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메이슨 스탠하우스 >
미키의 말에 회의실을 빠져나가던 사람들이 경악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74점이라고?”
“54점, 아니 64점을 잘못 말한거 아냐? 거스. 너 미키한테 숫자 잘 가르친거 맞아?”
“어릴때부터 애가 숫자에 약하긴 했는데, sixty와 seventy를 헷갈리게 가르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OFP
Overall Future Potential의 약자로, 20-80 스케일과 함께 유망주가 미래에 어느 정도 레벨의 선수가 될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이다.
20점에서부터 80점까지를 평가하는 것은 같지만, 20-80 스케일이 세부적인 항목들을 평가하는 지표라면, OFP는 그 모든 세세한 것들을 종합해서 이 선수가 어느정도 수준까지를 올라올지를 평가한 지표였다.
40-49점까지는 벤치멤버, 50-59점은 정규멤버, 60-69점은 올스타급, 70점 이상은 명예의 전당 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74점이 맞습니다.”
미키의 단호한 말에 다운을 포함한 파트장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74점이 말이 돼?”
지난 시즌 오리올스가 1라운드 1순위로 뽑았던 잭 무어에게 미키가 준 점수가 63점이었다. 레이스의 1라운더인 알렉스 알마다가 받은 OFP가 59점, 코너 재머가 받은 OFP가 55점이었다.
“미키가 점수를 후하게 주는 사람이었나?”
그것도 아니었다. 오래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미키 정도면 최대한 객관적으로 선수를 판단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로벨도 이 판단에 한 몫 거들었다는 점.
“조니도 74점에 동의했어?”
“네. 정확히는 제가 76점, 조니가 72점을 주장했어요. 그래서 그 중간인 74점 정도로 보고하기로 합의했고요.”
로벨의 선수보는 눈은 아주 높다. 어지간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도 않을뿐더러 다운의 기억속에 그가 70점을 넘는 점수를 줬던건 앤드류 켈리 밖에 없었다.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이자 현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슈퍼스타. 바로 그 앤드류 켈리조차도 조니 로벨에게서 70점을 간신히 받아냈다. 그런데 그보다 2점이나 더 높은 72점을 받아냈다.
미키와 로벨이 귀한 시간 내서 헛소리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걸 아는 파트장들과 캐시감독은 휴식하려던 것도 잊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다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74점짜리 유망주다! 궁금한게 산더미였다.
그 중 가장 궁금한건 역시나 가능성이었다.
“우리가 데려올 수 있는 친구야?”
그게 아니라면 이토록 흥분할 필요가 없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꽂히는 선수, 혹은 정말로 좋은 선수가 있다고해서 스카우트가 1년 24시간 내내 붙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키도 다른 구단들이 얼마나 그를 보고 갔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그를 관찰했던 2개월, 보고를 받기 전에 조니가 관찰했던 4개월간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들을 그렇게 자주 보지는 못했거든요.”
“보기는 봤다는거네?”
“네. 하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는것 같았습니다.”
“못했어?”
스카우트들이 몰리는 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꼭 있다. 혹시 그 친구도 그런 타입인가?
“아뇨. 잘했습니다.”
“근데 왜 신경안써?”
“그 친구가 미식축구도 하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 지역이 로드 아일랜드 주에요.”
“아······”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72점이나 되는 높은 점수를 받는 친구가 어째서 스카우트들에게 외면을 받는지 말이다.
우선 북동부 지역이라는 점.
“로드 아일랜드 주라고?”
“거긴 좀 그렇지 않나?”
“거기서 잘한다고 74점 주는건 좀······”
당장에 파트장들의 반응만봐도 알 수 있듯이 북동부는 야구 불모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이유는?
워낙에 궂은 날씨가 많아서 1년 중에서 야구를 하는 날도 적고, 상대적으로 약한 고등학교들이 몰려있는 지역이다보니 누구 하나가 특출나다고해서 온전히 실력으로 평가하기 애매한 탓이었다.
100년이 넘어가는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서 로드 아일랜드 출신의 메이저리거가 80명이 안된다. 게다가 이건 출생만으로 따졌을때고, 로드 아일랜드 소속 고등학교 출신만 따지면 반토막, 아니 30%는 남으려나 모르겠다. 재능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평가를 받는, 혹은 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고등학교로 가곤 했으니까.
두 번째로 미식축구를 한다.
“미식축구 잘해?”
“네. 탐내는 대학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듣기로는 전액 장학금 제안만 10개 넘게 받았다고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미식축구는 야구보다 돈을 잘 번다. 그것도 훨씬.
대학리그를 무조건 뛰어야만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이라면 대학 기간 정도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그 기간만 버티고 조금 더 성장한다면 인기와 돈은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보다 훨씬 많이 굴러들어올테니까.
그래서 둘 다 잘하는 선수들 중에서는 미식축구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노난거 아냐?”
“10개 대학에서 제안받았으면 미식축구로 가지 않으려나······ 포지션은 어디래?”
“타이트엔드겠지 뭐. 맞지?”
“네.”
타이트엔드는 신체적 단단함과 빼어난 운동신경, 속도, 집중력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능력치를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유독 미식축구와 다른 운동을 겸하는 선수들 중에서는 타이트엔드 포지션이 많았다.
“신체조건은 어떻게 돼?”
“자세한건 리포트를 보며 설명드릴게요.”
화면에 한 선수의 리포트가 떠올랐다.
이름 : 메이슨 스탠하우스
신체 : 194cm/93kg
투타 : 우투우타
포지션 : 외야수
CON - 65
POW - 70
SPD - 80
ARM - 75
FLD - 80
포텐셜을 표기해놓은것이긴 하지만, 경이로운 능력치다.
“스피드가 80이야?”
“네. 60야드에서 6.52초, 40야드에서 4.38초, 홈에서 타격 후 1루까지 3.87초 나왔습니다.”
“미친······”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 안되는 스피드다.
“저 떡대로 그 스피드가 나와?”
“나오더라고요. 저희가 총 6개월 가량 관찰하면서 측정한 값들의 평균치입니다.”
“미쳤네······”
20-80 스케일 상에서 80점을 받기 위해서 1루까지 좌타자는 3.9초, 우타자는 4.0초 이하가 되어야한다. 그런데 저 놈은 우타자임에도 평균 3.87초를 찍었다.
타 종목에서 자주 쓰이는 40야드 대시 또한 4.38초. NFL에서 가장 빠르다고 소문난 선수가(아마도 스피드에 특화된 러닝백일것이다) 4.22초를 찍었다는걸 생각해본다면 저 스피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홈에서 2루까지의 거리인 60야드 대시는 메이저리그 평균이 6.9초에서 7초 사이다. 그런데 190이 넘는 저 몸으로 6.5초대를 끊어냈다.
저런 놈이야말로 스피드에서 80점을 받을 자격이 된다.
“저 수비점수 역시 이해가 되네요.”
“서전트 점프기록도 108cm까지 나와요.”
“와우······”
타이트엔드는 블로킹과 러닝도 하지만, 리시버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야하는 포지션이다. 따라서 낙구지점 포착은 그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치.
빠른 발에 낙구지점 포착능력, 게다가 110cm에 가까운 점프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키와 쭉 뻗은 팔까지 생각하면 거의 4m 정도 허공에 떠있는 공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정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비력이 안좋을 수가 없었다.
“본인이 선호하지 않아서 마운드에는 자주 서지 않아서 그 부분은 측정하지 못했는데, 홈 송구를 할때 도움닫기 이후 던지는 경우 평균적으로 98마일 정도가 나오더군요. 최대 속도는 105마일까지 나왔습니다.”
“괴물이네. 괴물이군.”
“그런데도 75점인걸보면 정확도가 좋진 않나봐?”
“크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가끔 흥분해서 공을 날리거나 패대기치는 경우가 보여서요.”
“정확도 보다는 성격의 문제네.”
“그 부분은 성장하면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어. 케빈 같은 경우도 처음에 송구가 저렇게 완벽하진 않았거든.”
벌써 우리 선수가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파트장들 사이에서 다운이 물었다.
“다른 특이사항은?”
“1학년때까지는 농구를 했답니다. 파워포워드였는데 신장이 더 크질 않아서 그만뒀다고 하더라고요.”
“195cm면 파워포워드로 살아남기에는 너무 작지.”
분명 195cm면 큰 키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201cm~208cm 정도에 속하는 파워포워드치고는 작은 키였다.
‘흠······ 아무리봐도 NFL로 갈 것 같은데······’
메이저리그로 넘어오기에는 가진 재능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다른 구단에서도 크게 눈독들이지 않은 것 같고.
그럼에도 미키와 로벨은 사이너빌리티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이름을 내밀었다. 그렇다는건 특이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가족사항이······’
할머니 한 분과 동생 둘이 있다. 뭔가 느낌이 왔다.
“부모님은?”
다운이 감을 잡은 듯 하자 미키가 슬며시 웃었다.
“편부가정에서 자랐는데 4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할머니 슬하에서 세 남매가 자라고 있죠.”
“할머니 직업은?”
“식당에서 잡일을 하십니다.”
“동생도 운동해?”
“네. 동생도 운동신경이 좋아서 이것저것 한다고 하더라고요. 여동생은 노래를 한다고 하네요.”
다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돈을 벌어야겠네? 그것도 빠르게.”
대학에서 전액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말이 생활비를 지원한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생활비를 포함한 숙식비는 본인이 내야한다. 하지만 할머니 한 분이 그 모든걸 감당할 수 있을까?
절대 못한다.
예로부터 예체능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법. 그런데 삼남매가 모두 예체능 계열이다. 등록금을 제외하고도 분명 많은 돈이 필요할거다.
“이 친구 성격은 좀 어때?”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셔서 그런지 일찍 철이 들었더라고요. 친구들에게 하도 잔소리를 해대서 ‘마미’라는 별명도 있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랍니다.”
“그런 성격이라면 4년간 대학에 붙잡히는 일은 절대 못하겠네.”
NFL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간 대학리그 풋볼팀 소속이어야한다.
파트타임 뛰면서 생활비 벌면서 운동?
소설이나 영화도 아니고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 올인하고도 프로가 될수 있을까말까 한 곳이 바로 스포츠계다. 대학에서 NFL 드래프트에 가기까지 미친듯한 노력을 해야한다는건 누구보다 스탠하우스 본인이 잘 알고있을것이다.
“그리고 미식축구 생활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많더라고요.”
그럴만도하다. 미식축구는 부상위험도가 너무 높다. 자칫하다가 대학에서 선수생활을 끝내는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재활할 수 있을까? 그것도 다 돈인데?
만약 선수생활을 그만두기라도 한다면? 남은 인생은? 돈은 어떻게 벌까? 동생들은?
다운이 스탠하우스의 입장이었어도 쉽사리 미식축구를 택하지는 못했을 것 같았다.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확실한 건 아직 다른 구단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겁니다. 만약 저희가 1라운드에 뽑는다고 하고 계약금만 제대로 안겨주면······”
미키의 말에 다운이 입꼬리를 주욱 잡아올렸다.
“우리가 74점짜리 친구를 먹을 수도 있겠네.”
< 95화 - 메이슨 스탠하우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