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선택은 네 몫이야 >
제목 : 레이스 다음 연장계약 타겟 유출
작성자 : ShawnTBRays
짧지만 궁금증을 유발하는 간결한 제목과 함께 커뮤니티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션의 글이었다.
Hey guys!
내가 오늘 완전 엄청난 소식을 들고왔어! 또 말도 안되는 루머나 소문을 짜집기 한거냐고?
장담컨대 절대 아냐.
이 커뮤니티에서 날 오래 본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소문 같은걸 극혐한다는걸 알거야. 예전에 이런 루머 한 번 올렸다가 거짓으로 판명나서 공개적으로 개망신 당한 뒤로 절대 이런 글을 정말 확실한 소스가 있지 않으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아.
그런 내가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왔어!
내가 친하게 지내는 직원이 하나 있거든? 그런데 걔가 오늘 보라스가 다녀갔다는거야! 레이스 경기를 본 것도 아니고 프런트 사무실에!
여기까지 알려줬는데도 모르면 너는 이 커뮤니티에 있을 자격이 없는 놈이야. 그러니 일단 아는 척 해.
자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자고.
보라스가 누구야?
단장에게는 최악의,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에이전트지. 그런 그가 시즌 중임에도 레이스를 찾았어.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은 보라스의 고객들 중에서 팀을 찾지 못한 선수는 누구도 없어. 그러니 당연히 FA 선수를 영입하라고 온 건 아닐거야.
그렇다면 이제 남은건 원래 있는 선수의 계약을 좀 더 늘리기 위해서겠지?
여기서 얼마 전 다운이 Q&A에서 했던 말이
우리 선수단에 있는 선수들 중 보라스의 고객은 단 한 명 밖에 없어.
리키 더지!
그런데 협상이 결렬됐다는거야. 그래서 난 처음에 우리 구단이 또 짠돌이 짓을 했구나 싶었어. 그런데 또 계약은 드레이크와 비어만 수준으로 제안했대. 아마 계약 수준은 최대 1750만 달러인 그런 계약이었겠지.
차기 에이스에 좌완이라는 점까지 고려해서 조금 더 얹은 제안까지도 했다더라. 그런데 보라스 측에서는 3000만 달러가 아니면 안움직이겠다고 했다는거야.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야. 내 또 다른 정보통에 의하면 더지는 레이스에 아주 남고 싶어한단 말이지.
‘레이스에서 적당한 금액만 맞춰준다면 난 레이스에 계속 남고싶어.’
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거야. 심지어 최근까지도 말이야.
여기서 중요한건 적당한 금액이겠지.
레이스 입장에서는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금액의 수준은 2000만 달러가 아닐까 싶어.
3000만 달러 부른건 뭐냐고?
여기 보라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멍청이는 없지?
여튼 다시 더지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솔직히 좌완 차기 에이스한테 2000만 달러 정도는 줄 수 있는 법이잖아?
앞서 계약을 맺은 두 선수들과는 다르게 더지의 개인 가정사는 꽤 불운한 편이야. 그래서 더지는 그 정도의 돈을 원할거고.
이번에 중계권료도 많이 들어왔겠다, 레이스가 그 정도는 못할 것도 아니란 말이지. 근데 문제는 비슷한 급인 드레이크와 비어만이야.
드레이크의 계약은 사실 별 문제가 없어. 이미 1년이나 지났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비어만이야. 바로 얼마전에 175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는데, ROY도 따내지 못한 더지에게 2000만 달러를 준다?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레이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함께해야하는 두 명의 선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야.
난 그 이상의 계약을 쉽게 줄 수 없는 레이스도 이해가 되고, 2000만 달러 수준을 원하는 더지도 이해가 돼.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작성을 완료한 션이 뒤에 있는 다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쓰면 될까요?”
다운이라고 더지에게 2000만 달러 정도를 쓰고싶지 않은건 아니었다.
냉정하게 따져서 3년차의 좌완 선발과 이제 2년차 시즌을 들어가는 비어만과 2년차 시즌을 맞을 예정이었던 드레이크의 입장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15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가족들을 혼자 부양해야하는 더지의 상황을 알고 있는 다운이기에 더더욱 마음이 갔다.
그런 사적인 감정을 제하더라도 더지 정도의 투수의 전성기에 연 2000만 달러를 투자하는건 전혀 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파장이 문제였다.
‘네이트가 문제야.’
레이스 역사상 2000만 달러 이상을 넘기는 계약을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까지 최고액의 계약은 1750만 달러.
드레이크의 명예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그가 레이스의 저 계약을 받아들였던 것은 레이스의 재정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연 1750만 달러라는 금액이 레이스 역사상 최고액의 계약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깨지겠지만, 최소 몇 년 동안은 역대 최고액의 계약
그걸 알고 있기에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레이스에 남은 것이었다.
그런데 데뷔 동기가 자신보다 시기를 잘 타서 더 많은 돈을, 그것도 역대 최고액 계약을 갱신한다? 그것도 1년 만에?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그래서 다운은 이 게시글을 이용해서 드레이크를 설득할 수 있는 약간의 건덕지를 만들면서도 보라스를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뭐, 이것도 리키가 우리 구단에 남고 싶다고 해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다운은 브래넌과 파인트, 마이어 등의 베테랑들을 통해서 더지의 속마음을 알아냈다.
“금액만 맞춰주면 남고싶대.”
“그 친구 사정 알잖아요? 큰아버지 내외랑 고모 내외가 동시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촌들까지 모두 키우고 있는거나 다름없다는거. 부모님도 거동이 불편하신데, 이사가는게 어디 쉽겠어요?”
그리고 평소였다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FA까지 볼 일 없겠군요.”
라고 했을 보라스가 꾸욱 참고 앉아있었던걸로 남고싶어하는 더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보라스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남은건 팬들 사이에서 여론이 형성되는건데······’
어느정도 팬들이 불타올라서 더지에게 돈을 조금 더 써야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기만 한다면, 드레이크를 조금이나마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계약내용 다 넣어도 되는거 맞나요?”
션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원하는건 리키가 상처를 받는게 아냐.”
최선의 시나리오는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고, 보라스가 떨어져나가는거다. 거기에 드레이크까지 설득되면 더할나위 없고.
“업로드 할까요?”
재차 묻는 션에게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탁!
엔터키가 쳐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글이 업로드 되었다.
그리고 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JjAbe38 : 더지라니! 더지는 잡아야지! 좌완 에이스의 가치가 얼마나 큰데! 근데 보라스가 요구하는 금액이 좀 크긴 하네.
TravorMc : 좀 큰 정도가 아니지. 그리고 비어만이나 드레이크가 느낄 감정을 생각하면 1750만 달러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
Rodcarew : 난 2000만 달러가 맞다고 봐. 드레이크도 못한건 아니지만, 하프 타임 데뷔시즌을 치르고 풀타임 1년차를 앞두고 연장계약을 맺은거잖아? 비어만도 마찬가지야. 이제 고작 2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지. 하지만 더지는 풀타임으로만 3년차야. 그것도 좌완 선발이라고! 난 2000만 달러의 가치는 있다고 봐.
YonderX : 위의 의견에 동의해.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한 댓글창을 보며 심슨이 물었다.
“조나 투입할까요?”
“투입해.”
이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
“부디 내가 원하는대로 됐으면 좋겠는데······”
***
그 날 밤.
더지의 집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미쳤어요?”
흔히 볼 수 없는 더지의 고성에 동생들이 저쪽에서 눈치를 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을 본 더지는 목소리를 낮추고 다시 물었다.
“30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요? 제정신이에요 스캇?”
보라스 역시 더지와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3000만 달러를 받자고 한 건 아니야. 협상을 하려면 우선 위쪽 금액을 최대한으로 높여놔야 하는법이야. 일단 나한테 다 맡겨. 우리는 한 팀이야. 날 믿고 맡겨야······”
“맡긴게 지금 이 모양이잖아요. 제가 뭐랬어요. 저는 딱 2억 달러의 계약규모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세금으로 뗄거 다 뗀 다음 큰아버지네 사촌 3명에게 1000만 달러, 고모네 사촌 4명을 위해서 1000만 달러를 둘 생각이다.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지만, 10년을 넘게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사촌들이다.
때로는 다투고, 지겹기도 했지만, 저들만큼 자신과 가까운 사람도 없었다.
자신이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대학이라던가 생활비, 차, 취직할때까지의 건강보험이나 의료비까지는 생각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3000만 달러 정도는 부모님과 할머니를 위해서 쓸 것이다. 큰아버지 내외와 고모 내외가 사망한 교통사고로 인해서 부모님도 몸이 좋지 않다. 이제 늙어서 몸이 안좋으신 할머니를 포함해서 세 분에게 매 년 어마어마한 의료비가 나가는데, 거기까지는 감당하고 싶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집도 사고,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모아둘 생각이었다.
“이게 어려운건 아니지 않나요? 보라스에게?”
“네가 정말 그 조건을 원하면 어렵지 않지. 하지만 리키. 네가 고작 그걸 원해서 날 찾은건 아닐텐데?”
보라스의 수수료는 에이전트 중 최고다. 그런만큼 그의 손을 잡았다는건 그 만큼의 뽕을 뽑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2억 달러를 말했지만, 넌 분명 그 이상을 원했을거야.”
보라스의 말에 더지가 입을 닫았다.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사람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병원비와 자신들의 교육비로 오랜 기간 할머니가 고생하며 버티는걸 지켜봐왔다.
많은 돈은 곧 여유로운 생활. 그 유혹을 떨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가 이렇게 흔들린건 팬들의 반응때문이었다.
2000만 달러 정도를 원하는 더지는 괜찮지만 3000만 달러를 원하는 보라스는 돈에 미친 악마.
이런 프레임이 씌워져있는 댓글들을 보고는 마음이 흔들린 것이었다.
“2억 달러를 원하면, 날 해고해.”
“해고요?”
“그래 해고. 지금까지 널 위해 해온게 아깝긴 하지만, 내 고객이 2000만 달러도 못미치는 계약을 하는걸 내버려둘수는 없어.”
보라스는 돈을 받아내는데 최고다.
이런 이미지를 쌓기는 어렵지만, 깨지는건 한순간이다. 구단에게 지고들어가는 패배의 이미지가 한 번, 두 번 누적될수록 자신의 커리어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구단들은 이러겠지.
“저번에는 져주던데 왜 이번에는 바락바락 우깁니까?”
보라스는 그 꼴을 두고볼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 이상을 원한다면 트레이드가 되거나 FA가 될 때를 기다려.”
“하지만 트레이드가 되면 제 가족들은······”
“돈만 보내주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사람이 넘쳐나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거 아니였어? 오프시즌에만 이 집에 돌아오면 돼. 그러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현실적인 보라스의 말에도 더지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레이스에서 성공하고 싶어서그래? 그러면 내가 말한대로 날 해고해. 그게 아니면 당장 레이스의 제안을 걷어차. 그리고 FA를 기다리자.”
보라스는 가방에 있던 자신과 더지 사이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선택은 네 몫이야.”
< 119화 - 선택은 네 몫이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