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73화 (73/268)

< 73화 - 불타오를 팀은 어디? >

“저랑 같은 생각이시네요.”

포스트시즌 자리를 놓고 고려해야하는 루키 외야 삼인방의 성적은 아래와 같았다.

넬슨 페레즈

101경기 99안타 32홈런 17볼넷 54타점

0.261/0.306/0.544

패트릭 비어스

108경기 110안타 21홈런 55볼넷 68타점

0.298/0.447/0.507

루카스 페리시치

45경기 39안타 3홈런 15볼넷 28타점

0.253/0.351/0.416

넬슨 페레즈의 최근 세 경기 정도에서의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루키 시즌에 30홈런을 때려낸 파워만큼은 매력적이었다.

“넬슨처럼 경기를 뒤집을 한 방이 있는 선수는 데리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비어스는 파워가 뛰어나서 홈런이 나온다는 느낌보다는, 정타를 맞춰서 홈런이 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에 비해서 페레즈는 스윙과 몸집에서부터 파워가 철철 흘러넘쳤다. 투수에게 한 방에 대한 위기감을 심어주기에는 그에 비견될만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맞습니다. 패트릭이 더 뛰어나니까요.”

페레즈와 대척점에 놓여있는 패트릭 비어스는 홈런에 있어서는 11개가 밀린다. 하지만 타격의 정확도,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에 있어서는 페레즈를 압살했다.

고로 일단 비어스는 데려가야한다.

남은건 페레즈와 페리시치 시즌 통합 성적만 본다면 누가봐도 페리시치보다는 페레즈의 압승이었다.

“케빈이 생각하기에 루카스를 데려가야하는 이유는 뭐죠?”

다운의 질문에 캐시는 미리 생각이라도 해뒀다는 듯이 곧바로 답했다.

“한 방이 있는 서브를 선호하는 감독도 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한 방 보다는 막힌 공격의 물꼬를 틔워줄 수 있는 루카스 페리시치와 같은 선수를 더 선호해서 말이죠.”

페리시치는 올라와있었던 기간은 얼마 안된다. 하지만 전반기 때 올라왔을때와 확장로스터 때의 성적이 확연히 차이나는 선수였다.

전반기

14안타 0홈런 5볼넷

0.192/0.260/0.288

장타는 없고, 타격도 안되는 수비와 스피드만이 장점인 선수. 전반기의 페리시치는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트리플 A에서 담금질을 하고 올라온 페리시치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있었다.

9월

25안타 3홈런 10볼넷

0.309/0.432/0.531

일단 타격에 물이 올랐다. 9월 내내 파워 스윙만 보여주던 페레즈와는 다르게 말이다. 게다가 수비까지 되니, 캐시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카드로 보일 것이다.

물론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는 단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건 페레즈 역시 마찬가지. 둘 다 경험이 없다면 당장에 폼이 좋은 페리시치를 데려가는게 맞다.

“그리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너무 적어요. 예전에는 버드와 브라이언이 그 역할을 수행해줬는데 이제 벤치에는 브라이언 밖에는 남지 않았죠. 서머스도 대주자라기보다는 대타에 어울리는 자원이고요. 조금 더 스피디한 친구가 있어야합니다.”

공격전개의 다양성이 페리시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단장님이 생각하기에 루카스를 데려가야하는 이유는 뭡니까?”

다운이 생각하기에 페리시치를 꼭 데려가야하는 이유. 그건

“찬스에 강하니까요.”

오해하면 안될 것이 저 말이 곧 다운이 득점권 타율이라는 수치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루카스는 타석에서 여유가 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안하는 성격이죠. 그리고 도전적이죠.”

페리시치는 소위 말하는 깡이 좋았다. 그래서 타격도 수비도 모두 자신있게 하는 편이었다.

“겁도 없이 몸 날리면서 수비하는거 보면 부상당하기 전의 마이어가 생각날 정도니까 도전적인 성격이 강한건 맞는 것 같네요.”

“그에 비해 넬슨은 너무 겁이 많습니다.”

페레즈는 덩치와는 다르게 쉽사리 위축이 되는 편이었다.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이 위축되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뭔가 좀 더 파워 위주의 위압감 있는 스윙을 하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작년 마이너에 있을때까지만해도 이러지 않았었다.

“원래는 패트릭 정도의 성적을 기대했었는데······”

“빅리그에 조금 더 적응하면 괜찮아지겠죠.”

“어찌됐건 시즌 중에는 비어스라는 자극제가 있으니 그 단점이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다를겁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무대는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압박감을 선사할거다. 페레즈가 그 압박감을 잘 버텨낼수도 있다.

“넬슨이 잘할거라는, 포스트시즌에서 쫄지 않을거라는 그런 불확실성에 기댈 바에는, 포스트시즌에 가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깡을 가진 페리시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

툭!

말하던 도중 기둥 뒤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있어?”

캐시의 말에 기둥 뒤에서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람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넬슨······”

하필이면 페레즈다.

“화장실 갔다가 나오면서······”

페레즈는 쭈뼛거리며 자신이 거기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유일하게 걱정되는건

“우리 이야기 들었어?”

지금까지 캐시와 나눈 이야기를 들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페레즈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페레즈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겁이 많다고 한 부분부터 들었는데······”

다운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했던 부분은 다 들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 그렇지 않습니다 단장님. 제가 겁이 많다뇨.”

한 번 입이 트이자 말이 잘 나오는지 그는 머뭇거리던 기색을 지우고는 불만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누굴 겁먹게 만든적은 있어도 제가 겁을 먹은 적은 없습니다. 증명할 수도 있어요!”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설명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앉아봐 넬슨.”

다운의 권유에 페레즈가 의자에 앉았다.

“이미 다 들었겠지만, 난 널 로스터에서 제할거다.”

“······ 잘못 들은게 아니었네요.”

“단장님이 결정한게 아니······”

캐시는 자신도 함께 결정했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운은 손을 살짝 올려 그의 입을 막았다.

“케빈 생각은 알겠지만, 제 생각에는 넬슨보다는 루카스를 쓰는게 무조건 필수적이에요.”

눈빛으로 캐시의 입을 막은 뒤 다운은 다시 페레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널 넣지 않는 이유는······”

다운은 캐시 감독이 했던 말을 자신이 생각했던것 마냥 이야기했다.

“······ 거기에 너는 겁도 많지. 내가 보기엔 넌 분명 얼어붙을거야. 네 스윙을 봐. 마치 겁먹은 어린애가 배트를 힘껏 휘두르는 것 같잖아.”

“겁먹은 어린애라뇨 말이 심하신 것 아닙니까?”

“내가 말했잖아. 넌 정교하게 편하게 스윙하더라도 담장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그런데도 그러지 않는 이유가 뭐야? 위압감? 그런 개소리는 하지 마. 위압감은 네 커리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거지 네가 그렇게 애처럼 휘두르는 배트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거야.”

“제게 기회만 주신다면 그렇지 않다는걸 증명해보겠습니다.”

“네가 못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정말 그랬다면 널 양키스에서 데려오는 일은 없었을거야. 내가 널 남기지 않는 이유는 아까 들었겠지만, 그 불확실성에 기대고싶지 않을뿐이야. 내년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가지고 와. 그러면 나도 널 쓰는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테니까.”

다운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페레즈는 할 말이 없었는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운을 째려봤다.

“성적으로 보여드리죠.”

“언제든지 환영이다.”

페레즈가 나간 뒤 캐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넬슨 저 자식 속이 꽤 좁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냥 저희 둘이 같은 의견이었다고 이야기하지 그러셨어요?”

“속이 좁은 놈이니까 타겟을 저 하나로 좁힌거죠. 지금 당장에는 쓰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기회가 갈거잖아요. 넬슨에게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키워야만하는 놈이기도 하고요. 그때를 생각해서라면 매일 봐야만하는 당신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 보다는 단장인 저를 원망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적어도 저는 매일 부딪히는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나중에 구단이랑 연장계약을 해야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사이가 틀어져도 괜찮겠습니까?”

캐시의 걱정에 다운은 웃으며 TV를 가리켰다.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고 일단은 경기에 집중하죠.”

40분 뒤

- 삼진 아웃! 마르티넬리가 양키스의 승리를 지켜냅니다!

TV에서 양키스의 승리를 알리는 캐스터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와일드카드 준비합시다.”

***

포스트시즌 프리뷰

양키스가 최종전에 승리하게 되면서 마지막까지 치열하던 포스트시즌 티켓 싸움이 막을 내렸다.

포스트시즌 대진

NL 디비전 시리즈

와일드카드 승자 vs LAD

ATL vs STL

AL 디비전 시리즈

와일드카드 승자 vs LAA

CLE vs NYY

NL 와일드카드 - PHI vs SFG

이번 시즌의 시작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가 끊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올 시즌 사이영상을 다투는 두 선수가 맞붙을 예정이다!

케빈 도우너 - 0.254 8홈런

조나단 케이브 - 0.353 3홈런

이번 겨울 지명타자 제거가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지금, 내셔널리그에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에이스들의 투수타석의 싸움이 예상된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방망이를 가진 에이스들의 대결과는 별개로 경기 자체는 자이언츠가 유리하다(시즌 전적 5승 1패) 하지만 와일드카드는 단판전!

시즌 마지막 살아나기 시작한 필리스의 타선이 불을 뿜는다면 이 경기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게 흘러갈 것이다.

AL 와일드카드 - TEX vs TBR

이 매치업에서의 관전포인트는 역시나 수비와 선수단의 응집력.

레인저스는 올 시즌 리빌딩을 거치는 중이었던만큼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기여코 와일드카드 티켓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레이스 같은 경우에는 브래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친 모양새. 원래도 팀워크가 좋았는데 올 시즌 바뀐 GM 다운이 팀을 더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두 팀의 평균 나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위 수준이다(레이스 28위, 레인저스 26위)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세를 타면 두 팀의 경기력은 무서울 정도로 타오른다. 이는 두 팀의 시즌 연승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레인저스 22시즌 연승 기록

5연승 이상 총 8번(ML 2위)

레이스 22시즌 연승 기록

5연승 이상 총 10번(ML 1위)

젊은 팀의 특성상 연패를 끊어내는 일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한번 연승을 타기 시작하면 무서운 기세로 타올랐던 것이 바로 이 두 팀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매치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서 이긴 팀은 다시 또 기세를 타고 불타오를테니까.

< 73화 - 불타오를 팀은 어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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