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49화 (49/268)

< 49화 - 신 구장 논의 >

레이스의 이번 드래프트 첫 날은 대성공이었다.

1라운드 - 알렉스 알마다

로컬보이이자 파이어볼러인 알마다를 1라운드에서 건졌다. 게다가 본인이 2라운드 6번의 말린스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582만 달러의 슬롯머니에 못 미치는 350만 달러에 계약할 수 있었다.

2라운드 - 코너 재머(추후 트레이드), 윌리엄 화이트

말린스와의 추후 트레이드(계약금의 반은 추후 트레이드시 현금으로 내주기로 합의했다)로 코너 재머를 데려오기로 했다. 게다가 원래 가지고 있던 29번째 픽으로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가 낳은 천재 고교 중견수 윌리엄 화이트를 데려왔다.

1, 2라운드가 굉장히 역대급으로 대성공이었던과는 다르게, 둘쨋날부터 이어진 나머지 라운드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높은 평가를 했던 유망주들을 이번에는 앞선 순번에서 모두 뽑아가버린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운은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제시 톰슨과 라일리 제이콥스를 데려와야했다. 그나마 위안이되는 점은 애스트로스에게서 얻을 3라운드 픽으로 괜찮은 유망주 하나 정도를 더 얻어올 수 있었다는점 정도였다.

“덕분에 돈 좀 아꼈네.”

총 주어진 슬롯머니에서 100만 달러 정도를 아꼈다.

“그렇게 아껴서 뭐하려고?”

“구단주면 여기서 잘했다고 해줘야하는거 아닙니까?”

“어차피 내년에 드래프트 순위 앞으로 당겨지면 쓸 돈이잖아.”

“그게 아니라도 상여금이라던가 구단 시설 개선에 조금 더 투자할 수도 있는거죠. 아니면 새로 지을 구장에 조금 더 투자해도 되고요.”

“그것도 오늘 있을 이야기가 잘 풀려야 가능한거지.”

오늘 선수단은 원정을 떠나있었다. 그럼에도 다운을 대신해서 클라인이 동행한 것은(원래는 부단장 혹은 단장보좌가 동행해야 하지만, 다운은 아직까지 그들을 두고있지 않았다.) 탬파베이에 속한 세 개 도시의 시의원들과 만남이 있기 때문이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옷매무새를 바로하며 건물에 들어섰다.

“두 도시 놈들을 발라버리자고.”

“좋죠.”

탬파베이 권역은 크게 탬파, 세인트피터스버그, 클리어워터 세 개의 대도시로 이루어져있었다.

“하하 다들 잘 있었소? 내가 이번엔 우리 단장을 데려왔지. 나보다는 이 친구가 빠릿빠릿하게 말을 잘해서.”

“안녕하십니까 다운 정입니다.”

그들과 나누는 인사에서부터 각 도시 의원들의 성향이 팍팍 느껴졌다.

“하하하! 어서오십쇼!”

탬파쪽 의원들은 만면에 미소를 띄고 두 사람을 맞았다.

탬파에서는 레이스의 구장 이전을 두 손을 들고 환영하기 때문이었다. 이버시티쪽 구장 사업이 한 번 엎어진 이후에도 공터로 남아있는데다가 그 넓은 부지를 다 사려고 하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땅을 쪼개 팔아야하나······’하며 고민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레이스가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시의 도움이 없이 전액 레이스의 자본으로만 구장건설을 하겠다며 말이다. 그러니 어찌 예뻐보이지 않을까.

“흥!”

그에 비해 세인트피터스버그 쪽 의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글라이드를 향해서는 코웃음을 친 그들은 다운을 향해서는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소 다운.”

세인트피터스버그는 있던걸 옆 도시 탬파에 뺏기는 입장이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운과 완전히 척을 지지는 않겠다는 듯이 웃었다.

“반갑습니다.”

극단적인 두 도시의 의원들과는 다르게 클리어워터의 의원들은 중립을 표방했다. 애초에 같은 탬파 권역이라고는 하지만, 클리어워터는 구장 이전과는 거의 연관이 없었다. 클리어워터 주민들에게는 탬파로 경기를 보러 가나, 세인트피터스버그로 경기를 보러가나, 어차피 그 거리가 그 거리였다. 그러다보니 ‘뭐 건져갈 수 있는게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냥 구경이나 하다 가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생각보다 안 징징대는데요?”

다운의 귓속말에 글라이드가 낮게 읊조렸다.

“나한테 코웃음 치는거 봐놓고도 그런 말이 나와? 나랑은 날을 세우더라도 너하고는 친하게 지내야 조금이라도 뭔가 얻어낼 수 있을거라는걸 아니까 저러는거다.”

“그래서 절 불렀군요.”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세인트피터스버그는 트로피카나 필드를 떠나는 레이스를 막지 못한다. 만약 탬파 이전이 막힌다면 연고지를 이전할텐데, 그럴바에는 시민들을 위한 적당한 대가를 약속받은 뒤에 옆 도시인 탬파로 보내는게 나았다.

문제는 지금까지 글라이드와 워낙에 날을 세웠다보니 순순히 그걸 협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글라이드 역시 마찬가지. 그도 이 협의가 이루어지려면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양보를 해주어야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먼저 숙이고 들어가기 싫어서 다운을 가운데에 넣기 위해서 부른 것이었다.

“그러게 날좀 그만 세우지 그랬어요.”

다운의 말에 글라이드가 아이처럼 입을 내밀고 투덜거렸다.

“그랬으면 저놈들이 퍽이나 양보했겠다. 세인트피터스버그 놈들이 얼마나 징징대는지······ 오늘 내로 끝내고 빠르게 넘겨버리자고.”

이미 대세는 어느정도 레이스와 탬파에게 기울어있었다.

세인트피터스버그 시의원들도 이걸 알았다. 그렇기에 다운이라는 완충제를 이용해서 최대한 얻어낼것을 얻어낸 뒤, 그들을 놔줄 것이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부디 오늘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중립인 클리어워터 시의원장의 말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는 한가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식이었다.

“레이스의 새로운 구장이 탬파로 넘어가게되면 교통 혼잡이 줄어든다고 하셨죠? 그런데 탬파로 넘어가도 같을겁니다. 결국 세인트피터스버그 쪽에서 넘어가야하는 팬들이 있을테니까요.”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불평을 토하면

“저희 팬들의 통계로 보았을때 구장에 오는 팬들 중 65%정도가 탬파에서 넘어왔습니다. 2위는 클리어워터로 16%, 세인트피터스버그는 11%에 그쳤죠. 가까이 있음에도 실제 구장에 오는 비율은 세인트피터스버그가 가장 적었습니다.”

다운이 답을 하는 식이었다.

“세인트피터스버그 팬들이 가장 적게 오니까 교통혼잡이 줄어들거라는 말을 하는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걸 이야기하는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가능성을 더 줄이기 위해서 홈 경기때는 쉬는 원정 버스를 세인트피터스버그 팬들을 위해 셔틀버스처럼 운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선수단이 사용하는 버스 대신에, 클러비들과 구단 직원들이 이용하는 버스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최대 45인이 탈 수 있는 버스 세 대를 로테이션으로 경기 전까지 세 시간동안 운영할 예정입니다.”

“버스 이용료는 어떻게 할겁니까?”

“당연히 무료로 운행할 예정이죠. 다만 이 서비스가 정말 필요하신분들이 이용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경우를 생각해서 당일 경기 티켓이 있는 사람만 이 셔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겁니다.”

“하지만 티켓을 뽑으려면 구장을 가야하는거 아닙니까?”

“요즘은 여기 이 폰으로 안되는게 없죠. 저희 레이스도 앱을 운용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모바일 티켓을 이렇게 꺼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젊은 층들은 모바일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모바일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셔틀의 운행은 현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이곳에 임시로 셔틀 정류소 겸 매표소를 만들 예정이고, 모바일 이용이 힘드신 분들을 위해서 티케팅 작업도 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론 이 부스의 운용도 저희 레이스 측에서 부담하겠습니다. 다만 정류소를 지을 장소라던가 정류소 및 매표 부스, 그리고 팬분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 정도는 세인트피터스버그 시에서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검토가 아니라 확신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확실한 계획을 들고왔는데 검토라뇨. 확실한 계획에 대한 확답을 바로 내리기 위해서 바쁘신 시의원님들이 여기 한 자리에 다 모여계신거 아닙니까?”

세인트피터스버그에 내줄건 내주면서도 얻어낼것은 철저히 챙겨온다. 이것이 오늘 다운의 컨셉이었다.

“정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세인트피터스버그 의원들에게 5분 드리겠습니다. 빠르게 의논해오십쇼.”

클리어워터 시의원장은 그들의 토론에 빠트리고서는 은근히 물어봤다.

“클리어워터 쪽에는 셔틀같은거 없습니까? 저희 측에서는 레이스가 원하는대로 셔틀 부지와 매표소까지 확실히 올려줄 수 있는데. 알다시피 세인트피터스버그 쪽 치안률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우리 시민들이 잘 못가는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의 말에 다운이 씨익 웃었다.

“확실히 그래주신다면야 저희도 거부할 이유가 없죠. 클리어워터측에서 장소를 지정하고 건물만 지어준다면 당장 이번시즌부터라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세인트피터스버그 쪽 셔틀은 구장 이전을 한 이후에나 이뤄질 예정이니까요.”

“하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내 그럼 부지를 선정한 뒤에 곧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잠시 후 세인트피터스버그 쪽의 회의가 끝났다.

“레이스 측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빨리 가길 원하는 시민들이 있을수도 있으니, 7회부터는 세인트피터스버그로 돌아오는 셔틀버스를 운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양 측의 의견이 합의를 이루자 클리어워터 시의원장이 망치를 쳤다.

땅! 땅!

“좋습니다. 레이스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매표소 및 정류장을 운용 및 관리할 사람을 보냅니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는 매표소 및 정류장의 부지와 건물을 제공합니다. 10분 휴식 후,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한 시간만에 찾아온 휴식선언에 글라이드가 고갯짓했다.

“우리도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올까?”

“좋죠.”

다운은 글라이드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네가 오니까 일이 팍팍 진행되는구만.”

“어스틴도 잘 하고 있으셨으면서.”

“날이나 세우고 있었지 잘하긴 뭘 잘해. 확실히 나보다 말도 잘하고 머리도 팽팽 돌아가.”

저 회의장에서 다운이 제안하고 요구했던 것 중에서 글라이드와 논의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단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필요한 것을 얻어왔을 뿐이었다.

글라이드의 칭찬에 다운은 더 이상 겸손하는 대신 씨익 웃었다.

“그래서 단장이라는 직책이 있는거 아니겠어요? 뭐 우리 구단주님 지원이 없었다면 못할 일이었겠지만.”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준 두 사람이 웃었다.

“이제 남은 주요 안건이 뭐죠?”

“이버시티에 들어설 새 구장 주변의 상권. 우리는 팬들이 즐기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데, 탬파시에서는 호텔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한다고 하더라고.”

“거기에 호텔이 들어서서 뭐해요?”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나름 메리트가 있다고 보나봐.”

“새 구장 주변 경관에도 호텔은 그다지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야겠네요.”

남은 안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다운의 폰이 울렸다.

피트 클라인(운영파트장)

클라인에게서 온 전화.

“피트 전화에요.”

“지금 경기중 아닌가?”

오늘 원정 상대는 오리올스. 탬파와는 같은 시간를 공유하고 있기에 지금 경기중이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맞을걸요. 잠시만요. 무슨 일 있어요 피트? 경기 중 아니에요?”

그리고 피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운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다.

“뭐라고요?”

< 49화 - 신 구장 논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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