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00화 (100/268)

< 100화 -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

다운이 곧 포트 샬럿으로 가야한다는걸 알기에 회의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시즌패스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시즌패스를 더 팔지 않겠냐는 말이 계속해서 나옵니다만······”

“아쉽긴 하겠지만 시즌권은 더 팔면 안된다는거 알잖아요. 지금도 최대치로 땡긴거에요. 더 팔았다가는 정말로 당일에 표가 필요한 사람이 못 앉을수도 있어요.”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아쉬워서. 우리 좌석이 조금만 더 많았어도······ 신 구장에서는 좌석 좀 더 늘리시죠?”

안타깝지만 저건 들어줄 수가 없다.

“절대 안됩니다.”

좌석이 많아도 그 정도의 팬들이 들어올거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짓고 있는 구장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죠. 그리고 구장 이전 이후 팬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된다고 하면 굳이 그 정도로 많은 수의 시즌패스를 발행할 필요도 없고요.”

“고급화 전략인가요?”

“한정판 전략이라고 하죠.”

씨익 웃어준 다운이 브래드 심슨에게 고개를 돌렸다. 심슨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마케팅 쪽은 딱히 할만한게 없습니다. 지난 시즌처럼 오프시즌 이벤트를 좀 하려고 했는데, 노사협정 때문에 계획해놨던 이벤트들을 하나도 실행에 옮기질 못했습니다. 혹시 몇 가지만 추려서라도 시즌 중에 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번에 한 것처럼 파인트가 경기 전에 몰래 샵에 와서 팔아준다거나 하면 정말 좋을텐데요.”

“선수단에게 지원자 있는지 한 번 물어볼게요.”

“그거면 됐습니다.”

다음은 커뮤니케이션 파트장인 카를로스 크로포드. 그가 맡고 있는 일은 소소하게 많았다. 그 중에서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메모리얼 데이 주인공 섭외다.

“메모리얼 데이 때 할 사연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열심히 추리고 있습니다. 정말인지 아닌지를 추려내는 과정도 필요하다보니 시간이 조금 지체되네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보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장 관리 파트장이 입을 열었다.

“구장 안전망 몇 군데가 찢어진 걸 확인했습니다.”

“내년에 신 구장으로 옮길거니까 최대한 아끼라고는 했지만, 팬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에는 돈을 아끼지 마세요. 결국 구장을 옮기는 것도 팬들을 더 끌여들이기 위해서 그런건데, 팬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안되잖아요?”

“추가적으로 선수들의 훈련장비 중에서 몇 개 고장난게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까요?”

“구입하세요. 그건 그대로 가져가면 되니까요. 가장 큰 문제는 잔디인데······”

인조잔디는 매 시즌 엄청난 관리비가 든다. 천연잔디여도 마찬가지겠지만, 곧 떠날 구장에 유지보수 비용을 내야한다는 걸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보수······ 합시다. 선수들이 다치면 안되니까요.”

속이 쓰린 결정 이후에 다운은 곧바로 짐을 챙겨 나왔다.

“저녁 어떠십니까 단장님? 오늘 저희 집에서 와이프가 한 상 거하게 차리기로 했는데.”

심슨의 제안에 다운이 아쉽다는 듯이 웃었다.

“엠마가 직접 한 요리도 안 먹어본지 몇 달 됐네요. 그래도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포트 샬럿으로 바로 가시나요?”

“그래야죠. 가서 또 다른 단장이랑 이야기 나눌 것도 있고요. 바쁜거 아시면서 물어본거죠?”

다운의 농담에 심슨이 장난스레 웃었다.

“하하! 들켰습니까?”

“바쁜거 아시면서 물어보면 진짜 갈 지도 몰라요.”

“어이쿠! 단장님이 진짜 오시기 전에 가야겠네요. 운전해서 가십니까?”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다운의 말에 심슨이 주차장 쪽을 가리켰다.

“버스타고 편하게 가시죠.”

“버스가 있어요?”

구단에서 정기적으로 포트 샬럿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했다. 선수들이나 구단이 스폰받는 대부분의 물품들은 구단의 창고에 들어가 있고, 필요할때마다 꺼내쓰곤 했으니까.

스프링 트레이닝 쪽 창고가 그렇게 큰 건 아니었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들을 모아서 버스를 이용해 보충해주곤 했다.

그리고 다운이 알기로 보충버스는 어제 이미 출발했어야했다.

“사정이 있어서 하루 딜레이 됐습니다. 피트도 이해해줬고요.”

그러면서 윙크하는 심슨. 어떤 사정이 있었던게 아니라 분명 자신이 운전해서 갈 것을 예상해서 하루를 딜레이 시킨 것일 것이다. 클라인도 이해해줬다는걸 보니 이미 저쪽이랑도 이야기가 끝난 사항인듯 하다.

이렇게까지 생각해줬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덕분에 편하게 가겠네요. 고마워요 브래드.”

주차장으로 가니 구단 버스 운전기사인 안토니오가 반갑게 다운을 맞았다.

“여깁니다 단장님.”

“안토니오. 저번에 허리 삐었다더니 요즘 괜찮아요?”

“하하! 걱정해주신 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구단 버스를 운용하는 기사는 기본적으로 정규 직원이 아니었다. 매 해 계약을 갱신해나가는 직원. 즉 계약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계약직이 다치게 되면 당연히 구단은 그와의 계약을 마치고 다른 계약직을 구하는게 보통의 사례였다.

그래서 안토니오는 허리를 심하게 삐어서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해고될거라고 생각했다.

‘치료비는? 이 나이에 다시 일을 구하려면? 그래도 나랑 집사람 먹고 살 걱정만 하면 되니까 다행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지나갔다. 그런데 다운은 의외의 결정을 했다.

“안토니오? 구단에서 7년 동안이나 버스 운전하셨다면서요? 젊으실때는 회사 다니셨다고? 그러면 나으실때까지 운영팀 보조로 보직을 바꿔드리고, 대형 버스 운전이 가능한 사람을 임시로 기사로 쓰세요.”

다운은 그를 해고하는 대신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일을 맡겼다. 그리고 치료비까지 부담해주지는 않았지만, 구단의 트레이너들과 치료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구단에서 7년이나 일했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일하는 사람이 구단에 애정이 있어야, 선수들이나 팬들도 충성심을 가질 수 있죠.”

다운의 이 한 마디가 얼마나 컸는지 그는 아마 모를 것이다.

“요즘 뭐 불편한 점은 없죠?”

“하하! 저희가 불편한게 뭐가 있겠습니까? 말린스 원정이나 스프링 트레이닝 때만 제외하고는 공항까지 사람이랑 짐 실어나르는게 전부인데요.”

“힘든 일 있으시면 언제나 말씀하시고요.”

“하하! 그러겠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벨트 매 주십쇼!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요.”

역시 운전은 남이 해주는걸 타고올 때 가장 편하다. 덕분에 다운은 두 시간 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편히 포트 샬럿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 방에 짐을 풀고 씻고 나오니 10시는 금세 다가왔다.

지이이잉~

10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울리는 핸드폰.

“대런.”

[목소리를 들으니 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네요. 자고 있는 다운을 깨웠던거면 조금 미안해질뻔 했는데 말이죠.]

“아직 우리가 잠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잖아?”

다운은 스피커폰으로 돌린 다음 침대에 기대 태블릿을 꺼내들었다.

“자. 그래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예정인데? 꼬셔봐.”

[저희가 외야를 보강할 생각이란 건 아시죠?]

“알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양키스에서는 주전급 외야수 두 명이 빠져나갔다.

18년간 원클럽맨으로 양키스에서만 뛰었던 브래드 키건은 뛰어나지는 않지만 항상 준수한 백업으로 그 자리를 지켜줬던 선수다. 그리고 42세가 되는 올 시즌 은퇴를 결정했다.

올 시즌 FA 외야수 최대어로 꼽힌 콜린 헨더슨은 양키스와의 재계약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찾아나섰다.

“양키스에서 우승까지 했으니 이제 새로운 팀에서 내가 통하는지를 알아보고 싶다!”

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긴 했으나 그가 양키스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꽤나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특히나 메이저리그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아닌 앤드류 켈리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려있는 상황을 헨더슨이 항상 못마땅해 했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최상급 우익수 하나와 언제나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주전급 벤치 멤버 하나를 잃은 양키스는 새로운 외야를 영입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다운이 우리 외야수 다 가져가지만 않았더라면······]

“네가 보내준거잖아.”

[그때는 헨더슨하고 연장계약을 할 줄 알았죠. 헨더슨도 어느정도 생각이 있어보였고요.]

“앤드류랑 사이 나쁜거 알았잖아.”

[화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멍청했네.”

[안일했던거죠.]

“그래서 네가 그린 그림이 뭔데?”

지금 트레이드 시장에서 데려올만한, 그 중에서 양키스의 팬덤과 단장이 만족할만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너희가 노릴만한 선수라면 내츠의 제이미 모건, 메츠의 조던 맥브라이드, 브레이브스의 알렉스 스프라우트, 디백스의······”

하나하나 블럭에 올라있는 선수들을 읊던 다운이 대런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무릎을 탁 쳤다.

“설마 디백스의 알렉시스 제퍼슨을 노리는거냐?”

알렉시스 제퍼슨은 FA까지 2년이 남은 중견수로, 3년 연속 3할에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디백스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외야수다.

파워가 있는 좌타자이니만큼 양키스타디움에 가면 홈런이 더 늘어날 것도 기대해볼 수 있는 최고의 픽이었다.

[정답.]

“마음에 안드는 여자랑 왜 저녁을 먹나했더니 다 계획이 있었구나?”

[하기 싫은 짓을 하는데 얻어가는게 있어야죠.]

저 여우를 내가 키웠다.

[스칼렛도 동의했어요. 사실 저번에 이야기를 나눌때까지는 미적지근했거든요.]

그랬을거다. 당장 비행기안에서만해도 패닝턴은 리빌딩과 리툴링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이성적으로는 다 버리고 리빌딩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팬들은 그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팬들이 원하는대로 리툴링을 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제퍼슨은 지켜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트레이드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라고요. 대신······]

“비싸게 불렀겠지.”

[아주 비싸게 불렀죠. 유망주 는 최소 셋에 제퍼슨의 빈자리를 채워줄만한 좋은 저년차 외야수 하나를 달라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날 끼우는거구만?”

유망주는 양키 팜에도 꽤 많다. 항상 하위픽을 가져가는 양키스지만, 다운이 있을 시절 모아둔 유망주들도 아직 있었고, 하위권 유망주들도 잘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백스가 원하는 ‘좋은 저년차 외야수’는 양키스에도 없다. 만약 그런 외야수가 양키스에 있었다면 굳이 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었을테니까.

[레이스에는 꽤 좋은 저년차 외야수들이 많잖아요?]

패트릭 비어스, 넬슨 페레즈부터 시작해서 루카스 페리시치와 프레드 올라루스까지. 레이스의 저년차 루키 외야진은 굉장히 빵빵했다. 웃긴건 저 중에서 세 명이 양키스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그 어이없는 사실을 떠올린 다운이 웃음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물었다.

“우리가 받는 대가는? 3루나 내야 유망주야?”

그러면서 다운은 태블릿에 디백스 팜에 대한 정보를 띄웠다.

[아뇨. 레이스는 디백스에게 투수를 받을거에요.]

“잠깐. 투수라고?”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 100화 -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