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63화 (63/268)

< 63화 - 양자택일 >

[우선 한 가지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고요. 드마우스는 팔 생각이죠?]

“대가만 확실하다면?”

[그럼 됐습니다. 설명 시작할게요. 돌아가는 분위기는 아실거고······]

“레인저스는 트윈스에서 브레이너를 데려와야하는데 에인절스가 끼어든 모양새지.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끼어들 틈이 있나?”

레인저스와 트윈스는 필수적으로 들어갈거고, 거기에 양키스와 레이스까지 두 팀이 참가하게되면 사각 트레이드가 된다.

“사각 트레이드를 하느니 순차적으로 트레이드를 하는게 훨씬 수월······”

순차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대런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트윈스와 먼저 거래를 틀 생각이네.”

브레이너를 보내게 되면 트윈스에서는 내야수가 필요해진다. 만약 그를 대체할 내야수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을 쓸데없이 먼저 올려야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대런은 그런 상황을 쑥 파고들자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너도 트윈스에 받을게 있으니 이렇게 판을 짜는걸텐데, 그러면 노리는게······ 노아 케이브겠네.”

노아 케이브는 트윈스에서 두 시즌 동안 정상급 기량을 보여준 우완 마무리다. 나이는 31살로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 97마일의 구속을 찍어주는데다가,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완숙해진 브레이킹 볼, 그리고 제구력은 그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였다.

브레이너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트윈스 선수단 중 양키스가 노릴만한 선수가 바로 케이브였다.

아마 대런은 지난 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트레이드전에 믿을 수 있는 불펜을 데려오려는 모양이었다.

[맞아요. 저희 측에서는 케이브를 데려오고 싶어요. 하지만 트윈스가 원하는 내야수를 건네줄 수가 없죠.]

“그래서 우리를 끼워서 드마우스를 주려고 하는거고.”

대런이 그린 그림은 이해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

“그렇게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건?”

얻을 수 있는게 좋아야 참가를 할 맛이 나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런은 다운의 입맛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세바스티안 가스파르.]

가스파르는 다운이 단장 시절 마지막으로 영입했던 외부 FA였다. 고작 5년 4000만 달러짜리 1루수였는데도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눈치를 엄청나게 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내 똥은 내가 치우라는건가?”

[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은 선수죠.]

가스파르는 분명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물론 그 당시 스타인브레너에게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선수임에는 틀림없었다.) 그의 조용한 성격과 마찬가지로 그는 단 한 번도 임팩트있는 시즌을 기록하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그는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즌 끝날 때 쯤 보면 매 시즌 2할 6푼 언저리의 타율에 20홈런 이상, 7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항상 꾸준하게 활약하는 그런 선수였다.

“그렇게 좋은 선수면 너희가 계속 쓰기 그래?”

모르쇠로 일관하는 다운에게 대런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 알면서 왜 그럽니까 진짜.”

언제나 양키스 타선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었던 가스파르지만 올 시즌에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 뉴욕 양키스 존.J. 제임슨 영입 완료!

-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존.J. 제임슨. 그의 활약은?

메츠의 유망주였다가 파드레스로 트레이드되어 팀을 떠났던. 그리고 거기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만능형 1루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를 양키스에서 10년 2억 80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이다.

34살의 저물어가는,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가스파르가 28살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제임슨을 밀어내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가스파르는 우리 팀에 필요가 없는 자원이고, 레이스에는 필요하죠. 아닙니까?]

맞다. 애초에 다운이 1루를 보강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도 가스파르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항상 제 몫을 해주는 선수였고, 어깨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3루수를 했을 정도로 수비력도 뛰어난 선수였다.

그럼에도 그에게 영입제안을 하지 않았던 것은 양키스에서 자신이 있는, 거기다 같은 지구 1위 경쟁팀에게 그를 풀어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그의 이름을 머리에서 지웠었다.

‘세바스티안이면 완벽한데······’

반년 계약이 남아있고, 자신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았다. 다년은 무리더라도 2+1년 정도의 계약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면 짧게는 흘로첵이 성장할 때까지, 길게는 말린스에서 넘어올 코너 재머가 그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을때까지는 버텨줄 수 있는 선수였다.

짝. 짝. 짝.

“정말 좋은 제안이야 대런. 내 입맛을 완벽하게 저격한 그런 제안이었어.”

다운이 박수를 치면서까지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데 대런은 기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불안감이 스물스물 차오르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근데 있잖아······ 그게 끝이야?”

[네?]

정말로 당황한 듯한 대런의 목소리.

“네가 우리 팀이랑 잘 교류를 안하다보니까 요즘 버드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나본데······ 오늘 최고 비드가 어디까지 올라왔었는지 알아?”

[······ 어디까지 올라갔었는데요?]

“5~10위권 유망주 하나에 즉전감으로 쓸 수 있는 벤치 멤버 하나.”

[Bullshit!]

일갈을 날리는 대런에게 다운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워워. 진정해.”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죠! 물론 드마우스가 좋은 선수라는거 압니다. 하지만 즉전감 벤치 멤버 하나에 5~10위권 유망주를 준다고요? 세상 어느 팀이 그렇게 투자합니까?]

“나도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하더라고.”

제안을 건넨 팀이 최근의 컨텐딩으로 팜이 바닥난 자이언츠라는 것과 그 팜에 남아있는 유망주들조차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어쩔 수 없이 대가로 내민 유망주들의 순위가 올라갔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았다.

‘뭐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니까.’

자이언츠 단장인 스콧 해리스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대런이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뭐 그 정도까지 바라는건 아니지만, 우리도 더 받아내긴 해야할 것 같은데······? 안 그러면 너무 손해보는 느낌이어서 말이야.”

[가스파르로도 만족 못합니까?]

“최소 3년 이상 남은 즉전감 벤치멤버에 유망주 하나를 제안받았는데 고작 반 년 남은 34살 1루수랑 바꾸자고? 대가리에 총 맞았어?”

갑자기 말이 사라진 대런. 하지만 다운은 그가 그렇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천하의 대런이 저걸 생각못했을리가 없지.’

비록 드마우스의 상세한 가치까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판을 짜놓은 대런이 자신이 가스파르의 나이와 계약기간을 걸고 넘어질 것이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똑똑!

“단장님. 타이거스에서 5분째······”

말을 하던 리타가 갑자기 다운의 표정을 보더니 목을 다시 가다듬었다.

“단장님! 타이거스에서 5분째 전화 연결 기다리고 있습니다!”

뭘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크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다운은 그런 그녀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미안. 우리 비서 목소리가 좀 크지?

[일부러 그랬죠? 저번에는 안그랬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 타이거스 비서가 너무 쪼아대서 약간 짜증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네. 네가 이해 좀 해줘. 여튼 타이거스 단장님이 5분이나 기다리고 계시다는데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가스파르가 조금 탐나긴 했는데, 더 이상의 대가가 없으면 이만 끊자고.”

다운의 말에 대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10분 뒤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분명 대런 저 앙큼한 놈은 트윈스에게서 레이스로 갈 수 있는 어떤 선수에 대한 것까지도 이야기를 마쳐놨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 연락이 왔을리가 없다. 지금 당장 다운을 잡으며 역제안을 해버린다면, 이미 합의된 선수가 있다는걸 들켜버리기에 저렇게 10분 뒤에 연락을 준다고 말했을 것이다.

“백 퍼센트지. 리타?”

“네. 알 아빌라 단장이 2번에서 대기 중입니다.”

“고마워.”

2번을 누르자마자 아빌라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드마우스를 판 건 아니겠지?]

“하하! 그랬다면 제가 이렇게 전화를 받지도 않았겠죠.”

[좋아. 그럼 최종 제안을 하지.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더라도 우리 타이거스에서는 이보다 좋은 제안은 할 수 없어.]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정말 심사숙고해야할거야. 이것마저 거절하면 진짜 상처받을 것 같으니까.]

“상처도 받고, 치료도 받고 하는게 사람사는 거 아니겠어요? 알이 누굴 제시하냐에 따라 상처를 받을지 힐링을 받을지가 정해지겠죠.”

[힐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군.]

대체 누굴 제안하려는지 아빌라는 계속해서 뜸을 들였다.

“알. 대체 누굴 제안하려고 이렇게 기대감을······”

[알버트 서머스.]

수화기에서 들려온 말에 다운이 귀를 의심했다.

“누, 누구라고요?”

[알버트 서머스를 줄 생각이 있다고.]

알버트 서머스는 서비스타임으로만 따지자면 4년차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 머물렀던 햇수만으로 따지면 5년차의 선수.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엄밀히 따지자면 고작해봐야 2년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3루와 1루를 볼 수 있는 그는 최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는 수식어를 5년 내내 들어왔다. 하지만 언제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터지는 기미가 보였다하면 부상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심지어 그 대부분의 부상이 엽기적이었다.

1. 조카 자전거에 치여서 발목인대 파열.

2. 오프시즌에 아버지 따라 사냥 나갔다가 버팔로에게 받혀서 시즌 아웃.(살아 나온게 천운이였다고 한다.)

3. 일곱 살 난 조카(자전거를 몰던 그 조카다)와 축구를 하다가 살인태클을 당해 무릎이 뒤틀려 5개월 아웃.

4. 사이드 브레이크 안 채운 상태로 자동차 정비하다가 바퀴에 팔이 깔려 척골 골절로 5개월 아웃.

이 외에도 이런저런 자잘한 부상들 때문에 4년 동안 그가 치른 경기수는 고작해야 235경기.

그럼에도 타이거스에서 그를 놓을 수 없었던 건, 부상에서 돌아올때마다. 그리고 어느정도 경기력을 회복하고나면 언제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난 아직도 최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라며 실력을 한껏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도 조카가(이쯤되면 악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팔팔 끓는 스튜를 허벅지에 엎는 바람에 화상을 입어 4주 동안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돌아온 뒤 일주일간 서서히 폼을 끌어올리더니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5경기 동안 11안타 3홈런을 때리면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그래서 절대로 안 풀 줄 알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인내심이 바닥난 모양이다.

“1대 1 교환입니까?”

[1대 1 교환. 그거 아니면 자네 안할거잖아.]

“누굴 더 얹어주시는건 감사히 받을 수 있습니다만?”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돼.]

놀란 다운의 목소리를 감지한 아빌라가 한결 자신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답은?]

“지금 당장 드릴 순 없고. 30분만 주시죠.”

[오케이! 딱 30분이야. 너무 늦으면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걸 잊지 마.]

“명심하죠.”

세바스티안 가스파르냐

알버트 서머스냐

다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헝크러지기 시작했다.

< 63화 - 양자택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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