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올스타 위크(1) >
1위 - 뉴욕 양키스 - 0
2위 - 볼티모어 오리올스 - 3.0
3위 - 탬파베이 레이스 - 4.0
4위 - 보스턴 레드삭스 - 4.0
5위 - 토론토 블루제이스 - 8.0
전반기가 끝난 상황에서 레이스의 시즌 성적이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2위였던 순위는 3위까지 떨어졌고, 4위였던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상대전적이 앞서는 동률까지 따라잡혔다.
원래라면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레이스 팬 커뮤니티는 여전히 뜨거웠다. 팀 성적이 최상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투수
조나 파인트
리키 더지
짐 토머슨
야수
배리 브래넌
코디 드링크워터
멜튼 록하트
사무엘 비어만
네이선 드레이크
무려 8명이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8명이나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글라이드의 입이 찢어질 듯 커졌다.
“투표 1위도 아닌데 그렇게 기쁘세요?”
물론 저 중에서 팬 투표 1위로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는 배리 브래넌, 코디 드링커워터, 멜튼 록하트 세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감독 추천으로 선정되는 투수들과, 백업 선수들이었다.
“그럼! 팬 투표로 올라온 선수 아니면 올스타 취급 안해주는 건 아니잖아?”
거기까지 말한 글라이드의 표정이 싹 굳었다.
“설마 네이트 그 놈, 이번에도 빠진다냐?”
드레이크는 지난 시즌 ‘팬 투표 1위가 아니기 때문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었다. 혹시나 이번에도 그런 말을 한다면 구단주의 권한을 앞세워 드레이크를 압박해볼 생각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부탁이겠지만.
“이번에는 참가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캐시의 말에 글라이드와 다운을 포함한 파트장들이 눈을 크게 떴다.
“웬일이래?”
“사무엘이 이번에 올스타 참가하잖아요. 자기보다 늦게 데뷔한 친구가 먼저 올스타를 얻게 되는 모습까지는 못보겠는 모양이더라고요.”
드레이크 역시 메이저리거라 그런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경쟁심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 최종적으로 여덟 명 확정인가?”
“네.”
“팀 성적은 안좋아도 개인 성적이 좋으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만.”
이렇게 순위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불펜진 때문이었다.
토마스 애커슬리 - 발목 부상 3개월
오마르 캐스틴 - 햄스트링 3개월
빈스 제닝스 - 등 근육 미세파열 1개월
리처드 로버트슨 - 햄스트링 4개월
불펜의 필승조 중 짐 토머슨을 제외한 애커슬리와 캐스틴 두 사람이 순식간에 3개월 부상을 당했고,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레이스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로버트슨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4개월 아웃이 되었다.
다른 어느 팀에 가더라도 프런트라인 선발을 맡을 수 있는 파인트, 더지. 이번 시즌에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장착한 포레스트와 슈어올츠까지 있는 레이스의 선발진은 다른 어떤 팀들과 비교해봐도 꿀리지 않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선발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확 이탈해버린 불펜진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선발이 매 경기마다 8이닝씩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캐시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불펜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하고, 믿을 수 있는 토머슨이 뒷문을 확실히 잠그기 위해서 마무리로 보직변경을 하면서 가져갈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간을 받혀주는 힘이 많이 빠지다보니 뒤집어지는 경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예전에 이야기한대로 불펜 영입은 안할 생각입니다.”
당장 필요한 불펜을 데려올 유망주 카드들과 매물들 역시 충분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우승을 노리는 시즌은 이번 시즌이 아니다. 다음 시즌이다.
“다음 시즌에도 이번시즌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팜에서 투수들 올릴테니까 걔네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경험치를 먹여보죠.”
포스트시즌 경험도 중요하지만, 정규시즌을 못하면 포스트시즌은 없다. 내년을 위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원석들을 골라놓고, 적응시켜놓을 필요가 있었다.
“거스. 불스에 연락해서 콜업할만한 친구들 명단 좀 뽑아줘요.”
“알겠습니다. 인원은 어떻게 할까요?”
“최대한 많이요. 가능성 보이는 놈들은 기억해놨다가 기회 줘보려고요.”
“회의 후에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브래드. 제안할 게 있다면서요?”
다운의 말에 심슨이 준비해놨던 화면을 띄웠다.
“저희가 성적이 떨어졌음에도 평균 관중 수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3,655명. 지난 시즌 같은 기간 평균 관중수에 비해서 5천 명 넘게 많아졌다. 글라이드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내부에서는 내년부터 개장할 글라이드 파크의 관중석 수를 늘리자는 말도 나왔었다.
“시즌패스의 영향이 크겠지만,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성적이 좋은 선수들을 보는 맛으로 구장에 왔던거죠. 저희 홍보팀에서 이 상황을 조금 더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성적으로 인해 침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레이스 팬들이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자는거죠.”
좋은 생각이다.
다운이 계속해보라는 듯 손을 돌렸다.
“구단 공식 앱을 활용해서 이번에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에 대한 예측을 하는거죠.”
“베팅같은건가요?”
“비슷합니다. 예를들어 이번에 아메리칸리그 선발로 예정되어있는 조나를 보시죠.”
조나 파인트 - 삼진 2개 이상/이하
“조나에게 주어진 이닝은 1이닝이죠. 그 안에서 2개 이상의 삼진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하는겁니다.”
“베팅과 다른 점은 뭐죠?”
“저희 팬이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는거죠.”
“상품으로는요?”
“이미 시즌패스 상품들로 너무 많은 지출을 했습니다. 그래서 레이스 로고가 박힌 야구공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너무 관심도가 적지 않을까요?”
이미 시즌패스로 레이스가 지원하는 상품에 대한 눈이 높아져버린 팬들이다. 그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로고가 박힌 야구공 따위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이 이상의 지출을 하면 앤디가 절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요.”
옆에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있는 러셀을 가리켰다.
“물론 아예 고가의 상품들을 지원하지 말자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남발할 수는 없죠. 그래서 참가하시는 분들에게 자동으로 추첨권을 드릴겁니다.”
심슨의 말을 듣고있던 크로포드가 손을 들었다.
“추첨하는 걸 저희 공식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내는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네.”
“추첨하는 상품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그건······.”
심슨이 슬며시 글라이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눈을 본 글라이드가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원하도록하지. 1등 상품은 대신 정해져있어.”
‘구단 역사상 최초의 올스타 8명 배출인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라고 중얼거리는걸 보니,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성덕의 삶이란 정말······.
“남은 것도 내가 지원할테니 바로 공지때려!”
“알겠습니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덧씌워지자 이벤트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회의가 끝나고 다운에게 글라이드가 잠시 다운을 불렀다.
“시애틀로는 언제 날아갈 생각이야?”
“오늘 바로 가려고요. 저녁에 약속이 있거든요.”
대런, 패닝턴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이미 약속을 잡아뒀다.
“같이 갈까 했더니.”
지난 번에는 참가하는 선수들이 없다고 쉬더니, 이번에는 여덟이나 되니까 어깨에 힘을 주고 참가할 모양인 것 같았다.
“어스틴은 언제 가시려고요?”
“첫 날 가야지. 가서 우리 선수들 기도 좀 세워주고, 상여금도 좀 쥐여주고.”
“그런건 나중에 따로줘요. 현금으로. 선수들도 그걸 더 좋아할걸요. 가족들이랑 같이 올텐데, 그러면 상여금이 어디로 굴러들어가는지는 다 아시잖아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손가락을 튕겼다.
“좋은 지적이야. 넌 대체 결혼도 안한 놈이 어떻게 아는거야?”
“이 나이 먹고 모르는 것도 문제가 있는거 아닐까요?”
“결혼할 생각은 있는거냐?”
“좋은 사람 있으면 하는거고, 없으면 뭐······.”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눈을 빛냈다.
“그럼 없지는 않다는거네?”
“그렇죠?”
“그럼 이번에 시애틀 가서 자리 한 번 나가자.”
“네? 아니 갑자기 무슨······.”
저 자리가 그냥 자리는 아닐꺼다. 이야기의 흐름상 어디 가서 여자 만나라는 자리일텐데, 그런 자리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글라이드는 다운의 그런 성향까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여자 만나는 자리 아니야. 네가 그런 자리 안나갈 것도 알고 있어.”
“그럼 무슨 자리에요?”
“그냥 야구 관계자들끼리 모이는 자선행사야. 오늘 저녁에 스칼렛이랑 대런하고도 본다했지? 그 연장선으로 생각해. 단장들 중에서 오는 사람도 있으니까 빠질 생각하지말고.”
아예 빠져나갈 건덕지까지 차단해버렸다. 시무룩해지는 다운의 얼굴을 확인한 글라이드가 다운을 몰아붙였다.
“네 행동반경을 봐라. 집, 구단, 원정, 집, 구단, 원정. 여자 만날 틈이 없잖냐. 보는 사람이라고는 구단 직원들에 선수들 밖에 없고. 사람을 보고 만나야 뭐가 생기지 않겠냐? 이 기회에 사람들도 좀 만나고 소개도 받고 그래봐 알겠어?”
“제가 그 자리 나가봐야 결국 일할 것 같은데······.”
“그 자리에서 일 이야기 할 사람보다 다른 이야기 할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걱정하덜 말어!”
“아니 그래도······.”
이어진 실랑이 끝에 결국 다운은 두 손을 들었다.
“아, 알겠어요! 가면 되잖아요! 좀 놔봐요! 저 진짜 비행기 늦어요!”
“약속했다. 명단에 너 넣어둘테니, 빠지면 알아서 해.”
그 날 저녁.
다운은 대런, 스칼렛과 함께 한 잔을 하기위해 모였다.
“록하트 우리한테 넘겨줘요.”
“너희는 안돼.”
“아, 왜요!”
“미안한데 이제 양키스에서 데려오고 싶은 유망주가 없어. 좀 열심히 해봐. 어째 데리고 있는 탑 유망주 중에서 탐나는 친구가 없냐?”
“와······ 진짜 힘들게 모았는데 말이 심하네.”
“스칼렛은 좀 잘 모으고 있어요?”
“생각보다 안모아지네요. 다른 팀 중에서 진지하게 트레이드에 임해주는 자식들······. 아니, 단장님들이 없거든요.”
“이 바닥이 여자에 대한 차별이 좀 심하긴 하잖아요.”
“다 알고 들어왔잖아. 그래도 넌 응 단장님보다는 나은 편이야. 그 분은 악질적인 소문도 엄청 많이 당했어. 그나마 넌 구단주 손녀라서 그렇게 안당하는거지.”
“아는데 분한건 어쩔 수 없잖아!”
다들 술이 돌아서 그런지 속에있던 말들을 하나 둘 꺼내놨다.
“그나저나 다운. 내일 파티에 온다면서요?”
스칼렛의 말에 답한건 다운이 아니라 대런이었다.
“어? 다운이 내일 파티를 와?”
“오신다던데? 주최자가 우리 할아버지잖아. 그래서 참가하신다는 소식 바로 들었지.”
그러자 대런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다운을 바라봤다.
“다운. 혹시 구단주님한테 뭐 들은 거 있어요?”
“그냥 구단주 가족들, 단장들을 비롯해서 사업가들도 좀 모이는 그런 자리? 나보고 여자 좀 만나라면서 무조건 참가하라더라. 난 어스틴이 그렇게 끈질기게 말하는거 처음봤어.”
“여자?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왜?”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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