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03화 (103/268)

< 103화 - 혹시 미치셨어요? >

- 양키스, 레이스, 디백스 삼각 트레이드 성사!

- 알렉시스 제퍼슨 양키스 행!

CBA로 인해 얼어있던 시장을 완벽하게 깨부숴주는 첫 대형 트레이드가 터져나왔다. 그것도 무려 세 개의 팀이 엮여 있는 트레이드가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시선은 지금 화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퍼슨과 양키스가 가져갔다.

“디백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커갈거라고 예상했었는데요. 혹시 트레이드를 예상하셨나요?”

“아뇨.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연장계약 제안을 받았으니까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디백스는 리셋 버튼을 눌렀고, 제가 그곳에 머무는 것보다는 값비싼 대가를 받아올 수 있는 지금 보내는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며 단장님이 직접 와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그럼 양키스에 온 각오 한 마디 해주시죠.”

“제가 콜린 헨더슨을 대신해서 들어왔다는걸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이런 압박과 기대를 주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옆에 있는 대런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알렉의 합류는 저희 양키스를 다시 한 번 더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줄겁니다.”

“하하! 단장님이 너무 저를 띄워주시는군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기자회견이다.

“넬슨 그 놈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기자회견을 하겠지?”

페레즈의 기자회견은 두 시간 뒤에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다운은 그 방송은 보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 놈 좋아하는 표정은 보고싶질 않네.”

제퍼슨과 디백스의 이별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레이스와 페레즈의 이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태업할거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태업이랄게 있습니까? 어차피 잘해봤자 써주지도 않는데 왜 제가 레이스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게 네 커리어를 낭비시킨다는건 생각 안하나?”

“그 낭비를 단장님이 시키셨죠. 만약 제가 지난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들었다면 분명 더 좋은 선수가 됐을겁니다.”

결코 끊어지지않고, 되풀이 될 말들이었다.

“트레이드 될거야. 우리 구단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널 보낼 수 밖에 없어.”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어디로 가죠? 이왕이면 레이스와 자주 마주치는 팀이었으면 좋을텐데요. 단장님이 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걸 후회하도록 말이죠.”

“AL 동부였다면 네가 정말 좋아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갈 곳은 디백스야.”

떠나는 길에 축복을 조금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한 마디조차 쏙 들어가게 했다.

“앞으로 마주치지 맙시다 단장님.”

저주아닌 저주를 붓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었겠나. 자신의 앞에서는 그래놓고 디백스에서는 웃으며 기자회견을 할 그 모습을 떠올리니 속이 쓰렸다.

“그래도 내가 발굴하고 계약했던 놈인데······”

자식이 대들면 이런 느낌일까?

우우웅~

씁쓸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와중에 전화가 울렸다.

[데이비드 포스트]

기다리던 전화다.

보통이면 비서를 통해서 전화가 왔을텐데 이렇게 다이렉트로 전화가 오다니. 급하긴 했던 모양이다.

“리타.”

다운의 부름에 리타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에요 데이비드.”

다운이 부르는 데이비드라는 이름이 애슬레틱스의 단장임을 확인한 리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하는 사이인가?]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를 하는 사이. 혹은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서 찔러보려고 전화하는 사이. 둘 중 하나 아닙니까?”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가 할말이 없잖나.]

“빙빙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전화했습니까? 알마다요? 안됩니다. 톰슨도 안됩니다. 제이콥스? 당연히 안됩니다. 올라루스는 생각을 조금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말을 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다운의 거절에 포스트가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그만! 무슨 말을 그렇게 빨리 해? 속사포가 따로 없네.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지? 뭘 물어보지도 못하게 만드네!]

“데이비드가 보통 전화오면 물어보는 선수들에 대해서 미리 답을 드린 것 뿐입니다만?”

[그래도 서로간의 교감이라는게 있잖나.]

“원하시는게 교감이었습니까? 그럼 직업을 잘못 선택하신것 같은데요. 어디 상담소나 하나 차리셨다면 사람들하고 교감은 질릴 정도로 많이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하여간 이 사람 말은 정말······ 무슨 말을 못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어.]

“항상 주도권을 가져야하는 단장에게는 아주 필수적인 재주라고 할 수 있죠.”

끼이익

조용히 문이 열리고 트레이드에 필요한 거스와 미키 부녀, 클라인이 리타에게 이끌려 들어왔다.

“이 통화 길어지겠죠?”

[때에 따라서?]

“그럼 스피커 폰으로 바꿀게요. 팔이 너무 아파서.”

[그 나이부터 아프면 위험해. 우리 나이쯤 되어서 아파야지.]

“지금부터 관리를 하는거죠.”

다운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 폰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올라루스가 생각을 조금 해볼 수 있다고? 그거 조금 당기는데?]

빠르게 말했다고 한 마디 했으면서도 지나간 말 중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할 말은 놓치지 않았다.

“프레드가 중요한게 아닐텐데요.”

[중요하지. 우리 외야를 맡아줄 선수가 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잭 라우틀릿지만큼 중요하지는 않겠죠.”

다운의 말에 순간 전화 너머의 소리가 사라졌다.

아마 ‘빌어먹을 자식! 다 알고 있었어!’라고 읊지 않았을까?

“미안한데 욕은 들리지 않게 해주실래요?”

[내, 내가 음소거를 안했나?]

다운의 말에 당황한 듯한 포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다운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포스트가 다시 욕을 했다.

[빌어먹을 자식······]

“감사합니다.”

다운은 가뿐히 그의 욕을 넘긴 뒤 재차 물었다.

“그래서 라우틀릿지. 필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다운, 저 여우가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숨기는 건 무리다.

[필요하지. 아주 필요하지.]

“어디까지 내줄 수 있어요?”

[10위권에 드는 친구 둘. 어때? 이 정도면 꽤 잘 쳐준 것 같은데?]

살짝 떠보는 듯한 포스트의 제안.

“그걸론 안되죠. 잭이 얼마나 가치있는 선수인지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실까?”

며칠전만 하더라도 가치를 깎아내리기만 했던 선수였지만, 다운의 손에 들어온 이상 이제는 가치를 높여야 하는 상품이다.

“FA까지 네 시즌이나 남은 최상급의 유망주를 고작 10위권 유망주 둘로 데려가려고요?”

[이미 두 시즌이나 뛴 상탠데 유망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는 23살의 선수를 유망주라고 하지 않기에도 무리가 있죠. 심지어 그 선수가 2년 연속 10승에다가 3점대를 기록했다면 더더욱 그렇고요.”

[고작해봐야 4선발 급이라는거 알잖아.]

“하지만 위에 선발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실질적으로는 2선발 역할을 했죠. 디백스의 타선을 생각해봐요. 제퍼슨 빼고는 볼 것 없는 타선으로 2년차 신인이 실질적인 2선발 역할을 수행하면서 10승과 3점대 방어율을 챙겨낸거라는걸 생각해줘야죠.”

[그 위의 선수를 받기에는 실링이 딸리잖아. 고작해봐야 3선발 급으로 성장할거라고 생각되는 선수에게 한 자리 랭크의 유망주를 투자하기에는 우리 리스크가 너무 커.]

“3선발급이 아니에요. 제가 볼 때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숩니다. 적어도 프런트라인급의 선수는 될 수 있는 투수에요. 체격을 봐요. 2미터에 달하는 키!”

[하지만 근육이 너무 적어.]

“최근 근육양을 보면 그 말 못하실걸요. 78kg까지 찌웠다니까요?”

[그 키에 78kg는 너무 적어. 적어도 90kg는 되어야지 힘이 실릴텐데.]

“데이브. 그건 구시대적인 발상이에요. 길게봐야죠 길게. 그렇게 근육이 많은건 잭에게 전혀 맞지 않을겁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몸 상태에 맞지 않는 많은 근육과 체중은 오히려 인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되어있어요. 투수에게는 그 인대가 뭐겠어요?”

[팔꿈치겠지.]

“틀렸어요. 팔꿈치를 포함한 전신의 인대가 다 중요하죠. 그 중 어느하나라도 고장나면 투구는 할 수 없을테니까. 그래서 적정 몸무게가 중요한겁니다. 괜히 무게를 늘렸다가 부상을 당할 바에는, 적정한 몸무게에 굉장한 유연성이 합쳐지면서 롱런을 하는게 더 좋지 않겠어요? 특히나 잭 같은 경우에는 애슬레틱스를 사랑하잖아요. 애슬레틱스와 함께 오래 할 수 있게 된다면 적은 연봉도 충분히 감내할 생각이 있다고 했고요.”

은근슬쩍 성장 가능성에서 롱런으로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갔다. 하지만 포스트는 이에 넘어갈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성장하는 것 하고 관련은 없는 것 같은데?]

“체계적인 훈련 하에 구속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해봤자 1마일도 안올랐잖아.]

“하지만 떨어지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죠. 거기다가 매 년 새 구종 하나씩을 추가하고 있죠. 그것도 성공적으로. 만약 구속이 오르지 않더라도 스터프가 딸리는 건 아니잖아요? 거기다 그 많은 구종들 보세요. 포심, 투심, 슬라이더, 싱커, 커브, 체인지업. 어우~ 여기에 두 개 만 추가한다고 하면 던질줄 아는 구종이 8개네요. 워낙에 제구도 뛰어난 선수다보니 성적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을거고요.”

[하지만 부상이라도 당해서 구속이 떨어진다면······]

“데이브. 부상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거에요. 지금 저한테 주는 그 유망주들이 전부 터질수도, 그 중 가장 못하던 선수가 터질수도, 혹은 전부 부상으로 예상만큼 못클수도 있어요. 심지어는 셋 모두 부상 없이도 성장을 아예 못할지도 모르죠. 그게 야구에요 데이브. 부상당할거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드래프트도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유망주 들어오는대로 받으면 되지 왜 스카우트하고 뽑겠어요? FA는요? 그동안 건강히 좋은 활약을 해서 거금을 주고 데려왔는데 팀에 오자마자 누워서 은퇴할수도 있잖아요. 마치 프린스처럼요. 내가 뽑은, 데려온, 선택한 선수가 잘 될 거라고 믿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게 저희가 해야할 일이죠. 그리고 제 생각에 잭은 애슬레틱스가 지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다운의 일장연설에 포스트 쪽이 조용해졌다. 아마도 참모진과 함께 라우틀릿지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있을거다.

잠시 후 포스트가 다시 돌아왔다.

[누굴 원하나.]

그의 말에 다운이 웃으며 말했다.

“프란시스 에스코바에 조 블랜튼을 얹어주세요. 그러면 잭 라우틀릿지를 드리죠.”

애슬레틱스 팜 내야수 랭킹 1위와 팜 랭킹 42위에 떨어져있는 선수의 조합.

다운의 제안에 이번에는 0.1ms의 딜레이도 없이 포스트가 답했다.

[혹시 미치셨어요?]

< 103화 - 혹시 미치셨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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