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얼마든지 말하세요 >
- 레이스-타이거스, 드마우스와 서머스 스왑딜!
- 호세 마르티넬리 양키스의 품으로! 대가는 가스파르+로렌스.
결국 레이스는 두 건의 트레이드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로렌스까지 얻을줄이야.”
가스파르와 함께 오게된 네드 로렌스는 양키스 팜에서 19위에 위치한 20살의 고졸 우완 유망주다. 구속은 최고 94마일로 빠르진 않지만 어린 나이답지않게 브레이킹 볼들의 완성도가 높고, 동 나이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제구력은 지닌 친구였다.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꽤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는 원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연봉도 받아왔고요 흐흐!”
반 년 남은 가스파르의 연봉까지 양키스가 부담한다는 사실에 러셀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키워볼 맛이 나는 친구가 하나 늘었구만! 테드를 붙여서 자극을 좀 받게 만들어서 톰에게 팁을 듣게······”
거스는 벌써부터 로렌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계획을 다 짜놓은 것 같았다.
“그나저나 한 명을 마이너로 내려야하지 않습니까?”
“내려야죠.”
40인 로스터에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있는 26인 로스터에는 여유가 없었다. 마르티넬리가 빠진 자리에는 투수 한 명을 더 보강해주어야하고, 드마우스가 빠지는 자리에 서머스가 들어갈거다. 가스파르가 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명을 더 내려야했다.
1루수와 1, 3루가 가능한 자원을 영입했으니,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자원은 1루수인 덕 흘로첵이었다. 하지만 지금 흘로첵은 복귀 이후 예상보다 뛰어난 타격성적은 물론이거니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내야수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신뢰를 쌓아가는 중에 갑작스럽게 또 내리게 되면 흘로첵이 자신감을 잃을수도 있고, 서머스는 3루도 가능하고, 흘로첵 역시 코너 외야는 가능하다.
캐시라면 알아서 이들을 잘 분배해줄 것이다.
“루카스를 내리겠습니다.”
다운의 말에 클라인이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요즘 루카스 폼이 좋은데요.”
루카스 페리시치는 요즘 교체로 매 경기 나와서 꽤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특히나 수비에서 그 활약이 대단했는데, 마이어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의 허리 정도까지는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수비는 조금 내려놓고 타격에 집중해서 올라오라고 하자고요. 수비할때와는 다르게 타석에는 들어갈때부터 자신없어하는게 눈에 보이잖아요.”
“조금 더 기회를 주면 수비할 때의 그 자신감이 타석에까지 옮겨붙을수도 있을텐데요. 차라리 최근 폼이 안좋았던 패트릭을 내리는건 어떻습니까?”
가디언스에서 넘어온 패트릭 비어스는 초반에 넬슨 페레즈를 눌러버리며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칼을 갈고 돌아온 페레즈가 곧 다시 그 관계를 엎어버렸다.
“두 사람은 붙여놓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패트릭이 그렇게 쉽게 밀릴만한 놈도 아니고, 최근의 평가를 들어보면 넬슨이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패트릭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라이벌 의식이 강한 두 사람이다. 최대한 이를 활용할 생각을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수비에서의 자신감이 타석에 옮겨붙을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배제할수는 없으니까요. 차라리 편하게 타격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번 내리는게 나을 것 같아.”
“그러면 투수는 누굴 올리실 생각입니까?”
“굳이 올릴 필요있나? 에디슨 리햅 끝나지 않았어요?”
중수골 골절로 인해 IL에 올라가 있던 에디슨 포레스트는 지난 주 리햅경기가 예정되어있었다.
“두 경기 등판해서 3이닝, 5이닝 소화했습니다. 각각 0실점, 1실점을 기록했고요. 구위나 구속은 거의 올라왔는데 아직까지 제구는 조금 더 잡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로테이션 한 번 정도는 오프너 두 명이 어느정도 막아줄 수 있을테니, 일단 복귀를 시키죠.”
“알겠습니다. 루카스에게는 제가 이야기할까요?”
클라인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드와 함께 가서 어떤 점을 고쳐오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루카스 그 놈 성격상 궁금한것도 많을테니 자료 많이 들고가라고 해주고요.”
평소라면 다운이 직접 가서 설명해줬겠지만, 당장에는 다른 약속이 있다.
“단장님. 가스파르 도착했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
“5번 회의실입니다.”
5번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스파르가 수줍게 웃으며 다운에게 팔을 벌렸다.
“아미고!”
포르투갈어(가스파르는 브라질 쪽 혈통을 가졌다)로 친구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내맽으면서 그가 다운을 꼭 안았다.
“잘 지냈죠?”
“그럼!”
“올 시즌에도 2할 6푼에 20홈런 정도는 칠 수 있겠죠? 그게 아니면 데려온 이유가 없는데.”
다운의 농담에 가스파르가 슬쩍 웃었다.
“꾸준함이 내 최고 장점이지. 마지막 시즌까지 난 저 기록을 유지할거야.”
은퇴할때까지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해석할수도 있지만, 뭔가 뉘앙스가 이상하다.
“마지막 시즌요?”
되묻는 다운에게 가스파르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대런은 모르던데, 역시 다운은 알아차리네.”
“은퇴하려고요?”
가스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너 포함해서 16년 뛰었어. 이 정도면 충분히 열심히 달려왔지. 이제는 가족들하고 보내고싶어.”
“하지만 몇 년 정도는 더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기엔 내 마음이 너무 지쳤어.”
이렇게 되면 연장계약은 물건너갔다.
‘양키스에서 연봉을 부담해주는 조건이 아니었으면 손해였겠는데······?’
뭐 일단 빼먹을 수 있을만큼은 빼먹어야했다.
“그럼 부탁이 있어요.”
“1루 친구들이지?”
역시 베테랑이니만큼 다운이 원하는 바를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최고의 1루수인 세바스티안이 팁을 가르쳐준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가스파르는 다운의 칭찬에 또 수줍게 웃었다.
“다 전수하고 은퇴할게.”
“고마워요. 에이전트한테 집 리스트랑 학교들에 대한 정보 다 넘겨놨어요. 헬레나랑 루이지도 잘 있죠?”
“잘 있지. 챙겨줘서 고마워.”
“따로 도와줄거 있으면 바로 말하고요. 남은 시즌 잘 부탁해요.”
“나야말로.”
가스파르와 악수를 나누고 방을 나오자 곧바로 리타가 다가왔다.
“서머스도 왔습니다. 6번 회의실에 넣어놨습니다.”
“땡큐.”
회의실에 먼저 들어가있던 서머스는 생각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다운이 방 안에 들어왔음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알버트?”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그제서야 서머스는 깜짝 놀라서 옆을 돌아봤다.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를 제지했다.
“괜찮아요 앉아있어요.”
“아, 죄송합니다! 단장님이시죠?”
“정다운. 그냥 다운이라고 불러요.”
“죄송해요 다운.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조금 넋이 나가있어서······”
“그럴때가 있죠. 이해합니다. 괜찮으면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별 특이한건 아닌데······”
“그 특이한거 아닌 것 조차 알아야하는게 단장이죠. 저는 선수 개개인을 꽤 열심히 케어해주는 편이라. 어차피 리타가 마실걸 가져오기까지는 조금 걸릴테니까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원래 리타라면 곧바로 준비해줄테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속도를 늦출 것이다.
“그냥 예전부터 있었던 타이거스를 떠났다는게 아직 믿어지지가 않아서요.”
서머스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로컬보이였다. 그런만큼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머물 수는 없었을거 아닙니까.”
“FA가 되더라도 제 최우선 목표는 타이거스에 남는거였어요. 그래서 장기계약 논의도 했었던거고. 그런데 올 초에 있었던 부상으로 인해서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가더군요.”
“아, 조카로 인한 화상이었죠?”
다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말을 이었다.
“마침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조카분과의 친분이 두터운건 알겠지만, 웬만하면 저희 구단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카분과 너무 어울리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프런트 입장에서는 그렇게 허무하게 부상으로 선수의 커리어를 깎아먹고 싶지는 않거든요.”
분위기 상 뭔가 딸이라고 말할 것 같아서 그 점이 밝혀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말을 뱉어냈다.
“딸입니다.”
“네?”
“조카가 아니라 딸이라고요.”
다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7살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난 주에 생일 지나서 이제 8살이죠.”
“어······ 그러니까 당신이 23살이죠?”
“16살때 사고를 치는 바람에 생긴 딸이죠. 하지만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다운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안함을 담아 거의 어깨를 두드렸다.
“딸에 대해 그렇게 말해서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딸이라는걸 몰랐으니까 그랬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서머스가 목에서 펜던트를 꺼내 열었다. 그 안에는 해맑게 웃는 아이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귀엽죠?”
“귀엽네요. 이름이?”
“티나요. 엄마 없이 자란데다가 저한테 아버지라고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던 것 때문에 티나가 어릴때는 꽤 과격했던거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정말 달랐어요. 학교에 간 티나가 한층 성숙해졌거든요. 어느날 와서는 더 이상 아빠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화상 사건은······”
“그건 정말 사고였어요. 그 사고 전에는 이번 시즌 내내 별 일 없었거든요.”
생각해보니 그렇긴 했다. 올 시즌 서머스에게 화상 사건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상은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부상을 다 견디고 기다려준 타이거스에게 보답할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연장계약은 물건너 간데다가, 트레이드까지 되어버리니······”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 의욕에 불타오른다. 마치 배리 브래넌이나 다운처럼말이다. 하지만 서머스는 그런 타입은 아닌듯했다. 오히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타이거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있으니말이다.
이럴때는 복수보다는 다른 식으로 동기를 부여해줘야한다.
“알버트. 타이거스에게 미안하시죠?”
“많이 미안하죠.”
“언젠가는 이 빚을 갚고싶을테고요.”
“네.”
“그러면 일단은 당장에 잘해야겠네요.”
“네?”
“타이거스에서 설마 못하는 선수를 다시 데려오지는 않을거 아닙니까. 그것도 자신들이 직접 내보낸 선수인데 말이죠. 저들이 다시 데려가게 만들려면 알버트가 잘해야합니다. 동방에 그런말이 있어요. 금의환향이라고 성공해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어야할거 아닙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그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타이거스에게 버려진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당근.
“아 그리고, 혹시 가족분들도 같이 오시나요?”
“생각중입니다.”
조카였다면 떼놨겠지만 딸이라면 다르다. 오히려 붙여놓는 것이 그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 생각에는 오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티나는 더더욱요. 로컬보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디트로이트 쪽이 그렇게 치안이 좋지는 않잖아요? 탬파나 클리어워터만하더라도 디트로이트보다는 치안과 교육이 좋을겁니다. 치안과 교육이 좋으면 티나가 자라기에도 더 좋은 환경이라는 걸 뜻하죠.”
“하지만 부모님은 디트로이트에서 직장을 다니시고 계셔서 티나 혼자 와야할텐데······”
“저희 레이스에는 선수단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학교 마치면 구단 직원들이 직접 픽업을 가주죠. 멜튼 록하트나 케빈 마이어와 같은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편이고요. 배리의 아이도 자주 오곤 합니다. 경기 마치면 티나와 같이 집에 가면되니까 알버트가 그렇게까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티나와 더 많이 붙어있을 수 있을겁니다.”
환하게 밝아지는 서머스의 얼굴을 보니 이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나하나 잘해줘놔야······’
잘하면 연장계약을 스윽 내밀 수 있다. 그것도 적당한 가격으로.
다운은 밝아진 서머스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따로 더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최대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 65화 - 얼마든지 말하세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