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77화 (77/268)

< 77화 - 프런트의 겨울은 시즌보다 바쁘다 >

탁!

- 브, 브래넌의 번트! 절묘하게 3루 라인을 따라가는 타구!

대체 번트 연습은 언제 했는지, 절묘하게 굴러간 공은 적당한 속도를 가지고 라인을 타고 굴러갔다.

말도 안되는 기습번트에 3루수와 투수, 포수가 모두 달려들었다. 배리 브래넌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다들 번트는 생각지도 못하고 뒤에 있는 바람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제발 번트 타구가 라인 밖으로 흘러나가기만을 기도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속도를 점점 줄이며 굴러가던 공은

라인을 살짝 걸치며 멈췄다.

“세잎!”

3루심의 양 손이 좌우로 펼쳐짐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배리 브래넌! 네가 최고다!”

“Fuuuuuuck!!! 거기서 번트라니 배리 넌 진짜 미친 놈이야!”

“젠장할 브래넌 내 사랑을 가져가라고오오오!”

- 브래넌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1루를 밟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드레이크와 마이어는 각각 3루와 2루에 안착했네요. 주자 만루!

- 지금 이게 계획된 작전이었을까요?

- 하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캐시 표정을 한 번 보세요.

카메라가 더그아웃에서 헛웃음을 흘리고 있는 캐시의 얼굴을 잡았다.

- 캐시도 그가 번트를 댈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거죠.

- 그리고 주자들의 스타트 역시 한 발 늦었어요. 만약 작전이었다면 주자들의 스타트가 훨씬 빨랐을겁니다. 하지만 지금 화들짝 놀라서 달려가는게 보이죠? 만약 타구가 절묘하게 굴러가지 않았다면 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질수도 있었던 위험한 작전이었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통했으니까 좋은 일이긴 하지만요.

- 그 어느 누가 배리 브래넌이 번트를 댈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하겠습니까?

- 팀원들도 예상을 못했던거죠.

- 아! 마침 자료가 왔네요. 배리가 마지막으로 번트를 댔던게 18년 7월 21일 레인저스 전이라는군요.

- 그때 레인저스는 수비를 해냈습니까?

- 아뇨. 그 당시에도 벙찐 채로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고 하네요.

- 하하! 4년 만에 번트를 댔는데 그게 또 안타가 되면서 레인저스가 된통 당하게 됐네요.

- 레이스 더그아웃에서 곧바로 브래넌을 부릅니다. 그를 대신해서 발이 조금 더 빠른 알버트 서머스가 1루 주자로 들어오네요. 사실 서머스도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닙니다만······

- 브래넌에 비해서는 빠르죠.

- 두말하면 잔소리 아니겠습니까?

짝짝짝짝짝!

서머스와 하이파이브를 한 브래넌에게 기립박수가 주어졌다.

- 배리는 자격이 있습니다. 배리가 아니면 누가 저렇게 기립박수를 받겠습니까?

레인저스 더그아웃은 곧바로 올라가 마운드에 있는 마무리의 상태를 살폈다.

- 교체를 하나요?

- 아마 쉽지 않을겁니다. 투수가 풍부한 저희 팀과는 다르게 레인저스의 투수 자원 중에서는 믿을만한 선수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믿을만한 자원들은 이미 6, 7, 8회에 써버렸죠. 남은건 마무리인 워커 하나뿐인데, 당장에 워커가 흔들린다고 해서 내린다고해서 대안이 생기는게 아닙니다. 선택지가 없을거에요.

레인저스 측에서는 결국 마무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내려오는 것에서 그쳤다. 한 숨을 돌린 마무리를 상대하기 위해 가스파르가 타석에 들어섰다.

가스파르는 상황별로 자신이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그리고 그것을 해낼 수 있는 경험이 흘러 넘치는 베테랑이었다. 그는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생각 대신에 온 몸에 힘을 빼고 흘러들어오는 공을 결대로 때려냈다.

따악!

결대로 밀어친 공은 높게 떠서 우익수 방면으로 날아갔다. 안타가 될 수는 없지만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가기에는 충분한 타구였다.

타다다닥!

- 드레이크는 여유롭게 홈 인! 2루에 있던 마이어도 3루까지 서서 들어갑니다! 가스파르의 1타점 희생플라이! 이제 스코어는 5대 4! 이제는 정말 레인저스의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 멜튼 록하트가 모두의 기대를 안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마 거르지 않을까 싶네요.

- 지금 이 상황에서요?

그의 말처럼 레인저스의 우드워드 감독은 고의사구 사인을 보냈다.

- 오늘 안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록하트는 충분히 역전 홈런을 뽑아낼 수 있는 파워가 있는 선수죠. 정규시즌에만 41홈런을 때려낸 선수의 한 방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에 비해 우드먼 역시 대타로 들어와 안타 하나를 기록했지만, 한 방 파워만큼은 약한 편이죠. 시즌 홈런이 11개 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록하트의 다리는 느립니다. 우드먼 역시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고요.

- 더블플레이까지도 노려보겠다는거군요.

- 맞습니다. 세드릭이 부디 우드워드가 이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

- 그것보다는 부디 흥분만 안했으면 좋겠네요. 보통 저런 경우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들 흥분하거든요. ‘쟤를 거르고 날 선택해?’ 이러면서 말이죠.

우려와는 다르게 우드먼의 마음은 피-스 그 자체였다.

3할-40홈런 이상을 때린 록하트보다는 오늘 안타가 있지만 시즌 2할 6푼에 11홈런밖에 없는 자신을 상대할거란건 어느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만큼 우드먼은 가스파르가 희생플라이를 쳤을 때부터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최선을 다했다.

2루에 있는 서머스도, 1루에 있는 록하트까지도 어떻게든 한 루라도 더 가기 위해서 평소보다 반 발 정도 리드를 벌려놓은 상태.

촤아아악!

“세잎!”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투수의 시선을 빼앗고 자신에게 유리한 공이 들어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루플레이를 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이어진 기횐데! 나도 힘을 빼고 세바스티안처럼 결대로만 치는거야.’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거라면,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영웅이 되는 순간을 꿈꾸니까.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만큼은 이어진 기회를 이어가야한다. 자신의 뒤에는 올 시즌 훨씬 나은 활약을 보여준 비어만, 그리고 추격의 3점 홈런을 뽑아낸 흘로첵까지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해야할 일은 그저 진루타 뿐이다.’

우드먼은 최대한 마음을 비워내고 진루타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가 그랬다.

비우는만큼 채워지는 거라고.

따아아아악!

숨죽이고 지켜보는 관중들, 선수들 사이로 간결하고 깔끔한. 하지만 가볍지 않은 타격음이 막혀있는 트로피카나 필드 안에 울려퍼졌다.

- see, see, see······

우드먼의 타구가 멀리, 높이, 그리고 담장을 넘어갔다.

와아아아아아아!

- Seeya!!! 경기 종료! 세드릭 우드먼의 끝내기 홈런이 터져나옵니다!

- 레이스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시! 다시 뵙겠습니다!

***

- 스트라이크 아웃! 마르티넬리가 두 손을 번쩍 듭니다!

- 뉴욕 양키스가 결국은 이렇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가져갑-

한때는 레이스 소속이었던 선수의 환한 웃음을 보고 TV를 껐다.

“왜 꺼. 그래도 우리 소속이었던 호세가 저리 웃는거 보니까 기분 좋구만.”

글라이드의 말에 다운이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수염 다 밀어서 호세 같지도 않다던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괜히 더 보면 배만 아파지니까 그만 좀 봅시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월드시리즈가 끝나기까지의 여정은 어떻게 됐냐고?

망했다.

어떤 만화에서 말하듯이 와일드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레이스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루카스 페리시치 한 달 아웃

뭐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의 1미터는 공중에 날아오른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뒤틀린 발목에는 적어도 한 달의 휴식은 필요할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하 정말. 지금 생각해도 세드릭 부상은 황당하네요.”

기적같은 끝내기 홈런을 때린 우드먼은 침울해하는 레인저스 선수들 사이를 지나 홈으로 들어왔다.

끝내기 홈런을 치고 기쁜 마음에 우드먼은 폴짝 점프해서 홈을 밟으려고 했다. 문제는 홈을 밟는 과정에서 그의 발목에 페리시치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세드릭 우드먼 한 달 아웃

“그렇게 부상당한 선수가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우리 선수가 그런 부상을 당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저는 오죽했겠어요. 축하하러 내려갔다가 애 하나가 실려나가는거 보는데 진짜······”

“그것만이었으면 우리도 어떻게 비벼봤을텐데 말이다.”

“맞아요.”

레이스에게 찾아온 악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니 난 괜찮다니까? 진짜 괜찮······ 아아아악! 거길 왜 눌러!”

“보셨죠 단장님? 이대로 뛰면 100% 햄스트링 부상 옵니다. 지금 발견한게 다행이에요. 적어도 일 주일은 안정을 취하면서 쉬어야합니다.”

번트 이후에 미친듯이 달렸던 브래넌의 왼쪽 햄스트링이 이상 증상을 호소했다.

“의사 말 들어 배리. 염증으로 끝나는게 다행이라잖아. 이번만 시즌이 아니잖아. 나이도 있는데 이번에는 사리자. 일주일 뒤면 다시 뛸 수 있다니까.”

배리 브래넌 일 주일 아웃

이 모든게 와일드카드를 마친 그 날 일어난 일이었다.

“어떻게든 남은 친구들을 활용하면 에인절스를 잡아볼만 할 것 같습니다.”

골치는 아프지만 커버는 가능하다며 어렵사리 말하던 캐시도 다음날 들려온 소식에 아웃당하고 말았다.

“미안해요. 제가 아프면 안되는데······”

그 날의 등판이 무리였었는지 잠을 제대로 못잔건지는 모르겠지만 파인트가 등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사실 파인트의 몸이 이상을 호소할거라는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2년을 쉰 사람이 메이저리그에서 최상급을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방법에 뭐가 있을까?

정답은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자신에 대한 채찍질,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재능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필수적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그걸 받쳐줄 몸이다.

2년을 쉬었던 선수가 운동을 다시 시작한지 6개월만에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이번 시즌에만 총 183.1이닝을 던졌다. 매 시즌 200이닝을 넘기던 파인트 치고는 아쉬운 이닝일수도 있지만, 2년을 쉰 몸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정이었다.

다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파인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났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냐. 네가 미안할 필요가 뭐가있어. 넌 이번 시즌 충분히 역할 그 이상을 해줬어. 오히려 더 쉬게 못해줘서 미안하다. 일단 쉬어.”

조나 파인트 최소 3일 아웃

핵심 선수 둘과 벤치 멤버 둘을 잃은 레이스는 결국 에인절스에게 3경기를 내리 내주면서 가을 나들이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세 경기 동안 애들한테 경험치는 많이 먹였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죠.”

순식간에 네 명의 선수가 빠지는 바람에 넬슨 페레즈를 포함한 네 명의 선수가 포스트시즌 경험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첫 시즌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아쉽더라도 그걸로 만족하자고. 내가 성적가지고 막 귀찮게 구는 구단주도 아니잖아?”

“성적가지고 귀찮게하지는 않죠. 근데 다른건 다 떠넘기잖아요.”

“CBA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는 네가 가는게 맞아.”

< 77화 - 프런트의 겨울은 시즌보다 바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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