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스토브리그의 시작(잘린문장 수정) >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시즌권 시즌패스는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다.
“시즌권을 사면 추가적인 상품을 준다고? 그거 그냥 시즌 초반에 일괄적으로 주는 구단 제품같은거 아냐?”
“그런게 아니라니까? 그건 당연히 주는거고 거기에 추가로 10경기씩 보러 올때마다 준다니까?”
“그래? 그럼 사야지! 어차피 우리 30경기 정도는 보러가잖아?”
“이제 하프시즌권밖에는 안판대.”
“그러면 40경기 보면되지. 상품 주는게 그 정도 가치는 한다며? 거기다 40경기 다 보면 하프시즌권 하나 더 준다며? 그럼 손해는 아니겠네.”
기존에 40경기 미만으로 오던 팬들은 몇 경기 더 보러가서 시즌권을 얻어내는게 이득이라는 판단을 해서 하프시즌권을 구매했다.
그리고 원래 하프시즌권 정도를 구매하던 사람들은 풀시즌권으로 눈을 돌렸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피규어 때문이었다.
피규어가 워낙에 잘 뽑힌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컸다.
“솔직히 말해서 70경기 보상과 80경기 보상은 시즌권 보유자들 조차도 달성하기 힘들겁니다. 해봤자 50~60경기일테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50경기와 60경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을 넣어야합니다.”
그게 바로 1인 동행이 가능한 포스트시즌 입장권과 피규어였다.
“포스트시즌 입장권이 더 위에 있어야하는거 아닙니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운의 생각은 달랐다.
“전혀요. 저희 팀의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관객이 어땠죠? 와일드카드전을 제외하고는 박살난 수준이었죠? 선수들이 홈에서 힘을 얻어서 반격을 해야하는데 홈 경기를 보러온 팬이 없어요. 원정팬이랑 홈 팬 수가 거의 같았으니······ 일단은 경기를 보러오는 팬들을 늘려야합니다. 그래야 우리 선수들도 힘을 얻고, 그들로 인한 부가적인 수익도 발생할테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지난 시즌의 그 한정판 티셔츠가 인기가 좋았죠?”
“아주 좋았죠. 한정판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이 정도로 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정판 피규어를 60경기에 둬야 하는겁니다. 지난 시즌 시즌권자들을 보면 대부분 50경기 초반대에 머물러있었습니다. 60경기 이상을 보러온 사람이라고 해봤자 34명이 전부였죠. 60경기는 뭔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달성하기 어려운 그런 지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리에 사람들이 혹할만한, 그리고 한정판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의 적은 양만이 유통되도록 피규어를 넣어야하는겁니다.”
다운이 말한것처럼 그 결과는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돌아왔다.
“단장님! 단장님! 대박났습니다! 지금 시즌권 구매자수가 미쳤어요!”
지난 시즌 시즌권자들의 우선구매 시간이 지나고, 남은 시즌권들의 구매가 풀린지 고작 5분 정도가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러셀이 저렇게 미쳐 날뛸 정도라니.
“16000장 넘기기라도 했어요?”
다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농담이라는 듯 웃었다.
‘지난 시즌 시즌권 구매량을 어떻게 벌써 넘겨.’
올 시즌 수많은 시즌권을 통합하면서 다운은 시즌권의 수량 또한 제한했다. 너무 많은 시즌권을 유통하면 시즌권자끼리 겹칠 수도 있고, 혹여나 여행와서 한 경기 보려던 팬들 역시 티켓을 구하지 못할지도 몰랐으니까.
그렇게해서 결정된 수량은
풀 시즌권 1000장
하프 시즌권 20000장
총 21000장이면 적은게 아니냐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풀 시즌 구매자들이 383명이었고, 이벤트 때를 제외한 소액의 시즌권 구매자들을 다 합쳐도 16000여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는걸 생각해봤을 때, 21000장이라면 충분히 많은 수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매진입니다 매진!”
“뭐라고요?”
“매진이라고요! 다 팔렸어요!”
지금 시각은 아무리봐도 AM 10:05다. 그런데 매진이라고?
“하프시즌권이요?”
“풀 시즌권까지 다 팔렸습니다!”
하프시즌권은 그렇다쳐도, 풀 시즌권까지 매진이라니!
“풀 시즌권이 먼저 매진됐습니다! 50~60경기 까지만가도 그렇게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 다운이 노렸던 것이 들어맞은 것이다. 다운과 러셀이 웃고 있을 때, 클라인이 러셀의 옆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단장님! 풀 시즌권을 더 판매할 생각이 없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게 안된다면 하프시즈권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없냐고 물어봅니다.”
“안된다고 하세요.”
1000장이라는 수량은 시즌권 구매자들에게 패스에 있는 혜택을 주고난 후에도 그들로 인해 발생할 이익이 최대화된 수치를 잡아놓은 것이었다.
여기서 더 늘린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부디 다음 기회를 노려달라고 말해주세요. 저는 구단주실에 잠깐 갔다올게요.”
시즌권 21000장 매진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들고가자 글라이드 역시 환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매진이라고? 하하하! 올 시즌에는 선수들이 뛸 맛이 나겠구만!”
“적어도 지난 시즌보다는 더 높은 평균관중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즌패스 때문에 시즌권을 구매, 혹은 업그레이드 한 사람들이 많다는건 깊이 따져보지 않아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24경기를 보고난 뒤에는 30경기를, 36경기를 봤다면 40경기까지 노릴 것이다.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아올 것이란걸 예측할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어! 시즌 패스라니!”
“러셀의 게임이 큰 도움이 됐죠.”
“그걸 적용할 생각을 한 놈이 잘한거야. 이런 칭찬은 받아둬도 돼.”
그렇게까지 말하면 사양하지 않는게 미덕이다.
“구장명은 생각해보셨어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 1000만 달러씩 20년 지원하는걸로 하고 구장명명권을 가져가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100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하는 시즌이 오면 자연스럽게 레이스에서 명명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까지 넣어놨다.”
“그럴일 없지 않아요?”
“내 나이를 봐. 64살이야.”
“한창때죠.”
“하지만 내일 일어나지 못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이기도하지.”
그의 말에 다운이 얼굴을 굳혔다.
“그런 말 하지마세요.”
“그런 말은 무슨.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거야. 당장 내일 죽을수도 있는게 인생이지. 막말로 네가 내일 나보다 먼저 죽을수도 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게 인생이니까.
“그런데 만약 내가 죽고 2억 달러를 누가 횡령하면? 우리 레이스는? 난 절대 그런 일을 두고볼 수 없어.”
다운의 마음이 어떻던간에 글라이드는 옳은 조항을 집어넣어놓은 것이었다.
“대신 20년 뒤에도 글라이드 파크 재단에서 1000만 달러를 지불할 능력이 된다면 계속해서 계약을 연장하는걸로 하자고.”
“투자로 굴리시려고요?”
“2억 달러는 그대로 넣어두고 추가로 조금 더 돈을 넣어서 굴려볼 예정이야. 그리고 구장 명은 ‘글라이드 파크 인 탬파베이’로 할거다.”
“제니퍼 파크라고 할 줄 알았는데요.”
“레이스가 못하거나 구장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제니퍼 파크 욕할거아냐. 그럴바에는 글라이드라는 성으로 함께 욕먹는게 낫지.”
하여간 저 양반도 참······
“파크야 뭐 공원같은 이미지를 위해서일거고. 인 탬파베이는 뭐에요?”
“빌어먹을 세인트피터스버그를 떠나왔다고 할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해서 인 탬파라고 해버리면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분명 뭐라고 할테니까 베이라고 해서 뭉뚱그려주는거지.”
“세인트피터스버그 빠져나온 뒤라 상관없는거 아니에요?”
“그래도 주변 이웃이랑 잘 지내야지. 미리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놔야 갈등도 없는거야.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세인트피터스버그 쪽에서 행사 같은거 진행해도 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어?”
이런게 관록인가 싶다.
“러셀에게 말을 하셨어요?”
“네가 해야지. 이름 정해졌으니까 간판 디자인 같은거 몇 개 가져와보고.”
“알겠어요.”
“그나저나 이제 슬슬 오퍼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물 밀듯이 밀려들어오고있죠.”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의 협상은 물밑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구단과 구단 사이에서의 협상은 그렇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통 딜이 이루어지면 얼마 지나지않아 딜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여부가 판별이 난다. 하지만 CBA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모든 딜이 공식적으로 멈춘상황. 그러다보니 선수는 파는 구단에서는 ‘일단 멈춰놓고 더 좋은 딜이 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해봅시다.’라며 배를 쨀 수가 있게된다.
선수를 구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카드를 내보여야하는데 딜의 성립은 확실치 않은 상황. 그러다보니 딜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제약이 풀린 상황.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제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인기있는 매물은 멜튼 록하트였다.
“멜튼을 원하는 팀은 많지?”
“많죠.”
레이스를 제외한 29개 구단 중에서 레이스보다 3루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13개의 구단이 모두 오퍼를 넣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아직 FA가 되려면 두 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록하트의 장점 중 하나. 그러다보니 3루가 FA가 되기까지 아직 1년 정도가 남은 팀들 중에서도 록하트의 영입을 원하는 곳이 있었다.
“16개 구단에서 팔꺼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네 대답은?”
“‘레이스에서는 록하트를 팔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해줬죠. 하지만 다들 그게 거짓말이라는걸 알걸요?”
멍청이가 아닌 이상 다운이 한 말은 곧 ‘획기적인 제안이 아니라면 록하트의 가치가 더 높아질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는 보내지 않을겁니다!’라는걸 알아챘을거다.
“그 전까지 우리는 천천히 알버트와 다른 3루수를 물색하면서 그 자리를 메울 생각을 하면 돼요.”
“애스트로스에서 올 예정인 그 친구 괜찮다며?”
“또 그런 소식은 어디서 들으셨대?”
다운의 감탄사에 글라이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래뵈도 레이스 극비 정보를 취급하는 사이트의 회원이란다.”
“구단 정보 빼가서 파시는거 아니죠?”
“그럴리가. 난 거기서도 눈팅회원이야. 그리고 극비정보라고는 하지만 다들 여기저기서 들은 루머라던가 뇌피셜들을 올리는 사이트라서 신뢰도는 높지 않아.”
“그런데 방금은 괜찮은 친구 왔다는거 아셨잖아요?”
“그거야 올린 놈이 믿을만하니까 그런거지. 비밀사항이었던 애스트로스와의 딜을 알아낼 정보력이 있잖아? 그래서 에이브러햄 트레인이라는 친구가 우리가 뽑은 픽이라는걸 믿은거지.”
“하긴 그건 대중에 알려진 사항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친구는 괜찮아?”
“좋아요. 첫 시즌에 루키는 물론이고 싱글 A를 폭격했으니까요. 서머스가 실패한다면 바로 다음 시즌 3루수는 트레인이 될거에요.”
3루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서머스로 넘어갔다.
“서머스랑은 연장계약 이야기 잘 돼가?”
서머스 역시 록하트와 마찬가지로 두 시즌이 지나면 FA가 된다. 하지만 그는 록하트와는 달리 연장계약에 적극적이었다.
“네. 타이거스에서 눈치보는 불안정한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이제는 정착하고 싶어하더라고요. 부상 이력도 있고, 연 평균 700만 달러 내외의 금액을 요구하더라고요.”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서머스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싼 금액이다. 물론 이 모든건 그가 건강할 때의 이야기지만.
“대신 무조건 10년 이상의 기간과 성적과 출장에 따른 최대 1000만 달러까지의 인센티브를 보장해달라고 했어요.”
“티나가 밟혔나보네.”
“네. 적어도 티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 자리에 머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받아들일 생각이지?”
“금액 협상을 조금만 더 해보고 합의하려고요. 저희에게도 나쁜 계약은 아니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다운이 골아프다는 듯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모든 선수가 알버트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놈 때문이야?”
“네. 더지 그 놈이 이렇게 속을 썩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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