다. 어깨는 메이저리그 평균을 받을만큼은 강했고, 줄어든 수비범위는 메이저리그 최상급의 수비를 자랑하는 드류 앤더슨이 커버했다. 그러다보니 카브레라의 떨어지는 수비력은 그렇게 큰 티가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브레이브스의 1루 역시 탄탄했다. 블루제이스는 이번 시즌 리빌딩을 택하면서 계약기간이 2년 남아있는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를 브레이브스에 넘겼다. 그 대가는 무려 브레이브스 팜 1, 2, 5, 13위 유망주였다.
그런 대가를 치렀던 브레이브스가 카브레라를 휴식을 주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지명타자 자리로 옮기면서까지 록하트를 영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카브레라가 부상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음?”
분명 카브레라는 올스타 위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해도 건강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다른 선수에게 밀리면서 출전하지 못했지만, 휴식을 가지면서 후반기에 더 강력하게 돌아오겠다는 인터뷰까지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사람이 다쳤다고?
“휴식일을 맞아서 고향인 베네주엘라에 돌아갔다가 무장강도를 당했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강도놈들이 차를 세운다고 카브레라가 탄 차를 들이받았다나봐요.”
“세상에······.”
무슨 영화도 아니고 실제로 저런 경우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많이 다쳤대?”
“아직 정확한 부상정도는 나오질 않았어요. 브레이브스 측에서도 아직은 쉬쉬하는 있고요. 그런데 올 시즌은 확실히 아웃될거라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고 있어요.”
대체 어디서 저런 정보를 만들어 오는지······. 저런 정보를 들을때마다 레이스도 정보망을 조금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팜에 3루도 없을거고······.”
팀 내 1위였던 3루 유망주와 2위였던 유격수 유망주가 블루제이스로 건너갔다. 그러면서 당장 빅리그에서 3루를 맡아줄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게다가 브레이브스는 현재 컨텐딩을 하는 팀. 카브레라의 부상이 사실이라면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3루수를 당장이라도 영입해야했다.
“제 생각에는 브레이브스만큼 제안할 구단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브레이브스는 구단주 가문인 말론 가와,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같은 가문이 아니었다.
브레이브스의 사장 겸 단장은 알렉스 앤소폴로스. 그는 이 자리에 없다.
“정보 고마워.”
“별말씀을. 그러니 이제 다운을 기다리고 있는 저기 저 레이디한테 가봐요. 너무 일만 하지 말라고요.”
대런은 손을 흔들며 휘적휘적 떠나갔다.
To. 앤소폴로스
- 멜튼 록하트. 관심있으면 메시지 줘요.
메시지를 날린 다운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Ms.로저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테이시라고 불러요.”
“고마워요 스테이시. 기다려주신 대가로 해드릴건 없고······.”
다운은 저기 있는 바를 가리켰다.
“한 잔 하러 가실까요?”
다운의 말에 스테이시가 활짝 웃었다. 다운이 의미심장하게 미소짓는 여자보다는 활찍 웃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누가 흘린게 틀림없다.
“좋아요.”
스테이시와의 대화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잘 웃어주고 리액션까지도 좋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잠시 업무타임을 좀 가질까요?”
“업무타임이 뭐죠?”
“저는 다운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처리해야할 업무 메일이 쌓여있는 상황이거든요. 이걸 처리하러 갔다가 오면 다운은 분명 저기 있는 여자들 중 하나에게 잡혀있을거란 말이죠.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일 좀 처리하려고요. 아까 보니까 다운도 업무 이야기를 좀 해야할 것 같던데······.”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자신의 상황을 헤아려주는 여자!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요. 그럼 한 잔씩 하면서 업무 좀 할까요?”
“Cheers!”
쨍!
건배와 함께 잔을 비운 스테이시는 다운의 앞에서 이야기할때와는 전혀 다른 사무적인 목소리로 업무를 이어나갔다.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매력적이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나도 이제 일해야지.’
여기에도 다운을 아주 간절하게 기다리는 아저씨 한 명이 있었으니까.
From. 앤소폴로스
- 필요해
- 다운?
- 왜 안읽지?
- 밀당하는건가?
- 이런 식은 좀 아니잖아?
- 관심 있으면 메시지 달라며!
- 전화수신도 거부해놨네? 이렇게 하기 있어?
- 좋아!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 제발 연락 좀 주면 안될까? 제발!
다운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첫 번째 연결음이 끝나자마자 앤소폴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아아아아우우우운!]
< 134화 - 거절할 수 없는 제안(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