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85화 (85/268)

< 85화 - 악마 등장! >

“시킨적도 없는데 16개가, 아니지 네가 10개 보냈으니까 7명의 의견이 같다는거야?”

[정말 괜찮으니까 그렇게 한거지. 진짜 꼭 읽어봐. 이번에 꼭 건져야 돼. 아니지. 그냥 지금 읽어. 궁금한거 내가 말해줄테니까.]

하여간 이놈 자식도 정상은 아니다.

“제일 나중에 보낸거 열면 돼?”

[어차피 다 똑같아. 아무거나 열어.]

“알겠어. 잠시만 기다려봐.”

다운은 곧바로 그가 보낸 메일에 첨부된 보고서를 열었다.

이름 : 코디 드링크워터

나이 : 28살

계약 : FA(구단 방출)

포지션 : 1루수, 외야 전 포지션

투/타 : 좌투좌타

무려 7명의 추천을 받은 주인공은 다저스 출신이었던 코디 드링크워터였다.

“근데 얘 망한거 아냐?”

[망했었지. 근데 안 망했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어제 나랑 미키, 그리고 우리 스카우트들과 함께 애리조나 갔다왔잖아.]

“뭐 거기 괜찮은 유망주 있다는 보고에 크로스체크하러 간거 아니었어?”

새해 지난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무슨 크로스체크하러 가냐고 하자 로벨은 ‘다른 스카우트들이 안움직일때 미리 눈도장을 찍어놔야 해!’라는 답을 했었다.

[원래는 그랬지. 그런데 그 고등학교가 알고보니 드링크워터 모교더라고.]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에 거기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

[거기에 드링크워터의 초심이 있다는거지.]

하여간 이 놈하고 선수 이야기할 때마다 무슨 선문답을 하는 기분이 든다.

다운은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물었다.

“그래서 그 초심이란게 뭔데?”

그러자 로벨이 말했다.

[알고 싶으면 당장 애리조나로 날아와.]

뚝!

통화가 끊겼다.

“이 미친놈이······”

***

결국 다운은 애리조나로 날아왔다. 로벨은 저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보는 능력만큼은 대단했으니까.

게다가 다른 스카우트들의 눈이 동시에 삐지 않은 이상은 분명 뭔가가 있을것이기에 곧바로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따악!

“뛰어!”

“써드! 써드로!”

메이저리거들에 비해서 완성도는 한없이 떨어지는 플레이지만, 고등학교 야구에는 그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마치 빛나는 원석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스카우트들이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빌어먹을 놈아. 단장 불러놓고 숙소도 안 알려줘?”

“어련히 알아서 여기서 만날텐데 굳이 알려줘야해?”

“미키는?”

“여기 있는 친구만 보러온게 아니니까 다른 친구 크로스체크하러 갔어.”

고개를 끄덕인 다운이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드링크워터는?”

“실내 타격연습실에 있는 모양이야. 6회부터 나와서 선수들이랑 같이 뛸거야.”

지금은 4회. 아직 2이닝이 더 남았다.

“이야기나 들어보자.”

코디 드링크워터.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곳에 있을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2018 - 5월 1루수 데뷔, 신인왕, 올스타

2019 -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 올스타,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CF), 내셔널리그 MVP

2020(단축시즌) - 올스타, 실버슬러거, 골드글러브(CF), MVP 2위

데뷔 후 3년간 거의 전 경기를 출장하며 무려 14.3의 War를 쌓으면서 다저스 최고의 히트작으로 거듭나나 싶었다.

하지만 전 신인왕, MVP의 활약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이전까지의 활약을 인정받아 연봉조정 1년차에 무려 1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받아든 드링크워터는 2021 시즌을 망쳤다.

아니, 망쳤다는 표현으로는 그의 2021시즌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115경기 92안타 15홈런

0.197/0.230/0.343

데뷔시즌부터 3년간 늘 3할 이상에 단축시즌에도 20개 이상을 홈런을 때려냈던 것과는 다르게 2021시즌에는 20홈런은 커녕 2할조차 넘기지 못하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더욱 충격적인건 이 시즌 드링크워터는 아주, 매우, 정말로 건강했다는 것이다. 그가 경기에서 빠진 것은 너무 성적이 좋지 못해서 몇 경기 쉴 때밖에 없었다.

그 말은 곧 이 성적이 심지어 부상조차 당하지 않았던 풀시즌 성적이라는 것이다.

다저스는 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100만 달러 인상된 1300만 달러를 제안하며 그의 부활을 기다렸다.

‘사실 그건 아니었지만······’

대런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드링크워터 측에서 먼저 다저스에게 6년 1억 달러의 연장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만약 드링크워터가 살아나기라도하면 연 평균 1666만 달러짜리 저 계약은 정말 엄청난 혜자계약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의 프리드먼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를 박박 갈며 맞이한 2022시즌. 드링크워터는 4월 총 19경기에 나서서 3안타 0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투구에 손을 맞아 골절로 2개월을 날렸다.

그걸로 끝이었냐?

그것도 아니었다. 마치 지난 시즌 아껴뒀던 부상이 이제서야 찾아온 것 마냥 매달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 결과 2022시즌에 그가 뛴 경기는 고작 43경기 23안타, 3홈런, 7볼넷. 더욱 암울한건 삼진이 무려 43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면 스윙은 물론이고 선구안까지 무너졌다고 보는게 맞았다. 결국 그와 같은 판단을 한 프리드먼은 올 시즌이 끝나고 드링크워터를 방출했다.

신인왕과 MVP까지 따냈던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해서 너무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지니스다. 만약 다운이 다저스 단장이었어도 드링크워터는 방출했을 것이다. 그 어떤 단장도 1300만 달러짜리 1할 타자를 데리고 있고싶지는 않을테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면 방출한 뒤, 스플릿 조건이 걸린 마이너리그 조항을 걸었을거다. 아마 프리드먼도 그렇게 하려고 했을거다.

“계약은 아직 안된거 확실해?”

“확실해. 다저스 측 사람 아직 한 번도 못봤어.”

오늘도 올 기미는 안보인다. 만약 정말로 드링크워터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 여기 와 있어야했다.

“그래서 풀어봐. 그 초심이라는게 뭔데?”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쪼옥 빨아제낀 로벨이 3루측 더그아웃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사람 보이지?”

“88번?”

“어.”

“저 사람이 누군데?”

“해밀턴 고등학교 야구팀 감독.”

“드링크워터가 있을때도 감독이었어?”

“아니. 감독된지는 이제 2년차야. 드링크워터가 있을 때는 이 팀에 있지도 않았어.”

그의 말에 다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당시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 왜 중요한데?”

“드링크워터가 마이너에서 타격이 터진 시점이 언제지?”

드링크워터는 14년에 드래프트됐다. 그리고 15년 16년까지는 그냥저냥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로 평가받는 1루수였다.

그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 건 2017년 부터였다.

“2017시즌.”

“맞아. 그리고 그 시즌에 들어서기 전에 바뀐게 뭔지 알아?”

“뭔데.”

“훈련하던 장소를 대학교가 아니라 집 바로 옆에 있는 여기 해밀턴 고등학교로 바꿨던거야. 그리고 여기서 인생에 다시 없을 타격코치를 만나지.”

이제야 알겠다.

“그 코치가 지금 감독?”

로벨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정답! 그 당시 코치, 지금은 해밀턴 고등학교의 감독이 된 해리 웰스너가 드링크워터의 타격폼을 완전히 갈아엎은 장본인이야. 그리고 그걸 계기로 드링크워터의 타격 포텐셜이 완전히 개화했지. 그 뒤로 드링크워터는 성공했고······”

“올해가 오기까지 혼자서 개인훈련을 했겠구만.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여기 은사의 도움을 받으러 온거고.”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구만. 지금까지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훈련시설에서 오프시즌 훈련을 진행했다더라고. 거기 시설이 끝내주잖아?”

“보라스 계약자면 거기는 이용해야지.”

“그러니까. 그런데 올 시즌은 거기도 마다하고 여기로 훈련하러 왔어.”

“스윙은 봤어?”

“봤지. 그리고 그 스윙을 보는 순간 우리는 만장일치로 무조건 우리가 데려와야한다는 생각을 했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거야?”

다운의 말에 로벨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냐. 다만 21년과 22년의 같잖은 스윙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아.”

“그럼 완벽히 돌아온건 아니네. 게다가 부상위험도 역시 여전히 존재하고. 선구안은?”

“스윙이 안정되면서 선구안도 다시 돌아온 것 같더라고. 이제는 자기 존이 확실해진 느낌이야. 조금만 더 감을 찾으면 예전의 스윙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지켜보면 알겠지.”

일단 눈으로 확인해봐야 확실히 감이 올 것 같았다.

“근데 그 정도면 드링크워터가 아니라 저 감독을 영입해야하는거 아냐?”

다운의 농담에 로벨이 낄낄거렸다.

“이상하게 그렇게 타격 코칭능력이 좋지는 못하더라고. 드링크워터랑 비슷한 타격을 가진 애들은 잘해. 그에 비해서 일반적인 타격을 하는 애들은 그냥저냥이더라. 또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게 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스윙 철학에 선수를 맞추는 스타일이야.”

“별로네.”

거기 맞는 선수는 실력이 쭉쭉 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의 코칭은 독이 될거다. 해마다 드래프트 될 선수 두어명 정도를 노리는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괜찮을지도 몰라도, 그렇게 해서 걸러진 마이너리거들을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어? 저 친구가 우리가 보는 친구야. 이번 시즌 26라운드 픽으로 추천하려고 준비중인 친구.”

로벨의 검지 끝에는 이제 막 우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있었다.

“1라운드도 아니고 26라운드?”

“일단 들어봐.”

“우타네. 이름이랑 포지션은?”

“채드 벨링엄. 포지션은 미드필더야.”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축구 팀 소속인데 갑자기 야구에 흥미가 생겼다네? 그것도 두 달 전에. 우연히 탬파에 있는 친척집 놀러왔다가 우리 와일드카드 직관을 했는데 알다시피 거기서 우리 팀이 좀 드라마틱하게 이겼잖아?”

“그렇지.”

“그래서 갑자기 야구가 하고싶다며 찾아왔다더라.”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어. 그런데 봐.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적당히 자세를 잡고 타격을 준비하는 벨링엄. 그리고 들어오는 공에 스윙을 했다.

“스윙 부드럽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없는데?”

그렇게 말하던 다운이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잠깐. 쟤 야구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운의 말에 로벨이 입꼬리를 쭈욱 올렸다.

“두 달. 원래 영국인인데 10살때 이민을 왔다더라고. 그래서 축구만 하고 살았는데 두 달 전에 처음 본 야구에 매력을 느낀 모양이야.”

고작 두 달 됐는데. 스윙이 저렇다고?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운동신경인건지 모르겠다.

“다른 팀은 모르는거지?”

“전혀.”

“정보 관리 철저히 하자.”

“오케이.”

삼진을 당하고 돌아섰지만 다운은 그의 이름을 머리에 입력해놓는걸 잊지않았다.

조금 지나자 드디어 그들이 기다리던 드링크워터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희 코디 보러 오셨습니까?”

단장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익숙한, 그리고 욕심이 그득 담긴 목소리.

에이전트 계의 악마이자 최종 보스.

스캇 보라스가 나타났다.

< 85화 - 악마 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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