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81화 (81/268)

< 81화 - 그의 일그러진 표정 >

유니폼에 달리는 스폰서 금액은 종목의 인기도, 혹은 시장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의 메인 스폰서인 에미레이츠 항공은 4년간 4억 1300만 달러를 제공한다.

“축구만큼의 스폰서 비용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는 절대 저 정도의 스폰서 금액이 나올 수가 없었다. 전 세계적인 스포츠인 축구와는 다르게 야구를 시청하는 나라는 한정적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계약은 추후에 계약금 향상을 위해서 딱 1년만 하기로 한 본보기식의 계약. 그런만큼 다년계약을 체결할 때 만큼의 비용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 가이드라인조차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고.

하지만 그들이 적어낸 금액을 보니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았다.

레이몬드 제임스 - 200만 달러

홈쇼핑 네트워크 - 205만 달러

자빌 서키트 - 201만 달러

브라이트 하우스 네트웍스 - 205만 1달러

트랜스 아메리카 보험 - 210만 3달러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200만 달러 언저리의 금액만 적어낸 것이었다.

“시세를 모르는건가?”

북미 4대 스포츠인 NFL, NBA, MLB, NHL 중에서 메이저리그를 제외한 다른 리그에서는 이미 각 구단에서 자율적으로 유니폼 패치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었다.

북미 내에서 가장 팬이 많고 시청률이 미쳐 날뛰는 NFL의 경우 패치 한 개 당 최소 연간 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를 지원받는다.

NBA는 평균적으로 700만 달러 정도의 패치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의 베베고와 5년 1억 달러짜리 패치 계약을 받으며 슬슬 인상될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NHL 역시 패치 한 개당 연 평균 600만 달러 정도의 돈을 받는다.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경기 내내 눈에 띄고 카메라에 잡히는 소매 패치는 적어도 5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존스 홉킨스도 400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고 갔는데······”

그런데 저들은 모두 200만 달러 선의 금액을 내걸었다.

“펩시랑 코카콜라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네.”

펩시는 600만 달러의 금액을 제안하고 들어왔다. 코카콜라 역시 650만 달러를 보냈다(정확히는 펩시보다 50만 달러 많이).

단장 된 입장에서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나온 금액 그대로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걸 뒤집지 않아도 될 금액을 두 회사에서 제안해 준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얄짤없이 낮은 금액에 계약을 해야할 뻔 했다.

‘뒤집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랬다가는 광고 간판인 레이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거다. 당장은 몰라도 1년 뒤의 협상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근데 아까 코카콜라 없지 않았어?”

분명 자신의 기억 속에 펩시만이 여기 대회의실에 있었다.

“단장님이 존스 홉킨스 관계자와 회의하시는 동안에 코카콜라 컴퍼니에서 전화가 와서 여기 끼겠다고 했습니다. 파트장님에게 말하니까. 일단 받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펩시 내부에 정보통이 있는건지, 여기 와있는 회사 중에서 연관이 있는 있는 사람이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레이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잘했어. 대회의실에 다들 있지?”

“네.”

“정리한 화면은?”

“만들어놨습니다. 빔 프로젝터만 켜시면 바로 나올겁니다.”

“오케이.”

다운은 이를 박박 갈면서 대회의실 문을 열었다. 담합아닌 담합을 해놓고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가증스러운 표정들이라니.

“다들 잘 계셨습니까? 표정이 좋으시네요.”

반어법을 한 껏 활용한 인사를 날린 다운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여러분들이 건넨 제안에 대해 말하기 전에 제가 하나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담합을 한 회사들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날려준 다운이 말을 이었다.

“오늘 저희가 이렇게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가 뭐겠습니까?”

질문이었지만 답을 듣기위한 질문이 아니었음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알아차렸다.

“여러분에게 기회를 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점점 세계로 발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앱을 통해 원하는 팀의 매치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도 탬파베이 지역에 있는 회사들을 먼저 부른겁니다. 만약 저희가 이러지 않았다면 여러분들이 이렇게 제안할 기회가 있었겠습니까?”

뭐 있을수도 있겠지만 거의 없을 확률이 높았다. 세계적인 대기업들과의 머니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여러분들은 다른 생각을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다운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딘가 찔린듯 뜨끔한 표정이었다.

“저희가 스폰 받을데가 없어서 여러분들을 불러서 포스팅을 열었다고 생각하신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짓을 하셨더군요.”

리모컨을 조작해 빔 프로젝터를 켜자 구단들이 지른 금액들이 세세히 나왔다.

“아니 비공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공개하시면······”

당황하는 사람도 있고

“트랜스아메리카가 배신했잖아?”

“3달러는 또 뭐야?”

배신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운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펩시가 아니었다면 여러분의 술수에 놀아났을지도 몰랐겠더라고요.”

무려 600만 달러. 회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다들 집으로 가주시면 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펩시 관계자님은 저와 세부 계약조건을 논의하러 가시죠.”

다운의 말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펩시가 한 자리를 채갔다고 해도 한 자리 남는거 아닙니까?”

한 자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던 트랜스아메리카의 직원으로 예상되는 목소리. 이에 다운은 비웃음을 가득 담고는 말했다.

“아쉽게도 여기 적히지는 않았지만 650만 달러를 제안한 회사가 한 군데 더 있어서 말이죠. 그럼 이만.”

다운은 펩시에서 나온 직원과 함께 회의실을 나왔다. 대회의실을 나오자마자 그는 다운에게 양해를 구했다.

“단장님. 잠시 전화 좀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통화 다 하시고 저쪽에 있는 회의실로 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한 직원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런걸 보면 확실히 대기업은 대기업이란 말이지.”

다운은 650만 달러를 제안한 기업이 있다는 걸 들은 순간 변화하는 펩시 직원의 얼굴을 눈치챘다. 어쩌면 그 순간 다운이 그에게 눈을 돌려서 알아차린 것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펩시에서 나온 저 직원은 눈치가 빠르게도 650만 달러가 코카콜라에서 나온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저렇게 결정권을 가진 사람과 통화하기 위해 나간 것이다.

“이러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는데······”

적당한 가격에 1년 계약을 한 뒤, 광고가 효과적이었다는 수치를 보여주며 돈을 땡길 생각이었다. 그 방법을 통해서라면 탬파에 있는 회사들도 높아질 광고 금액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탬파에 있는 수많은 기업들은 담합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남은건 펩시와 코카콜라 두 기업 뿐.

“코카콜라한테는 미안하지만 좀 뜯어내야겠는걸?”

매 년 들어오는 100만 달러를 보면 이게 구장 명명권으로 들어오는 돈인건지, 놀리려고 보내는 돈인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펩시에게 가진 유감이 많은만큼 이 기회에 뜯어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리타. 코카콜라에서 연락온 번호 있지?”

“넘겨드릴까요?”

“아니. 메시지 하나 보내놔. 펩시 쪽에서 650만 달러짜리 제안을 한게 코카콜라인지 알아차렸다고. 그리고 추가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어차피 정보 흘릴꺼 대놓고 찔러보는거다.

이쪽에서 이러는데 너네는 가만 있을거니?

싸울 생각이 들면 제안이 올거고, 그게 아니라면 뭐 650만 달러짜리 제안을 받아들이면 된다.

“전화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홀드 시켰다가 안쪽 상황보고 적당할 때 들어가겠습니다.”

리타는 장담컨대 단장을 해도 잘할거다.

잠시 후 펩시 직원이 다시 돌아왔다.

“단장님 저는 그럼 나가있겠습니다.”

“그래.”

리타가 나가자 펩시에서 온 직원이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제 소개도 안했군요. 펩시 북미지부 홍보팀장 필립입니다.”

그의 소개를 듣고 생긴 의문.

‘홍보팀장이면 충분히 혼자서 금액을 설정할 수 있을텐데 누구한테 전화를 하러간거지?’

펩시라는 대기업에서 600만 달러라는 첫 제안이 허용된 금액치일 가능성은 제로.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800만 달러 정도까지 여유는 들고왔을거다. 거기에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에 상대가 코카콜라라는 걸 알아챘다면 1000만 달러 정도까지는 선조치 후보고를 해도 가능할 터.

그런데 저렇게 보고를 한다?

‘그렇다면 사장급 이상에게 말을 한건가?’

다운은 펩시의 새 제안을 듣자마자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걸 알아챘다.

“650만 달러를 제안한게 코카콜라죠?”

어차피 둘 다 알고 있는거. 다운은 말 대신 표정으로 답했다. 그것을 본 필립이 말을 이었다.

“펩시에서는 양 소매에 달리는 패치 두 개를 모두 사겠습니다. 물론 가격은 잘 쳐드리겠습니다. 패치 한 개당 900만 달러. 총 1800만 달러를 지불하겠습니다. 양 쪽 패치에 펩시와 트로피카나를 비치할 예정인데 하나 정도는 고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레이스 유니폼과 일체화가 잘 되도록 레이스의 색상에 맞춰 로고 디자인을 새로 하겠습니다.”

순식간에 300만 달러가 높아진데다가 그게 두 배가 됐다. 게다가 로고 리디자인까지! 완전 레이스 친화적인 계약조건들이다. 코카콜라 때문에 이렇게 조건을 높인건가 싶었는데 펩시는 거기서 더 나아갔다.

“만약 구장 명명권까지 저희 펩시에게 주신다면 양 소매 패치, 구장 명명권까지 합쳐서 10년간 연 3500만 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순간적으로 무너질뻔한 표정을 다잡았다.

‘연 3500만 달러면······’

드레이크의 후반기 계약이 연 1750만 달러다. 저 돈이 들어온다면 드레이크의 계약은 신경쓸 필요도 없고, 드레이크와 같은 규모의 계약을 하나 더 할 수도 있었다.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운은 필사적으로 표정을 유지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을 했다.

“흐음······”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던 필립이 재차 제안했다.

“참고로 이 제안은 여기 사무실까지만 유효합니다.”

코카콜라와 경쟁을 붙일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이야기.

“협박입니까?”

“그럴리가요. 그저 이 자리에서 빠르게 계약을 맺고 싶은 저희 마음이죠.”

협박성 발언을 덧붙인 그는 다시 당근을 내밀었다.

“1년짜리 계약이라도 제 권한으로 200만 달러까지는 더 얹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펩시와 계약을······”

그리고 그때 리타가 들어왔다.

“단장님. 계속해서 전화 기다리시는데요.”

갑작스런 비서의 등장에 필립이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잠시만요. 제 비서가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러니 들어보죠. 어디서 온 연락이야?”

“코카콜라 홍보팀장님입니다.”

장담한다.

2022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고의 표정은 필립의 일그러지는 표정이다.

< 81화 - 그의 일그러진 표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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