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27화 (127/268)

< 127화 - 호사다마 >

[흐음······. 정말 그게 다라고? 잠시만. 좀 기다려 줄 수 있지?]

“아직 저희 픽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몇 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죠.”

[그럼 2분만 줘.]

그의 반응에 다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예상대로네.’

윌리엄스의 반응은 다운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다운은 유망주를 잘 본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잘 키우고 또 그런 것을 선호한다.

이것이 야구를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운이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결이 달랐다.

다운은 유망주를 잘 본다. 그것도 배알 꼴리게 우리 구단이 보지 못했던 선수들을 잘 본다.

이게 업계 관계자가 가진 다운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다운이 샌드위치 픽을 원한다고 했음에도 자신들의 팜이 어떤지 한 번 더 살피러 간 것이었다.

‘이왕이면 스노우 선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스노우에다가 한 명 정도의 투수 유망주까지는 출혈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이 계획은 폐기되겠지.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스노우 선에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올 시즌 스노우는 파워는 버렸지만, 컨택에서만큼은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잠시 후 프런트와 회의를 마친 윌리엄스가 돌아왔다.

[원하는 유망주가 어느 선이야?]

“뭐 적당한 유망주로 주세요. 이번에는 정말 샌드위치 픽이 필요해서 연락드린거거든요.”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 그 말 믿고 배가 아팠던 적이 한두번이었어야지!]

“제가 해봤자 얼마나 케니 배를 아프게 했다고 그래요? 저희 딜 두 번 밖에 안했어요.”

[세 번이었어. 양키스 시절에만 세 번! 이번까지 합하면 네 번이야.]

저렇게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어지간히 배가 아팠나보다.

“말해줘도 믿질 않으시네.”

[그러면 우리 마음대로 줘도 돼?]

“그건 안되죠. 이왕 데려올 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데려와야죠.”

[저 봐, 저것 봐!]

“어느정도 선까지 가능한지 먼저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먼저 뽑았다가 ‘그 친구는 힘들겠는데?’라는 말을 듣고싶지는 않거든요.”

[내가 그런 양아치들처럼 보여?]

“그렇다기보다는 상호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거죠.”

이렇게 말하면 샌드위치 픽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멀어질거다.

[30위 권 밖으로 골라주면 좋겠는데?]

“그건 좀 심한거 아닙니까?”

[그러기에는 샌드위치 픽을 주잖아. 1라운드에 준하는 픽인데 심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뭔가 잊고 계신게 있는 것 같은데. 필립 스노우. 제가 디백스에서 골라서 데려온 선수입니다. 바로 저 정다운이 골라서 데려왔다고요.”

남사스럽기는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주는 것도 필요했다.

[흐음······. 그러면 25위권까지만 지키도록하지.]

“이번 시즌 3월에 발표된 BA랭킹 기준이죠?”

[그래.]

“좋습니다. 그럼 25위권으로 하죠.”

[대신 자네가 데려가려고 했던 하위권 선수 세 명. 누군지 알려줘.]

“세 명이라뇨?”

[내가 자네와 조니를 아는데, 분명 최소 다섯 명까지는 골라놨을거야. 그 중에서 딱 세 명만 가르쳐줘.]

하여간 여우다 여우. 저평가 받던 유망주를 다운과 조니가 확인시켜준다면 새로운 유망주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좋아요. 대신 제가 데려갈 선수 포함해서 세 명 골라드리면 되는거죠?”

[자네 그렇게 안봤는데, 참 사람이 인색해졌어? 시원하게 제외하고 셋 불러줘.]

“대신 샌드위치 픽은 앞선 픽 주시는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픽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나?]

“제가 화이트삭스 직원인줄 아세요? 스카우트 팀 좀 믿으세요. 지금 같이 듣고 있는거 아니에요?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스카우트 팀에서 자네랑 조니 조언 들어오면 베스트라고 조언한거야. 뭐 알려준다고 해도 그대로 뽑지 않을수도 있고. 저번에 응 단장한테도 조언해줬다며? 투수, 야수 한 명씩만 딱 골라줘.]

무슨 무당도 아니고 하나씩 골라달라니. 하지만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어차피 2라운드 27번 지명차례까지는 뽑을 수 없는 선수에 대한 정보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 만으로, 팀 내에 있는 유망주를 하나 더 지킬 수 있다면 이것 나름대로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저는 필립 스노우, 나머지 세 선수에 대한 정보, 저희가 뽑은 다음 샌드위치 픽을 뽑을 때 투수 하나 야수 하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나는 화이트삭스가 가진 1.5라운드 2번 지명권과 자네가 고르는 25순위 밖의 유망주 하나를 제공하는걸로. 그래서 누구야?]

“트래비스 스톤스로 할게요.”

스톤스는 28순위에 있는 코너 내야수로 파워가 장점이지만, 컨택이 떨어지는 선수다. 하지만 스카우트 팀에서 선구안은 충분히 좋다는 평가를 내려 기대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다른 선수 셋은?]

“다니엘 잭슨, 조던 라일리, 더글라스 코스타. 지금 저희 측에서 사무국으로 트레이드 건 보냈거든요?”

[우리 쪽에서도 보냈어.]

몇 초 지나지 않아 사무국과 핫라인으로 연결되어있던 직원이 크게 외쳤다.

“트레이드 승인 떨어졌습니다!”

픽트레이드가 활성화되니까 확실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픽에 대한 메시지는 문자로 보낼게요.”

[좋은 딜이었어. 다음에 또 보자고.]

정말 좋은 딜이었다.

이걸로 플랜 B는 완료다. 디백스가 샌드위치 픽을 얻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채드 벨링엄을 빼앗길 일은 없다.

남은건 22픽의 오리올스가 스탠하우스를 뽑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 다음 차례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입니다.

오리올스에게 주어진 4분의 시계가 흐르기 시작했다.

“작업 안쳐도 될까요?”

“내버려둬.”

원래는 오리올스에게도 작업을 쳐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의 정보원에게 들은 것에 의하면, 오리올스의 스카우트가, 심지어는 스카우트 팀장도 아니다. 그저 북동부 스카우트, 그 중 하나가 스탠하우스를 열심히 밀고 있을 뿐이었다. 정작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고위층에서는 다른 선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래리 코튼 남았잖아.”

래리 코튼은 이번 시즌 드래프티 탑 15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파이어볼러로 유명한 텍사스 산 좌완으로 최대 98마일의 패스트볼을 뿌릴 줄 아는 선수다. 게다가 머리회전 또한 굉장히 좋아서 평소에는 90마일 초중반을 뿌리다가, 필요할 때만 98마일짜리의 공을 뿌리며 승부를 했다.

파이어볼러면서도 그 나이대의 파이어볼러답지않게 두뇌피칭을 즐기는 특이한 선수가 바로 코튼이었다.

실력적인 면만 봤을 때, 코튼은 무조건 탑 5 안에 들어야하는 선수였다. 오리올스는 분명 그를 뽑을 것······.

- 1라운드 22번째 지명권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로드 아일랜드 주.

“엿됐다.”

- 웨스트워윅 하이스쿨의 중견수. 메이슨 스탠하우스를 지명했습니다. 다음 차례는 LA 에인절스입니다.

오리올스의 스탠하우스 지명소식에 회의실이 순식간에 침묵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렇게 되면 벨링엄을 먼저 뽑아야하나?”

벨링엄을 먼저 뽑고, 샌드위치 픽으로 남은 선수들 중 가장 좋은 픽을 뽑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클라인의 생각은 달랐다.

“벨링엄은 디백스와 저희밖에 모르는 친구입니다. 디백스보다만 먼저 뽑으면 문제 없습니다.”

“조니한테 전화걸어줘.”

조니는 벨링엄의 주변을 철저히 마크했다. 그런만큼 그의 확언이 필요했다.

[엿됐네?]

“상황이 빌어먹게 돌아가고있어. 그래서 나한테는 확신이 필요해. 1라운드 픽으로 벨링엄. 안뽑아도 되는거 맞아?”

[샌드위치 픽 얻었다며? 그걸로 무조건 데려올 수 있어. 다른 구단에서 안왔거든.]

“너 그런거 신경 안쓰잖아.”

[나는 아니지만, 나랑 함께 있던 신입놈이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해서 구단 스카우트들이랑 얼굴을 다 외우더라고.]

분명 조니가 귀찮다며 짬을 시킨걸거다.

[스캇이 일은 잘해요.]

하지만 미키의 확언이 있다면야 믿을만했다.

“다른 구단은 없었다는 말이지?”

[500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어. 만약 내 말이 틀리면······.]

“트로피카나 필드 천장에서 번지점프 한다는 이야기는 하지마. 너 지난 시즌에 안뛴거 카를이 벼르고 있어.”

“헤이 조니! 올스타 브레이크 때 한 번 뛰어요!”

크로포드의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니의 전화는 순식간에 끊겼다.

“그럼 다른 선수를 뽑아야한다는건데······.”

현재 지명순위는 23순위. 27순위인 레이스의 지명순위가 오려면 아직 4번의 지명을 지나쳐야했다.

“남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 나열해봐.”

래리 코튼/OF, LHP - 드래프티 랭킹 4위

휴고 스미스/CF - 드래프티 랭킹 22위

셰인 롱/CF - 드래프티 랭킹 17위

에반 호크/SS - 드래프티 랭킹 25위

조나단 윌머/C - 드래프티 랭킹 15위

현재 남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다섯 명을 남겨놓은 것이다.

“저 중에 한 명은 무조건 남아야하는데······.”

“이왕 남는거면 래리 코튼이 남았으면 좋겠네.”

거스의 혼잣말에 클라인이 학을 뗐다.

“어우! 난 절대 반대야!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까도 말했지만 실력적인 면만 따지자면 코튼은 무조건 탑 5안에 들 실력이 있는 선수다.

그럼에도 그의 순위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가 뭘까?

신체 조건이 좋지 못해서?

코튼은 193cm에 89kg의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비슷한 체형의 선수에 비해 팔도 길어서 투수를 하기에는 아주 유리한 체형이었다. 부상 우려가 있는 스몰사이즈 파이어볼러들과는 달랐다.

그렇다면 계약금을 많이 요구해서?

그것도 아니다. 여느 상위 드래프티들처럼 보라스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약금을 많이 요구하는 에이전트와 손을 잡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선수의 요구를 잘 반영해준다고 알려진 평범한 중소 에이전시였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구단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그리고 그의 지명순위가 밀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들과는 다른 그의 정신세계였다.

“그래도 제일 미래가 창창한 놈을 뽑아야지! 관리하기 힘들다고 안뽑을거야?”

“관리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냥 그 놈은 안될 것 같아! 그런 정신상태로 무슨 1라운더야!”

프런트 내에서도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그리고 16분 뒤.

래리 코튼/OF, LHP - 드래프티 랭킹 4위

코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이름은 모두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허탈하게 웃고있는 다운의 표정을 스튜디오 카메라가 잡았다.

“이번 드래프트 진짜 지랄맞네······.”

< 127화 - 호사다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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