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나비효과 >
클라인은 다운의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단장실로 달려왔다.
“피트. 요새 버드같은 자원이 별로 없나요?”
다운의 질문에 클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제가 알기로 버드와 비슷한 자원을 꽤 많을텐데요······?”
“그쵸? 제가 생각해도 그런데······”
시장에 나와있는 자원들 중에서 드마우스와 비슷한 성적, 동일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만 해도 최소 다섯 명은 말할 수 있었다. 클라인 역시 마찬가지인지 비슷한 선수들을 읊었다.
“브루어스의 몽고메리도 2루와 3루가 가능하죠. 컨택과 선구안이 좋기는 하지만, 발이 빠르지도 않고 수비범위가 넓지는 않습니다. 메츠에 슈왈츠와 케스턴 콤비도 이번에 시장에 나오지 않았나요?”
“나왔죠. 제시 핌이랑 13년짜리 계약하면서 둘 다 완전 나가리 됐잖아요. 아마 둘 중 하나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는 팔릴 것 같네요.”
번갈아가며 키스톤 콤비로 나오던 슈왈츠와 케스턴은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제시 핌에게 유격수 자리를 완전히 내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2루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중이었다. 둘 다 유격수가 가능한데다가두 자리 수 홈런을 매 시즌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센터 내야수 치고는 꽤 파워가 있는 편이라 인기가 많을 터였다.
“디백스의 팔레토라던가 오리올스의 베리오스도 비슷한 인재들이죠.”
딱히 찾아보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이름들이 나온다다. 그 정도로 드마우스는 특출난 선수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들을 제치고 버드가 인기를 차지할 이유가······”
선수들을 하나하나 되뇌어보던 다운이 무릎을 탁 쳤다.
다운이 무릎을 때림과 동시에 클라인도 눈을 크게 떴다.
“아!”
“혹시!”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연봉!””
몽고메리는 수비범위가 좁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드마우스와 굉장히 비슷한 선수다. 그런 그가 이번 시즌 받는 연봉은 700만 달러.
슈왈츠와 케스턴 콤비는 제시 핌이 오기 전까지만해도 메츠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자원들이다. 연봉조정 1년차,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연봉은 각각 850만 달러와 1430만 달러.
이번 겨울 디백스와 3+1년의 계약을 맺은 팔레토는 3년 동안 매 년 750만 달러의 연봉과 함께 1000만 달러짜리 팀 옵션이 달려있다.
오리올스와 계약한 베리오스는 1+1년 250만+400만 달러의 계약으로 가장 낮은 금액을 가지고 있지만, 35세라는 많은 나이와 함께 올 시즌 활약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드마우스가 올 시즌 받는 연봉은 100만 달러. 레이스에서보다 출장기회를 받게 된다면 연봉이 더 오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200만 달러 정도가 맥시멈일 터.
“애슬레틱스와 말린스······”
두 팀 모두 스몰마켓 팀이다. 선수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연봉을 신경써야하는 스몰마켓 구단에게 있어서 드마우스는 싼 값에 써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선수였다.
“요새 버드가 불만이 꽤 올라온 것 같다고 했죠?”
“아무래도 주전경쟁에서 밀렸으니까요.”
최소 한 시즌은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반 시즌만에 밀려버렸으니, 불만이 없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야 세드릭이 2루와 3루를 오가면서 출장시간을 분배받고는 있지만, 조금만 더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버드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게 터져나올겁니다.”
가진 바 능력을 생각한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올 시즌 성적만 보더라도 2루가 약한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급으로도 뛸 수 있는 선수였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테고.
“불만이 터지기 전에 처리하는게 우리에게도 좋겠네요.”
그렇다면 최적의 판매처는 어디일까.
“어디보자······”
우선은 빅마켓 팀들은 버려야한다. 그들은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드마우스보다는 확실한 2루수를 선호할테니까. 그리고 2루수가 확실한 팀들도 지워나갔다. 그러자 갭 플레이어가 필요한 팀과 스몰마켓인 팀들만이 남았다.
애슬레틱스
말린스
타이거스
파이어리츠
레즈
로키스
이 여섯 개 구단들은 마켓사이즈가 작으면서 2루수 혹은 서브 내야수가 필요한 팀들이다.
카디널스
매리너스
자이언츠
세 개의 구단은 부상이나 부진으로 인해 현재 주전을 맡은 2루수가 없는 팀이었다.
“어디보자······ 일단 케빈한테 버드가 좀 더 활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네요.”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는 출장시간을 늘리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하고, 스카우트 팀에 저기 적힌 아홉 개 구단에서 괜찮은 선수들 목록을 뽑아오라고 해주세요. 그 중에서 최우선은······”
“저희 팀에서 활용이 가능한 1루수를 최우선으로 보라고 하겠습니다.”
다운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씨익 웃었다.
“어느 팀이 미끼를 물려나······”
***
다운의 지시대로 드마우스는 올스타 전이 열리기까지 여섯 경기 내내 선발 2루수로 출장할 기회를 얻어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다섯 경기에서 안타를, 세 경기에서 멀티 히트 이상을 기록했다. 드마우스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기록할수록 다운의 입꼬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요새 드마우스 그 친구 꽤 잘하던데. 팔 생각 없어? 20위권 이내의 코어 유망주들만 제외하면 어느정도 카드 맞춰볼 생각 있는데.]
[1루수 구한다며? 지금 주전 맡고 있는 해니거는 어때? 아, 알다시피 우리 최고 유망주가 이제 콜업될 예정이잖아? 그래 웨스트우드 그 친구가 이제 콜업될거야. 그렇게되면 해니거 자리가 애매하거든. 대가로는 어디보자······ 버드 드마우스?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하는 직전까지도 드마우스의 기세가 식지 않자 계속해서 그를 원하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운은 그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한 가지 꾀를 냈다.
“올스타 브레이크동안 우리도 여름휴가입니다. 다들 전반기 수고했고! 후반기에도 잘 해봅시다!”
바로 직원들과 함께 모두 잠수를 탄 것이다.
치이이익!
시원한 소리와 함께 올라오는 맥주 거품을 흡입한 다운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뉘였다.
“어스틴! 경기 시작하겠어요!”
“이제 끝났어! 간다 가!”
부엌에서부터 퍼져오는 향긋한 향기! 글라이드가 한국식 양념으로 오븐에서 구워낸 치킨을 맥주와 함께 먹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게 행복이지!”
양 손에 오븐용 장갑을 낀 글라이드가 치킨을 내려놓았다.
“해체 좀 하고 있어봐. 정리 좀 하고 올게.”
“정리는 나중에 하고 같이 보시죠?”
“하여간 요리 안해본 티 내기는. 요리할때는 정리도 같이 해야하는 법이야! 5분 밖에 안걸리니까 먼저 먹고 있어.”
“됐어요. 의리가 있지 어떻게 먼저 먹어요. 해체나 하고 있을게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먼저 먹는다고 했으면 바로 쫓아냈을거다.”
“하여간 성격은······”
5분 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잘 뜯어놓은 치킨을 입에 넣었다.
“그나저나 우리 안가도 되는거 맞냐?”
워낙에 부자여서 까먹는 경향이 있는데, 글라이드는 올 시즌이 구단주를 맡은 첫 번째 시즌이었다. 그러다보니 구단주라는 위치에서 올스타전에 참가를 하고 싶어했다.
“안가도 돼요. 가봤자 그렇게 좋은 분위기도 아닐꺼고요.”
경쟁하는 30개 팀의 단장이나 구단주들이 모인다. 딱 봐도 신경전이라던가 라이벌구도, 혹은 동맹구도로 인해서 정치판이 될 확률이 높았다.
“부자들도 사교 모임 같은거 있죠?”
“더럽게 많지.”
“사이 안좋은 놈들 한 15명 정도랑, 언제 적이 될 지 모르는 놈들 14명 정도하고 같이 파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거기서 야구 제대로 볼 수나 있겠어요?”
다운의 설명에 글라이드가 바로 미련을 버렸다.
“안가길 잘했네.”
“제가 말했잖아요. 괜히 초대장에 ‘원하신다면 자리를 마련해놓겠습니다.’라고 적어놓은게 아니라니까요.”
“새로 온 구단주라서 배척하는건줄 알았지.”
“배척은 무슨. 30개팀 유지시켜줘서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리고 양키스 구단주한테도 똑같은 문장으로 초대장 나와요.”
맥주와 치킨 한 조각을 털어넣은 다운이 시원하게 트림을 뱉었다.
“끄으으윽~! 뭐 우리 구단에서 나가는 선수라도 있었으면 갔겠지만······”
레이스에는 올 시즌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수가 없었다. 글라이드는 그 점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확실하게 잘한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레이스 선수들도 기대치만큼은 잘하고 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1위인 양키스와 한 경기 차이가 나는 2위를 유지하지 못했을테니까. 하지만 팬들이 없는 레이스의 특성상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하기는 요원했다.
“배리, 네이트, 조나가 나갔어야하는데 쩝······”
“배리나 조나는 쉬고싶어했으니까요.”
팬들의 투표로 정해지는 선발 라인업과는 다르게 서브와 투수는 코칭스태프들의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레이스에서도 이 추천을 받은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 명은 모두 참가를 거부했다.
“나? 귀찮아. 요즘 무릎도 영 안좋은데 며칠이라도 쉬면서 관리받는게 팀에 더 도움될것 같아.”
브래넌은 무릎 부상을 핑계로 출전을 거부했다.
파인트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를 들었다.
“확실히 너무 오랜만에 빅리그 일정을 소화하다보니까 몸이 지쳤어. 올스타전에 추천받은건 영광이지만, 남의 팬들이 많은 곳에서 던지는 것보다는 제대로 쉰 다음에 날 보고 응원하러 와준 팬들을 위해 힘을 쓰고싶어.”
결국 파인트도 몸상태를 핑계로 올스타전을 거절했다.
“사실 두 사람은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네이트까지 거절할줄은 몰랐지.”
“저도 몰랐어요.”
브래넌과 파인트는 이미 올스타전 경력이 수도 없이 많은 스타선수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번 시즌에는 쉬고싶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데뷔한 그는 이번에 참가하면 생애 첫 올스타 전 출전을 하게 되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드레이크는 참가를 거부했다. 그 이유가 정말 가관이었다.
“코칭스태프들의 추천이 아니라 투표로 올스타전에 입성하고 싶다니······”
앞으로 그의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리고 다운은 그가 계속해서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드레이크의 앞길에 어떤 장애물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부상으로 은퇴할 수도 있고, 실력이 떨어져서 더는 올스타전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못 갈 수도 있다고 하니까 절대 그렇게 안될거라고.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젊음의 패기인가······”
“그런가보죠 뭐.”
여튼 그런 이유로 드레이크 조차 감기몸살이라는 핑계로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했다.
“바보 같은 놈······”
불만섞인 글라이드의 말에 다운이 맥주캔들 들이밀었다.
“바보 같지만 그만큼 정이 가는 놈이죠.”
“그래서 인기가 많은거일지도 모르지.”
“멍청한 우리 미래 슈퍼스타를 위하여 짠 하죠.”
“그러자고.”
드레이크를 위한 건배를 한 지 두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 파머가 2루를 향해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앗! 파머와 바르가스가 충돌합니다!
- 두 사람 다 일어나지를 못하는데요?
- 아······ 무릎을 잡고 있는걸로 봐서는······
그 뒤에 올 말은 뻔하다. 복귀까지 최소 1년 반, 최대 2년이 걸린다는 십자인대 부상.
-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기도합니다.
다운과 글라이드는 그 장면을 보고 기도하는 대신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지금 저 자리······”
“네······ 바르가스 자리가 네이트 자리였어요.”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네이트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그도 여지없이 무릎을 잡고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중에 전화가 울렸다.
Lita Watson
리타의 전화다.
< 61화 - 나비효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