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드래프트의 서막 >
2022시즌 4월 리뷰 - 탬파베이 레이스
AL 동부지구 순위표
1 - 뉴욕 양키스 17승 10패
2 - 탬파베이 레이스 14승 13패
3 - 토론토 블루제이스 12승 14패
4 - 보스턴 레드삭스 12승 15패
5 - 볼티모어 오리올스 9승 18패
레이스는 지난 시즌 AL동부 1위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의 패자를 가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에서 기어올라온 양키스에게 패배했다. 그러면서 월드시리즈 한 자리를 그들에게 내줘야만 했다.
칼을 간 레이스는 시즌 초반 굉장한 기세로 질주를 시작했다.
개막 홈 6연전은 5승 1패로 마무리한 레이스는 지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의 복수라도 하듯이 2승 1패의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여기까지만해도 레이스의 이번 시즌 스타트는 굉장히 좋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너무 이른 판단이었다.
파드레스 원정까지도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던 레이스는 오리올스 원정과 매리너스 원정, 그리고 돌아온 홈에서 처참하게 깨져나갔다.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은 레이스의 특성상 동부와 서부를 왔다갔다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걸리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이다.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세 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양키스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넬슨 페레즈와 개막전부터 10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냈던 네이선 드레이크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 모두 4월 15일 이후로는 안타를 1개, 2개를 때려내는데 그쳤다.
4월 마지막 경기까지도 이어진 부진에 레이스의 케빈 캐시 감독은······
***
“두 사람을 계속해서 믿고 쓸 예정입니다.”
캐시의 단호한 말에 다운이 우려를 표했다.
“부진할때는 그래도 조금 쉬는 시간을 주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단장님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시는지 압니다. 쉬는 것이 도움이 되는 선수들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두 사람에게는 믿고 계속해서 기용해주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이다.
“저런 타입들에게 믿지 못하겠다는 인상을 줘버리면 자신감을 확 잃으면서 실력이 하락하거나, 팀이나 감독을 믿지 못하는 일이 생기곤 하죠.”
별거 아닌 일이지만, 팀워크로 먹고사는 레이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같은 균열이 될 수 있었다.
“최대한 선발 출장은 지켜주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교체선수들을 투입하는 식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팀을 만들어주는 건 다운이지만, 그걸 운용하는건 감독이 할 일이다. 단장은 그저 믿어주면 된다.
“케빈만 믿겠습니다.”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5월이다. 그들에게 신경써줄 여유가 없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캐시가 회의실을 떠났다. 그와 동시에 리타가 들어왔다.
“스카우트팀 들어오라고 할까요?”
5월에 다운이 바쁜 이유.
그건 바로 드래프트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드래프티들이 드래프트 되기 전 마지막 리그를 치르고 있을 시점이기도 했다.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평소의 단정한 모습과는 다르게 꾀죄죄한 몰골을 한 두 사람이 단장실로 들어왔다.
“아주 일했다는 티를 내라 내.”
다운의 말에 로벨이 인상을 썼다.
“티를 내는게 아니라, 일을 엄청나게 열심히 한거라고.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씻을 시간이 없었겠어?”
이 시기의 스카우트들은 야구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었다.
기존에 체크했던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별다른 활약을 못하던 선수가 마지막에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았는지. 혹여 그런 선수가 있더라도 정말로 구단이 뽑을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
이 모든 것을 체크하기위해 봤던 선수를 몇 번씩이나 크로스체크하고, 확인해야했다.
“어제 몇 시간 잤어?”
“비행기 타고오면서 두 시간 잤나? 요새는 하루가 3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니까.”
“48시간도 아니고 그 애매한 숫자는 뭐야?”
“48시간은 너무 길잖아. 잠 잘 시간 정도만 더 있으면 됐지.”
하여간 저 녀석도 어지간히 워커홀릭이다. 그러니 뛰어난 유망주들을 어디선가 뽑아오는것이겠지만.
“미키는?”
미키 역시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있다.
“저도 비행기에서 두 시간 반정도 잤어요.”
이쪽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워커홀릭이다.
“다른 스카우트들은 없어?”
“조금이라도 쉬라고 보냈어요.”
“우리 정도 되니까 너랑 이렇게 이야기도 할 수 있는거지. 일반적인 스카우트들은 너 만나기도 부담스러워한다니까?”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요새 프런트 직원들이 막대하는거 못봤어?”
“스카우트들이 여기 있어야지 보던가 할거아냐.”
하긴 다들 선수보러 다닌다고 클럽하우스에 있지를 않으니······
“빨리 선수들부터 보자고. 그래야 너희 안죽을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잠을 좀 재워야 더 굴릴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는 좀 좋은 선수들 있었어?”
“생각보다는?”
“생각보다 폼이 많이 떨어진 선수도 있었어요.”
“안톤은 아니지?”
안톤 로커는 지난 2년 내내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는 중견수 유망주.
드래프트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레이스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망주 다섯 명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특히나 나름 탬파베이 광역권인 클리어워터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내심 1라운드 픽으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였다.
지역연고 프랜차이즈 스타는 언제나 팬을 끌어모으는 티켓파워가 있는 편이었으니까.
“안톤이야.”
“에휴······”
빌어먹게도 이런 느낌은 항상 잘 들어맞는다.
“마지막 대회라서 여러 구단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봐. 특히나 파워툴이 약하다는 평가받던걸 바꾸고 싶었던 모양이야.”
거기까지만 들었는데도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 것 같다.
“스윙을 바꿨구만.”
“아주 거창하게 바꿨지.”
드래프트를 앞두고 하던걸 멈추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다들 그게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매 년 이 바보짓을 하는 선수는 나왔다.
방법은 다양했지만, 그들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약점이라고 평가받는 부분을 어떻게든 메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본인의 장점을 그대로 지킨 채로 이를 해내면 엄청나게 순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질 않았다.
대부분은 약점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하고, 장점조차도 잃어버리곤 했다.
“초반에는 적응을 못해서 헤매서 성적이 안나왔고, 중반부터는 다시 돌아가려고 하던데······”
“그게 되나.”
“빙고! 그래서 망했지 뭐.”
“멍청하긴······ 그대로 유지만 했어도 우리가 알아서 잘 수정해줬을텐데.”
“욕심이 망친거지.”
“대략 10라운드 정도에서 한 번 찔러나보고 말아야겠네. 이렇게되면 웨인이 정말 아까워지는데······ 걔는 확고하대?”
세인트피터스버그 내에도 1라운더의 재능이 있긴 했다.
웨인 스타시는 고교 드래프티 중에서 15위에 랭크된 유격수로 파워와 스피드, 어깨가 뛰어난 꽤 매력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프로 대신에 대학을 택했다.
“대학에 가보는게 어머니 꿈이라잖아. 거기다 미식축구까지 겸업하고 있으니······”
메이저리그에 비해 NFL이 훨씬 더 인지도도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었다.
“나 같아도 가능성만 있으면 미식축구 하겠다.”
현역 스카우트가 저런 말을 할 정도인데 선수 본인은 어떻겠나. 더더욱 기대를 걸어보고 싶을거다.
“티모시는?”
티모시 배너.
7개월 전만해도 대학 투수 최대어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들었던 친구다. 최고 98마일까지 나오는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에 슬라이더까지 완성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제구가 좀 좋지 않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강속구 투수의 세금과도 같은 것이라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의 폼이 확 떨어졌다. 직전 대회와 비교했을 때, 구속이 3마일 가량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원래도 좋다고 말할수 없었던 제구까지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별로더라 걔는 그냥 폼이 좀 많이 떨어졌어. 이번에도 구속이 2마일 정도 떨어졌더라. 이닝당 볼넷도 1 가까이 상승했어.”
“거기에다가 소화 이닝이랑 경기를 계속해서 줄이고 있어요. 마치 이닝을 조절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얼마 전부터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다는 말이 돌더라구요.”
“통증을 느끼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버티게 해주는 느낌이 강했어.”
“그 정도면 팔꿈치 인대에 손상이 왔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은데.”
“아마도 사실이겠지. 그러면서도 감독은 왜 그놈을 계속해서 쓰는거야?”
로벨이 마음에 안든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왜긴. 너도 알잖아.”
“대학 졸업반이니까 지명이 안되면 뒤가 없잖아요.”
배너는 대학 졸업반. 올해 드래프트되지 못하면 따로 마이너 계약을 하거나, 다른 나라 리그, 혹은 독립리그를 알아봐야한다.
더 이상의 기회가 없는 그를 위해서 대학 팀이 편의를 봐주는 것이었다.
“팔꿈치 이슈만 아니었다면 1라운드 상위권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재목이었는데.”
아쉬운 듯한 로벨의 말에 다운이 무심코 말했다.
“우리가 뽑아볼까?”
“우리가 뽑는다고요?”
되물어보는 미키와는 달리 로벨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아. 배너의 나이가 21살이니까 계약과 동시에 토미존을 시키면 내년에는 체육관으로 돌아갈 수 있어. 몸을 잘 만들고 준비를 시키면 23살부터는 뛰게할 수 있는거지. 원래도 패스트볼이 좋고, 슬라이더까지도 완성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만큼, 정말 빠르면 23살, 늦어도 24살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쓸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 모든 건 수술 이후에 원래 구위를 찾는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하는거잖아요.”
“요즘 토미존은 복귀 예후가 좋잖아.”
“실패하는 경우도 있죠.”
두 사람의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본 다운이 끼어들었다.
“그러니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지. 우리 팀에 고마워 할 정도의 자존심은 챙겨주면서도 돈이 얼마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이를테면 애스트로스에서 얻은 3라운드 지명권 같은 것 말이다.
“티모시를 데려올 적당한 대가는 있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가 중요하지. 성격이나 태도같은건 어때?”
다운의 말에 미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 알고 있는거 아니었어요? 리더기질은 없지만, 분위기메이커 스타일의 성격에 워크에식 좋죠. 훈련 태도도 매우 좋아서 코칭스태프들에게 인기도 좋고요.”
미키는 이해하지 못한 듯 했지만 로벨은 다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이해한 듯 했다.
“그건 부상 전 이야기잖아.”
부상과, 그에 따른 절망은 어린 선수의 성격을 바꿔놓기에는 충분한 시련이다.
“부상 이후에는 성격이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어. 마이너에서도 그런 경우 많잖아?”
약이나 술을 하면서 정신의 위로를 받으려는 놈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운동이라도 하면서 빠르게 회복을 하려고 하는 강인한 놈들이 있다.
“티모시는 어떤 스타일인지 한 번 보러가야겠는데?”
< 35화 - 드래프트의 서막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