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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 MLB 단장-102화 (102/268)

< 102화 - 칭찬, 감사합니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운은 곧바로 삼각 트레이드를 수락하지 않았다.

외야가 넘치는 건 맞지만, 그 중에서도 계속 함께할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었다. 고로, 한 명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외야중에 원하는 선수가 따로 있습니까?”

다운의 말에 화면에 떠 있는 패닝턴이 고개를 흔들었다.

[딱히 없어요. 패트릭 비어스, 넬슨 페레즈, 루카스 페리시치, 프레드 올라루스 네 명 중 하나면 만족해요. 그러고보니 덕 흘로첵도 외야가 가능하다던데······]

“꿈 깨시죠. 덕은 우리 팀에서 쭈욱 머물 친구니까. 드링크워터는 어때요?”

다운의 말에 패닝턴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참. 다저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만나지 못하면 옵트아웃되는 친구요? 애초에 우리는 다저스하고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수도 없는데요?]

“평소에 더 자주 만나니까 좋아할지도 모르잖아요?”

[1년짜리에는 관심없네요.]

그녀가 원하는 네 명 중에서 다운은 한 명을 골라잡았다.

“넬슨 페레즈를 드리죠.”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네 명의 선수들 중 유일하게 다운에게, 그리고 레이스에게 불만이 있는 선수였으니까.

“넬슨이 약간 태업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탈락한 것에 앙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팀의 어린 애들에게도 ‘네가 아무리 잘해봤자 중요한 경기에서는 밀려나갈수도 있다.’라는 말도 하고 다닌답니다.”

“그게 본인한테 좋지 않다는걸 알텐데요.”

“아직 어린 놈이잖습니까. 아는 것하고 실제로 행하는 것이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넬슨 페레즈.

굉장히 넘치는 재능을 가진 놈이다. 루키 시즌인 지난 시즌에서도 컨택이 조금은 떨어지지만 파워에서는 밀리지 않는 다는걸 증명해낸 놈이니까. 다른 팀에 보내기는 아깝다.

하지만 팀 케미를 중요시하는 팀에서 그걸 해치는 놈이 있다면 제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그게 배리 브래넌일지라도 다운은 그를 내보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페레즈를 준다고요? 진짜?]

“왜? 페레즈는 생각하지 않았나보죠?”

[해봤자 페리시치나 올라루스 생각했죠.]

둘 다 수비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지만, 공격면에서는 엄청나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를테면, 마이어가 만개하기 전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비어스나 페레즈는 타격과 파워, 그리고 팬들을 끌어모으는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마치 배리 브래넌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패닝턴은 내심 페리시치를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페레즈라니!

“그래서 페레즈는 싫으십니까?”

[전혀요! 너무 좋죠! 그럼 페레즈와 라우틀릿지를······]

“No.”

다운은 단호한 목소리로 패닝턴의 말을 끊어냈다.

“페레즈하고 라우틀릿지를 1:1로 교환한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안될건 없다. 페레즈는 이제 2년차에 들어서는 선수, 그리고 라우틀릿지는 이제 3년차를 맞이하는 투수.

연차로만 따진다면 둘 사이의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페레즈는 신인왕 3위에 올라간(1위는 비어만이었다) 꽤 급이 높은 유망주이고, 라우틀릿지는 신인왕은 물론이고 사이영 레이스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애슬레틱스의 그저그런 4선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페레즈는 고작 1년차에 불과하고, 잭은 2년간 꾸준히 10승에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잖아요.]

“그래봤자 고작 2년이죠. 3년차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거 아시잖아요?”

[1년보다는 낫죠. 그래도 빅리그에서 2년간, 그것도 소포모어 없이 성적을 냈으니까요.]

“스카우트 팀에게 들었으면 알텐데요? 평가받는 실링이 다르다는걸. 페레즈는 적어도 60점, 올스타 급까지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그 어떤 구단이나 평가하고 있죠. 하지만 라우틀릿지는? 최소치가 45점이에요. 최대치가 60점 정도라고 평가받기는 하지만, 최소치가 너무 낮아요. 구속도 그다지 빠르지 않고요.”

[구속은 1년차때에 비해서 올랐어요.]

“요즘은 0.2마일 오른것도 오른걸로 치나보죠?”

[프로 데뷔이래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건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91마일에 그치고 있죠.”

[근육이 더 붙으면 구속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요. 워낙에 키가 크고 신체조건이 좋아서.]

“하지만 우리 팀에서 뛸 자원은 아니죠.”

[대신 애슬레틱스가 원하는 자원이죠.]

“데이비드가 멍청이도 아니고 잭 하나만으로 에스코바를 넘길리가 없잖아요. 아마 최대한 마진을 남겨먹으려고 하겠죠.”

[안 원할수도 있죠.]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가 원하는 자원으로 데려가야죠.”

[만약 저희 쪽에서 안내준다면요?]

“그렇다면 트레이드 카드에서 넬슨의 이름은 사라지고 프레드 올라루스의 이름이 올라가겠죠.”

디백스와 패닝턴은 알렉시스 제퍼슨을 보내고 최대한 많은 유산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키스에서 좋은 유망주 하나, 그리고 레이스에서 다른 좋은 유망주를 하나 더 데려와야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 일이 될테니까.

그리고 페레즈는 그녀가 원하는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 카드다.

그런 카드를 줄 수 있다고 말해놓고는 올라루스라는 카드를 다시 내밀면? 그게 눈에 차기나 하겠나.

[다운.]

“왜요?”

[진짜 성격 나쁜거 알죠?]

분한 듯한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 다운이 씨익 웃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원하는 선수부터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너무 좋은 선수는······]

“못준다는거 당연히 알죠. 리빌딩을 하는 팀의 간을 빼 먹을 수는 없잖아요? 어디보자······”

고민하는 듯 책상을 두드리는 다운을 보며 패닝턴이 기가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짓 하지말고, 원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나 말해요. 이미 다 정하고 왔잖아요.]

“여자 대런이 여기 있었네.”

[그거 욕이죠?]

“칭찬입니다. 눈치가 아주 빠르다는 뜻이거든요.”

한 쪽 화이트보드에 주욱 써진 이름 중에서 다운은 하나를 슬며시 찔러봤다.

“외야 하나가 나가는만큼 또 한자리를 채우고 싶은데······”

[팀은 안돼요.]

5순위는 안된다.

[그 아래 있는 도슨은 괜찮아요.]

“도슨 파머?”

17순위 유망주를 제안하는 그녀에게 다운은 모르는 척 8순위를 찔렀다. 그러자 격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미쳤어요? 라일리 도슨을 말한거죠.]

10위 안쪽에 들어있는 유망주를 받으려는 계획은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그러면 플랜 B로 가야겠네.’

플랜 B라고 거창한 건 아니다. 최대한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유망주를 받는 대신 팀에 정말로 필요한 유망주를 받는 것이 플랜 B였다.

“필립 스노우. 얘도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거 아시죠?”

필립 스노우

디백스 팜 랭킹 22위에 올라있는 선수로 공식적으로는 유격수로 분류된 선수다. 하지만 내야 전반을 맡을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런 선수이기도 했다.

특이사항

2022시즌 외야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외야 전 포지션에서도 뛰기 시작함. 고교 2학년까지 포수로 뛰다가 팀에 유격수가 없어서 유격수로 포지션 변경.

내야 전부는 물론이고 외야에서도 꽤 좋은 수비를 보여줄 수 있는, 심지어는 포수 수비까지도 가능한 만능 유틸리티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다.

물론 그만큼 타격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었다.

‘더블 A에서 2할도 못치다니······’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면 안타 하나 칠 수 있기나 할까?

그럼에도 야수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레이스 같은 팀에서는 말이다.

[좋아요. 라우틀릿지에 스노우까지 드릴게요. 만족해요?]

“아주 행복하죠. 스칼렛도 행복한거 아닙니까?”

웃고있는 다운을 보며 패닝턴은 찜찜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페레즈를 얻어서 좋긴한데,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요?]

“그렇다면 단장으로 일을 잘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항상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뭐라도 더 받아내니까요.”

[그럼 뭘 더 주시겠다는건가요?]

“대런에게 더 뜯어내라는거죠. 저한테는 페레즈라는 좋은 카드가 있었지만, 양키스를 상대로는 스칼렛이 들고있는 제퍼슨이라는 카드가 훨씬 좋잖아요? 어서 가서 물어뜯으세요.”

다운의 말에 그녀의 눈이 흉포하게 변했다.

[그래야겠네요. 결과 나오면 알려드릴게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죠.”

이제 더 이상 저쪽에서 얻어낼건 없다. 두 사람이 합의를 보기만 기다리면 끝이다.

“애슬레틱스에서 라우틀릿지를 원하는 이유는 알아왔어?”

다운의 말에 이제는 조금 더 의젓해진 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애슬레틱스에서는 이제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키울 생각인 모양이더라고요. 그 시작이 바로 라우틀릿지고요.”

“라우틀릿지가 오클랜드 출신이었나?”

“어릴적부터 콜리세움을 다니던 팬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유니폼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깨에 A’s라는 타투도 있어요.”

타투로 구단을 적다니. 그것도 프로가 된다는 놈이 말이다. 대체 얼마나 애정이 크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부터 공공연하게 ‘자신이 애슬레틱스 선수였다면 싼 값에 오래오래 머물 수 있는 계약을 했을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폴의 말에 클라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단한 애정이구만.”

“그 애정이 여전할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은 애슬레틱스 입장에서는 걸어봐도 나쁠 건 없지. 아시다시피 그리 비싼 매물은 아니잖아.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고. 근육이 잘 안붙는 몸이라고는 하는데······ 꾸준히 근육이 붙고는 있잖아? 그러니 구속이 올랐겠지. 건강상의 문제는 없대?”

“디백스에서 보내준 서류를 봤는데 아주 깔끔했어요.”

“지난 시즌 거야?”

“네. 지난 시즌 종료 후 바로 검사한 결과인데, 팔꿈치에 뼛조각 몇 개 돌아다니는거 빼고는 깨끗하더라고요.”

“그 정도도 없는 투수는 없으니까. 아 참! 단장님 그 소식 들었습니까? 비니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 한다던데요.”

“안그래도 오늘 아침에 에이전시에서 연락 받았어요. 최대한 빨리 복귀한다고는 하는데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만 복귀하도록 잡으라고 해놨어요. 너무 급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재활은 급할수록 돌아가는게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나저나 얘네는 협상이 틀어졌나. 왜 답이 안오지.”

다운이 말을하자마자 폰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마치 전화가 오는 것 처럼 두 번 울린 폰이 조용해졌다.

From. 빌어먹을대런

- 하······ 다운이 조언했어요? 겁나 뜯겼네······

From. 스칼렛 패닝턴

- 덕분에 잘 뜯었습니다^^ 이제 애슬레틱스하고 딜 들어가시죠.

두 사람의 메시지를 확인한 다운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일하러 가봅시다.”

< 102화 - 칭찬, 감사합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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