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파국이다! >
다저스 구단주단의 대표로 나온 사람을 물꼬틀 텄다.
“예상하신 것 처럼 저희 구단주 연합 역시 지명타자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유니폼 스폰서 부착 역시 찬성합니다.”
여기까지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였다. 하지만 다른 안건들에서는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서비스 타임을 축소하는 대신 이제는 War 기반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방식 어떻습니까? 최저 연봉 기간만 버틴다면 순차적으로 금액이 올라가는 지금과는 달리 잘하면 잘하는만큼 받아가는거죠. 물론 FA선수들에게도 이를 적용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29.5세까지도 서비스타임을 채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일괄적으로 FA자격을 부여하는겁니다. 그러면 적어도 선수들이 30세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은 FA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은 다운의 차례. 다운은 준비해온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저희 구단의 올해 수익입니다.”
티켓 판매 - $50,384,000
라디오 중계 - $3,018,300
TV 중계 - $33,801,700
매점 수익 - $10,308,300
메이저리그 중계권 분배 - $29,538,000
경기장 광고 및 명명권 - $16,850,300
라이선스 수익 - $15,083,040
수익분배금 - $60,103,900
기타 - $6,204,000
수익 총계 - $225,291,540
“그리고 아래는 저희 구단의 지출이죠.”
선수단 페이롤 - $69,893,000
스태프 페이롤 - $6,120,000
스카우팅 버짓 - $6,000,000
선수향상 버짓 - $12,840,000
드래프트 버짓 - $8,550,000
인터FA 버짓 - $2,500,000
마이너 운영비 - $19,500,000
구장 유지운영비 - $18,885,400
마케팅 비용 - $9,304,000
일반 관리비 - $9,120,000
방송비 - $2,000,000
지출 통계 - $164,712,400
순이익 - $60,579,140
“순이익을 때려박는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현행 2억 1000만 달러의 사치세도 맞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늘리자고요? 그건 스몰마켓 구단을 죽이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저희는 경쟁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사치세 한도를 1억 8000만 달러 정도로 낮춰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운이 앉은 뒤에도 각자 상황에 맞는 구단의 구단주들이 일어나 말했다.
“자 이제 구단주 측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서로 자유롭게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콜로세움이 열렸으니 양팀에서 서로를 물고 뜯으려고 난리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는 생각보다 스무스했다.
“드래프트 추첨제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돈이 많은 빅마켓들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스몰마켓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상위권 유망주들을 잘 키우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포기하라니!”
“스몰마켓만 그렇게합니까? 빅마켓 팀들도 말 좀 해보시죠. 애초에 스몰마켓만 탱킹했으면 그러려니 넘어갔을겁니다. 아까 레이스에서 말했듯이 그들은 여력이 안되니까요.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어서 우승경쟁이 힘든건 이해해야죠 어쩌겠어요. 그런데 빅마켓 팀들마저 탱킹경쟁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러는거 아니겠습니까? 메츠 보세요. 코헨 구단주님이 새로 오면서 돈도 많은데 이번 시즌 기록한 패배가 103패입니다. 이건 옳지 않아요. 이렇게 따지면 추첨하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 부분은 다운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은 저희 레이스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저희도 스몰마켓인데 항상 순위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드래프트 순번은 최근 계속 낮았지만 성적은 계속해서 좋았죠.”
“그럼 레이스에서는 추첨이 좋다는겁니까?”
로키스 구단주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되면 좋긴 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되면 선수수급의 불균형이 심해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여기에 탱킹에 대한 페널티를 추가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어떤 식으로 말이죠?”
“리그의 경쟁력을 위해서 100패 이상의 팀에게는 드래프트 순위를 15단계 낮추고, 95패 이상의 팀은 10단계를 낮추는거죠.”
67승 95패를 승률로 환산하면 41.36%.
“사실상 승률 40%밑은 경쟁을 포기하겠다고 한거나 다름없으니까 그에 대한 페널티를 때리는겁니다.”
다운의 제안에 찬성하는 쪽도, 그리고 반대하는 쪽도 있었다. 찬성하는 쪽은 역시나 선수노조와 스몰마켓임에도 포스트시즌 경쟁을 매년 노리고 있는 카디널스와도 같은 팀들이었다.
“아주 좋은 방법이요! 그러면 탱킹을 하려는 구단들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겠지 만약 잘못하다가는 곧바로 드래프트 순위가 급락할테니까.”
여기에 반대하는 쪽은 역시나 리빌딩을 선언하고 탱킹을 노리는 구단주들이었다.
“탱킹 역시 구단이 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운영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를테면 회사의 운영방침이라는거죠. 회사의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서 일하는 직원들의 조언이야 허용할 수 있지만, 무조건 따라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불만이 가득한 코헨의 얼굴을 보며 다운은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진짜 연기 잘 하시네.’
선수노조가 모여서 미리 전략을 준비했던것과 마찬가지로 구단주들 역시 음성회의를 통해서 이번 CBA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선수노조가 요구할 사항들이야 지난 해에서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요구들일게 분명했으니, 줄건 주고 지킬건 지키자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줄 건 주자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탱킹에 관련된 규제였다.
물론 규제가 너무 센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의견이었을 뿐, 곧 그 의견은 사라졌다.
구단주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팀이 하위권에 멤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탱킹이라는 것 자체가 리그의 경쟁력, 그리고 흥행을 낮추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 안건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 하나를 내주면서 구단주 연합에서는 선수노조 측에서 원하는 사항 두 개(드래프트 추첨제, 탱킹 페널티)를 처리하면서 하나의 안건에 있어서 양보했다는 생색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수익 배분으로 한 차례 분위기를 풀고.’
“수익분배 이야기도 해보죠. 선수노조에서 원하는 수익분배는 포스트시즌에 한정된겁니까?”
“네. 포스트시즌이 연장근무나 다름없는만큼 그것에 대한 수익을 선수들이랑 좀 더 많이 나눠주셨으면 하는겁니다.”
“4대 6정도면 수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희가 6인거죠?”
“그럴리가요 저희가 6이죠.”
“4.5대 5.5.”
“5.5대 4.5. 저희가 5.5인겁니다.”
“거기서 5대 5로 간다는 선택지는 없습니까?”
“이제 나왔으니 된거 아니겠습니까?”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는 줄다리기 끝에 결국 포스트시즌의 수익분배 역시 5:5로 맞춰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선수노조의 완승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 중 두 가지나 얻어내는데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구단주 연합이 이렇게 쉽게 모든걸 내준건 노리는 바가 있어서였다.
구단주 연합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조건.
그건 바로 서비스 타임.
“서비스 타임에 대한 요구는 절대 수락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마이너리그 시설부터 교통비, 식비까지 해서 1년에만 2000만 달러 정도가 들어갑니다. 여기서 마이너 운영비가 가장 적은 구단도 1500만 달러 가까이 나가요. 그렇게 2년, 3년을 키운 선수를 활약상에 따라 돈도 많이 줘가면서 겨우 6년을 데리고 있을 수 있는 데 이것보다 더 줄이다뇨!”
북미 4대 스포츠(NFL, NBA, MLB, NHL) 중에서 야구는 이제 막 뽑힌 루키가 최상위 리그에서 뛰기 힘든 유일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스포츠들은 경험이 적어도 피지컬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야구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어떤 스포츠들 보다 경험이 중요하게 평가받곤했다.
“우리는 이미 드래프트를하면서 바로 써먹을 수도 없는, 실패할수도 있는 루키에게 거액을 돈을 지불했습니다. 그리고나서도 열심히 투자를 해서 키웠죠. 그런데 보유할 수 있는 기간까지 줄이자고요? 하! 절대로 불가능 한 일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구단에서 하위라운드로 계약금도 거의 주지 않았던 선수들은요? 그들은 무슨 죄죠?”
“그들에게 죄라뇨? 마이너리그에 도전할 기회를 주었고, 적지만 월급 역시 지불하고, 심지어 훈련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설까지 제공하죠. 구단 입장에서는 사실 그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아낄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클 수 있었던거죠. 기회를 주고 키워준 구단들에게 3년의 최저연봉. 아니 대부분은 그것보다는 높여주니까 최저연봉도 아니죠. 여하튼 키워주고 길러준 구단에 3년도 봉사하지 못하는겁니까?”
“그 뒤로도 구단에 묶여있는건 마찬가지잖습니까? 3년은 봉사한다고 쳐도 뒤의 4년까지 묶여있어야하는 이유가 뭡니까?”
“뒤의 4년에 대해서는 저희가 그에 걸맞는 값을 지불하고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건 성적에 따라 정확히 추산된 연봉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제안했죠. 연봉조정기간에 조정하는걸 없애고, 최근 가장 공신력있는 지표인 War를 기반으로해서 연봉을 산출하자고요. 그러면 저희도, 선수도 아주 공평하게, 별다른 불만 없이 연봉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연봉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거 아닙니까?”
“당연하죠. 큰 활약을 해서 잘하면 War에 따라 연봉을 많이 받을 것이고, 기여한게 없으면 연봉을 적게 받게 되겠죠.”
“만약 부상을 당하거나 마이너스 War를 기록하면요?”
“그런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희 구단주 연합에서는 최저연봉을 100만 달러 선까지 올리는데 동의했습니다.”
구단주 연합 대표로 앞에서 말하고있던 다저스 구단주 대표의 말에 블루제이스의 간판타자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가 눈을 찡그렸다.
“마이너스 War를 기록하면 아예 최저연봉만을 지급하시겠다는겁니까?”
“당연하죠. 팀의 승리에 기여하기는 커녕 까먹거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는데 저희가 돈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 만약 이게 정말로 활성화가 된다면 여기서 아껴진 돈으로 우승을 위한 FA 영입, 혹은 마이너리그 시설을 개선해서 유망주들을 위한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거죠.”
“만약 모두가 잘한다면?”
“그러면 저희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 금액을 지불할겁니다. 이기는데 들어가는 돈은 아깝지 않으니까요.”
굉장히 합리적이게 보이는 제안.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계산이 숨어있었다.
한 시즌의 경기는 162경기로 정해져 있다. War를 산정할 때 대체선수(0점인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은 연 평균 48승을 올리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다.
이를 역대 최대 승률인 116승을 대입해서 계산해보면 68의 war이 나온다.
1점 당 보통 1000만 달러 정도로 평가받는 요즘 추세를 대입해 봤을 때 이 팀에서 주전급에게 지불해야할 금액은 최소 6억 8000만 달러. 여기에 최저연봉을 적용한 선수들까지 합한다면 7억 달러는 가뿐히 넘어갈 것이었다.
물론 이는 역대 최고 승률을 기반으로 한 계산결과이긴 하다. 하지만 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팀은 당연히 메이저리그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했다.
메이저리그에는 결국 사치세라는 소프트 샐러리 캡이 있고, 구단들은 이를 war에 맞춰서 분할지급할 수 밖에는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재 미친듯이 올라가 있는 1war 당 가격을 낮출 수 있지.’
평균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필요한 33정도의 war를 2억 달러라는 사치세에서 나눈다면?
1000만 달러인 war 단가는 곧장 600까지 떨어진다. 이를 각 팀 사정에 맞게 바꿔서 적용한다면? 당연히 1war 당 당가는 더 싸질수 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단가가 FA 선수들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점이었다.
경쟁이 붙으면 비싸질수야 있겠지만, FA로 풀린 선수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선수노조 측에서 이를 알아차리냐인데······’
다운의 눈이 맥긴티와 마주쳤다.
‘음?’
맥긴티는 그라운드에서도 빛나는 그의 안경과 지적인 외모를 가진 최고의 3루수 중 하나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대학야구부 생활을 하면서도 경영학으로 유명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에서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것이었다.
다운은 그의 눈과 표정을 본 순간 이 판이 망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굴 바보로 아시나······ 그 제안은 당연히 거절입니다. War로 연봉을 산정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다운은 그를 향해 마지막 제안을 날렸다.
“서비스 타임을 현행으로 유지하는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냥 넘어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어쩔수 없군요······”
이렇게 된 이상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지금 이 시간을 기점으로 락다운(직장폐쇄)에 돌입하겠습니다.”
< 79화 - 파국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