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44화 (44/268)

< 44화 - 자네 정말 성격 안좋아 >

매 년 20개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과 같은 세부적인 조건 협상이 있긴 했다. 하지만 양 측 모두 계약 연장을 원했던만큼 큰 이견 없이 조건이 맞춰지게 되었다.

“앞으로 4년간 잘 부탁해 알렉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샘도 잘 부탁하고.”

“하하! 그게 계약조건이었는걸요. 저만 믿으십쇼.”

윌슨과의 협상이 속전속결로 완료되자마자 다운은 곧바로 계약관련 자료를 뿌렸다.

언론 바닥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첫 번째 오피셜 기사가 떴다. 그리고 우후죽순같이 2차 기사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새 기사만 모니터링하는 기자가 있는게 아닐까 싶네······”

정보가 저렇게 빠르다니.

그리고 저 바닥만큼이나 정보가 빠른 바닥이 바로 이곳이었다.

“단장님. 가디언스 단장 전화인데요. 돌려들릴까요?”

첫 기사가 올라간지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연락이 왔다. 그것도 가디언스라는 생소한 팀에게서 말이다.

“가디언······? 아!”

그러고보니 올 시즌부터 클리블랜드는 106년 동안 사용했던 인디언스라는 오랜 팀명을 버리고 가디언스라는 새로운 팀명으로 거듭났다.

“2번으로 돌려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스나 미키 지금 남아있나?”

“미키는 드래프티랑 약속이 있어서 나갔고, 거스는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럼 거스보고 곧바로 오라고해줘. 트레이드 관련이라고하면 바로 올거야.”

“알겠습니다.”

리타가 나가자마자 다운의 전화가 울렸다.

띡!

다운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능글맞은 마이크 션오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헤에이~ 다운! 잘 지냈나?]

“물론 잘 지냈죠. 마이크는요?”

[나도 물론 잘 지냈지.]

“인디언스······ 아니 가디언스도 잘나가고 있으니까 잘 지내셨겠네요.”

가디언스는 지난 시즌 1위를 차지했던 화이트삭스를 밀어내며 중부지구에서 1위를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가디언스는 정말 입에 안 붙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젠장할! 멀쩡한 팀명을 왜 교체하란건지!]

인종차별의 의미가 있어서 그렇다는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었다.

양키도 동북부 백인들 사이에서나 지네들끼리 애칭으로 불리지, 다운이 가서 ‘야 이 양키새꺄!’라고 하면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마치 흑인들끼리 하는 니거라는 표현은 괜찮지만, 다른 인종이 니거라고 하면 싸움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인디언스가 논란이 되었던 것은 비단 이름 때문만이 아니었다. 인디언을 희화하한 듯한 와후 추장 로고가 인디언스의 또 다른 논란거리였다.

몇 년 전부터 와후 추장의 로고 대신에 C를 사용하며 논란을 줄이려고는 했지만, 결국에는 발목이 잡혀버리는 바람에 가디언스라고 이름을 바뀌게 되어버린 것이다.

[웃긴게 뭔줄 아나? 인디언스라는 팀명 교체에 가장 반대한 사람들이 바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야. 인디언스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이 가장 반대했다고! 본인들은 오히려 그게 괜찮다는데, 꼭 괜히 상관없는 위선자들이 나와서 ‘저건 인종차별이야!’라고 외치는 꼴이란······]

“애초에 시작은 원주민들 쪽에서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그런데 그들은 ‘아이들이 다니는 수많은 대학 팀들의 명칭’은 폐지되길 원했을 뿐이라더군. 워낙에 많은 아마추어 팀들이 인디언을 상징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들이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 녹아드는데 문제가 될거라고 생각한거지. 그런데 메이저한 팀들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야. 레드스킨스라던가, 우리 인디언스 같은 팀들이 뭔가 사라져가는 인디언 문화를 대표해주는 상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없어졌나보네요.”

[그렇지. 인디언에게 받는것도 없는데 괜히 그들한테 좋을 일을 해줄 수뇌부들이 아니잖아?]

구단도 사업이다.

구단 수뇌부가 인디언이 아닌 이상, 소수의 인디언들이 원해서 구단 명칭을 남겨놓는 것 보다는 다수의 팬인 백인들이 원하는대로 구단명을 바꿔주는게 이익을 남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뭐 그래도 팬들은 좋아하니 다행이지. 요즘 가디언스 오브 클리블랜드라는 애칭이 또 생겼다고. 혹시 그 포스터 봤나?]

“아, 그 마블 영화 포스터에 얼굴 합성한거요? 봤죠. GOG 주연 배우들도 그 포스터 태그했다면서요.”

[다음에 시구 약속이나 한 번 잡으려고. 가디언스끼리의 콜라보라고 해야하나?]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요. 원작 팬들이 좋아하게 유니폼도 에디션으로 내는건 어때요?”

[안그래도 그 이야기가 나와서 디즈니 측이랑 협상하는 중이었네.]

“그쪽에서 그런 협상도 해줘요?”

[자세한건 비밀이라 말할 수가 없네. 협상에서부터 비밀유지조항을 걸더군.]

“하여간 쓸데없이 철저하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거스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운은 일어서서 옆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Guardians, Don, MLB RF or SP

이라는 단어들을 썼다.

‘가디언스와 이야기 중이고 돈 켈리를 보낼 생각.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만한 우익수나 선발을 찾는다.’

라는 뜻

거스는 검지와 엄지를 말아서 OK 사인을 보낸 뒤 곧바로 노트북을 꺼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서론이 길었구만.]

“팀 명 변경된것에 대해서 한탄하시는게 본론 아니었나요?”

능청스러운 다운의 말에 션오프가 투덜댔다.

[다 알면서 저러는 것 좀 보게.]

“뭘 다 안다는건지 모르겠는걸요?”

[대가 찾느라고 쓸데없이 시간 끌지말자고 우리.]

하여간 눈치는······

때마침 거스 쪽에서 완료됐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좋아요. 켈리를 원하는거죠?”

[즉전감이야 유망주야?]

“가디언스가 지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수를 원하죠.”

우문현답이었다.

션오프도 그걸 아는지 피식 웃었다.

[하하! 이거 정말 못당하겠구만······]

눈앞에 있었다면 아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겠지.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유망주는 존 맥거핀까지 줄 수 있어.]

맥거핀이라면 다운의 기억속에도 있는 유망주다. 꽤 괜찮은 수준의 1루수로 인상적인 파워를 가진 1루 자원이었다. 인디언스 팜 내 랭킹은 10위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있으면 좋지만, 당장에는 필요하지 않은 선수다.

[즉전은 우익수나 선발이 필요하지?]

현재 레이스는 생각보다 잘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구멍은 존재했다. 그 구멍들이 바로 우익수를 맡고 있는 넬슨 페레즈와 선발 로테이션이었다.

넬슨 페레즈는 초반에는 잘하는 듯 하더니,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는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받고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페리시치는 아직 주전급 경쟁을 하기에는 애매하고, 팀에서도 중견수로 키우려는 자원이다보니 마이어의 서브로 훨씬 많이 출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앤더슨은 외야까지 커버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주 포지션은 내야다. 페레즈에게 경각심을 주기에는 애매했다.

특히나 최근에는 캐시 감독으로에게 연락이 와서는

“넬슨이 요새 절박함이 사라진 모양인데, 서브 우익수가 필요합니다.”

주전 경쟁을 해줄 수 있는 우익수를 요청했다. 그리고 가디언스에는 그 조건에 명확히 부합하는 선수가 있었다.

다운은 거스가 내민 화면 가장 위에 떠 있는 이름을 불렀다.

“해리 플루이드 가능합니까?”

[흠······ 해리라······]

레이스에 선발 자원들이 많은 것처럼 가디언스는 이상하게 괜찮은 외야 자원들이 매 년 새로 나오곤 했다.

해리 플루이드는 2년 전인 2020년 가디언스 외야에 나타났던 혜성이었다. 단축시즌에서 3할 10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던 그는 2021년 소포모어 시즌을 거하게 치뤘다.

3할을 넘던 타율은 2할 초반까지 급락했고, 홈런은 단 두 개. 그나마 2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스피드는 유지하고 있다는걸 보여주긴했다.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가디언스의 외야에는 매년 괜찮은 자원이 나오곤 한다는 점이었다.

2021년에도 어김없이 가디언스 외야에는 패트릭 비어스라는 신성이 나타났고, 빌빌대는 플루이드를 서브로 밀어내고는 주전 우익수로 2할 중반에 28홈런을 때려냈다. 플루이드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에 비해서 타격 측면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올 시즌에도 그 장점을 앞세워서 벌써 8개의 홈런을 때리는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니까.

‘분명 플루이드는 상당히 가치가 떨어졌겠지.’

21년 초반까지만 해도 가져오기 힘들었을 선수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져올 수 있을만큼 가치가 떨어졌다.

하지만 스피커에서는 의외의 답이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 것 같군.]

그리고는 연이어 의외의 질문이 나왔다.

[차라리 비어스는 어때?]

지난 시즌 신인왕 3위에 빛나는, 그리고 올 시즌 역시 괜찮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패트릭 비어스를 제안한 것이다.

“잠깐만요 마이크.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

[이해해. 5분 정도 주면 되겠지.]

“고마워요.”

다운은 곧바로 마이크를 끈 뒤 거스에게 물었다.

“들은거 있어요?”

다운의 말에 거스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문제될만한건 들은게 없습니다. 건강상 문제는 없을거고.”

“그랬다가는 곧바로 트레이드 취소 당하는데 설마 있겠어요.”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죠. 넬슨에게도 충분한 자극제가 될 수 있으면서도 서비스타임도 5년이나 남아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럼 대체 왜 보내려고 할까요?”

가디언스는 스몰마켓이다. 레이스와 비견될 정도로 아주 가난한 그런 구단이란 말이다.

그런 팀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같은 포지션에 두 선수가 있다면 서비스타임이 많이 남은 선수보다는 적게 남은 선수를 먼저 내보내려고 한다는 특징이 말이다.

플루이드는 비어스보다 1년 먼저 데뷔했다. 그 말은 그를 쓸 수 있는 기간이 비어스보다 1년이 짧다는 것. 그럼에도 플루이드보다 비어스를 추천한다는 것은, 1년이라도 더 오래 선수를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의 하자가 분명히 있다는건데······”

다운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거스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바닥을 쳤다.

“아! 최근 소문이 하나 돌기는 했습니다.”

“무슨 소문요?”

“이번에 가디언스 선수단이 원정을 왔었는데, 비어스가 호텔 직원에게 상당히 무례하게 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클러비들에게도 꽤 무례하게 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어요?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선수들 사이에서는 또 그렇게 이야기가 돌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던 놈이 스타병에 걸렸다’라는 정도로만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넘겼죠.”

“흠······”

그러면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방법이 있었다.

“리타.”

“네.”

“지금 선수들 대부분 출근했지?”

“아직 훈련까지 20분 남아서 그런지 브라이언 앤더슨과 넬슨 페레즈를 빼고는 다들 라커룸에 들어간걸로 확인됩니다.”

역시 리타다. 모르는게 없다.

“그러면 3번에 라커룸 좀 연결해죠. 배리가 있으면 배리 연결해주고, 그게 아니라면 케빈도 괜찮아.”

“알겠습니다.”

30초가 채 지나기 전에 3번 라인에 불이 들어왔다.

[단장님 무슨일로 전화하셨습니까.]

평소와는 달리 선수들 앞이라 은근히 존대하는 브래넌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근에 가디언스 원정왔었잖아.”

[그랬죠.]

“그때 패트릭 비어스 좀 어떻디?”

[잠시만요. 이것들아 구경났어?! 어서 옷 갈아입고 운동하러 나가!]

수화기를 가린 듯 먹먹하게 들렸지만, 브래넌의 호통치는 소리는 그대로 다운의 귀에 들어왔다.

“애들 잡겠다 잡겠어.”

[돈이 있어서 내쫓았지.]

브래넌은 직감적으로 이게 켈리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래서 돈 대신에 누굴 받아온다고? 패트릭 비어스?]

“일단은 이야기중이야.”

[괜찮지. 이번에도 이야기 나눴는데 스타병이 살짝 걸린 것 같긴한데 괜찮은 놈이야.]

“핸들링 가능하겠어?”

[그 놈 양키 드림이 있더라고. 성격도 넬슨 정도?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양키 드림이 있는 어린 놈 치고 브래넌에게 존경심을 가지지 않는 선수는 없었으니까. 그렇지 않다고해도 브래넌이 감당 가능하다고 이야기 한 이상, 충분히 커버가 될 것이다.

“고마워.”

[별 말씀을.]

“돈한테는 어디라고 말하지 말고. 내가 직접 말할테니까.”

[알겠어.]

전화를 끊은 다운이 곧바로 다시 2번 라인과 연결했다.

[의논이 끝난 모양이구만.]

“좋습니다. 비어스 받도록하죠.”

게을러진 천재를 성격이 좋지 않은 천재와 붙여놓으면 적어도 한 놈은 고쳐지지 않을까?

“1대 1인가요?”

[그러기에는 비어스가 너무 잘하고 있지 않을까?]

역시나 호락호락하진 않다.

지금 반짝 하고있는 켈리보다는 비어스의 가치가 훨씬 높긴하다. 하지만 다운은 순순히 넘어갈 생각따윈 없었다.

“30위 권 유망주 하나 추가해드리죠.”

[그건 좀······]

“싫으면 마시고요. 저에게는 다른 옵션도 있거든요. 예를들면 조금 있다가 전화 달라고 부탁했던 로열스라던가, 혹은 지금도 전화 대기중인 타이거스라던가······”

둘 다 가디언스와 같은 중부지구에서 경쟁하는 구단들이다. 특히나 타이거스 같은 경우는 가디언스와 0.5 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 구단. 게다가 포수만 더 좋았다면 투수들이 훨씬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는 구단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msg만 첨가해준다면 완벽해진다.

“가디언스에는 비어스를 제어할만한 친구가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그대로 뒀다가는 팀 내 분위기가 더 안좋아 질텐데요? 이 이야기가 퍼지면 패트릭을 받을만한 팀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결국 백기를 든 것은 션오프였다.

[자네 정말 성격 안좋아. 알지?]

그의 말에 다운이 씨익 웃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 44화 - 자네 정말 성격 안좋아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