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58화 (58/268)

< 58화 - 마지막 기회 (무료 마지막 화) >

이벤트 당일

결국 레이스는 다시 한 번 만원관중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35년째 시즌권을 구매해주신 분들의 특별 시구도 굉장한 호응을 받았고, 파인트 역시 완벽한 투구로 시즌 3승째를 기록하며 가득 들어찬 팬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이벤트는

“드디어 우리 평균 관중이 1만명이 넘었다며?”

비어있던 관중석을 채워줬다는 것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개막전이 있었던 2주 가량을 제외하고 트로피카나 필드의 평균 관중 수는 1만 선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나마도 간간이 주말마다 1만을 넘어주지 않았다면 9925명이라는 평균관중을 유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1만 아래에 걸쳐있던 평균관중이 고작 일주일만에 1만을 드디어 넘기게 된 것이다.

평균 관중수가 집계된 것을 확인한 글라이드가 환하게 웃었다.

“대출혈을 한 보람이 있었구만.”

“많이 쓰시긴했죠. 이번에 한정판 굿즈로 쓰신 돈만 10만 달러 정도 되지 않아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출혈도 아니지. 내 팬심을 채우기 위해서 했던거니까.”

“너무 돈 많이 쓰신거 아니죠?”

“최근에 투자한거에서 또 어느정도 벌어서 괜찮아.”

하여간 글라이드는 돈 버는 능력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내가 말하는 출혈은 구단 재정 출혈 말하는거지.”

굿즈 35% 할인은 사실 레이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출혈이었다. 레이스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물품들은 상관없지만, 나이키가 도맡아서 제작하는 유니폼 같은 경우는 마진이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팔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환불 요청은?”

“이제는 거의 환불 요청이 없죠.”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미소지었다.

“네 생각이 결국은 적중했구만.”

이벤트를 한지 일 주일이 지난 지금, 시즌권을 구매했던 2만 여명의 고객들 중에서 환불은 5천 여 건. 하지만 15000건은 환불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9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레이스의 굿즈 할인권이라던가, 미래의 한정판 약속을 믿고 남은 것이다.

이렇게 추가로 생긴 15000여 명의 시즌권자들은 결과적으로 지난 일 주일간의 홈 평균 관중수가 지속적으로 13000명 가까이 나오는 기염을 토했다.

“할인쿠폰에 여러 이벤트도 있을 예정이라니 300달러 정도는 충분히 투자 가능하다고 봤겠죠. 거기다 시즌권 구매자들에게 가는 기본 굿즈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구장 전체 수익도 늘었다며?”

“네. 매점 수익이 꽤 많이 나와서요.”

새롭게 구장에 나오게 된 사람들은 35%할인쿠폰으로 굿즈만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를 보며 먹을것과 마실것과 같은 각종 주전부리들을 구매했다.

‘주전부리가 재정에 크게 기여가 됐을까?’라는 의문을 가질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주간 최고 매출을 발생시킨 곳이 바로 매점이었다. 경기 시작 전에 산 맥주는 2회가 지나기 전에 비우기 마련. 매점에서 분석해본 결과 맥주를 시키는 사람들은 2이닝 당 한 잔 정도를 시킨다고 했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파는 맥주 한 잔이 7달러니 한 사람 당 경기에 28달러를 쓰고 간다는 것이다. 그 외에 안주도 시킬테니 35달러는 기본적으로 쓸테고.

이런 사람들이 13000여 명 중에서 3000명 정도는 됐다. 이것만 해도 10만 달러다. 그 외에 음료를 사는 사람, 다른 음식을 사는 사람들 등등 지난 일 주일 간 매점 매출액만 매일 20만 달러 가까이 됐다.

물론 순이익만 따지자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할인해준 값은 충분히 뽑아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대로만 쭈욱 가면 좋겠네.”

“그러기에는 남아있는 세 경기짜리 원정시리즈가 끝나면 올스타 브레이크와 함께 원정 11연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건 무리죠.”

“그게 끝난 뒤의 관중들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구만.”

이런 이벤트로 인한 인기는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슈가 필요하다.

“일단 마케팅 팀에서 약속했던 새 한정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너무 자주하면 안좋은거 알지?”

“알죠. 아마 브래드라면 정답을 들고올거에요.”

Mr.Simpson이라면 분명 사람들이 환장할만한 걸 들고올거다.

“마음에 들면 내가 지원해주지. 대신······”

“구단주님 껀 남겨두죠.”

“제시 것도. 그거면 충분해.”

“브래드가 좋아하겠네요.”

아닌가? 러셀이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미팅있다지 않았나?”

“트레이드 관련 미팅있어요. 이제 곧 마감시한이 다가오니까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렸다.

“지난 포스트시즌에 나눈 이야기 기억하고 있다.”

지난 월드시리즈를 보며 다운은 자신이라면 미리 불펜을 영입해놨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저런 실책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라이드는 그걸 기억하고 다운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100% 막을 수 있다고는 말 못하지만, 최대한 가능하도록 만들어볼게요.”

다운은 엄지를 치켜세우는 글라이드를 뒤로하고 구단주실을 나왔다.

리타는 들어오는 다운을 보고는 곧바로 일어나 말했다.

“클라인 운영파트장님, 캐시 감독님과의 미팅이 10분 뒤 예정되어있습니다.”

“고마워. 단장실이었나?”

“아뇨. 3번 회의실입니다.”

“오케이.”

10분 남았으면 두 사람의 성격상 이미 와있을 확률이 높았다.

달칵!

“일단 데려올 수 있으면 데려오는게 좋지 않을까?”

“아니지. 그러다가 쓸모가 없어질수도 있잖아. 그럴바에는 덕이나 넬슨의 미래를 믿는게······”

3번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니나다를까, 도란도란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 단장님 오셨습니까?”

“일찍오셨네요?”

“두 분이 이미 와 계신데 제가 어떻게 늦게 오겠습니까?”

다운은 눈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 중이셨어요?”

“뭐 그냥 트레이드에 관한 의견들이죠.”

클라인이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안그래도 그 의견에 대해서 들어보려고 모인건데 자세히 얘기해보세요.”

“별거 아닙니다. 캐시 이 친구는 1루수를 조금 더 보강했으면 하길래······”

“피트는 우리 친구들을 조금 더 믿어보자는 거고요?”

“네.”

클라인의 말에 캐시가 고개를 저었다.

“임시방편으로 넬슨을 1루수로 쓰고는 있지만, 수비가 영 별로야.”

“그야 마이너에서 통산 1루수 출장기록이 32경기밖에 없는 친구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런 친구를 1루에 박아놓으라니까 문제인거아냐.”

“하지만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네도 동의했었잖아.”

“그야말로 임시였으니까. 자네가 말한대로 배리가 1루로가는게 최선의 수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배리가 안간다잖아.”

“나도 그럴줄은 몰랐지. 배리라면 지명타자랑 1루수라는 선택지 중에서 1루수를 택할 줄 알았지.”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다운이 기가찬 듯 물었다.

“혹시 배리보고 1루수 할 생각 있냐고 물었어요?”

“네. 포수를 봤던 배리라면 좌익수보다는 1루수를 더 잘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예 1루 수비연습조차 거절하더군요. 자기는······”

브래넌이 무슨 말을 했을지는 안봐도 뻔했다.

“좌익수가 아니면 그냥 지명타자를 하겠다고 했죠?”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배리가 할 말이야 뻔하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저한테 먼저 말을 하시지.”

다운의 말에 캐시가 멋쩍은 듯 턱을 긁적였다.

“배리라면 컨버팅을 좋아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의사를 물어본 뒤 수락하면 단장님께 이야기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단호하게 거절당해서 말씀드릴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죠. 서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의 말에 다운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선수를 주면 그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케빈의 소관이죠.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다만 저한테 먼저 슬며시 물어봤다면, 그렇게까지 시간낭비를 하지 않으셨을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배리가 1루수를 싫어합니까?”

“아주요. 배리가 포수 시절 제일 못하던게 뭐죠?”

배리 브래넌이라는 선수를 아는 사람은 모두가 맞출 수 있는 0.5점짜리 문제다.

“블로킹이죠.”

“블로킹을 못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브래넌의 최대 약점. 그건 바로

“공의 회전에 따른 바운드를 잘 못 맞춰요.”

“아······”

바운드를 아예 못 맞춘다는거다.

“타구에 대한 바운드는 맞추는데, 사람이 던지는 공에 대한 바운드는 진짜 죽어라 못 맞추더라고요. 그나마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아무리 많이 튀더라도 홈플레이트 언저리에서 튀니까 포수는 할 수 있는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예 1루는 못보는 겁니까?”

“1루 뿐만 아니라 중계를 받아야하는 내야 다른 포지션도 전부 불가능하죠. 믿기 힘드시죠? 저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못 믿었습니다. 근데 그 당시에는 그래도 FA도 하기 전이라 시키면 훈련받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었는데······”

베테랑인 지금은 다른 루키들 앞에서 그런 우스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캐시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할 수가 없겠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좌익수 자리는 그대로 둬야겠네.”

“개인적으로는 배리가 1루를 맡아주고 넬슨과 패트릭이 양 코너를 맡아주는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 계획은 엎어야겠네요. 그나저나 페레즈가 많이 안좋나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쓸만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말 그대로 어느 정도는 쓸만합니다. 본인도 이 편이 출장기회에 도움이 된다는걸 알아서 그런지 훈련에도 의욕적이고요. 하지만 같은 내야진들의 불만이 상당해요. 특히 멜튼의 불만이 가장 심합니다.”

멜튼 록하트는 강견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떤 자세에서도 도움닫기 없이 빠르고 강한 송구를 보낼 수 있는 그의 어깨는 엄청난 장점. 문제는 그 송구의 제구가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넬슨의 포구가 워낙에 불안하다보니 예전만큼 생각없이 송구할 수가 없어서 불만이 슬쩍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걸 넬슨에게 말했나요?”

“아뇨.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까지는 아직 아니고,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길래 제가 가서 면담을 해서 알아낸겁니다.”

“다행이네요.”

만약 이게 공개적인 싸움으로 번졌다면 페레즈의 의욕도 한 풀 꺾였을거고, 팀 분위기도 이상해졌을거다.

“그러면 트레이드 시장에서 1루수를 찾아봐야하나······”

다운이 고민섞인 말을 하고 있을 때, 클라인이 슬며시 의견을 밀어넣었다.

“덕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는건 어떠십니까?”

< 58화 - 마지막 기회 (무료 마지막 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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