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45화 (45/268)

< 45화 - 2022 드래프트 >

“네 커리어에 앞으로 축복만 있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켈리는 다행히 팀을 떠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인 듯 했다. 무엇보다 가디언스는 현재 포수가 없다시피 한 팀. 그곳에 가서는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저렇게 덤덤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웃으면서 떠나간 켈리와는 반대급부로 넘어오게 된 패트릭 비어스는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레이스 프런트에 들어왔다.

“레이스로 트레이드······”

신인왕 3위에 올 시즌도 꽤나 잘하고 있었던 자신을 구단이 트레이드 할 줄을 생각조차 못했던 모양이었다.

션오프에게 추가적으로 듣기로는 가디언스 내에서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며 선수단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만들려고 했다고한다.

뭐 여기까지만이었다면 가디언스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어스는 선을 넘어버렸다. 하필이면 그 파벌이 팀의 메인으로 생각하고 팍팍 밀어주고 있는 유격수 채드 벨링엄과 충돌하는 바람에 이렇게 쫓겨나게 된 것이다.

“가디언스는 잊고,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응? 배리! 들어와봐! 여기 이 친구 알지?”

“배, 배리 브래넌!”

브래넌은 들어오자마자 의기소침하게 있는 비어스의 등을 팡팡 때리며 그를 밀었다.

“더 할 이야기 남았어?”

“딱히?”

“그럼 내가 이 친구 좀 데려가도 되지?”

“물론.”

“자 따라와 애송아! 이 몸이 직접 구단 견학을 시켜주마!”

“네, 넵!”

참 희한한 일이다. 가디언스에서는 그렇게 폼 잡고 있었다던 친구가 브래넌 앞에서는 갑자기 각이 잡힌다.

‘뭐 저 덩치에 저런 얼굴을 한 빡빡이가 수염까지 치렁치렁 길러서 호통을 치는데 안쫄면 그게 사람인가 싶기도······’

브래넌의 전담마크 덕분인지 비어스는 레이스 자연스레 그의 영향력 아래에 레이스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페레즈 역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넬슨이 훈련장에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패트릭이 자신을 견제할 수 있다는걸 알고있는거지.”

페레즈는 좌타, 비어스는 우타. 출전시간을 빼앗아가기에는 적격인 플래툰 파트너인데다가, 비어스는 우투수를 상대로도 꽤 잘친다. 어느모로 보나 페레즈가 분발하지 않으면 주전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시즌 초반 보강이 필요했던 부분을 채워넣어놨으니 이제는 캐시의 지도력을 믿고 기다려야 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다운은 다른 곳에 집중해야한다.

***

최근 2년간은 펜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드래프트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올 시즌 드래프트 부터는 다시 뉴저지에 있는 MLB 스튜디오에서 개최된다.

물론 다운이 그곳에 직접 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하는 단장이 스튜디오에 나가서 그 좁은 테이블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원한다면 사무국에서 헤드쿼터용 회의실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 나가는 것보다는 구단 내 회의실에서 전화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아아! 잘 들리십니까?]

“잘 들려 미키. 조니는?”

[조니는 잠깐 드래프티들 확인하러 갔어요. 직접 보고 이야기하면 더 잘 알 수 있다고.]

“하이고야······ 오늘 온 선수들 중에서 우리가 뽑을만한 선수는 없잖아.”

[혹시 모르죠. 다른 팀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린거니까요.]

다운은 1라운드에 나오는 선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머지 라운드에 나오는 선수들에 집중했다. 레이스는 다른 팀보다 후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다운의 눈이 이번 시즌 지명 순서를 쭉 적어놓은 화이트보드로 향했다.

1 - BAL

2 - ARI

3 - TEX

4 - PIT

5 - WAS

6 - MIA

7 - CHC

8 - MIN

9 - KCR

10 - COL

11 - NYM

12 - DET

13 - LAA

14 - NYM

15 - SDP

16 - CLE

17 - PHI

18 - CIN

19 - OAK

20 - ATL

21 - SEA

22 - STL

23 - TOR

24 - BOS

25 - NYY

26 - CWS

27 - MIL

28 - HOU

29 - TBR

30 - LAD

31 - SFG

레이스의 지명순위는 무려 29위다!

“어휴······”

보면 볼수록 한숨만 나오는 순위.

“빌어먹을 메츠 놈들만 아니었어도 28위라도 하는건데······”

메츠는 지난 시즌 1라운더와의 계약에 실패했다. 그래서 올 시즌 메츠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1라운드 11번째 지명권을 획득했다. 저 지명권 때문에 그 이후에 있는 팀들의 지명순위가 전부 1순위씩 밀렸다.

“월드시리즈 즐긴 놈들이 더 뒤로 가야하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래도 자이언츠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하긴 그렇게 따지면 가장 불쌍한 팀은 자이언츠일 것이다.

기껏 전체 승률 1위 찍어놨더니 와일드카드 팀 만나서 지는 바람에 정작 포스트시즌은 제대로 맛보지도 못했다.

“방송화면이랑 모니터 각각 띄워두고.”

“넵!”

왼쪽은 드래프트 방송이 나오는 TV, 가운데에는 레이스 내부에서 결정한 올 시즌 드래프티들의 우선순위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선수 비교 등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예비 화면 하나까지. 회의실에 비치된 세 개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아아! MLB 스튜디오입니다 잘 들리십니까?]

“네 잘 들립니다!”

인터뷰를 위해서 스튜디오와의 연결상태까지 확인이 끝났다.

[드래프트 시작 10분 전입니다. 준비해주세요.]

스튜디오의 사인과 함께 회의실이 차분해졌다.

“다들 편하게 있으세요. 어차피 우리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별다른 일 없을테니까.”

다운의 말에 클라인이 슬쩍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단장님. 1라운드 1번은 누가 될지 내기 어떠십니까?”

“좋죠. 가볍게 10달러 씩 정도만 내기할까요?”

“콜!”

“이야! 1라운드 1번!”

내기라는건 은근히 분위기를 띄우는 기능이 있었다. 순식간에 떠들썩해진 회의실 가운데 클라인이 보드마카를 쥐고 화이트 보드 앞에 섰다.

“자자! 다들 걸어! 나는 페굴리에 걸지!”

클라인의 말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우우! 너무한 거 아닙니까 피트?”

“페굴리라니! 너무 정배에 거는거잖아요!”

“하하! 너희들도 정배에 걸라고!”

토마스 페굴리는 올 시즌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로 좌완이면서 최고 102마일까지 던진적이 있는 투수였다. 다른 구종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지만, 17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했을때 잠재력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리올스에서 페굴리를 뽑으려고 탱킹했다는 말까지 돌았었잖아요. 저도 페굴리에 걸겠습니다!”

“저도요. 에이~ 얼마 못 따겠네.”

돈을 거는 직원들을 보고 다운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며 10달러를 클라인에게 내밀었다.

“과연 오리올스가 페굴리를 뽑을까?”

그의 말에 아직까지 돈을 걸지 않은 직원들이 10달러를 거뒀다.

“단장님 생각은 다르신가본데?”

“단장님은 누구한테 거실거에요?”

“오리올스는 3년 내로 전력을 끌어올리고 승부를 볼 생각이야. 페굴리를 뽑아서 기다릴 시간이 없단말이지.”

강속구 투수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제구력 불안은 페굴리도 피해가지 못했다.

“세컨 피치도 괜찮긴 하지만 역시 제구와 써드 피치가 문제지. 제구가 안정되고, 써드 피치까지 확실히 장착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년, 길게는 5~6년 이라는 시간이 필요할거야.”

“그럼 최대한 즉전감에 가까운 전력을 뽑겠네요.”

“그러면 딱 한 명 남네.”

“코너 재머겠네.”

고교 최고의 잠재력을 뽐내는 선수가 페굴리라면 대학 최고의 잠재력을 뽐내는 선수는 코너 재머였다. 1루수에게 기대되는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1루수에게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수비능력을 지녔다는 평가까지 듣고있는 것이 바로 재머였다.

“만약 재머가 왼손잡이가 아니었다면 유격수도 노려볼 수 있는 좋은 내야수가 되었을 것이다.”

“재머가 내야가 아닌 외야수를 하고싶어했다면 그곳에서도 최고의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평가들을 바탕으로 2년 연속 골든스파이크 상을 수상한 그는 대학 최고는 물론이고 역대 최고의 아마추어 1루수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근데 1루수를 1라운드 1번으로 뽑을까요?”

1루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순위가 밀리는 경향이 있긴 했다. 힘있는 좌타자들이 늘어나며 1루도 3루와 마찬가지로 수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1루수에게는 수비능력보다는 ‘적당히 공을 잘 받아주는 타격 좋은 선수’를 세우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타격만 된다면 다른 포지션에서 수비가 떨어지는 선수를 1루로 변경시키면 그만인데, 굳이 1루수를 뽑을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굳이 1루수로 쓸 필요가 있을까?”

“본인이 1루수를 선호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인터뷰에서는 그랬지. 그런데 구단에서 너를 외야수로 키우기 위한 플랜이 준비되어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하면 조금 더 메이저리그에 빨리 올라올 수 있다고 꼬신다면? 과연 재머가 그걸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럴리가.

장담컨대 저와 같은 상황에 마주한다면 재머는 외야수 수업을 누구보다 성실히 받을것이다.

“3년 내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는 인재를 뽑아와서 팀에 합류시키는게 오리올스 입장에서는 최선일거야. 내가 만약 오리올스 단장이었어도 이와 같은 선택을 했을거고.”

확신에 찬 다운의 말에 유권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보니 그런데······”

“좋아! 나도 재머에 건다!”

“단장님 픽이면 믿을만하지!”

그렇게 표들이 재머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권위자인 거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내 생각은 좀 달라.”

“오오! 거스는 또 의견이 다른가봐!”

“거스 생각은 어때요?”

스카우트계의 전설이자, 현재 레이스 팜 디렉터를 맡을 정도로 선수보는 눈이 좋은 거스의 의견에 다들 귀가 쫑긋해졌다.

“오리올스 야수진은 이미 짱짱한 편이야. 팜까지 확인해봤을 때, 포수부터 내야, 외야까지도 확실하게 쓸 선수가 정해져있지. 하지만 투수쪽은 아니지.”

“그럼 역시 페굴리······”

“노노. 페굴리 건에 대한건 단장님의 생각이 맞아. 페굴리가 크려면 5년은 걸릴거야. 거기에는 나도 동의해. 나라면 즉전으로 쓰기 좋은 투수를 뽑을거야. 그 중에서도 가장 실링이 높은······”

“쿠마 노커.”

다운의 말에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정답!”

쿠마 노커는 지난 시즌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은 투수였다. 하지만 메디컬에서 의문을 제기한 메츠와의 계약이 틀어지게 되면서 1년을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그리고 독립리그에서 자신의 팔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며 몸값을 더욱 끌어올렸다.

“꾸준히 100마일을 찍어주면서 팔에 문제가 없는 것도 증명해냈고, 독립리그를 소화하면서 0점대 방어율을 찍으며 ‘이 바닥은 나에게 너무 좁아!’라는 것도 보여줬지. 누가보더라도 올해 1번째 픽은 노커야.”

“오오오! 노커가 답인가?”

“듣고보니 그런 것 같아!”

결국 회의실 안은 세 선수의 삼파전으로 나뉘었다.

“그래도 노커가······”

“근데 최근 구속이 또 떨어졌다며. 팔꿈치 부상이 있어서 떨어진게 아닐까?”

“체력이 딸렸을 수도 있지.”

“위험부담이 있다는거잖아. 그럴바에는 어린 선수가 나을 것 같은데.”

“페굴리는 너무 어려. 재머가 나을 것 같은데.”

남의 팀이지만 돈이 걸리니까 마치 자신의 팀인것 마냥 생각해주는 꼴들이 우스웠다.

- 재머가······

- 제 생각은 다릅니다 노커가 그래도······

- 미래를 생각한다면 페굴리가······

패널들 역시 재머와 노커, 그리고 페굴리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맨프레드의 손에서 종이가 펼쳐지고 오리올스의 첫 번째 지명자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 1라운드 1번째 지명권으로 오리올스는 밴더빌트 대학의 좌완 투수. 잭 무어를 지명했습니다. 다음 차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입니다.

< 45화 - 2022 드래프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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