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어른들의 사정 >
- 코카콜라, 탬파베이 레이스와 10년 총 4억 2000만 달러짜리 메가 딜 성사!
- 코카콜라 패치 하나당 연 2100만 달러 지불! 스폰싱 시작하자마자 대박계약!
평소라면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조용했고, 기사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폰서 패치에 관한 내용은 CBA 협상이 모두 마무리 된 이후에나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새해가 다가오는 지금. 직장폐쇄를 한 달가량 지난 지금도 CBA 협상은 전혀 진전이 되지 않고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만 말이다.
“단장님 화상회의 시간 됐습니다.”
리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단장실의 블라인드를 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가운데 한 쪽 벽면에 빔프로젝터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띄웠다.
[다들 오셨군요. 그럼 8차 협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구단주 연합과 선수노조는 매 주 2회 이상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양측 모두 합의한 사항들
1. NL 지명타자 도입
2. 유니폼 스폰서 패치 추가
3. 포스트시즌 참가 팀 14개(각 지구 우승팀 6개 팀, 와일드카드 8개 팀)로 확장
처음에는 이것밖에는 합의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8번의 협상을 거치면서 많은 것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거기다가 앞선 협상들에서도 추가적인 합의가 있었다.
4. 드래프트는 현행 유지.
이 부분에서는 선수노조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들은 원래 NBA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 사이에서 상위 지명권에 대한 로터리 픽(추첨제)을 시행하고, 남은 지명권은 정규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그래도 변수가 많은 루키들을 뽑아야하는 구단들은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를 추가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탱킹에 대한 규제를 걸었다.
5. 과도한 탱킹에 대한 규제 (100패 이상 드래프트 20순위 하락, 95패 이상 7순위 하락)
선수노조에서는 90패 이상 팀에게도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으면 이 조건을 수락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90패 이상 팀은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했기에 구단주 연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구단주 연합은 90패 이상에 대한 페널티를 제외하는 대신, 95패 이상의 패배를 기록한 팀은 7계단 하락시키고, 100패 이상의 팀에 대해서는 픽순을 무려 20계단이나 내리는 중징계를 부여하는 것으로 협상안을 내놓았다.
선수노조에서는 당연히 이를 받아들였다. 저것만 하더라도 탱킹을 하는 수많은 팀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6. 사치세 한도 점진적 상향(현 2억 1000만 - 23년 2억 2000만 - 24년 2억 4000만 - 25년 이후 2억 5000만)
구단주 연합 측에서는 격렬히 반대했던 사항. 하지만 결국 이 또한 선수노조에게 한 발을 양보해주었다. 어차피 사치세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쓸 팀은 더 쓰고, 안쓸팀은 안쓴다는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럴바에는 뒤에 있을 협상을 위해 내주는게 나았다.
7. 포스트시즌 수익 분배비율 50:50
이것 역시 어렵지 않은 합의사항. 포스트시즌이 늘고 수익이 늘면 선수단과 50:50으로 나누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은 우선 거의 합의가 끝나가는 부분부터 이야기하도록 하죠.]
가장 먼저 논의될 사항은 서비스타임이다.
서비스타임은 현행 6년을 유지하기로 했다.(앞서 양보한 덕에 이부분은 사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키시즌 서비스타임으로 인한 장난질은 사라질 예정이었다. 정확히는 그 기준이 세워지면서 명확해질 예정이었다.
이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기점으로 전에 콜업된 선수는 온전한 서비스타임 1년을 인정해주고, 그 뒤에 콜업된 선수는 풀타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선수노조 측에서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으나 구단주 연합의 반대가 너무 극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나게 되었다.
이제 남은건 금액에 대한 협상.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구단주 연합에서도 인정을 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는데 받는 돈이 너무 적다. 그래서 선수노조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1. 최저연봉 2년, 연봉조정 4년으로 조정(지난 시즌 드래프티들 부터 적용)
2. 최저연봉을 최소 300만 달러로 인상.(2023년부터 적용)
구단주들 입장에서는 사실 둘 다 그리 달갑지는 않은 일이었다. 연봉조정을 4년동안 하게되면 그만큼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다. 다만 적용 대상이 지난 시즌 드래프티들 부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그들이 연봉조정에 들어가는 4년쯤 뒤부터나 골이 아파질거다.
그에 비해 후자는 당장 다음시즌부터 모든 선수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었다. 신인이 많은 레이스 같은 경우는 2000만 달러 가량 순식간에 페이롤이 높아지게 된다.
[구단주 연합에서는 2번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봤을때는 전자가 훨씬 나아.’
어차피 레이스는 선수를 오래 잡고 있는 구단이 아니다. 연봉조정기간이 늘더라도 3, 4년차쯤 되면 어차피 팔아치울테니 전자로 바뀌어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4년차 선수가 늘어남에 따라 메이저리그 전체에 몸값 인플레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1번 조건보다는 2번 조건을 허락하는게 나았다.
‘4200만 달러짜리 스폰서도 따놨고.’
그게 아니라면 이런 선택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두 콜라 회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서비스 타임 부문에서 한 발 물러나 줬으니 구단주 연합 측에서도 저 쪽이 원하는 것을 하나 쥐어줄 차례.
[구단주 연합에서는 늦은 나이까지 FA를 한 번도 얻지 못한 선수에게 29.5세가 되기 전에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제안하고 싶은게 있는데, 지명타자의 도입이 활성화되었잖습니까? 그래서 그를 위한 로스터 한 자리를 마련해주는게 어떨까 싶은데요. 구단주님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다. 26인의 로스터에 지명타자 하나를 쓰는 것 보다는 27인 로스터를 쓰는게 팀 운영에는 훨씬 좋으니까.
[지명타자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자는 겁니까?]
[네. 이 자리에 들어간 선수는 수비를 아예 나설 수 없는거죠.]
“흐음······”
저건 조금 애매하다. 경기 도중의 유연성이 너무 떨어진다.
“레이스는 반대입니다. 그럴바에는 야수 14인 투수 13인 제한을 걸어서 로스터를 27인으로 늘리는게 낫죠.”
다운을 시작으로 대다수의 구단주들이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그럼 27인으로 늘리는건 어떻습니까?]
선수노조가 애초에 노렸던 건 더 많은 메이저리거 자리를 만드는 것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건 아니었다.
[그건 저희가 승인할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룰 전반을 통제하는 사무국에서는 26인 로스터를 적용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또 로스터를 늘리는것을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아직 26인 로스터를 시행한지 5년도 안됐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5년간은 시행해보고 필요하면 다시 논의해보는걸로 하죠.]
원리원칙을 들고 나오는 사무국으로 인해서 결국 이 사항은 아쉽게도 기각되었다. 이런저런 제안들이 나오는 와중 다운 역시 한 가지를 제안했다.
“레이스 제안할 사항 있습니다.”
[발언하시죠.]
“이제 모든 리그에 빠짐없이 지명타자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명타자 타석이 소멸되는 건 없어져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지명타자를 하나의 수비 포지션으로 고려하자는겁니까?]
“맞습니다.”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전문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팀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주전의 휴식을 위해 수비포지션을 돌리는 위주로 사용하는 중이다.
“지명타자의 포지션 이동에 제한이 풀린다면 휴식을 주는데 있어서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겁니다. 선수노조가 원하는것처럼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겠죠. 경기 도중에도 공격력은 잃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수비포지션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흐음······ 그렇긴 하네.]
[하긴 지명타자의 타석이 소멸될 이유가 이제는 없지.]
너무 익숙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운의 제안이 맞는 말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반대하시는 분 있습니까?]
그 누구도 반대의 손을 들어올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명타자 역시 하나의 수비 포지션으로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이제 브래넌의 포지션 이동이라던가,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새해가 가기 전에 협상 완료 소식을 전할 수 있겠는데요?]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단장이자, 3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디백스를 맡게 된 스칼렛 패닝턴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다들 싸늘한 눈빛만은 보내올 뿐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는 단장은 그 누구도 없었다.
[왜, 왜요?]
디백스 구단주가 능력 덕에 아끼는 손녀라더니 이런 자리에 나오기에는 아직 이른 모양이다.
그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런이 한숨을 폭 쉬며 답했다.
[우리가 초창기에 이야기 한거 잊었어?]
[스프링 트레이닝 때 쯤에 합의될거라는거요?]
[그래.]
[서로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거 아니었어요?]
[전혀. 이미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게 뭔지도 알고, 협의에 이르기까지 뭘 양보해야하는지도 대강 알고 있어. 이미 지난 겨울에 이야기를 했었거든.]
[그럼 첫 날에 그렇게 날을 세운 이유는······]
[기자들도 있고, 협상이 오래 걸릴거라는 뉘앙스를 풍겼어야하니까. 그리고 그래야지 스프링 트레이닝을 축소시킬 수 있으니까.]
스프링 트레이닝이 기회의 장이나 다름없는 수많은 마이너리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은 사실 구단들 입장에서나, 선수들 입장에서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구단들은 200여 명이 두 달 가량 머물 숙소를 제공해야하는 반면 수익은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광고도 없고 중계도 많지 않으니까 돈이 벌릴래야 벌릴 수가 없는 구조.
메이저리거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데는 길어야 2주면 충분하다. 오히려 그 이상은 시즌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추가적인 경기에 불과했다.
[그럼 일부러······]
[시와 약속한 것이 있으니 어떻게든 시행은 해야겠지만, 올 한해만이라도 최대한 줄여보려고 하는 중이지. 그래서 어떻게든 협의를 끌고가고 있는거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선수노조와 만난 적도 없는거고 회의조차 하지 않는거야.]
어른들의 사정에 충격을 받은 듯한 그녀를 내버려두고 남은 사람들은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공인구 시제품은 확인해봤습니까?]
[저희 투수들 몇 명이 던져봤는데 확실히 괜찮아졌다더라고요. 이제는 파인타르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질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이런저런 추가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고
[레이스는 코카콜라랑 4200만 달러짜리 계약 맺었다면서요?]
“운이 좋았죠. 펩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투자도 안했을겁니다.”
[우리는 한국 갤럭티카에서 1800만 달러 제안했는데 수락할지 고민중이에요.]
[베팅 사이트들에서도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오던데······]
[베팅 사이트는 빼기로 했잖습니까? 돈 많이 준다고 국민스포츠인 메이저리그에서 베팅 사이트를 광고한다? 그건 결국 우리 메이저리그의 품격을 낮추는 짓이에요!]
또 서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회의가 끝났다.
[그럼 다들 좋은 연말 보내시고, 다음 회의는 1월 첫째주 금요일입니다. 거기에서 또 싸우는 모습 좀 보여주자고요.]
< 83화 - 어른들의 사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