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28화 (27/268)

< 28화 - 개막로스터 >

3월이 끝을 향해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프리시즌 역시 마무리되어갔다.

따아아악!

드레이크가 때려낸 타구가 멀리멀리 뻗어나가는 것과 함께 모건 브래넌의 시원한 샤우팅이 들려왔다.

- 드레이크의 공이 멀리! 멀리! 그리고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립니다! 오늘

창문너머로 보며 글라이드가 물었다.

“이번 시즌 성적은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요. 이번 시즌 성적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 거둘수록 좋은거 아니겠어? 그리고······”

글라이드가 창 밖을 가리켰다.

“시범경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걸 알지만, 막상 성적이 좋으니 기대를 하게 되는걸.”

“이해는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세요.”

“박을생각인가?”

“그게 제 전문이기는 한데, 저희는 박으면 안되잖아요.”

안그래도 적은 팬들까지 다 떨구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포스트시즌에 발을 걸치도록 최선의 로스터를 짜볼테니 걱정마세요.”

***

2022시즌을 앞둔 레이스의 프리시즌 성적은 30전 17승 13패.

지난 시즌에 비해 약화된 것 처럼 보이는 로스터와는 다르게 프리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자 다른 곳에서도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단장님! 시즌 티켓 소유자들이 늘었습니다! 그것도 프리미엄 석들이 늘었어요!”

시즌 티켓은 좌석에 따라 5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인 가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 비싼 석들이 많이 팔렸다고 하니 러셀의 광대가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리시즌에서 보여준 성적이 영향을 미친걸까요?”

커뮤니케이션 파트장인 크로포드의 말에 마케팅 파트장인 심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도 없잖아 있겠지. 관중들이 저렇게 비싼 티켓을 끊는건 시즌에 대한 기대도 되고, 포스트시즌에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거니까.”

시즌 티켓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선수와의 통화, 티켓홀더 전용 이벤트 및 사은품, 단체관람 혹은 동행 할인 등의 여러 혜택들이 주어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포스트시즌 티켓 우선 구매권이었다.

“레이스 포스트시즌을 누가 보러오겠냐? 그 날 사도 충분하다!”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에도 일반 시즌에도 ‘내 자리’를 계속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괜찮은 혜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리미엄 티켓이 늘어난 것 보다 더 많이 늘어난게 외야 시즌 티켓이잖아.”

외야 비지정석에 대한 시즌 티켓은 가장 싸다. 그럼에도 대략적인 혜택은 다 받아갈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원하는 선수와의 통화 역시 들어있었다.

“프리미엄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이 원했던 선수가 누구일것 같아?”

“배리하고 케빈 아닐까요?”

프리미엄 티켓을 구매한 팬들 대부분이 구단의 올드 팬이다. 그런만큼 구단 최고의 선수와 구단에서 가장 오래 머문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면 신규 외야 고객들은 누굴 원했을 것 같아?”

심슨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크로포드가 아니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다운이 그의 질문에 대신 답했다.

“리키, 네이트, 넬슨, 사무엘.”

다운의 답에 심슨이 김샜다는 듯이 의자에 등을 뉘였다.

“헤이 다운. 카를은 답을 못했을거라고.”

“팬이랑 가장 가까운게 카를인데 그 정도는 답했을걸요? 안그래 카를?”

“당연하죠 보스. 브래드는 절 너무 과소평가한다니까요?”

크로포드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면서 말했했다.

“외야 티켓을 구매한 팬들이 가장 많이 찾은게 바로 리키 더지와 네이선 드레이크, 넬슨 페레즈, 그리고 사무엘 비어만. 이번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잖아요. 거기에다가 팬서비스 역시 좋았고요. 신규 외야 고객들의 대부분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이 사실을 합쳐본다면······”

짝!

크로포드의 양 손이 합쳐졌다.

“우리 루키들이 어린 팬들이 혹할만큼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겠죠.”

“그걸 조금 더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보도록 하죠. 하지만 일단 당장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회의실에는 현장을 나간 미키를 제외한 모든 파트장들과 수석코치인 에디 벨리츠. 그리고 화상으로 회의에 첫 참석을 하게되는 케빈 캐시 감독까지 모여있었다.

“캐시 감독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특히나 시범경기에서 우리 팀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어서 저 팀을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없던 힘도 솟아나더라고요 하하!]

“다행이네요. 병원에서는 뭐라고합니까?”

[아쉽게도 개막전은 합류하지 못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팀에 합류해도 된다는군요.]

캐시의 말에 벨리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감독님이 돌아오신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잘하고 있었으면서 왜이래 에디? 하하!]

캐시 감독이 처음 참가하는 회의이니만큼 훈훈한 말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릴텐데, 빠르게 로스터부터 확정짓자고요.”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2일.

이제는 26인 로스터를 확정지어야 할 시간이다.

[올 시즌 저희 목표는 어딥니까?]

회복에만 전념해야하는 캐시가 혹여나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그에게는 올 시즌 목표를 말해주지 않았다.

“당장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하셨습니다만······”

캐시는 탬파 출신이다. 게다가 2015년부터 쭉 팀을 이끌어왔다. 성적을 유지해야하는 레이스의 상황을 그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은 없었다.

[포스트시즌이 목표겠네요.]

“맞습니다.”

다운은 옆에 있는 벨리츠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시범경기 로스터에 남아있는 선수가 총 37명이죠?”

“네.”

다른 구단들은 보통 이때쯤 되면 30명 이내로 남곤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운은 최대한의 선수들을 남겼다.

레이스에서의 첫 시즌이니만큼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처를 할 수 있는 플랜 B를 만들어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레벨을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

“열 한 명이나 내려보내야 되네요.”

“일단 차례로 살펴보도록하죠.”

역시 투수진이 먼저 나와야 팀운영의 기둥이 세워진다.

“투수진은······”

SP rotation(B/T)

1 - 리키 더지(L/L)

2 - 에디슨 포레스트(L/R)

3 - 에릭 슈어홀츠(R/R)

4 - 자비어 에르난데스(R/R)

5 - 미치 베이커(L/L)

RP

짐 토머슨(R/R)

토마스 애커슬리(L/L)

리처드 로버트슨(R/R)

빈스 제닝스(L/R)

스탄 플로이드(L/R)

대니얼 윌슨(L/L)

토드 맨스필드(R/R)

CP

호세 마르티넬리(R/R)

“이렇게 남기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감독님?”

단장은 선수단 로스터를 정하고, 감독은 주어진 선수로 최선의 성적을 낸다. 이런 업무분담에 따른다면 로스터를 정하기 위해 다운이 캐시의 의견을 물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무기를 결정할 권리도 주지 않고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대한 감독님의 의중을 반영해드릴테니 부담갖지 말고 말씀해주시죠.”

다운이 부르는 명단을 들은 캐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생각한 선발이랑 거의 비슷하네요.]

“다른 부분이 있나요?”

[단장님은 야수 13명, 투수 13명으로 로스터를 구성하실 생각입니까?]

“네.”

가장 보편적이며 이상적인 13-13으로 로스터를 구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캐시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투수 14명, 야수 12명은 어떠십니까?]

남아있는 37명의 선수들 중에서 투수는 총 20명. 그 중에서 40인 로스터 안에 들어가있는 선수는 15명이다. 새로운 선수만 아니라면, 아니 새로운 선수라도 한 명 정도라면 로스터에 넣어줄 여유는 있었다.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네요.”

[자비어와 미치는 제 기준에 아직 풀타임을 뛸만큼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둘을 받쳐줄 임시 선발이 둘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프너 전략을 확립한데다가 불펜운용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니만큼(물론 포스트시즌의 투수교체로는 욕을 먹었지만) 그의 투수운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하고 있는 선수는요? 토드랑 스탄인가요?”

다운이 정답을 말했는지 캐시가 슬며시 웃었다.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단장님. 앞으로 일하기가 정말 편하겠는데요?]

카메라를 보며 마주 웃어준 다운이 명단을 다시 살폈다.

“남은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릴만한 투수로는 누굴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왕이면 40인 로스터 안에 들어간 선수가 낫겠죠?]

굳이 짚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다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캐시의 모습에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이번 시범경기를 보니 오마르가 폼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오마르 좋죠.”

오마르 캐스틴(R/R)

순식간에 26인 로스터에 들어갈 14명의 투수들이 정해졌다.

“비어만은 어떻게 하실지 정하셨습니까?”

벨리츠는 은근한 기대가 담긴 눈으로 다운을 바라봤다. 하지만 다운은 그의 기대를 깨부술 수 밖에 없었다.

“비어만은 트리플 A를 거치고 올라올겁니다.”

“아······”

슈퍼2 규정과 서비스타임을 생각하면 무조건 6월에 콜업하는게 이득이다.

다운이 아무리 선수친화적인 단장이라고해도 이건 단장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만하는 선택이었다.

“사무엘이 많이 상심하겠는데요······”

아쉬운지 벨리츠가 입맛을 다셨다.

“저희 레이스 내부의 암묵적인 콜업 규정을 말해준다면 반발은 없을겁니다.”

레이스는 유망주에게 모든 레벨을 경험시킨다.

그리고 다행히도 비어만은 오리올스에서 더블 A까지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당장 비어만을 빅리그로 올린다면 내부적으로는 더 많은 말이 나올겁니다.”

거스 역시 다운의 의견에 동의했다.

“열심히 한 계단씩 오르고 있는데 새로 들어온 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잡음이 생기겠죠. 어쩌면 의욕을 꺾일지도 모르고요. 이건 단장님 말이 맞다고 본다 에디.”

캐시 역시 다운의 설명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포수는 알렉스에 돈을 쓰겠습니다.]

“돈 켈리를요?”

다운이 생각하기에 돈 켈리는 현재 팀 내 4순위 포수였다.

[트로이가 조금 더 낫긴하지만. 나이도 있고, 우타자라는 단점이 있어서요. 돈은 좌타자라서 사무엘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기회도 받을 수 있을것이고, 아직까지 성장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있거든요.]

어차피 3순위인 트로이와 4순위인 돈 모두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는 포수들이다.

“좋습니다. 그럼 돈을 넣도록 하죠.”

C

알렉스 윌슨(R/R)

돈 켈리(L/R)

현장에서 가장 싫어할거라 예상되었던 포수 부문을 무사히 넘어갔다.

그 뒤부터는 막힘없이 이름이 불렸다.

“1루는 덕이 들어가는게······”

[2루는 역시 버드가 들어가야죠. 사실 버드 말고 별 다른 선택지도 없지만.]

“우익수로는 넬슨은 쓰실거죠?”

1B

덕 흘로첵(L/L)

2B

버드 드마우스(L/R)

3B

멜튼 록하트(R/R)

SS

네이선 드레이크(S/R)

IF

브라이언 앤더슨(R/R) - 내외야 전부 가능한 유틸리티

세드릭 우드먼(L/R) - 2루, 3루, 유격수 가능

LF

배리 브래넌(R/R)

CF

케빈 마이어(L/R)

RF

넬슨 페레즈(L/L)

OF

루카스 페리시치(L/L)

완성된 라인업을 훑은 다운이 웃었다.

“빨리 개막전이 왔으면 좋겠네요.”

< 28화 - 개막로스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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