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88화 (88/268)

< 88화 - 시즌패스 >

다운의 말에 마케팅 파트장인 브래드 심슨을 포함한 몇몇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즌패스?”

“그게 뭡니까 단장님?”

하지만 젊은 다수의 직원들은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걸 왜 생각 못했지?”

“그러니까! 패스를 도입하면 되잖아?”

여전히 이해를 못하고있는 직원들을 위해 다운이 설명을 시작했다.

“시즌패스란 일정 수준을 달성하면 뭔가 보상을 주는 거에요. 보통은 게임사들이 유저들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 하는거죠. 일정 수준으로 플레이를 하면 그것에 대한 보상을 주는거죠.”

다운의 말에 심슨은 금방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은근히 꾸준히 뭔가를 하는걸 힘들어하죠. 그걸 이용한거군요.”

“맞아요. 특히나 우리 구장은 시즌권을 사더라도 오기 힘들잖아요?”

“매 번 오기는 힘들죠. 특히나 야구는 평일에도 하는 스포츠니······”

“그러니 시즌권 보유자 중에서 10경기를 오신 분들에게 간단한 상품을 드리고, 15경기는 그분들보다 좋은 상품을, 20경기는 그보다 더 좋은 상품을 주는거죠.”

“오시는게 쉬운게 아닌만큼 그만한 보상을 주자는거군요?”

“그렇죠.”

“그럼 그 보상은 중첩이 되는겁니까?”

“네. 10경기에 대한 보상을 받은 분은 그 보상을 수령한 뒤 다음 보상을 또 수령할 수 있습니다.”

“오는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으니 계속 오는걸 유도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보상이 좋으면 좋을수록 사람들의 구매욕구 역시 늘어날거고요.”

확실히 이해가 빠르다.

“폴! 운영팀 가서 지난 시즌 시즌권 보유자 중에서 제일 많이 오신분이 몇 경기나 왔는지 확인해와.”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죠.”

잠시 후 폴이 운영팀에서 정보를 가져왔다.

“홈 81경기 다 오신분 있으셔?”

“네. 올랜도에 사시는 안나 페퍼님이 전 경기 오셨습니다.”

“그분 35년 연속 시즌권 보유권자시지?”

“네.”

돈과 시간과 팬심이 합쳐지니 81경기까지도 보는게 가능해진 모양이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73경기 오신분이 한 분, 68경기가 세 분, 67경기가 열 분 이렇게 쭉쭉 내려갑니다.”

“시즌권을 사신 분들도 50경기를 오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그럼 50경기를 기준으로 좋은걸 거시죠. 그리고 81경기를 모두 오신 분에게는 구매하신 시즌권과 같은 시즌권을 드리는건 어떠십니까?”

어차피 안나 페퍼처럼 81경기 모두 오는건 힘든 일이다.

“좋습니다. 이왕 드릴거면 제일 높은 레벨의 시즌권을 드리는걸로 하죠.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람들도 혹할테니까요.”

“아닙니다. 본인이 가진 시즌권이어야만합니다. 시즌권의 레벨이 다른데 얻을 수 있는것은 같다? 그러면 싼 시즌권을 가진 사람들이야 그렇다쳐도 비싼 시즌권을 보유한 사람은 역차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보시다시피 최종 보상은 정말정말 얻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은 시즌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추가적인 보상을 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원래는 10경기 단위로 보상을 줬다면 그 윗단계에는 10경기 단위로 추가적인 보상을 주거나, 20경기 단위로 추가적인 보상을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심슨의 말에 다운이 혀를 내둘렀다.

“브래드 혹시 시즌패스 모른다는거 거짓말이죠?”

“전혀 모르는데요?”

“근데 무슨 시즌패스를 직접 겪어본 사람처럼 의견을 내시네요.”

“하하! 결국 세일즈 포인트만 잡으면 비슷하게 흘러가게 되는게 이 바닥 생리니까요. 게임에서도 이런 방법을 쓰나보네요?”

“보통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은 같은데, 원래 보상에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지죠.”

“저희도 그런식으로 하죠. 하지만 텀을 좀 늘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줄 수 있는 팬들이 좋아할만한 보상은 선수단이 연계된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매 홈 경기 10번마다 우리 선수들을 괴롭힐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에서는 다운은 조금 다른 생각이었다.

“아뇨. 오히려 10경기마다가 낫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팬들이 조금 더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죠. 그런 말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죠. 그리고 10경기마다 한 번이면 오히려 적은 편이죠. 홈 경기만 카운트하는거니까요.”

“아, 그렇네요.”

보통 홈 경기와 원정경기는 달에 비슷한 비율로 있다. 그걸 생각해봤을 때, 많아봐야 달에 두 번이 전부일 터. 그것조차 힘들다고 하면 선수단은 관중이 없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게 다운의 생각이다.

“그래도 선수단과 미리 협의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선수단은 저에게 맡기고 보상안을 짜서 저한테 가져오세요.”

“알겠습니다. 다들 들었지?”

““““네!””””

확실한 방향성이 잡히자 마케팅 팀은 이틀 뒤 시즌권 패스에 관한 내용을 가다듬어서 가져왔다.

“시즌권 종류를 좀 간소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즌권은 10경기, 20경기, 30경기 등 경기 수에 따른 구분이 되어있었다. 10경기짜리 시즌권이 무슨 시즌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이스 입장에서는 ‘10경기라도 좋으니까 제발 와주세요!’라는 부탁이 담겨있는 상품이었다.

여기에 좌석의 등급에 따라서도 또 다시 나뉜다. 그러다보니 종류가 굉장히 다양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시즌권은 다 버리겠습니다. 딱 하프시즌권, 그리고 시즌권 두 종류로 나눴습니다.”

“그러면 매출이 줄지 않겠습니까?”

“운영팀에서 받아온 자료를 보니 10경기, 20경기, 30경기짜리 시즌권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그 경기들을 소모했더군요.”

“그렇다면 시즌권이 아니라도 그 정도는 올 수 있다는 말이겠네요.”

“맞습니다. 어차피 오시는 분들이지만 미리 돈을 지불해놓는게 편해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없어져도 별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50, 60, 70경기를 사시는 분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 가격이면 40경기짜리 하프시즌권을 산 다음 추가로 구매하는게 좋으니까요. 그리고 60~70경기를 오신 분들 대부분은 풀 시즌권을 구매하신 분들입니다.”

“결국 하프와 풀 시즌만 팔린다는거네요.”

“네. 그러니 두 개로 확 줄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좌석별로 금액차이가 다른건 유지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 가격은 좌석 위치에 따른 추가금이니까요.”

“그럼 하프시즌과 풀시즌권에 따른 보상에만 차이를 줄겁니까?”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40경기까지는 오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을 낮게, 그리고 기본적으로 책정할 예정입니다. 그에 비해 풀시즌권 보유자들에게는 경기를 오지 않아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추가적 보상을 줄 예정이고요.”

“그래서 선수단과 연관된 보상이 많네요.”

“그게 풀시즌권을 구매한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테니까요. 풀시즌권자들은 거기에 추가적으로 하프시즌권자들이 가지지못한 50, 60, 70경기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수단 측에서는 뭐라던가요?”

다운은 처음 이야기가 나왔던 이틀 전 이미 선수단과 이야기를 끝내놨다.

“팬들과 연관된 일이라던가 관중을 더 불러들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더라고요.”

배리 말로는 단톡방에서 아직 대답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케어할 수 있는 범위라고 했다. 그걸 거절하는 놈은 프로로 뛸 자격이 없는놈이라면서 말이다.

“그럼 여기 있는 내용들도 다 받아들일 수 있겠네요.”

계획서에 있는 보상안들을 훑어본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진행합시다.”

“언제부터 공표할까요?”

다운이 책상 한켠에 있는 달력을 들었다.

“2월 12일에 CBA 협상이 완료될거에요.”

“그럼 2일 정도 텀을 둔 뒤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 발표와 함께 발표하면 되겠군요.”

“그렇게 하시죠.”

***

2월 12일 드디어 CBA 협상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 전 CBA 극적 협의! 바뀐 사항은 무엇?

-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 도입된다!

- 이제 MLB도 소형 마이크를 차고 경기에 나서. NFL과 같은 현장감 제공.

- 구단&선수협 “올 시즌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 절반으로 간소화. 준비기간 필요해.”

이런저런 소식들이 많이 터져나왔지만, 팬들이 관심이 가지는 것은 구단과 선수들이 받는 이득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과도한 탱킹에 대한 페널티와 포스트시즌 참가팀의 확장, 지명타자 도입과 소형 마이크의 도입이었다.

“생생한 현장감이랄만한게 있나?”

“트래쉬토크 같은거 들을 수 있지 않으려나?”

“에이. 좀 조심하겠지. 그것보다 난 콜플레이 같은거 들을 수 있다는게 좋아.”

“우리 팀 지난 시즌에 아쉽게 탈락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포스트시즌 갈 수 있겠지?”

“탱킹 페널티가 크니까 이제 다른 팀들도 이 악물고 뛸텐데 힘들지 않으려나.”

상반된 반응들이 들려왔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틀 뒤 레이스 홈페이지에 시즌권에 대한 공지가 올라갔다.

***

칼은 10년째 레이스를 응원하고 있는 팬이었다. 빌어먹을 교통 때문에 매 경기 보러가지는 못하지만 20경기짜리 시즌권이나마 매 시즌 구매해서 30경기 정도 보러가곤 하는 충성 팬 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에는 전화가 안오네.”

지난 시즌 시즌권자들에게는 선수들이 직접 전화를 해서 올해도 할건지를 묻곤했다. 비록 풀시즌이 아니라서 원하는 선수를 지정하지는 못하지만, 매 년 어떤 선수가 전화를 올지를 기다리는 건 나름의 재미가 있는 일이었다.

“오늘은 공지 안올라왔으려나?”

홈페이지를 보니 따끈따끈한 N 이 떠있었다.

“오! 올라왔나?”

제목 : 레이스 시즌권 개편 및 시즌패스 도입 공지.

“개편이 어떤 식으로 됐지? 시즌패스?”

하프시즌권 : 41경기

풀 시즌권 : 81경기

시즌패스는 여러 악조건에도 시즌권을 구매해 홈 경기를 보러와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레이스에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10경기 단위의 마일스톤을 설정해놨으며 보상 달성은 핸드폰에 있는 레이스 어플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프시즌권을 구매하신분들은 기본적인 보상을, 그리고 풀 시즌권을 구매하신 분들은 추가적으로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의 지급은 해당 경기 곧바로 주어지며, 추후 수령은 불가능합니다. 보상은 아래쪽에 표기해놓겠습니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레이스의 홈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팬 여러분들을 뵙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지를 모두 읽은 칼을 스크롤을 내려 보상란으로 이동했다.

마일스톤

하프시즌권 보상

풀 시즌권 보상

10경기

좌석 업그레이드권 1개

좌석 업그레이드권 1개 및 22시즌 한정판 담요

20경기

레이스 공식몰 30달러 상품권

레이스 공식몰 50달러 상품권 및 22시즌 한정판 버블헤드

30경기

레이스 마크가 달린 야구공

원하는 선수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 및 사진기회 제공

40경기

22시즌 레이스 홈 유니폼 및 모자 및 23시즌 하프시즌권(좌석등급은 현 시즌 보유한 시즌권과 동일하게 지급됩니다.)

원하는 22시즌 레이스 유니폼 및 모자&원하는 선수의 사인과 사진기회 제공

“와우!”

하프시즌에게 주어진 41경기 중에서 40경기를 개근하면 내년에도 같은 시즌권을 준다는 건 꽤나 매력적이었다.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여러 상품들도 주니까 지난 시즌보다 뭔가 더 많은 이득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럼 풀시즌권은 어떤 보상을 더 받지?”

50경기

포스트시즌 입장권(본인필수포함 동행 1인 가능)

60경기

구단주가 직접 검수하는 시즌패스 한정판 선수 피규어(사진참조)

70경기

원하는 선수와 함께하는 드라이브 및 퇴근길(최소 30분 보장, 구단차량 이용 및 보디가드 동행, 타 지역 사는 분일 시 30분의 드라이브로 대체)

80경기

23시즌 시즌권(좌석등급은 현 시즌 보유한 시즌권과 동일하게 지급됩니다) 및 시구 기회 제공

“와······”

정규시즌보다 비싼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공짜로 준다는 것과 더불어 드라이브기회와 시구기회까지!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원했던 그런 기회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칼의 눈을 끈건 그것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을 앗아간건 바로 60경기 달성 시 얻을 수 있는 한정판 선수 피규어. 버블헤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나게 세세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피규어를 받치고 있는 판에는 고급스러운 금색으로 #0/Austin Glide 라고 표기되어있었다. 그런걸로 보아하니 넘버링에 이어서 수령자의 이름 역시 새겨주는 것 같았다.

“미쳤다!”

60경기면 퇴근시간이 4시인 자신에게는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경기수였다.

며칠 뒤 칼은 선수단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일말의 고민없이 말했다.

“풀 시즌권 지릅니다!”

< 88화 - 시즌패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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