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36화 (35/268)

< 36화 - 매대에 올라온 상품 >

미국의 아마추어 판은 잘 짜여져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추어 야구만을 보러다는 사람들 역시 꽤 많았다.

파아아앙!

“좋다 팀! 이대로 몇 개만 더 던지자!”

티모시 배너의 공이 굉음을 내며 미트를 파고들었다.

“아픈데도 저렇게 던질 수 있다는건······”

“재능 자체는 확실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성격만 확인해보고 괜찮다면, 뽑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지금 공을 받아주고 있는 포수의 미트질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큰 소리가 난다는건, 팔꿈치가 아프면서도 공에 확실히 회전을 걸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배너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3라운드면 빡셀수도 있겠는데요?”

의학의 발전에 따라 토미존 서저리라는 투수들에게 있어서는 생명 연장의 줄과 같은 수술이 나오면서 예전에 비해 선수생활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게다가 다저스의 브렛 워커의 성공으로 인해서 그의 드래프트 스토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티모시를 뽑아서 워커 같이 키워보시죠?”

“워커 붐은 사라졌잖아.”

프리드먼은 팔꿈치가 좋지 않아서 지명순위가 낮아진 브렛 워커를 1라운드 지명권을 써서 데려왔다.

당시 워커가 1라운더 탑 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투수여서 지명순위가 급락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1라운드 지명권을 소모하기에는 아깝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3년 후 워커는 데뷔전부터 100마일 가까운 공을 뿌리면서 충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1년 정도 던지면 퍼질거야.”

분명 좋은 모습으로 데뷔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만큼 지금 모습은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워커는 2년차, 3년차에 접어들면서 더더욱 완숙한 모습을 보이며 리그를 완전히 지배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구단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안봐도 뻔했다.

“우리도 수술하면 괜찮아질 재능들을 뽑아보자!”

워커와 프리드먼의 성공으로 인해서 2년 정도는 탑 티어인 투수들의 팔꿈치가 조금 좋지 않다고 해도 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장 1라운드에 뽑은 선수라고 해도 성공할지 안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드래프트에서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가 워커처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것이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워커 붐으로 인해서 지명된 선수들의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에는 다시 부상 위험군인 선수들에 대한 지명순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운도 무리하지 않고 3라운드 정도면 티모시 배너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워커 붐은 사라졌지만, 저희한테는 선수 보는 눈이 좋은 조니와······”

미키가 한 손을 조니의 어깨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다운을 가리켰다.

“그 조니가 인정한 우리 단장님이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생긋 웃었다.

“그러니 저희도 워커 같은 친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다운이 피식 웃었다.

“그런 선수면 3라운드까지 남아있지도 않을걸? 분명 프리드먼이 채갈테지.”

프리드먼의 선수 보는 눈이 좋은건 워낙에 유명해서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저 친구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려나······”

당장에는 좋아보인다.

“오늘 내 공 좋지 않았어?”

“최고였지! 아마 경기에서도 오늘은 잘 던질 것 같은데?”

“그거야 경기에 들어가봐야 알지. 나 먼저 들어갈게. 오늘 선발이라.”

“들어가세요!”

후배들은 들어가는 그를 향해 인사를 하고, 같은 학년으로 보이는 놈은 글러브와 모자를 챙겨 그를따라 일어났다.

“야 같이 가!”

“뭐야. 공 안던져?”

“던져봐야 내가 나가기야 하겠어?”

“하긴 너도 캐넌처럼 프로 안간다했지?”

“내가 프로가서 성공이나 하겠냐? 너 같은 놈이나 가서 프로하는거지. 난 그냥 메이저리그 경기 보면서 술 한 잔 딱 걸치면서 ‘내가 바로 학창시절에 저기 있는 배너랑 같이 야구했던 사이라고! 쟤가 내 친구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고.”

“하하! 그러려면 내가 성공해야겠네?”

공을 받아주던 포수, 그리고 구경만하던 친구와 함께 동료들을 지나 시시덕 거리면서 더그아웃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면 성격이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미키. 혹시 주전 포수가 저 친구인가?”

“아뇨. 주전 포수는 따로 있어요.”

“혹시 주전 포수가 다른 학년이거나, 실력이 부족해?”

“아뇨. 같은 학년이고 이번에 같이 드래프트에 나와요. 들어보신 적 있을걸요? 제시 톰슨이라고.”

“아 그 친구가 여기 출신이었구만! 그럼 저 친구는?”

“지금 공을 받은 포수는 카를로스 캐너한으로 서브 포수에요. 올 시즌 졸업하는 친군데 재능이 부족해서 프로에는 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왜 저 친구가 받아주는거지?”

다른 놈도 아니고 팀의 에이스이자, 저 정도라면 무조건 주전포수가 받아주곤 한다.

팀의 에이스라서?

그런게 아니다.

그게 포수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90마일 중후반의 공을 잡는건 포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이 받아봐서 익숙해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지.

배너처럼 드래프트 최상급, 즉 프로에 가까운 투수의 투구를 받는것 하나만으로도 포수에게는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곤 한다.

다운이 부상당하기 전만해도 주전자리를 다투던 포수였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일이기도 했다. 쉬다가도 팀의 에이스가 어깨 풀러간다고 하면 서로 받으러 가겠다고 싸웠던 아름다운 추억이 기억에 선명했다.

물론 투수가 포수를 거부할 수도 있었다. 투수라는 생물은 굉장히 민감한 종족이라, 실력보다는 자신이 던지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포수와 함께하고 싶어하곤 했으니까.

“혹시 얘 포수 가려?”

“아뇨. 캐너한은 서브급도 못돼요. 팀에서 6순위 포수로 밀려나면서 프로를 포기한 친구라서요.”

“경기에는 항상 톰슨이 나서는거지?”

“네.”

“혹시 아직 안왔나?”

경기가 있는 날이니만큼 주전포수가 빠지지는 않을터. 하지만 늦을 수는 있다.

폰 화면에 띄운 제시 톰슨의 리포트에도 톰슨은 1학년 당시 지각문제로 두 차례 감독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되어있었다.

“아뇨. 오늘도 일찍 와서 다른 선수들 공 받고 지금은 저어어어 기 있네요.”

외야 한 쪽 끝에서 다운이 있는 곳을 등진채 롱토스를 하고 있는 선수를 가리켰다.

“받아 피터어어어!”

두 걸음 정도의 도움닫기와 함께 야구공이 던져졌다.

슈우우웅!

어깨가 좋다는 리포트가 거짓말은 아닌지 좌측 폴대 앞에 있는 피터라는 친구에게까지 가면서도 그 힘을 잃지 않고 쭉쭉 뻗어나갔다.

“휘유~ 괜히 어깨에서 70점을 받은게 아니네.”

“정확도도 좋네.”

저렇게 멀리까지 던지면서도 정확히 피터의 가슴께에 공이 가도록 던졌다.

“저 반대편에 있는 놈은?”

“피터 맥코믹이라고 3루수 보는 친구에요. 내년 드래프티로 나올 예정이죠.”

“쟤도 어깨 좋네.”

별다르게 힘을 주지 않은 것 같음에도 톰슨처럼 공이 쭉쭉 뻗어나왔다. 다만 톰슨처럼 정확한 송구는 아니었다.

“저 정도면 65점 정도 되나?”

“음······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송구 점수는 어깨가 좋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게 아니다. 그에 걸맞는 정확도까지 보유해야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정확도만 더 좋으면 70점에서 75점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타격은 어땠는지 있어?”

“러프 한 번 봐야겠는데? 잠시만.”

스카우터들이 돌아다니면서 선수를 볼때, 그 선수만을 보는건 아니었다. 그 주변의 선수들, 낮은 학년의 선수들에 대한 러프 리포트의 작성 역시 멈추지를 않았다.

같은 팀원인 맥코믹 역시 러프 리포트가 있을 터.

“여기 있네. 타격 정확도가 살짝 부족하긴한데 파워는 좋다고하네. 어깨도 좋고. 스피드도 45점이야.”

“3루수, 그것도 저 덩치 치고는 빠르네. 계속해서 지켜볼 가치가 있겠는데? 서버에 배지 하나 달아줘.”

“단장 배지로 달려면 네 아이디 필요한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네 이름으로 마킹해줘.”

“오케이.”

스카우트 팀 내부에서도 실력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로벨이 눈여겨볼만한 인재라고 마킹을 해놓으면, 다른 스카우트들 역시 주의깊게 그를 보기 시작할 것이었다. 지금은 딱 그 정도가 적당했다.

“지금 급한건 쟤가 아니잖아.”

중요한건 주전포수가 왜 에이스의 공을 받아보려고 하지 않는것인지다.

“수비는 꽤 좋지만 타격은 그다지 특출나지 않은 포수.”

분명 본인도 타격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걸 알거다. 그런 톰슨이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은 에이스인 배너의 옆이다.

메이저리그 급이라는 그의 싱커와 다른 마이너리거들도 힘들어할 그의 브레이킹볼을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걸 보여주기만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올라갈테니까.

하지만 톰슨은 그의 옆에 있는 대신 후배들과 함께하는걸 택했다.

“잭. 그렇게 던지면 공에 힘이 안붙어.”

“그러면요?”

“조금 더 엉덩이를 조여야 돼. 하체가 딱 받쳐줘야 피터가 있는 곳까지 강하게 공을 날릴 수 있어.”

“제시 저는요?”

“넌 이 자식아 내야 안타처럼 송구도 못하는 놈이. 저기 가서 피터 어깨 근육이나 좀 뜯어먹고 와라.”

“푸하하하! 맞아 존. 넌 그냥 정확하게 던지는 거나 연습해.”

“넌 타격이 되잖아. 어딜 수비까지 잘하려고 그래?”

톰슨 주변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아까 티모시 주변이랑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그러게······”

“저 친구들도 졸업반인가?”

“두 명 정도는 졸업반에 속한 친구들이고, 나머지는 후배들이네요.”

다운은 배너의 리포트를 다시 불러왔다.

교우관계 : 굉장히 좋음. 분위기메이커로 항상 동료들 가운데에는 배너가 있음.

“이거 이름이 배너가 아니라 톰슨으로 바뀌어야하는거 아냐?”

경기 전 훈련을 잠깐 본것만으로도 이런 결론이 나오는데 대체 스카우트는 뭘 본 걸까?

그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왔다.

“나이스 피칭 팀!”

“오늘 공 죽여줘요 선배!”

“휘익! 오늘 상대팀은 선배 공략도 못할 것 같은데.”

분명 아까는 톰슨의 주변에 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그를 띄워주고 있다.

“하하 고맙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배너가 환하게 웃고 있다. 마치 정말로 그들의 중심에 있는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다운은, 그리고 레이스 스카우트 진들은 봤다.

그들이 배너에게 가서 환호하기 전에 누구에게 먼저 나갔는지, 그리고 들어오는 배너를 향해 손짓을 하는 순간까지도 확인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배너는 매대에 올라온 상품이었네.”

< 36화 - 매대에 올라온 상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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