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05화 (105/268)

< 105화 - 저런 평가에 납득할거야? >

“데려온 선수가 누굽니까?”

“에스코바랑 조 블랜튼 두 명입니다.”

다운의 말에 캐시의 얼굴이 환해졌다.

“프란시스 에스코바 말하시는거죠?”

“네. 애슬레틱스의 그 에스코바요.”

“멜튼이 떠나도 괜찮겠군요.”

“멜튼이 떠난 곳은 알버트로 채울거고 만약 알버트가 우리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그때는 알버트를 1루로 돌려야죠. 타격 포텐셜만큼은 뛰어난 놈이니까.”

“그러면 빈 3루를 에스코바가 맡아주면 되겠네요.”

“만약 알버트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그렇게 되겠죠.”

“블랜튼? 그 친구는 뭡니까?”

“거스의 픽이에요. 포수부터 내야 외야까지 전부 커버 가능한데, 타격이 별로에요.”

“거스라면 그런 친구를 이유없이 데려오지는 않았을텐데요.”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시도해볼만한 꽤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안되더라도 에스코바에다가 필립 스노우까지 얻었으니 꽤 좋은 딜이었고요.”

“스노우 그 친구도 유틸이었죠?”

캐시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한 친구가 완전히 망하더라도 다른 대안은 있어야 하니까요.”

씨익 웃어준 다운이 태블릿을 펼쳤다.

“개막 로스터는 확정했어요?”

“네. 이제 확실히 정해졌습니다. 우선 선발은 지난 시즌하고 비슷하게 갈겁니다. 다만 위치가 좀 바뀌겠죠.”

1 - 조나 파인트(R/R)

2 - 리키 더지(L/L)

3 - 에디슨 포레스트(L/R)

4 - 에릭 슈어홀츠(R/R)

5 - 미치 베이커(L/L) or 자비어 에르난데스(R/R)

“결국 이번에도 오프너를 써야겠네요.”

캐시와 다운은 이번 시즌부터 오프너 대신 선발을 넣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불펜진이 단단하고, 오프너를 잘 활용하고, 오프너에게 나가는 돈이 제대로 된 선발에 비해 적다고 하더라도 오프너는 결국 미봉책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선발이 없는 팀에서나 쓰는 그런 임시방편 말이다.

결국 오프너는 게임 플랜에 있어서 계산이 서질 않는 그런 투수고, 선발은 어느정도일지 계산이 서는 투수다. 아무리 오프너가 좋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선발보다는 못했다.

“둘 다 선발로는 여전히 별로인가요?”

베이커나 에르난데스 중에서 한 사람만이라도 선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문제가 있었다.

“여전히 베이커는 50구가 넘어가면 구위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에르난데스는 60구만 넘으면 제구가 눈에 띄게 흔들리더라고요.”

한 사람은 제구가, 한 사람은 구위가. 결국 둘 다 선발로는 못쓴다.

“비니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말이죠.”

두 사람의 계획 상으로 지난 시즌 말부터 선발진에서 꽤 활약을 해준 비니 맥그리프가 5선발로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맥그리프가 뼛조각 제거수술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레이스의 5선발 자리에는 다시 오프너가 들어가게 되었다.

C

알렉스 윌슨(R/R)

사무엘 비어만(S/R)

1B

덕 흘로첵(L/L)

2B

세드릭 우드먼(L/R)

3B

멜튼 록하트(R/R)

SS

네이선 드레이크(S/R)

IF

브라이언 앤더슨(R/R)

알버트 서머스(R/R)

LF

패트릭 비어스(R/R)

CF

케빈 마이어(L/R)

RF

코디 드링크워터(L/L)

OF

루카스 페리시치(L/L)

DH

배리 브래넌(R/R)

야수진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브래넌이 좌익수가 아니라 풀타임 지명타자로 예정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캐시는 바로 그 부분을 짚었다.

“근데 단장님. 문제가 좀 있습니다.”

“뭔데요.”

“배리가 풀타임 지명타자 전환을 원하질 않습니다.”

“적당히 출장시간 분배한다고하면 되지 않을까요? 배리도 슬슬 수비하면 체력딸릴 나이잖아요.”

“하지만 본인이 원하질 않습니다. 제 설득은 들어먹지도 않고요. 단장님이 이야기 좀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감독은 대놓고 선수와 대립하기 힘든 자리다. 매일 얼굴보면서 승리를 위해서 경기해야하는데 사이가 틀어져봐라. 얼마나 힘들겠는가. 고로 이런 일들은 다운이 해주는 것이 맞았다.

“알겠어요. 제가 한 번 이야기해보죠.”

“지금 당장 부를까요?”

캐시의 말에 다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준비물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요. 개막전 전에는 이야기 해놓을테니 걱정하지말고 준비하세요.”

이틀 뒤, 그리고 개막 전 날. 다운은 단장실로 브래넌을 불렀다.

“미스터 다운! 무슨 일로 절 부르셨······”

다운의 방에 들어온 브래넌은 젠틀맨이 된 것 처럼 연기를 하다가 탁자에 올려진 자신의 피규어와 눈이 마주쳤다.

“와우······!”

홈런을 때린 뒤의 자신의 시그니쳐 포즈를 정확히 재현해낸 30cm정도 크기의 피규어에는 600HR이라는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이거 뭐야? 내 선물이야?”

그의 반응을 본 다운이 피식 웃었다.

“왜? 갖고싶어?”

“당연히 갖고싶지! 내 얼굴이랑 완전히 똑같은 모습에, 내 시그니처 포즈까지!”

“아직까지 너한테 줄 생각은 없어. 저기 적힌 글씨를 좀 봐.”

브래넌의 눈이 600HR이란 글자로 향했다.

“600홈런 달성하면 주려고? 내 통산 홈런이 지금 그게 안되는데?”

브래넌의 통산 홈런 갯수는 543개. 600홈런까지는 앞으로 57개의 홈런이 남았다.

“빠르면 올 시즌, 늦으면 다음 시즌이면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시즌 41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긴 브래넌이라면 올 시즌 적어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릴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네가 건강하기만 한다면.”

다운의 말에 브래넌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난 건강해.”

“건강검진 지표는 그렇지 않던데?”

지난 시즌 마치고 시행된 검진에서 브래넌은 무릎이 상당히 좋지않게 나왔다.

“젠장. 팻 그 자식 숨겨준다더니······”

팻은 레이스 전원의 건강을 책임지는 팀닥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는 숨기면 안되지. 그랬다가는 팻은 잘리는건 물론이고, 소송까지 걸리는걸?”

“그래도 남자 대 남자로 약속한 건 지켜줘야지. 언제 말했어?”

“검진 끝나고 바로.”

“젠장할. 팻 거시기를 떼야겠구만.”

“팻의 거시기를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하고, 지금 우리 주제는 그게 아니잖아. 네 무릎이지.”

브래넌은 오랜시간 100kg에 달하는 거구로 포수생활을 해왔다. 그가 블로킹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에 그의 무릎상태도 한 몫 했다. 블로킹을 할때마다 아려오는 무릎은, 브래넌이 적극적인 블로킹을 하는 것을 막았으니까.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브래넌의 무릎은 걸레짝이 되어있었다.

“팻이 너 이거 뛸때마다 심하게 아팠을텐데 어떻게 견뎠나고 그러더라. 그 말 듣고나니까 지난 시즌에 네가 했던 행동들도 다시 떠오르고.”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브래넌은 6회 이후 전력질주를 한 뒤부터는 대주자 교체를 요구했다.

자세한 이유를 물을때마다

“하하! 루크랑 넬슨에게 기회를 줘야하기 않겠어?”

라며 대인배처럼 답해서 넘겼다. 브래넌은 레이스에서 항상 후배들을 이끌고 지원해주는 리더의 성향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무릎상태에 대해 듣고 난 뒤에는 그것이 후배들에게 양보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릎상태가 좋지 못해서라는걸 알 수 있었다.

“시즌을 전부 뛰고 나니까 그렇게 아팠던거지 지금은 멀쩡해. 진짜 괜찮아.”

“다시 정밀검사 한 번 할까?”

“에헤이~! 뭐하러 그런걸 해. 내일이 개막인데.”

“무릎은 검사하는데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더라. 왜? 쫄려?”

“쫄리다니. 가자 가!”

다운은 버럭하는 브래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차키를 챙겼다.

“그래. 가자.”

진짜로 다운이 나가려고 하자 브래넌이 다운을 잡아챘다.

“잠깐만.”

“왜? 무릎 괜찮다며. 그러면 검사받아도 상관없는거 아냐?”

브래넌은 대답 대신 한숨과 함께 다운을 강하게 끌어서 자신의 옆에 앉혔다.

“왜? 걸리는거라도 있어?”

여전히 대답이 없는 브래넌.

“무릎이 걸리겠지. 네 무릎은 이제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을테니까. 어릴때부터 20년을 가까이 혹사시켰는데 그게 멀쩡할리가 있나. 안그래?”

다운의 팩폭에 브래넌의 고개가 숙여졌다.

“배리. 내가 너 좋자고 하는 이야기인것 같아? 이게 다 팀을 위한 이야기라고!”

뭔가 이상한 다운의 말에 브래넌이 고개를 들었다.

“잠깐. 보통 그 반대로 말하지 않아? 나나 팀이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너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해야하는거 아냐?”

얼이 빠져있는 그의 표정에 웃음이 나올뻔했다. 하지만 다운은 올라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정색했다.

“널 위했으면 모른척 좌익수에 넣어줬어야지. 네가 그걸 원하니까. 하지만 난 그걸 들어줄 생각이 없어. 무릎이 안좋은 넌 결국 수비에서 약점을 보일거고, 결정적인 상황에 실수를 할지도 모르지. 그것뿐만이 아니야. 타격은? 무릎이 좋지 않으면 타격에도 영향을 미치겠지. 네가 원하는대로 스윙이 돌아가지 않을테니까. 결국 좌익수로 출장하고 싶다는 네 욕심은 팀의 순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거야. 물론 ‘노장의 투혼’ 이런 식으로 포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넌 저런 부상투혼이 아니어도 충분히 팀에 투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놈이잖아? 지명타자자리에서도 넌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걸 알아.”

브래넌도 알고있었다. 자신이 좌익수로 뛰는 것은 욕심이라는걸. 하지만 풀타임 지명타자로 가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왜냐면

“······ 서워.”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다운이 재차 물었다.

“뭐?”

“무섭다고.”

보통 선수들이 지명타자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수비 이닝이 사라져서 이상해지는게 무서워?”

“아니. 그런건 신경쓰이지도 않아. 내 짬밥이 몇 년인데 고작 수비이닝 없다고 타격이 흔들리겠어?”

“그럼 뭐가 무서운데?”

브래넌은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했다.

“지금이야 수비까지 함께하고 있으니까 상관없지. 하지만 내가 지명타자가 되면 이제 타격에 집중해야할거아냐. 그러다가 혹시 성적이라도 떨어지면? 장타력이 감소한다면? 타율이라도 더 떨어진다면? 물론 받는 돈이 있으니까 출장이야 시켜주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너라면 분명 쓸모없어진 날 트레이드할거야.”

부인할 수 없다. 브래넌이 만약 실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그가 받는 연봉의 값어치를 못한다는 판단이 든다면 다운은 언제든지 그를 트레이드할 생각이 있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내가 기대치를 못맞출까봐. 또 다시 쫓겨날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

“트레이드 거부권도 있잖아.”

“거부권이 있다고해서 네가 날 트레이드 못하는건 아니지.”

“그건 맞는 말이지. 어떻게든 트레이드에 동의하게 만들 자신이 있으니까.”

“난 그런 상황이 무서워.”

브래넌이 두려워하는것도 이해는 됐다. 하지만 그가 잘못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근데 배리.”

“음?”

“네가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 팬들 중에서 네 수비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어.”

그러면서 다운은 유명한 레이스 팬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글을 하나 올렸다.

- 브래넌에게 혹시 수비 기대하시는 분 계신가요?

유명한 사이트다보니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렸다.

- 배리한테 수비를? 우리집 강아지한테 타격을 기대하는게 빠르지 않을까?

- 어깨 강한 것 말고는 볼 것 없는 수비 아냐?

- 그 어깨도 요즘 많이 약해졌더라. 늙은게 눈에 보여. 이제는 그냥 지명타자로 출장했으면 좋겠는데.

- 늙어서 이제 타격도 못하는거 아냐?

- 에이. 그래도 한 방은 있잖아. 아, 힘 떨어졌으려나?

- 그러면 안되는데 배리가 파워는 있지만 정교함이 있는 타자는 아니잖아. 힘 떨어지면 쓸모없어지는거 아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읽은 브래넌의 눈썹이 휘어졌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뭐? 늙어? 어깨빼고 볼 것 없어? 아니 늙어서 타격도 못해? 힘이 떨어져? 정교함이 없어? 내 이미지가 이랬단 말이야?”

원래 계획은 ‘600홈런을 치려면 타격에 집중하는게 좋지 않겠어?’라면서 살살 꼬드기는거였다. 그래서 저렇게 피규어도 준비를 하고, 할말까지도 생각해놨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런거 다 필요 없는것 같다.

“배리. 수비는 못하지만 타격은 보여줄 수 있잖아. 안그래? 저런 평가에 납득할거야? 배리 브래넌이?”

브래넌의 콧구멍에서 김이 뿜어져나왔다.

“내가 진정한 지명타자가 뭔지, 타격이 뭔지 보여주지. 오늘부터 타격에 집중한다.”

생각했던 상황대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배리 브래넌 지명타자 전환 설득 완료!

< 105화 - 저런 평가에 납득할거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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