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48화 (48/268)

< 48화 - 웰컴 투 레이스 >

“빠르고 간략하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해봐. 물론 천천히 이야기해도 돼. 우리에게는 57초라는 시간이 남아있거든.”

공존할 수 없는 간략하면서도 상세한 이야기를 폴은 기가막히게 풀어냈다.

“일단 데이튼은 걸러야합니다. 범죄에 연루되어 있어요.”

“오케이 확실히 거를 수 있겠네.”

그리고 빠르게 돌아가는 다운의 머리.

00:51

다운은 폰을 들어 말린스의 킴 응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한 번 온전히 울리기도 전에 수화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전화할 시간이 있나보네?]

“꽤 중요한 사안이라서요.”

[무슨 사안이길······]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다운이 물었다.

“2라운드 말린스 픽까지 조나단 데이튼이 내려오면 뽑을 생각이었죠?”

[그건 말해줄 수 없지. 그쪽에서 안 뽑을테니 대가를 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

“글쎄요······? 그야 응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렸죠?”

여기서 다운이 절대로 뽑지 않는다고 해버리면 ‘뭔가 분명한 하자가 있구나!’라고 생각할게 뻔했다.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해도 적어도 ‘다운이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해서 데이튼은 걸러야해!’라는 생각을 할 정도의 뇌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운은 확정짓는 대신 의뭉스러운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뽑고는 싶은데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만약 응이 제 정보를 사준다면 그대로 넘길 수도 있고······”

나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데이튼의 지금 뽑을지 말지 고민중이다. 하지만 네가 정보를 산다면 너희에게 넘길 의사도 있다.

물론 여기에 거짓을 섞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 말린스를 제외하고는 다들 정보를 가지고 있을걸요?”

킴 응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여자 단장. 다운조차도 그녀를 최대한 편견 없이 단장으로 대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다른 단장들은?

과연 모든 단장들이 그녀에게 그렇게 대할까?

아닐것이다.

그녀는 분명 알게모르게 많은 질시와 견제, 그리고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몰랐다.

[흐음······]

다운의 말이 맞다는걸 알려주리라도 하듯이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정보 들어온거 있어?]

“그 정보 팔면 2라운드 지명권 저희한테 줄 수 있습니까?”

[그건 좀······]

아무리 저 정보가 좋은 정보라고 해도 2라운드 지명권까지 넘기기엔 무리가 있다.

[생각을 해봐야하겠는데?]

그녀의 말에 다운이 타이머를 확인했다.

00:37

“죄송한데 저희가 시간이 없어서요. 30초까지만 기다려 드리죠.”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2초는 지나, 5초만이 남아있었다.

‘제발 물어라! 제발!’

말린스의 2라운드 6번째 지명권이라면 남아있는 세 명의 선수들 중 한 명 정도는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운이 가지고 있는 2라운드 28번째 지명권보다는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을 것이었다.

00:33

00:32

00:31

“아쉽지만······”

[좋아. 딜. 대신 확실한 정보여야하고, 2라운드 6번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와 교환은 오로지 선수로만.]

“카일 딜라이트면 될까요?”

카일 딜라이트는 지난 오프시즌때 킴 응이 눈독들이던 유망주였다. 세 네차례 정도 오퍼를 제안했으나 카드가 맞지 않아 트레이드는 불발되었지만, 다운은 그녀가 딜라이트를 원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카일 딜라이트면 우리도 불만없지.]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럼 이만.”

다운은 전화를 끊자마자 외쳤다.

“알마다 뽑아!”

재머도, 포터도 모두 좋은 인재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레이스에는 그저 좋기만한 선수보다는 지역 사회에서의 화제가 되어줄 선수. 그리고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하다.

탬파 지역에서 자라고, 탬파에 있는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를 다닌 알렉스 알마다는 레이스에게는 완벽한 1라운드 픽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알렉스 알마다 맞죠?]

“그래!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 출신의 우완 투수 알렉스 알마다!”

지명자를 적은 미키는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뒤 스태프에게 쪽지를 전달했다.

잠시 후 쪽지를 전달받은 맨프레드가 단상에 올라왔다.

- 1라운드 29번째 지명권으로 탬바베이 레이스는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의 우완 투수. 알렉스 알마다를 지명했습니다.

아쉽게도 알마다는 이 자리에 있는 대신 가족과 함께 집에서 드래프트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 카메라가 이미 세팅되어 있었기 때문에 레이스의 지명에 환히 웃는 그의 얼굴은 전국에 생중계되어 퍼져나갔다.

[단장님. 패널과 함께 알마다와 인터뷰를 하려고하는데 잠깐 인터뷰 가능하십니까? 30초 정도만 하면 됩니다.]

스튜디오에서 온 요청에 다운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락했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럼 1분 뒤에 연결하겠습니다.]

또 다시 생긴 1분의 여유. 이제 상세한 정보를 들어먹을때가 되었다.

“좋아 폴. 이제 이야기해봐. 데이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쥐죽은듯이 구석에 있던 폴이 다시 다운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1시간 반동안의 모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아는 사람 중에 오리올스 직원이 있어서 그에게 물어보려고······”

이야기는 길고 길었다.

[30초 뒤에 전화 연결될 예정입니다. 화상으로 할 예정이라 카메라 각도랑 여타 다른것들 확인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말한대로 1분 뒤에 돌아온 스튜디오 직원이 아니었다면 그의 이야기가 끝날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말이다.

“리타. 연결상태랑 카메라 확인좀 해줘. 그리고 폴 짧고 간단하게 20초 내로 요약해.”

단호한 다운의 말에 폴이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데이튼이 사는 지역 경찰서에 연락을 했습니다.”

“경찰이? 어떻게?”

“제 친한 친구의 친척이 그쪽에서 경찰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랬더니 정보가 나왔다?”

“데이튼이 다니던 대학 근처에서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얼마 전 그것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하더라고요.”

데이튼이 사는 곳은 메릴랜드지만, 대학은 캘리포니아 주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이 데이튼이었나보네.”

“확실한건 말해줄 수 없고,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있답니다. 캘리포니아 쪽에서 협조 요청이 왔다고 하더군요.”

데이튼이 있는 캘리포니아 주 법률에 따르면 음주 뺑소니 운전자의 경우 최대 3년의 징역이 더해진다. 게다가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추가로 3년형이 더해지는데, 데이튼의 경우에는 사망사고다. 이렇게 될 시에는 최대 15년 형을 구형받을 수 있다.

물론 데이튼이 범인이라고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범인이 되었을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 친구한테 감사해야겠네.”

다운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원래는 알려주면 안되는 일이지만, 남의 인생을 망치고 목숨을 앗아간 놈이 드래프트되어서 행복을 느끼는 걸 보고싶지 않아서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뭐 거기다가 안그래도 가난한 구단이 웬 거지같은 놈한테 돈쓰는거 보기도 안쓰럽다고······”

동정에 의한 것이든, 인도적인 차원에서 알려준 것이든 그로 인해 이익을 봤다는건 부인할 수 없었다.

“나중에 캘리포니아 좋은 곳에 식사권 하나 줄테니까 그 친구랑 친척 모시고 한 끼 하고 와. 그리고 구단주님께 말해서 자네한테는 따로 포상금을 요청하지. 다음 달 월급 기대해도 좋을꺼야.”

포상금이라는 말에 폴의 표정이 환해졌다.

“가, 감사합니다!”

폴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난 뒤 다운은 곧바로 킴 응에게 요약한 내용을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캠으로 얼굴을 돌렸다.

[연결하겠습니다. 3, 2, 1.]

- 안녕하십니까 다운 정.

“하하 안녕하세요.”

- 앞선 인터뷰는 잘 보셨죠?

“물론이죠!”

너무나 당연하게 앞선 인터뷰따위 볼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일 잘하는 리타님께서 카메라 바로 아래 모니터에 알렉스 알마다 인터뷰의 요약본을 큰 글씨로 띄워놓아주셨다.

1. 레이스가 자신을 뽑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음. 내심 2라운드 6번으로 말린스가 선택할거라 생각

2. 어릴때부터 응원해온 레이스로 가게되어서 너무 기쁘다.

3. 새로 태어나거나 들여오는 가오리 중 하나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싶어함.

4. 모두의 기대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트로피카나 필드의 마운드에 서기위해 최선을 다하겠음.

‘리타 최고야!’

카메라 화면 밖으로 손을 움직여 리타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준 다운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레이스에서는 로컬보이이자 우완 투수로 잠재력이 기대되는 알마다를 언제나 지켜봐왔습니다. 그리고 기회만 되면 뽑을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오늘도 그래요. 저희 픽 순서가 오기까지 몇 번이고 ‘제발 알마다를 걸러! 제발 걸러줘!’라고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 그런 것 치고는 픽이 너무 오래 걸린 것 같은데요?

하여간 저 눈치없는 놈.

“생각보다 다른 좋은 선수들이 저희 순번까지 밀려와서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회의를 하느라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팀에는 알렉스가 딱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는데 이르렀고, 이제 알렉스는 우리 팀에 오게 되었네요.”

- 가오리 중 하나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했는데 그럴 생각이 있으신가요? 혹은 가오리에게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라도?

“아직까지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사육사가 알아서 해오곤 있었거든요. 하지만 알렉스가 원한다면······ 그냥은 힘들고, 메이저리그에서 10승을 올리게되면 가오리 한 마리에게 알렉스의 이름을 붙여주는걸로 하죠. 하하!”

- 동기부여도 되고 좋네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알마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다운은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었다.

“레이스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 알렉스.”

- 인터뷰 감사합니다 다운.

짧은 인터뷰를 뒤로하고 다운은 그 사이 도착한 킴 응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From 킴 응

결국 자네도 안뽑았을거면서 그렇게 넘겼단 말이지? 2라운드 6번 타이머 30초 남기 전에는 말해줘야해.

뽑을 것 처럼 말했던 것에 속아넘어간 것이 억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합의된 사항을 엎을 생각은 없는지 30초 전까지는 픽할 선수를 알려달라는 말을 붙여놓았다.

“재머나 포터가 2라운드 6번까지 남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럴일은 희박하긴 했지만, 미쳐 돌아가고 있는 이번 드래프트를 보면 마냥 기대하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저스는 거르겠지?”

“자이언츠도 거를걸요.”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모두 캘리포니아 연고 팀들이다. 지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른다는건 직무유기다.

- 1라운드 30번째 지명권으로 LA 다저스는 UCLA의 좌완 투수 자레드 피어스를 지명했습니다.

- 1라운드 31번째 지명권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롱 비치 대학의 중견수 네빌 브리검을 지명했습니다.

생각대로 두 팀은 데이튼을 걸렀다.

Compensation Pick

32 - SDP

33 - ARI

34 - TOR

35 - SEA

퀄리파잉 오퍼로 얻은 보상픽들을 가진 팀들 데이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데이튼을 고르는 대신 다른 투수들을 뽑아갔다.

“어? 이러면 재머나 포터가 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올 시즌 투수 팜이 좋기도 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유격수도 많으니······”

유격수는 기본적으로 내야 모든 포지션 컨버팅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렇기에 1루만 가능한 대졸 1루수, 혹은 3루수보다 어린 유격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2라운드 3번째 지명권으로 텍사스 레인저스는 알링턴 대학의 키건 포터를 지명했습니다.

레인저스가 로컬보이인 포터를 채가긴 했지만, 보상픽에 이어서 말린스의 차례인 2라운드 6번이 될때까지도 이 추세는 계속됐다.

그 결과

To. 킴 응

코너 재머. 받아가겠습니다.

< 48화 - 웰컴 투 레이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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