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67화 (67/268)

< 67화 - 확장로스터 >

가칭 이버파크가 지어질것이라는 오피셜이 뜨자 가장 신이 난 것은 역시나 팬들이었다.

- 개폐식 구장이라니! 젠장! 우리도 드디어 최신식 구장 갖는거야?

- 비올때마다 천장에서 물 새는건 너무했지! 트로피카나 필드 안녕! 하워드 프랭클린 다리도 안녕이다!

- 드디어 접근성 좋은 곳으로 왔네! 만세!

뭐 당장 저래놓고 얼마나 직접 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폭발적인 반응으로 인해서 기대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오피셜이 뜨자마자 빠르게 연락온 회사가 두 곳 있었다.

한 곳은 트로피카나 필드의 구장명명권을 가지고 있는 펩시였다. 그들과의 첫 전화는 썩 좋지 않았다.

홍보팀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이 와서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었다.

[새 구장이 건설되더라도 2026년까지는 저희가 명명권을 가지고 있다는건 아시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하십니까? 트로피카나 필드가 건설될 때 3000만 달러 내면서 그 구장에 대한 명명권을 30년간 가져갔을 뿐이죠. ‘저희 구단이 사용하는 구장’에 대한 명명권을 가져간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저희 사이의 의리를 생각하신다면 우선 협상권 정도는 주실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고작 3000만 달러로 의리는 무슨. 좋은 감정이 있다가도 없어지겠다. 그래도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저희가 지금까지 아주 싸게 구장명명권을 이용해왔다는거 인정하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측에서는 이번 계약에는 매 년 1000만 달러를 20년간 지원하는 계약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저희와 오래 함께해온 레이스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말이죠.]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100만 달러였던 돈이 1000만 달러로 올라갔다. 가장 최근 계약을 갱신한 레인저스와 글로브라이프 사 사이의 계약이 연간 1100만 달러였던것을 생각하면 정말 괜찮은 계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첫 대화가 화는 나지만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계약을 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다운은 우선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생각해보도록 하죠.”

또 다른 회사는 다들 예상했겠지만 바로 코카콜라였다. 홍보팀장이 연락왔던 펩시에 비해서 이쪽에서는 CEO가 직접 연락이 왔다.

[펩시측에서 한 제안보다 무조건 연간 100만 달러 많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제품의 이름을 붙일지에 대한 것도 정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저희가 드린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합니다만······]

이쪽에서도 상당히 세게 나왔다. 펩시 쪽을 아예 메이저리그 판에서 쫓아내고 싶어하는 느낌이 강했다. 다운은 여기에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직 건축까지는 1년 반이 남아있었다. 그 기간동안 둘 사이에서 최대한 줄다리기를 하며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하게 명명권을 원하는 참가자가 새롭게 나타날수도 있었다. 굳이 벌써부터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뭐 그래도 마음이 코카콜라 쪽으로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00만 달러나 더 많이 주고, 경기 마치고 나서 전화하는 정성까지 갖췄으니까.

“우리도 에미레이츠 항공이나 에띠하드 항공 같은데서 스폰이나 받을까······?”

그쪽에서 해줄지는 의문이지만, 만약 성사만 된다면 지원되는 금액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다운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단장실을 나왔다.

“퇴근하십니까?”

다운을 기다리고 있던 리타가 물었다.

“어.”

“오늘은 빨리 하시네요?”

지금 시각은 밤 열한 시 반. 다운의 평균적인 퇴근이 새벽 한 시가 지나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오늘은 상당히 빠른 퇴근이었다.

“내일 일찍 나와야하니까.”

내일은 오전부터 확장로스터에 대한 미팅이 잡혀있다. 너무 늦게 퇴근해버리면 오전에 힘들어질수도 있다.

“리타도 어서 정리하고 퇴근해.”

“내일 뵙겠습니다.”

다운은 사무실을 나와 1층으로 향했다. 그 걸음은 여느 직장인들의 퇴근길 발걸음처럼 가벼웠다.

“고생하세요 톰.”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 단장님!”

톰에게 인사를 하고 1층 문을 나선 다운이 크게 기지개를 했다.

“흐으으으으아!”

날이 지나가기 전이라 그런지 뭔가 공기가 다른 기분이다. 그런데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

하늘을 보며 기지개를 켜던 다운의 눈에 2층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들어온 것이다.

“저 위치는······”

선수단이 이용하는 헬스장이었다. 다운은 다시 톰에게 다가갔다.

“뭐 놓고 가셨어요?”

톰의 질문에 다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집에 가려는데 불이 켜져있길래요. 이 시간에 헬스장을 쓰는 사람이 있어요?”

톰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있죠. 덕일겁니다.”

“덕 흘로첵?”

“네. 그 친구 맨날 경기 마치고도 밤 12시까지 스트레칭이랑 마무리 운동으로 몸 풀고 집에 가거든요.”

“이 시간까지······?”

다운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헬스장으로 향했다.

“후우우웁!”

흘로첵은 헬스장 한 쪽에서 혼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다운은 그런 그를 조용히 기다렸다.

“후아아아! 이제 슬슬 가볼······”

자리에서 일어서 돌아선 흘로첵이 다운을 발견했다.

“단장님? 여긴 왜······ 아니지 언제부터 계셨어요?”

“5분 정도 전부터?”

“들어오셨으면 말을 하시지.”

“그러면 운동에 방해될까봐 그랬지.”

슬며시 웃은 다운이 옆에 있던 수건을 건넸다.

“샤워는?”

“집에 가서 하려고요. 집까지 뛰어가거든요.

흘로첵의 집은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걸어서 10분거리에 있었다. 그 거리마저 운동에 활용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아 별 일은 아니고, 그냥 집에 가려는데 여기 불이 켜져있길래 와봤어.”

다운의 말에 불안하던 흘로첵의 눈이 안정을 찾았다.

“휴······ 다행이네요.”

“내가 설마 너한테 무슨 안좋은 말이라도 들고왔을 줄 알았어?”

덕은 요즘 미쳤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트리플 A에서 자신의 단점을 고쳐온데다가 가스파르라는 좋은 선생님까지 생기자 흘로첵의 잠재력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8월 한 달에만 4할에 근접한 타율에 1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수비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야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준까지는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그런 흘로첵에게 다운이 좋지 않은 소식을 들고왔을리가 없었다.

흘로첵은 멋쩍게 웃었다.

“하하. 그래도 단장님이라 뭔가 떨려서.”

“경기장만 나가면 자신감 넘치는 놈이 내가 뭐라고 떨어.”

피식 웃은 다운이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자 덕! 그럼 이 참에······”

“어······ 땀으로 젖었는데.”

“아 괜찮아 신경쓰지마. 이렇게 만난 김에 우리 이야기나 좀 할까? 시간 돼?”

“물론이죠.”

안그래도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다.

“1루른 괜찮아? 할만해?”

“네. 세바스티안이 잘 가르쳐줘서 요즘 수비가 좀 더 향상된 것 같아요.”

“그럼 좌익수보다는 1루가 편한거지?”

다운이 보기에 브래넌이 좌익수로 출장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많아야 2년이 최대. 그 뒤로는 풀타임 지명타자가 그를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맞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당장이야 페레즈나 비어스가 있긴 하지만, 지금의 흘로첵만큼의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했다.

게다가 팀에는 서머스라던가 마이애미에서 루키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코너 재머와 같은 선수도 있었다. 모든 것을 고려해봤을 때 브래넌이 좌익으로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하지만 팀에서 원한다면 좌익수도······”

“아냐. 일단 1루에 최선을 다해. 정말로 내가 필요해진다면 그때 다시 부탁할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

“아, 그리고 부모님이 아직 체코에 계시다고 했지?”

“네.”

“부모님 이주 생각은 없으시대?”

“이주요?”

“부모님 뵌지 얼마나 됐어?”

“2년 전에 체코에 한 번 갔을때 빼고는······”

“구단에서 장기계약도 생각하고 있고, 네가 앞으로 더 잘하면 돈 많이 벌게 될텐데, 그때도 부모님과 떨어져있으면 조금 그렇잖아. 안 그래? 이왕이면 같이 사는게 좋지. 탬파 살기 좋잖아 안그래?”

오늘도 영업을 하는 다운이었다.

***

9월은 확장로스터의 시기다. 다운을 비롯한 프런트, 코칭스태프들의 머리가 아파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누굴 올리지?”

원래라면 이런 고민따위 하지 않아도 됐다. 40인 로스터에 들어간 인원이라면 아무나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인에서 26인으로 확장되는 동시에 9월 확장로스터도 28인으로 제한이 되어버렸다. 결국 콜업할 수 있는건 두 명이 전부.

이유도 어이가 없다. 너무 많은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서 경기시간이 길어진다는거다.

“빌어먹을 탁상행정. 그럴꺼면 부상이 아니면 선수교체도 이닝 바뀔때만 할 수 있게 만들지.”

“맨프레드라면 진짜로 할지도 몰라요.”

“이번 CBA 협상에서 최대한 말려야지. 선수노조도 문제야.”

웃긴건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도 이에 찬성했다는거다.

왜냐?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메이저리거’들이 가입하는 곳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마이너리거들이 받을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9월에 마이너리거들이 올라오는 것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기’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 반면에 그 시기를 ‘내 출장기회를 뺏어가는’ 것으로 느끼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그 기간을 휴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자리가 확고한 선수는 각 구단별로 두 명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극소수의 메이저리거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출장이 더 중요하다보니 결국 40인 로스터를 전부 활용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원래 있는 메이저리거들의 출장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선을 찾다보니 두 명을 추가하는 것에서 합의를 보게 된 것이다.

“하여간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

뭐 그게 원래 노조의 본질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케빈. 어떤 포지션이 제일 필요해요?”

딱 두 명밖에 올릴 수 없는데, 이왕이면 감독이 원하는 두 명을 채워주는게 좋을 것 같았다. 최근 마이너리그 성적들을 훑어보던 캐시 감독은 우선 한 명을 집었다.

“루카스 페리시치 하나 올리죠 일단.”

가스파르와 서머스가 온 7월부터 8월 내내 마이너에서 담금질을 한 페리시치는 8월 내내 마이너리그에서 0.313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Ops역시 0.895로 상당히 높은 수치. 원래 장점이었던 수비는 여전히 견고했다. 그를 마이너에서 더 썩힐 이유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트리플 A에 그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데이튼 레이몬드를 안데려가고 루카스를 고르셨네요.”

이번 6월 트리플 A로 콜업된 레이몬드는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해 활용도가 꽤나 높은 선수였다. 게다가 적응기가 끝난 7월 후반기부터 8월 내내 0.324의 타율과 0.972의 Ops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내 트리플 A 타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었다.

“레이몬드도 한 번 보고는 싶은데, 지금 당장에 저희 팀에 필요한 선수는 아닌 것 같아서요.”

현재 레이스의 내야진은 포화상태다. 록하트나 드레이크는 원래부터 잘하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2루를 맡기 시작한 우드먼은 2할 후반대의 타율에 안정된 수비를 보이며 드마우스의 흔적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만능 유틸리티 앤더슨은 언제나 감초와 같은 활약을 하고 있었고 서머스 역시 레이스에 적응해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알버트로 멜튼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다운이 속에 있던 장기계획 중 하나를 끌어냈다.

< 67화 - 확장로스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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