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52화 (52/268)

< 52화 - Jonna is back >

다운은 파인트를 부른 바로 그 다음날 그와 면담을 잡았다.

“레이스 프론트는 처음이지?”

파인트와의 계약은 윈터미팅에서 있었기에 그가 여기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때?”

“아담하고 좋네요. 앉아도 되죠?”

“얼마든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뉘인 파인트를 확인한 다운이 크게 말했다.

“리타. 탄산수 두 잔 부탁해.”

파인트는 커피와 차는 카페인이 있어서, 주스는 당분이 너무 많아서, 알코올은 근육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시즌 도중에는 물과 탄산수, 비타민 워터를 제외하고는 마시지 않던 사람이다.

“비타민 워터는?”

아쉽게도 이 자리에는 그가 즐겨마시는 보라색 비타민 워터는 없었다.

“사오라고 할까?”

“사오라고 하면 밖에 있던 미녀 분이 뛰어가서 사오시는겁니까?”

“그럴리가. 클러비에게 부탁해서 사오게 되겠지.”

“말 나온 김에 라커룸에 비타민 워터 좀 넣어놔줄 수 있죠?”

“이미 보라색 비타민워터로 한 줄 채워놨지.”

“크~ 역시 다운! 다시 에이전트 할 생각없죠?”

“전혀.”

다운은 리타가 건네주는 탄산수 두 개를 들고 파인트의 앞에 앉았다.

“마셔.”

“이야기나 좀 하다 마실게요. 지금 마시면 체할지도 모르니까.”

역시나 베테랑답게 파인트는 다운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를 알고있는듯 했다.

“약. 한거 아니지?”

메이저리그에서 5년간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선수다. 다시 최고가 되는 방법을 알고있다고는 하지만, 구속의 회복이 너무 드라마틱하게 됐다. 다운으로서는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운의 질문에 파인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어차피 도핑검사도 또 했잖아요.”

트리플 A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리고 오늘도 한 번 더 도핑 검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이라서 물어보는거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전혀요. 다운은 그저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뿐인데요.”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그냥 뭔가 묘해서요. 에이전트때 다운은 무조건 제 편이 되어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제 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니까 조금 이상하네요.”

씁쓸함이 느껴지는 그의 말에 다운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게 아냐. 우리는 같은 편인지를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는거지. 약 하는 놈들은 같은 편이 될 수 없거든.”

“절대 안했어요.”

확신하는듯한 그의 말에 다운의 표정이 풀렸다.

“빅리그 선발.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레이스 경기를 매번 챙겨보면서 수비를 봤거든요.”

파인트는 수비부터 구장, 그 날의 컨디션까지. 아주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그런 선수였다. 이런 점이 바로 파인트가 세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수비가 꽤 좋더라고요?”

“실제로 수비에 중점을 둔 팀이니까. 네가 그렇게 신경쓰는 내야 수비진이 탄탄하잖아.”

파인트는 싱킹 패스트볼을 비롯해서 빠르며 각이 훽 꺾이는 변화구들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통산 땅볼타구 비율은 60%로 상당히 높은 편. 그러다보니 내야 수비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타입이었다.

“1루 수비가 조금 아쉽긴한데, 2루수 수비범위가 넓어서 충분히 커버 가능할 정도인 것 같아요. 누구 상대로 내보낼거에요?”

“아직 안정해졌어.”

“그럼 로열스 상대로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그 말과 함께 파인트의 눈에 불이 붙었다. 로열스는 논란이 생기자마자 그 어떤 해명의 기회도 없이 그를 버린 팀.

‘동기부여도 되고 좋은 상대가 될 것 같긴 한데······’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흥분해서 경기를 망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운은 이내 그 걱정을 갖다 던져버렸다.

‘흥분할수록 오히려 차갑게 식는놈이 조나인데, 흥분은 무슨······’

분명 로열스는 그의 좋은 복귀전 상대가 되줄거다.

“앞으로 5일 뒤. 로열스 상대 1차전에 내보내줄게. 그 경기에서 중요시해야할건······”

잔소리를 하는 다운의 눈과 파인트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닝 먹기.”

“이닝 먹기.”

두 사람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하여튼 간에 눈치는 빨라요. 그러고보니 너 레이스에 필요한건 짧은 이닝동안 압도적으로 던질 투수가 아니라 이닝이터란거 딱 알고 저번 경기에도 일부러 힘빼고 던진거지?”

“역시 다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다운은 알아챌거라 생각했죠.”

“제발 이번에도 이닝 먼저 생각해라.”

“안 그래도 그럴거에요.”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파인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안았다.

“Welcome back Jonna.”

“불러줘서 고마워요 다운.”

파인트와의 미팅을 마무리한 다운은 곧바로 파트장들을 소집했다.

Jonna is back

파인트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관중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 관중들이 몰릴 수 있는 이 상황을 마케팅 파트장인 브래드 심슨과 재정 파트장인 앤드류 러셀이 그냥 넘길리는 없었다.

“복귀전은 무조건 홈 경기여야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이슈를 몰아서 다른 구단 입에 떠먹여줄 일이 있나. 당연히 레이스에서 먹고 소화해야 할 것이었다.

“홈 경기니까 이벤트 어떻습니까? 버블헤드 같은거 주는거죠.”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러셀이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이내 심슨의 심드렁한 반대에 막혔다.

“그건 너무 식상해. 게다가 아직 우리 에이스인 리키 버블헤드도 못해줬는데 아직 한 경기도 안 뛴 조나 파인트의 버블헤드를 만들자고?”

“그 조나 파인트니까 가능한거지! 잘 생각해봐 브래드! 조나 파인트라니까 조나? 3~4년 전만 하더라도 모든 투수 지망생들이 닮고싶어했던 투수 1위에 빛나는 바로 그 조나 파인트! 리키한테는 미안하지만 시장규모가 다르다고!”

“규모가 다른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버블헤드는 아니야. 당장에 그의 얼굴을 본따 만들수도 없고, 공장도 부족해. 지금 급하게 제작해봤자, 퀄리티도 떨어지는 쓰잘데기 없는 지출이 될거야.”

쓸데없이 돈이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에 러셀이 입을 닫았다.

“저번처럼 유니폼 판매 이벤트는 어때요?”

직원이 되어서 자신의 유니폼을 사러 온 팬을 대신해서 유니폼을 사주고 사인해주는 이벤트. 그 이벤트로 유튜브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커뮤니케이션 파트장 카를로스 크로포드가 슬며시 제안했다.

“그 이벤트는 이번 상황에 맞지 않아. 결국 몇십 명의 소수만 즐길 수 있는 이벤트잖아. 그리고 파인트에게는 3년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르는거잖아? 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좋은 생각 있어요 브래드?”

다운의 질문에 심슨이 자신의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담겨있는 패드를 이리저리 넘겼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게 없는지 계속해서 아이디어들을 훽훽 넘기기만을 반복했다.

“최대한 좋은 이벤트를 찾아서 왕의 귀환을 알려야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이벤트에 먹힌듯한 그의 모습에 다운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조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운의 말에 이벤트를 찾고있던 심슨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최고의 투수였던 바로 그 조나 파인트잖습니까? 굳이 홍보가 필요할까요?”

귀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프런트의 실무진들을 흥분하게 만든 바로 그 조나 파인트다.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그의 귀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파인트가 귀환한다는 소식만 올리죠.”

그거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기자들, 그리고 팬들이 알아서 해줄······

“단장님. 가볍게 귀환 기념 티셔츠 하나 정도 해도 되지 않을까요? 5일 뒤 등판이면 물량도 충분히 뽑을텐데······”

“······ 진행하세요.”

“감사합니다!”

***

조나 파인트가 40인 로스터, 그리고 26인 로스터에 올라갔다는 것이 발표되자마자 기사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 조나 파인트! 로열스의 황제가 레이스의 황제로 돌아오다!

- 전처의 거짓말로 비어버린 3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 데이빗 플레처 “예전의 조나 파인트를 기대해서는 안돼.”

- 애런 리드 “플레처는 파인트의 최근 경기 본적도 없어. 파인트는 확실히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 트리플 A를 폭격하고 올라온 파인트. 과연 빅리그에서는?

- 조나 파인트. 6월 27일 로열스와의 1차전 선발 확정!

- 로열스, 자신들이 버린 에이스와 맞대결!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과 동시에 각종 커뮤니티들도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조나 파인트 트리플 A 최근 세 경기에서 거의 실점 안했던데?

- 맞아. 그리고 퀄리티스타트 횟수 봤어? 우리 팀에서는 상위 선발들이나 기록할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파인트는 밥먹듯이 기록하더라?

- 이렇게 되면 포레스트가 빠진게 오히려 잘된거 아냐?

- 포레스트가 돌아왔을때는 선발 자리 한 자리가 없어질지도?

- 자비어 에르난데스나 미치 베이커 중 하나는 자기 자리를 잃게되겠네 LOL!

-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오프너 전략이 좋다고는 하지만, 난 그래도 확실한 선발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 나도. 오프너 경기만 보면 혹여나 털리지는 않을까, 쟤가 일찍 무너지면 다른 불펜들에게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 걱정돼. 그러려면 무조건 파인트가 잘해줘야 돼.

특이한 점은 레이스 팬들이 아닌 다른 팀 팬들조차도 그의 성공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 몇 년 전만해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하면 조나 파인트의 이름이 나왔었는데, 미친년 하나 때문에 그 커리어가 망가졌네. 비록 우리 팀은 아니지만 이런 선수가 잘 됐으면 좋겠어.

- 동감이야. 파인트는 행복할 자격이 있는 선수야. 보란듯이 회복해서 다시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

그들조차도 원치않게 3년이나 쉬게 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에이스의 앞길에 더 이상의 가시밭길이 깔리지 않기를 원했다.

그런 팬들의 바람은

“단장님! 티셔츠 완판입니다 완판! 2000장만 제작했는데, 더 뽑을걸 그랬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파인트 저지가 미친듯이 팔리고 있어요! 오늘 아침까지 집계된 것만해도 15,643장이 팔렸답니다!”

러셀의 함박웃음으로 돌아왔다.

“단장님.”

“말해 리타.”

“저는 가끔 러셀 파트장님이 야구단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상인가요?”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걸 보니 정상인 것 같네. 난 가끔 단장이 아니라 상점주인 같다는 기분을 느낄때가 있거든.”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도 러셀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이텐션으로 말을 이었다.

“거기다가 단장님! 오늘 관중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데 24,409석 나갔답니다!”

트로피카나 필드의 전체 수용인원은 25,000명. 매 시즌 만원관중이 한 번 나올까말까다. 그런데 지금 그 만원관중까지 고작 591석이 남았단다.

그리고 30분 뒤

레이스 프런트에서 구름을 뚫어버릴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해내애애애애앴다아아아아아!”

< 52화 - Jonna is back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