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72화 (72/268)

< 72화 - 시즌 종료 >

마르티넬리가 떠나고 난 뒤 새로이 마무리가 된 리처드 로버트슨이 와인드업을 하며 다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타자를 향해 힘차게 공을 뿌렸다.

빠아아앙!

미트가 터져나갈듯한 소리와 함께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스트으으으으으라잌 아웃! 게임 셋!”

이와 함께 프런트 회의실에서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경기는 그래도 이겼네요.”

클라인의 말에 거스가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인절스한테 일격만 안맞았어도 이기는거였는데 말이지.”

일 주일 전만해도 양키스와의 3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양키스와의 순위를 역전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에인절스와의 시리즈에서 1승 2패를 당해버리는 바람에 곧바로 2위로 밀려버렸다.

“양키스 경기는 어떻게 되고 있어?”

“아직 몰라.”

양키스는 중부에 있는 화이트삭스 원정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종료한다. 시카고와 탬파의 시차는 1시간.

“이제 6회 들어가네.”

경기는 아직 0대 0.

만약 오늘 양키스가 진다면 두 팀의 순위는 다시 바뀌게 된다.

양키스에게 1위자리 수성이 달려있는것처럼 화이트삭스는 이번 경기 승패에 와일드카드 진출여부가 달려있었다. 그래서인지 화이트삭스의 간절함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나저나 단장님은? 아까까지만해도 여기 계셨는데?”

클라인의 눈빛을 받은 리타가 답했다.

“라커룸에 내려가셨습니다.”

로버트슨이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기 직전에 다운은 글라이드의 메시지를 받았다.

[정말 거기 가서 선수들 치하해줘도 되겠지?]

구단주가 아니라 팬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는 그의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메시지. 이에 다운은 조용히 구단주실로 들어갔다.

똑똑!

구단주실을 노크한 다운은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스티······ 세상에.”

글라이드는 마치 야구를 보러 온 팬처럼 청바지에 레이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정말로 레이스를 사랑하는 팬으로 보여서 다운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빨리 갑시다.”

“진짜 가도 되려나?”

“당연하죠. 그냥 가기 미안하면 수고했다고 상여금 같은거라도 챙겨줘요.”

글라이드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봉투다발들을 꺼냈다.

“인당 천 달러씩 이미 준비해놨지. 신 구장 건설만 아니었어도 만 달러씩은 챙겨주는건데······”

“그거면 됐어요. 마음이 중요한거지 금액이 뭐가 중요해요.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잘했다고 하고 안아주면서 한 명씩 나눠줘요 알았죠?”

라커룸으로 내려가는 사이 경기가 끝났는지 관중석에서부터 울려오는 응원가가 들렸다.

태애애앰파베이

레이이이이스!

낡은 폐쇄형 돔 경기장이라 그런지 쓸데없이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와 섞여 불쾌할 수도 있었지만, 다운과 글라이드의 얼굴은 밝았다.

“오늘 관중도 2만 넘었지?”

“네. 총 20,318명 들어왔어요.”

시즌 마지막 홈 경기, 이번에도 관중들은 지랄맞은 교통을 감수하고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아주었다.

“이벤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이들 와주셔서 진짜 너무 감사하네요.”

“제발 이 추세가 이어져야할텐데······ 그나저나 내가 예전부터 생각한건데 우리도 응원가 같은거 하나 만들면 안되나?”

“하나가 아니라 선수마다 붙일수도 있죠. 한국에서는 그러거든요.”

“축구에서도 그러잖아. 이번 윈터시즌에는 작곡가랑 작사가 불러서 응원가 하나 만들어보자고.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낼테니.”

“앤드류가 좋아하겠네요.”

“그 놈은 일은 잘하는데 너무 자린고비라 문제야 에잉!”

“돈이 있었다면 앤드류도 그러지 않았을걸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라커룸이 눈 앞이다. 라커룸 문을 열자 이제 막 경기를 마치고 들어온 선수들의 땀 냄새가 콧구멍으로 훅 파고들어왔다.

“빨리 씻어 빨리!”

“양키 놈들 경기 봐야한다고! 빨리 들어가!”

“젠장할 네이트으으으으! 내 팬티 또 어디갔어어어어어!”

“아 나 아니라고요!!”

아비규환이 펼쳐진 라커룸을 보고도 글라이드는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 구단주님? 얘들아 구단주님 오셨······”

“아냐아냐. 어서 씻고들 오게나.”

“으니까 빨리 씻어 이놈들아! 안 미끄러지게 조심하고! 너네 머리 깨지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도 못한다! 어?”

브래넌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선수단이 샤워실로 사라졌다.

“배리.”

샤워실로 들어가다가 다운이 부르는 소리에 브래넌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음?”

“구단주님이 또 레이스 진성 팬이시잖아. 너희들 안아주고 포상금 천 달러씩 주려고 오셨으니까 분위기 좀 잘 잡아줘.”

“오호? 포상금이라! 역시 구단주님! 근데 너는?”

“난 밖에 나가서 이벤트 준비해야지. 너도 너무 오래 끌지말고 먼저 인사 끝난 친구들은 밖으로 내보내. 알겠지?”

“오케이.”

브래넌에게 라커룸에서의 일을 넘긴 다운은 더그아웃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이동했다. 더그아웃에는 이미 직원들이 이벤트를 위한 대형 스크린들과 카메라를 세팅하는 중이었다.

- 그렇지! 제프 모건이 앤드류 켈리의 공을 잡아챕니다!

와아아아아아아!

- 넌 안돼 이 양키 놈아!

우하하하!

오늘의 이벤트는 바로 양키스의 최종전 같이보기였다. 레이스가 졌으면 없었을 이벤트지만, 이겼기 때문에 양키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그 마지막 결과를 선수단과 관중들까지 함께 보기 위해서 남은 것이었다.

‘전광판이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한 개의 대형 전광판에 작은 전광판 한두개는 기본으로 달고 있는 최신식 구장들과는 다르게 트로피카나 필드에는 우측 외야에 있는 조그마한 전광판 하나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모든 방향의 팬들이 볼 수 있게 저렇게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운드. 그 사운드를 채우기 위해서 레이스의 목소리인 모건 브래넌이 저렇게 방송실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것이었다.

- 벤 저 녀석은 저녁밥도 안 먹고 왔나? 왜 저렇게 빌빌대? 스윙에 힘이 없잖아!

방송국에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팬들만이 듣는다는걸 알기 때문에 모건 브래넌은 팬심 가득한 편파방송을 할 수 있었다.

- 여러분 벤 스내쳐에게 힘을 줍시다! 제가 벤 하면 여러분은 스내쳐! 갑니다! 베에에엔!

스내쳐어어어어어!

- 베에에엔!

스내쳐어어어어어!

- 벤의 공이 내야를 넘어어어어! 외야로 굴러나갑니다! 그거야 벤!

벤! 벤! 벤! 벤!

레이스 팬들이 저렇게 열정적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저 정도면 필리건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응원할때보다 더 열정적인 것 같은데요?”

슬그머니 다가온 캐시가 혀를 내둘렀다.

“기분 탓이겠죠?”

“내년에는 기분 탓이 아니게 만들어보자고요.”

“단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오늘 밤에 바로 로스터 조정 하실거죠?”

“해야죠.”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니(이기면 1위로 진출 지면 와일드카드 1순위로 진출) 포스트시즌 로스터를 짜야한다. 9월 초에 대략적인 이야기는 나눠놨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이야기가 다르다. 당장 폼이 좋은 선수나 몸 상태가 좋은 선수를 올려야한다.

“양키스 경기 끝나면 바로 짜러 가자고요. 근데 안 피곤하겠어요?”

“피곤하기야 하겠지만, 내일은 휴일이니까 괜찮습니다 하하! 아니면 지금 더그아웃에 들어가서 이야기 하시겠습니까?”

“그것도 나쁘진 않죠.”

어차피 양키스와의 경기결과는 포스트시즌 로스터를 짜는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럼 주의사항만 마저 말하고 여기서 보도록하죠.”

“알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끝난 것 같자 스태프가 다가왔다.

“단장님. 세팅 끝났습니다. 마이크 드릴까요?”

스태프의 말에 다운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지금은 모건한테 맡기고, 선수들 들어오면 같이 들어갈게.”

“알겠습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6회가 끝나 경기가 없던 상황.

- 오늘 승리한 우리 자랑스러운 레이스 선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들 따뜻한 박수로 맞아주세요!

짝짝짝!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네이선 드레에에에에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모건의 호명에 선수들이 하나 둘 배정된 자리로 이동했다.

-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브래넌가의 자랑스런! 배애애애리 브래너어어언!

브래넌! 브래넌! 브래넌!

브래넌까지 보낸 뒤 다운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레이스 단장인 다운 정입니다.”

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뒤 말을 이었다.

“우선 여러분 앞에 있는 선수들은 오늘 함께 양키스 전을 관람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팬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관람하기 위해서 이렇게 남았는데 사인 요구나 사진 요구를 하면서 선수들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동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운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펜스에 등을 기대로 있던 선수들에게 가려던 팬들이 슬그머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러분이 조금 더 즐거운 관람을 하실 수 있도록 선수들이 착용하고 있는 마이크가 랜덤하게 켜질 예정입니다. 예를들어.”

다운의 사인에 방송실에서 모건이 스위치를 조작해 누군가의 마이크를 틀었다.

- 빌어먹을 양키 자식······ 어?

흥분한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자 브래넌이 말을 멈췄다.

- 헤이 키즈. 그리고 레이스 팬 여러분들. 양키스에게는 빌어먹을 놈들이라고 해도 됩니다. 아시겠죠? 빌어먹을 놈들아 제발 져라! 따라하세요 양키 고 홈!

양키 고 호오오옴!

신나서 브래넌의 말을 따라하는 팬들을 보며 다운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양키스가 지면 물론 좋겠지만, 게임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여러분과 같은 화면을 보고있는 생생한 선수들의 반응을 보며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관람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인사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라커룸으로 가실까요?”

“그게 더 편하겠죠?”

아무래도 더그아웃의 딱딱한 의자보다는 라커룸의 의자가 편한데다가 거기서는 양키스 경기를 틀어놓을 TV도 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자마자 양키스 경기에 채널을 맞춰놓은 다운은 곧바로 캐시와 마주않아 로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투수진은 전에 이야기한 그래도 갈 생각입니다.”

“조나, 리키, 에디, 에릭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린다는거죠?”

“네. 다만 저희가 와일드카드로 가면 리키를 1선발로 돌릴 생각입니다.”

양키스가 승리할 시 화이트삭시는 와일드카드에서 떨어지게되고 레인저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올라오게된다.

“리키가 레인저스 상대로 강했죠.”

“맞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합해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으니까요. 실점도 고작 2점 밖에 없었죠. 이번에도 잘해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투수진은 예정대로 비니를 내리면 되겠네요.”

“아뇨. 비니를 남기고 토드를 내려야할 것 같습니다.”

“아직 손이 안나았답니까?”

토드 맨스필드는 4일 전 요리하다가 손을 베였다. 정말 놀라운건 주 손이 오른손이기에 글러브 낀 왼손을 베인게 아니라 오른손을 베였다는 것이다. 듣기로는 뭐 떨어지는 칼을 반사적으로 잡다가 그렇게 됐단다.

“네. 본인도 아쉬워는 하는데, 이대로 뛰게 되면 팀에 해가 될 것 같다면서 비니를 올려달라고 하더라고요.”

투수쪽에서는 맨스필드를 내린다.

“타자 쪽에서는 루카스를 내릴겁니까?”

확장로스터에 올라왔던 페리시치가 내려가는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캐시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넬슨을 내리시죠.”

< 72화 - 시즌 종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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